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76)
제176화
176화. 쪽지 시험(15)
단체 결투라는 시험만으로도 놀라운데 루시아까지 등장하다니.
아이들 사이에 파란이 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뭔가 평소랑 좀 다르신 것 같은데?”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아.”
“빠진 게 아니라…… 사람이 바뀐 수준 아니야?”
아이들이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불과 일주일 만에 군살이 싹 빠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감탄 섞인 시선을 느껴서일까. 루시아의 콧대가 살짝 올라갔다.
“너무 놀라지 말렴. 이 정도는 현역 시절의 90% 수준에 불과하니까.”
“70% 수준도 안 되는 것 같다만. 그 망가진 몸뚱이로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까 싶군.”
“아오! 아저씨는 좀 빠져! 초 치지 말고!”
루시아가 발차기를 날렸지만, 카론은 가볍게 피해 낼 뿐이었다.
공격을 하는 것도 모자라 카론을 아저씨 취급하다니.
‘친해진 건가……?’
그렇다면 조금 질투가 날지도 모르겠다.
물론, 루시아를 향한 질투였다. 저 아저씨는 내 남자(?)니까.
응? 뭔가 어감이 이상하다고?
착각일 거다. 카론은 나와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한 남자.
내 남자한테 내 남자라고 말하는 게 뭐 어떻단 말인가.
크나큰 문제가 있다고?
이런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 같으니!
바로 그런 편견이 세상을 병들게 만든단 말이다!
“병든 건 네놈 쪽이다.”
“후후, 이젠 독심술까지 하시는 겁니까?”
“뭔진 몰라도 아주 더러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지.”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난 편견과 맞서 싸우고 있었을 뿐이라고! 우리(?)를 위해서!
“그보다…… 두 분이 많이 친해지신 것 같군요.”
“전혀 그렇지 않다만.”
“후후, 이게 다 잘생긴 저 덕분이라는 거 아시죠?”
“…….”
카론이 내 엉덩이를 뻥 걷어찼다.
내가 잘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가 보다.
‘배은망덕한 사람 같으니!’
내 미남계가 아니었다면 루시아에게 시시각각 목숨이 노려졌을 텐데.
그냥 놔둘 걸 그랬다.
이런 와중에도 루시아와 아이들의 대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저 아저씨한테 시험 볼래, 아니면 나한테 볼래?”
“다른 조에도 이런 기회가 주어졌나요?”
“아니, 너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왜 저희만이죠?”
“음…… 특별 이벤트야. 시험 문항 외에 추가 점수가 주어지는 문항. 뭐, 그런 거 있잖아?”
아이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이건 퀘스트를 위해 쓰인 시나리오이자, 루시아와의 내기를 끝맺음 짓기 위해 마련된 무대.
엑스트라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렇다고 저 아이들이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야.’
루시아가 상대로 바뀌더라도 아이들의 점수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거다.
평가를 내리는 건 루시아가 아닌, 카론이기 때문이다.
‘이번 단체 결투의 경우 협동심, 전략, 강자에게 맞서는 용기. 이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보지.’
실력은 그다음이라는 뜻이다.
이번 시험은 어디까지나 약자 축에 속하는 학생들이 강자를 마주했을 경우를 상정한 시험이니까.
물론, 이것도 유저들이 수십만 번의 플레이 끝에 알아낸 정보이니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카론이란 캐릭터의 불친절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시험이 끝날 때마다 시험의 의의와 함께 해설을 해 주곤 했으니까 말이다.
‘뭐, 저 정도 표본이면 98% 이상 맞다고 볼 수 있지만.’
둥글게 모인 아이들이 속닥거리며 회의를 시작했다.
물론, 나는 제외당한 채였다.
슬금슬금 접근하며 그들의 등에 밀착.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어떻게 하죠?”
“우리가 영웅을 제압할 수 있을까?”
“무리지. 하지만 그건 카론 선생님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 아니야?”
아이들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마찬가지가 아니다. 루시아는 사람, 카론은 살인 전차니까.
“음!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해. 카론 선생님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는 것.”
“맞아, 맞아. 가끔 나오시는 지도 수업도 설렁설렁하시니까.”
“하긴, 살인 전차…… 아, 아니. 카론 선생님은 자비가 없으시죠.”
