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71)
제171화
171화. 쪽지 시험(10)
“파이어 볼!”
캐스팅을 끝마친 유리디아의 마법이 발동했다.
로운터 가문 특유의 진홍빛이 감도는 화염구.
세 개의 화염구가 카론을 향해 쇄도했다.
퍽! 퍼버버벅-!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테르온과 카론.
하지만 유리디아의 화염구는 정확히 카론의 등 쪽을 노렸다.
‘포스’ 마법을 시전하며 화염구를 조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 개나 되는 화염구를 완벽하게 다루는 놀라운 컨트롤.
하지만.
스르륵-.
카론은 그 컨트롤이 무색해질 정도로 쉽게 피해 냈다.
그것도 단 한 번의 뒷걸음질로 말이다.
퍼벙! 펑!
유리디아의 마법이 애꿎은 땅에 작렬했고, 흙과 돌조각, 먼지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시야가……!’
시야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 하지만 테르온은 물러날 수가 없었다.
카론의 단검이 먼지를 꿰뚫으며 날아왔기 때문이다.
텅!
테르온이 놀라운 반응속도로 단검을 쳐냈다.
나무로 만든 단검이기도 했지만, 현재 테르온은 뷀른가 특유의 마나 연공법을 연마한 상태.
강철로 만들어진 단검이었다 해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손으로 방어하더라도 카론에게 지적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퍼억!
“컥!”
몸을 타격하는 공격은 달랐다.
뷀른가의 비전을 연마하면 전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재 테르온은 4성 기사.
고작 팔과 다리에 마나를 두를 수 있을 뿐이다.
물론, 테르온에게 ‘고작’이라는 말을 붙이는 건 어불성설이다.
열다섯 살의 나이에 4성의 경지를 이룩한 사람은 제국의 역사를 통틀어도 백 명도 채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단검은 투척이 가능한 무기다. 이렇게 시야가 가려진 상황에서는 당연히 신경 썼어야지.”
“……충고는 감사하게 듣겠습니다. 이 시험이 끝난 뒤에 말이죠.”
“호오, 건방 떠는 건 그놈 못지않구나.”
퍽! 퍼버버벅!
공방이 오가던 중 카론의 한쪽 손이 품속으로 향했다.
비어 버린 손에 새로운 단검을 들거나, 여러 개의 단검을 투척하기 위함일 거다.
‘빈틈!’
뷀른 가문류 첫 번째 비기.
발경(發勁).
외부가 아닌, 내부 근육과 힘줄, 혈관에 타격을 주는 뷀른 가문의 첫 번째 비기.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마나로 신체를 보호하지 않는 한, 무조건 타격을 받는다.
마나로 몸을 보호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타격이 가해진다면 마나 운용에 문제가 생기고, 마나로 몸을 보호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막지 않을 수도 없다. 공격을 허용하는 순간 혈관, 힘줄, 근육이 모두 파괴.
마나를 운용하긴커녕 몸을 제대로 못 가누게 된다.
막아도, 막지 않아도 문제가 생긴다.
뷀른 가문의 명성을 드높여 준 비기 중 하나.
쩌엉!
그 비기가 담긴 주먹이 카론의 팔뚝을 때렸다. 하지만.
“아쉽구나. 기술이 부족해.”
주먹이 닿는 순간, 카론이 팔을 교묘하게 비틀며 타격을 흘렸다.
쉬쉭-!
테르온이 뒤로 물러나며 카론의 단검 투척을 피했다.
‘빠르군.’
발경에 맞았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움직임.
물론, 피해가 전혀 없는 건 아닐 거다.
‘20% 정도의 위력은 들어갔다.’
문제는 같은 부위를 다시 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카론이 마나로 몸을 보호하는 중이라는 것.
제대로 두 방. 그게 아니라면 지금 같은 공격을 9번은 더 성공해야 겨우 한쪽 팔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칫! 뭐가 6성 기사냐!’
테르온은 3관문의 시험, ‘단체 결투’가 시작되기 전 카론이 한 말을 떠올렸다.
-6성 기사 수준의 힘을 사용할 거다. 너희들은 나를 제압하면 승리, 실패하면 패배다. 당연히 승리했을 때의 점수가 더 높겠지.
그 말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카론은 제멋대로 시험을 시작함과 동시에 두 명을 날려 버렸다.
다른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합을 버티지 못했다.
여덟 명으로 시작된 전투가 순식간에 자신과 유리디아.
두 명만 남은 상황이 되어 버린 거다.
