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66)
제166화
166화. 쪽지 시험(5)
루시아의 찌르기가 날 향해 쇄도했다.
투쾅!
“컥!”
복부에서 엄청난 격통이 몰려옴과 동시에.
땅바닥이 벌떡 일어서더니 나를 들이박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아니,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 내 몸이 쓰러진 거다.
그로 인해 내 몸이 땅바닥을 들이박게 된 것이고.
“뭐야? 벌써 끝이야?”
루시아가 목검으로 내 머리를 쿡쿡 찔렀다.
“후후, 쓰러진 상대에게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니. 그간 루시아 님이 쌓아 올린 명성이 울겠군요.”
“이게 공격이니? 생사 확인이지.”
아하, 그렇구나. 생사 확인은 사람을 찌르면서 하는 거구나?
하나 배웠다. 다음에 꼭 써먹어야지.
“그래서 그만할 거야?”
“후후,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습니다.”
“패기는 좋네. 이번에는 실력도 그러길 바랄게.”
검을 바로 세움과 동시에 다시 대련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힘들었던 대련이지만, 하나둘씩 배우며 점점 재미를 붙였던 나다.
하지만 그것도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지기만 해서일 수도, 발전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내 의욕을 꺾는 가장 큰 이유는…….
‘퀘스트를 깰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아.’
한 달이었던 기간도 어느덧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플뢰르 가문류] 스킬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해 스탯을 조금이나마 올리고, 대련에 제법 익숙해지긴 했지만.루시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찾기는커녕, 작은 힌트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니 내가 답답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딱-! 따닥!
지금도 그렇다. 루시아는 내 공격을 너무나도 손쉽게 막아냈다.
촉박한 기간,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 실력, 보이지 않는 길, 스트레스로 인해 푸석푸석해지는 피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최근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이 퀘스트는 절대로 클리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문제가.
“루시드가 다섯 번째 비기, 하늘…….”
“빈틈!”
푸욱!
“동작이 너무 크잖아! 비기는 자연스럽게 잇는 거라고 몇 번을 말해! 실전에서도 이렇게 싸울래?”
비기를 쓰기 위해 커진 동작,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온 루시아의 일격.
명치를 맞아서 그런지 고통 섞인 신음조차 흘릴 수 없었다.
‘진짜 너무하네. 좀 봐주면서 하라고! 넌 8성 기사잖아! 막기도 귀찮다며 피하기만 할 때는 언제고!’
그렇다. 루시아의 달라진 마음가짐.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예전에는 하품을 하며 검을 휘두르고, 내 체력이 다해 나가떨어질 때까지 대련을 했다.
적당히 봐주면서 지도 대련을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카론과 만났던 밤 이후.
‘사람이 변했어.’
봐주는 게 없어졌다. 공격 하나, 방어 하나. 어디 하나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없다.
대련을 오래 하고 싶어도 얻어맞고 나가떨어지니, 좀처럼 오랫동안 싸울 수가 없다.
‘심지어 몸도 좋아졌어.’
근육이 더 단단해지고, 살도 많이 빠졌다.
육안으로 봐도 그 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고작 사흘 훈련했을 뿐인데 저런 변화가 생긴다?
그렇다면 5일 뒤, 쪽지 시험을 볼 때쯤에는 어떤 괴물이 될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라는 것.’
그것만은 분명했다.
‘루시아를 토벌대에 합류시킨 것까지는 좋았지만…….’
설마 내가 진행 중인 퀘스트를 더 어렵게 만드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줄이야.
역시 잣 같은…… 아니, 최고의 게임이다.
몸에 좋은 견과류 같은 게임이랄까?
좋은 거니 다시 한번 말하겠다. 이건 정말 잣 같은 게임이다.
눈앞에 있는 루시아도 잣 같은 사람……!
“무슨 생각 하니?”
“후후, 루시아 님은 오늘도 변함없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마치 잣 같은 분이시랄까요.”