아이들의 의견은 루시아 쪽으로 모이고 있었다.
음, 나는 그 의견에 반댄데.
‘저건 지금까지 너희가 알던 사람하고 다른 사람이거든.’
아니, 어쩌면.
다른 생물이라고 말하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후후, 저는 반대…….”
“루시아 님과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번쩍 손을 들며 의견을 표했다.
뭐, 이럴 것 같긴 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루시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건 퀘스트니까.’
무려 한 달간 진행해 온 다섯 번째 퀘스트의 마지막 순간.
단순히 내가 카론과 싸우고 싶다고 말해도 들어줄 리가 없다.
“흐응~ 하여튼 요즘 애들은 겁이 없다니깐?”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이 꾸벅 고개를 숙인 뒤 위치를 잡았다.
13조는 나까지 9명.
루시아를 포위하기에는 충분한 숫자였다.
“크큭! 내 작전은 다들 잘 숙지했겠지?”
“쩝.”
“마음에는 안 들지만…… 저래 봬도 테르온파의 5위니까.”
“전위까지 자기가 맡는다니까 뭐. 일단 점수를 따고 보자고.”
아이들 사이에서 테르온파는 강자들의 집합소나 마찬가지.
그런 곳의 5위 자리를 차지한 실력자이니, 그의 지시에 따르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입학시험 비공식 3위인 내가 나서지 않고 뭐 했냐고?
‘나도 그러고 싶었거든?’
문제는 실눈의 힘이 엄청나다는 거다.
아이들은 내가 이 자리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작전을 지시하기는커녕 말 한 번 거는 것조차 힘든 상황.
이런 상황에서 테르온파의 아이를 밀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얌전히 그들의 작전에 동참한 거다.
‘뭐, 내 작전을 수행하려면 이편이 더 편하기도 하고.’
딱딱!
“침착하게 가자고!”
“조금씩 압박하며 체력을 빼다 보면 기회가 생길 거야!”
“크큭! 내 지시만 따르라고! 그럼 충분히 이길 수 있…….”
빠악-!
그 순간, 테르온파의 5위가 하늘을 날더니 벽에 처박혔다.
날려 버린 이는 당연히.
루시아였다.
“충분히 뭐라고?”
“…….”
아이들은 드디어 깨달았을 거다.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건 영웅 루시아가 아니라.
들판에 풀어놓은 한 마리의 사자라는 걸.
근데…… 방금 날아간 놈.
쟤 이름이 뭐더라?
라파드였나?
* * *
“크어억!”
“크아악!”
“괴, 괴물…….”
루시아에게 자비는 없었다.
한 명 한 명. 착실히 마무리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기절했고, 두 명만이 겨우 항복 의사를 표할 수 있었다.
“테, 테르온파 서열 5위인 이 몸이…… 이렇게 허무하게…….”
“전교 5위도 아니고, 반 5위도 아니고 무슨 무슨 파 5위? 그럼 엄청 실력이 없다는 거잖아?”
“아, 아닙니다! 대테르온파 5위는 전교 5위, 그 이상의 가치가……!”
“아무래도 넌 수학 공부부터 해야겠다.”
따악!
그렇게 이름 모를 아이가 정신을 잃었다.
처음 날아간 뒤에도 다시 싸우려는 투지를 발휘했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였다.
이로써 13조의 9명 중 8명이 탈락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전투 불능 상태가 된 거다.
“제로, 넌 왜 안 덤벼? 포기했니?”
“후후, 그럴 리가요. 엄청 전투적으로 싸우는 중입니다만.”
“넌 국어 공부부터 하고 와야겠다. 쳐다만 본 주제에 무슨…….”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쳐다만 본 건 아니다.
나름 루시아의 뒤를 점하며 압박을 가했다.
‘뭐, 싸우려는 의도보다는 협동 점수에서 빵점을 받지 않으려는 탓이 더 컸지만.’
루시아가 ‘하여튼 요즘 것들은 전우애가 없어, 전우애가!’라고 말하며 혀를 찰 때였다.
카론이 탈락한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부상자들을 업고 저곳으로 나가라. 교관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카론이 나를 제외한 13조의 아이들을 내보냈다.
그들의 시험이 끝나서라기보다는.