‘6성 기사 수준이라는 게 거짓말은 아니야.’
가문의 기사들과 수많은 대련을 한 테르온은 알 수 있다.
지금 카론이 보여 주는 모습은 6성 기사급이라는 걸.
‘문제는 최상급 6성 기사라는 거지.’
7성을 목전에 둔 6성급 기사랄까.
그러니 카론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최상급이든, 최하급이든. 6성 기사는 6성 기사니까.
“한눈팔 때냐?”
순간적으로 접근한 카론의 발차기.
팔을 교차시키며 막았지만, 몸이 공중으로 뜨는 걸 피할 수는 없었다.
‘제길! 실수했군!’
쉭! 쉬쉬쉭!
그런 테르온을 향해 다섯 개의 단검이 쏘아졌다.
공중에 뜬 상태에서 단검을 피하는 건 불가능한 일.
하지만 테르온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은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드!”
테르온의 주변을 불투명한 반구가 감쌌다.
쨍강-!
날아오는 단검에 실드가 깨졌다. 하지만 단검의 힘을 빼기에는 충분했다.
테르온이 팔과 발을 휘저으며 힘이 빠진 단검을 쳐 냈다.
문제는.
카론이 유리디아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거다.
“유리디아!”
땅에 착지함과 동시에 떨어진 단검 중 하나를 잡은 테르온.
쉭-!
그것을 카론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그를 저지하기에는 턱없이 힘이 모자랐다.
단검을 쳐 낸 카론이 유리디아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던 바로 그 순간.
퉁!!
“……!”
어디선가 마력탄이 날아왔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유리디아를 향해 뻗은 팔에 마나를 가득 주입.
그대로 팔을 휘둘러 마력탄을 쳐 냈다.
투퍼어어엉-!
숲속에 떨어진 마력탄이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
카론이 마력탄을 쳐 낸 팔을 들어 올렸다.
저릿저릿하다.
‘마도 총…… 우습게 볼 물건이 아니군.’
마력의 힘 때문에 조준이 힘든 무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용자의 문제였을 뿐, 충분히 사용이 가능했다.
‘만약, 일반인들도 수련을 통해 정밀한 컨트롤이 가능해진다면?’
시대를 바꾸는 무기가 될 것이다.
‘마도 총이라…….’
화살이 아닌 마도 총. 현재 앤우드 아카데미에서 저걸 사용하는 건 단 한 명뿐이다.
루나, 제로와 같이 다니는 아이. 이름이 분명…….
‘기억나지 않는군.’
심지어 얼굴도 흐릿하다.
기억력이 뛰어난 카론의 머릿속에도 남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한 아이.
토끼를 닮았다는 것만 기억난다.
그 토끼가 저런 무시무시한 무기를 다루다니.
놀라울 뿐이다. 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참 기가 막힌 타이밍에만 쏜단 말이지.’
유리디아와 테르온은 다시 진형을 구축한 상태였다.
아까부터 이런 식이다. 승기를 잡으려고 할 때마다 그 이름 모를 아이가 방해를 한다.
‘그놈이 괜히 동료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는 건가…….’
그뿐만이 아니다. 기척을 어찌나 잘 숨기는지.
카론의 감각에 전혀 잡히지 않는 레제였다.
대련장 위에 있진 않지만, 장외로 불합격은 아니다.
애초에 시험 구역을 대련장으로 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 정도 은신 실력이라면 숲속에 숨는 게 당연하지.’
시험이기도 하지만, 실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힘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싸우는 것 또한 실력인 법.
‘당장 가서 토끼 몰이를 하고 싶지만…….’
유리디아와 테르온이 붙잡다 보니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런 싸움을 계속 이어 나갈 수도 없는 상황.
결국, 카론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6성 기사, 그 이상의 힘을 내겠다고.
‘뭐, 애초에 그 이상의 힘을 내고 있긴 했지만.’
레제가 날린 마나탄.
각도를 미묘하게 조절했기에 망정이지, 이런 컨트롤을 하지 않았다면 이미 마나탄에 몸을 꿰뚫렸을 거다.
이런 세밀한 컨트롤은 7성 기사 이상의 수준에서나 가능한 일.
‘6성 기사의 힘까지만 쓰겠다고 했으니 반칙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실을 깨닫는 것 또한 실력.
누군가 반칙이라고 외친다면 남아 있는 인원에게 합격을 통보할 생각이었다.
“슬슬 끝내도록 하겠다.”
투웅!
카론이 땅을 박참과 동시에 테르온을 지나쳤다. 그 뒤에 있는 유리디아를 노린 거다.