“……뭔가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만 일단 넘어갈게. 미리 말해 두겠는데, 쪽지 시험 때 네 담당은 나야. 실전과도 같은 시험을 볼 거니 방심하지 말고.”
예상대로다. 문제는 맞춰도 전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
“후후, 그렇다면 대련이 시험인가 보군요? 이런 정보를 공개하셔도 괜찮으신 건지?”
“뭐, 아무렴 어때. 네가 1, 2단계에서 떨어질 놈도 아니고.”
“그래도 조금 봐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우리 관계가 그렇게 삭막한 관계는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무슨 관계인데?”
“후후, 비밀을 간직한 끈적끈적한 관계랄까요?”
“……사막과도 같은 삭막한 관계가 내 취향이라.”
마음가짐이 변해서일까. 멘탈 공격도 통하질 않는다.
예전 같았다면 어쩔 줄 몰라 하며 뒤로 물러났을 텐데.
“아카데미 학생을 전력으로 찍어 누르려 하시다니…… 영광입니다. 물론, 이번 시험에서 죽게 된 후 얻게 될 영광이지만요.”
“실전과도 같은 시험을 본다고 했지, 실전처럼 한다고 하지는 않았거든? 합격선은 네 나이대에 맞춰 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한 5성 기사 정도면 되겠네.”
5성 기사가 뉘 집 개 이름인가 보다.
열다섯에 5성 기사를 이룩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고.
“표정이 왜 그래? 그 정도는 해 줘야지. 다이크, 걔도 5성 기사잖아?”
테르온의 사냥개, 다이크.
5성 기사가 맞긴 하다.
‘걔는 3장의 준보스잖아! 그러니 스펙이 높은 게 당연하지!’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입을 삐죽 내미는 것뿐이었다.
눈앞에 있는 루시아가 열넷의 나이에 5성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루시아가 내 주둥이를 붙잡더니 좌우로 조금씩 움직였다.
“어쩔 수 없어. 이런 건 엄하게 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거든. 무엇보다 내기가 걸렸으니까. 그러니까 제대로 할 수밖에 없지.”
내기.
이번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내가 제안했던 ‘꼼수’다.
내가 루시아를 한 번 더 놀라게 할 경우, 나를 제자로 ‘인정’할 것.
실패했을 경우, 루시아가 원하는 걸 뭐든지 하나 해 줄 것.
‘인정이라는 조건을 놀라게 하는 걸로 낮췄지. 그때는 좋은 꼼수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보니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쯤 되니 내기에서 졌을 경우에 대해서 대비하는 게 더 나을 정도다.
‘루시아가 원하는 건 아마…….’
루시드가의 비밀은 어떻게 알게 됐는가.
그 정보를 원할 거다.
나 말고도 루시드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가 더 있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을 터.
루시아가 5성 기사 수준에 맞춰 준다고는 했지만, 진심으로 나를 마주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대련은 끝?”
루시아가 다시금 물어 왔다.
명치를 얻어맞은 통증은 가신 지 오래다.
체력도 한두 번쯤은 더 가능할 정도로 남은 상황.
잠시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다른 무기로 싸워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응?”
“검을 제외한 다른 무기 말입니다.”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검끼리 싸우다 보니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뭔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기도 했지만.
술집에서 스칼렛과 싸울 뻔한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무기는 검이지만, 다른 무기와 싸우지 않을 수는 없겠지.’
앞으로 만날 보스와 중간 보스들도 마찬가지다.
루시아 정도의 실력자라면 검만큼은 아니어도, 대부분의 무기를 다룰 수 있을 터.
내 말을 들은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내가 귀찮은 게 문제라서 그렇지.”
“가장 못 다루시는 무기가 뭡니까?”
“왜? 그걸로 싸워 달라고 하게?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나한테 가족은 엄청 소중하거든.”
무기 진열장으로 향한 루시아가 창을 꺼내 들었다.