‘내가 언제 일섬을 사용할지 모르기 때문이겠지.’
심지어 교관들은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카론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리라.
“아이들을 방패로 삼아서 싸우는 편이 더 가능성 있지 않았니?”
“후후, 방해일 뿐입니다.”
“혼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아주 정확히 들으셨군요.”
“흐응~.”
루시아의 눈이 번뜩였다.
음, 카론이었다면 이 정도 도발은 웃어넘겼을 텐데.
본의 아니게 루시아의 의욕을 높여 준 듯하다.
“후후, 저랑 대련하실 때는 몇 성급의 힘을 사용하신 겁니까?”
“몰라. 그런 거 신경 안 써 봐서.”
그렇구나. 나랑 대련할 때는 일단 두들겨 패고 본 거구나?
‘내가 비기를 사용할 때는 6성급 이상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희망적이다.
6성 기사 수준으로 힘이 제한된 루시아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지도……?
퉁!
순간, 루시아의 얼굴이 커졌다.
단 한 번의 도약만으로 내 눈앞에 도달한 거다.
“여유 있나 봐? 나를 앞에 두고 딴생각을 할 정도로.”
콰득!
내 가슴팍을 향해 내지른 주먹.
그것과 마주한 내 목검이 반쯤 찌그러졌다.
‘반사신경 스킬을 넣어 두길 잘했군.’
[신의 모방]으로 [반사신경]을 모방하지 않았다면, 내 몸도 저렇게 찌그러졌을 거다.“반응 좋고. 손맛도 좋네.”
“후후, 제가 좀 맛있는 편이죠.”
“우웩. 그런 농담은 질색인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맛있게 잘 맞는다는 뜻인데요. 샌드백처럼.”
“……그냥 죽어라.”
콰직-!
루시아의 발차기에 내 목검이 두 동강 났다.
음, 뭘까. 내 몸을 두 동강 내 주겠다는 뜻일까?
“타임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전장에 그런 게 어딨어?”
“후후, 이건 시험이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카론 선생님?”
“……그런 건 네놈들끼리 정해라. 나한테 따지지 말고. 루시아, 너는 저런 놈 하나 컨트롤하지 못하나?”
“…….”
퍼억-!
루시아가 카론에게 날아가더니, 이단 옆차기를 시전했다. 그리고.
투다다다다-!
“이놈의 아저씨가! 당신도 여기 껴! 오늘이야말로 승부를 보자!”
갑자기 시작된 카론과 루시아의 격투.
그들을 뒤로한 채 무기 진열장으로 향한 뒤, 목검을 집어 들었다.
안쪽에 제법 굵은 쇠심이 박혀 있는 아주 튼튼한 목검이다.
조금 전, 내가 사용한 것과 똑같은 놈이었다.
‘이걸 주먹과 발로 부순다니. 6성 기사 수준만 되어도 괴물이라는 건가?’
목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전략을 정비했다.
현재 내가 [신의 모방]으로 모방해 둔 스킬은 다음과 같다.
[반사신경], [일섬], [월영], [하늘 가르기]. 그리고.‘비밀무기 한 개.’
[신의 모방]의 힘으로 모두 A급 판정을 받는 스킬들이니,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낼 거다.특히, 레스터 가문의 비기인 [일섬]과 [월영]은 더더욱.
[검술] 스킬도 필요한 거 아니냐고?‘중요한 순간에만 바꾸면 돼.’
[검술] 스킬은 루시아도 갖고 있는 스킬이니까. 언제든지 모방할 수 있다.비기를 사용하기 직전이나, 중요한 순간에만 바꿀 생각이었다.
“루시아 님? 준비 끝났습니다만.”
투다다다다-!
투두두두두-!
“죽어어어어어!!”
“건방진……!”
하지만 나는 이미 그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상태였다.
‘……친해 보이네.’
남자의 질투는 무섭다는 걸 보여 줘야겠다.
[반사신경]을 [검술]로 변경.앞뒤로 벌린 보폭.
검도의 기본인 중단자세.
머리 위로 치켜든 검.
목표를 확인한 후, 힘차게 검을 내리긋자.
하늘에서 심판이 내린다.
루시드 가문류 네 번째 비기.
하늘 가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