“시, 실드!”
챙- 채채챙강-!
실드는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무너져내렸다.
유리디아를 향해 주먹을 내리꽂는 카론.
“젠장!”
그 순간, 그 앞을 테르온이 몸으로 막아섰다.
“테, 테르온 군?”
“네년을 위해서가 아니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지!”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그동안 카론이란 사람에 대해 분석한 테르온이다.
겉으로는 당당하면서도 속으로는 뱀처럼 음흉한 생각을 하는 아이를 좋아하는.
‘아주 변태 같은 성격의 소유자.’
그런데 여기서 온몸으로 유리디아를 지켜 준다?
당당하게 맞서고, 유리디아를 지키는 게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음흉한(?) 계산을 했다는 것까지.
카론이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네놈은 머리가 제법 돌아간단 말이지. 뭐, 그 좋은 머리를 다른 곳에 썼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테르온을 향해 주먹을 뻗는 카론.
투웅!
그 뒤로 당연하다는 듯이 레제의 마력탄이 쇄도했다.
‘와라!’
사실 이 또한 테르온의 노림수였다.
마력탄을 쳐 낼 수밖에 없는 카론이다.
그가 저 공격을 쳐 내는 사이, 발경(發勁) 두 방을 먹인다.
그게 테르온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퉁! 퍼억!
카론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이더니, 마나탄을 쳐 냄과 동시에 테르온을 공격했다.
그 순간, 테르온은 깨달았다.
카론이 6성 기사. 그 이상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컥! 카, 카론 선생…… 당신!”
콰지직-!
하지만 테르온은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카론이 가슴팍을 강하게 짓밟았기 때문이다.
밀려오는 강한 충격에 테르온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아쉽구나. 그놈처럼 혀에 기름칠을 했다면 끝까지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카론이 유리디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홀로 남은 유리디아는 더 이상 싸움을 이어 갈 수 없었다.
테르온처럼 비밀도 눈치채지 못했고 말이다.
“더 할 거냐?”
“아뇨, 항복할게요. 저런 천박한 꼴이 되기는 싫으니까. 뭐, 마나도 거의 다 떨어졌고요.”
“이곳에서 대기하도록.”
숲속으로 향하며 카론은 생각했다.
‘테르온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줘야겠군.’
6성 기사 그 이상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밀을 눈치채기도 했지만, 유리디아가 너무 쉽게 싸움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 해도 한 방에 나가떨어진 아이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
최상위권을 다툴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줄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건 그 토끼 하나인데…….’
기척을 느낄 수가 없다. 심지어 냄새조차도.
카론은 얼마 전, 제로가 자신에게 [순백의 하마]를 받아 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상황을, 이 구도를 예상했다는 거다.
‘제로, 아주 재밌는 아이를 키우고 있었구나?’
확실히, 이름 모를 토끼(?)의 은신술은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9성 기사인 자신에게 통할 정도는 아니다.
쿠구구-!
9성 기사, 본연의 힘을 꺼낸 카론.
이윽고 토끼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바람과 작은 동물, 풀벌레의 움직임. 그들이 묘하게 움직이는 곳을 찾아낸 거다.
‘저쪽이군!’
자신이 똑바로 전진했기 때문일까.
토끼가 반응했다. 마나를 한가득 모으기 시작한 거다.
‘실수했구나!’
위치를 들키게 되자 허둥지둥 마도 총을 작동시킨 거다.
당황은 좋지 않은 법.
‘9성의 힘을 꺼내게 하다니. 빌어먹을 토끼 같으니!’
설교를 한가득 늘어놓을 생각을 하며 그곳으로 향했다.
“항복하는 게 좋을 것…… 응?”
쏘아질 마나탄에 주의하며 목적지에 도착한 카론.
하지만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레제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무로 만든 Y자형 거치대. 그 위에 마도 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나가 한가득 담긴 채로.
‘도망쳤단 말인가? 기껏 마나를 주입해 놓고 쏘지도 않았다고……?’
패배가 확정적일지라도, 최후의 발버둥은 치는 게 맞다.
시험이나 실전이나. 누구라도 같은 선택을 할 거다.
‘하지만 도망쳤다?’
오싹-!
바로 그 순간, 카론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
자리를 뜨려던 카론은 순간적으로 볼 수 있었다.
조금 떨어진 거리, 수풀 모양으로 위장한 상자.
그 속에서 번뜩이는 눈동자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퉁!
토끼의 이빨이.
살인 전차, 카론의 심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