“검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게 창이지. 어울려 줄게. 심심풀이 정도는 될 것 같네.”
* * *
[플뢰르 가문의 검술을 성실하게 수행하셨습니다. 상당한 집중력입니다.] [일치율 31.3%.] [보상으로 힘 스탯이 0.3 상승합니다.]“후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냈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 알림.
페이스가 좋다. 운이 좋다면 하루 다섯 번이라는 신기록을 달성…….
“…….”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때였다.
옆에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아이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게임의 주연 중 하나인…… 아니, 내 이미지를 나락으로 가게 만드는 빌어먹을 아이.
유리디아 양 되시겠다.
“이제야 이쪽을 보시는군요?”
“후후, 그러게 말입니다. 평생 안 봤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 섭섭한 말씀을! 저희가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 아신다면 분명 후회하실 거예요!”
저희라고?
주변을 둘러본 이후에야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알렉스와 레이몬. 그 둘이 함께 와 있었다.
“이, 이런 마녀 할멈에게 친구가 둘이나 생겼다니! 그럴 리가!”
“흥! 네가 아무리 부정해도 진실은 바꿀 수 없어. 내 친구는 무려 세 명이라고. 두 명인 너와는 다르게!”
“세, 세 명이라고요? 나머지 한 명은 누구죠?”
“앵무가 있잖아. 내 마음속에서 항상 함께하고 있다고!”
“애, 앵무와는 저도 친구였거든요? 제로, 알렉스, 유리디아, 앵무까지. 그, 그럼 전 네 명이네요!”
“앵무가 너랑 왜 친구야! 제로도 내 친구거든? 이거나 먹어라!”
레이몬의 뒤로 돌아간 루나가 그의 허리를 붙잡더니, 그대로 허리를 꺾었다.
“저먼 수플렉스!”
“끄, 끄아아아악!”
콰앙!
그렇게 한 편의 레슬링이 시작됐다.
레이몬이 루나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레슬링이.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회피율이 올라가는 게 레이몬의 특성일 텐데 그걸 무시한다니.’
어쩌면 우리 루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아이일지도 모른다.
둘의 싸움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리디아를 향해 말했다.
“후후, 레이몬 군과 친구가 되신 겁니까?”
“아, 아니거든요? 그는 유리디아파의 일원일 뿐이에요. 구, 군신. 그래요! 군신 관계라고 할 수 있죠.”
“알렉스 군과 레이몬 군이 유리디아파에 들어간 겁니까?”
“뭐, 가끔 같이 어울리니 그렇다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유리디아다운 착각이다.
알렉스는 고결한 늑대이며, 레이몬은 걷잡을 수 없는 아이니까.
유리디아가 저 둘을 컨트롤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저희는 착실히 세력을 넓혀 가고 있답니다. 제로 군도 함께하시는 게 어때요?”
“후후, 크라켄도 받아 주신다니. 굉장히 큰 세력인가 보군요.”
“어머, 그런 소문에 신경 쓰는 타입이었나요? 생각보다 마음이 작은 남자였나 보네요, 제로 군은.”
오호, 오랜만에 유리디아 특유의 말투가 나왔다. 해석해 보자면.
너 쪼잔하다. 남자가 그런 거에 삐지고 그러니?
……라는 뜻 되시겠다.
“후후, 유리디아 양에게 촉수를 뻗고 싶어질 정도군요.”
“정중히 사양할게요. 제로 군에게는 피앙세가 있잖아요? 그리고 이런 식이면 곤란하답니다? 저는 제로 군과 루나 양을 돕기 위해 온 것이거든요.”
우릴 돕기 위해서 왔다라.
나는 유리디아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별히 제공해드릴게요.”
유리디아가 한 걸음 크게 내딛더니, 내 귓가에 은밀히 속삭였다.
“제가 얻은 쪽지 시험에 대한 정보를.”
얘야, 그 정보…….
내가 너보다 더 잘 알고 있어.
그것도 훨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