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77)
제177화
177화. 쪽지 시험(16)
검을 내리그음과 동시에 대련장이 적막으로 물들었다.
기분이 나빠질 정도의 고요함.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뿐이었다.
한순간 멈췄던 바람이 폭풍으로 바뀌어 대련장에 휘몰아침과 동시에.
쩌저저저저적-!!
대련장이 쩍 갈라졌다. 아니, 갈라진 건 대련장뿐만이 아니다.
구름, 땅, 공기, 심지어는 먼지 한 톨까지.
검로에 있던 모든 게 반으로 갈라졌다.
“…….”
갈라진 대련장 바닥을 사이에 둔 채 서 있던 카론과 루시아.
루시아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버럭 소리쳤다.
“야! 우리 가문의 비기 함부로 쓰지 말라고!”
“후후, 저를 무시한 벌입니다. 남자의 질투는 무서운 법이거든요.”
“흐응~ 확실히 무섭긴 하네. 그래, 너부터 처리하지 뭐. 이 아저씨는 그다음에 처리해도 충분하니까.”
루시아가 슬쩍 도발했지만, 카론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아니, 노려본다고 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아 참, 카론은 내가 다른 가문의 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몰랐지?’
카론이 본 건 개미굴에서 사용한 [일섬]뿐이다.
‘그때는 레스터 가문의 시궁쥐를 꿈꾸다, 레니아와의 거래를 통해 배웠다고 변명했었지.’
나는 천재이기 때문에 한 번 본 것만으로 다른 가문의 비기를 따라 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
현재 이건 루나, 레제, 유리디아, 루시아만 알고 있는 변명이자, 비밀이었다.
그러니 카론이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내가 다른 가문의 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몰랐을 테니까.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오늘 내가 가진 모든 걸 내보일 생각이니까.
‘변명도 통일하는 게 좋을 거고.’
통일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막 변명을 늘어놓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신의 모방]은 마지막까지 유용하게 사용할 스킬.가능하다면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둘수록 좋다.
‘레스터 가문의 시궁쥐를 꿈꾸던 아이이자, 모방의 천재.’
이 정도면 충분할 거다.
숨기고 있다가 카론에게 들키는 것보다는 이런 자리에서 당당히 밝히는 게 좋다.
지금은 나를 지켜 줄 사람이 있으니까.
“후후, 이제야 이쪽을 보시는군요.”
“네놈……! 어떻게 루시드 가문의 비전 기술을…… 그것도 이런 위력으로!”
후후, 비밀입니다.
-라고 말하면 죽일 기세다. 그러니, 장난은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자.
“후후, 저희의 데이트는 나중으로 미루시죠. 지금은 시험 중이니까요.”
물론, 엄청난 심리전이 오가는 데이트다.
단어 하나하나에 내 생명줄이 왔다 갔다 하는 두근두근 데이트!
“……그러는 게 좋겠구나. 기대하마. 아주 뜨거운 데이트가 될 것 같으니.”
아, 아니. 그렇게까지 뜨거운 데이트는 곤란한데.
그냥 루시아의 손에 사고사당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뭐야. 비밀로 하고 있었던 거야? 흐응~ 대단하네. 저 아저씨를 속여 넘기다니.”
“넌 알고 있었단 말이냐?”
“당연하지. 내가 괜히 저놈을 가르쳤겠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말이야.”
“강제로 결혼하기 위해 납치하려던 게 아니었단 말인가…….”
“이, 이 아저씨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난 범죄자가 아니라고!”
“흠, 조금 더 그럴싸한 변명거리를 생각하는 게 좋겠구나. 그 정도 진술로는 실형을 면치 못할 테니 말이다.”
“이 빌어먹을 아저씨가 진짜!!”
투다다다다-!
타다다다닥-!
또다시 둘의 치열한 격투가 시작됐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다.
루시아와 카론 모두.
‘나만 이용해야 한단 말이다! 둘이 친해지지 말라고!’
레스터 가문류 첫 번째 비기.
일섬(一閃).
투콰앙-!
주변을 빛을 빨아들이며 나아가는 한 줄기 거대한 섬광.
대련장을 벗어난 [일섬]이 숲속에 처박히며 거대한 검흔을 남겼다.
카론과 루시아는.
“건방진 놈. 흔적이 남지 않았느냐. 게다가 환경을 훼손하다니. 벌점 1점을 부여하겠다.”
“지도 강사한테도 상·벌점 권한이 있던가? 그럼 나도 쟤한테 벌점 1점 줄래. 나는 몰라도, 이 아저씨는 맞췄어야지!”
당연하다는 듯이 내 [일섬]을 피했다.
‘진짜 괴물들이네.’
아무리 내 스탯이 낮다고는 하지만, A급 판정을 받는 [하늘 가르기]와 [일섬]이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피한다.
적어도 옷깃 정도는 베게 해 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에고고…… 그럼 슬슬 진지하게 해 볼까?”
루시아가 목검을 꺼내 들었다.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걸.
‘신의 모방!’
[반사신경] 스킬은 루시아와 카론 모두 갖고 있다. [검술]을 [반사신경]으로 변경함과 동시에.쩌엉!
루시아가 휘두른 목검이 내 목검과 맞닿았다.
“큭!”
“이야~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이런 것도 못 막았는데.”
“……후후, 이게 다 루시아 님이 힘써 주신 덕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것도 오늘로써 끝이지만.”
“그런 섭섭한 말씀 마십시오.”
내가 내기에서 이기면.
“제자로 받아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인정받을 경우, 또는 다시 한번 놀라게 만들 경우 나를 제자로 받아 준다는 내기.
“……역시 안 되겠다. 마지막 날이라 살살하려고 했는데.”
“예?”
“오늘도 좀 맞자.”
루시아의 눈이 스산하게 빛났다.
“뒈지기 직전까지.”
* * *
쩌엉!
목검끼리 부딪치며 생긴 파열음이 대기에 울려 퍼졌다.
루시아와의 싸움이 시작된 지 어느덧 5분째.
루시아가 공격 일변도 자세를 취했기에, 4분 이상은 방어만 했다고 보면 된다.
‘아니, 4분 30초려나?’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완전히 발리고 있다는 것.
‘물론, 내 수준을 생각하면 엄청 잘 버티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
루시아가 6성 기사급으로 힘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빈틈!”
터엉!
루시아의 목검이 내 목검을 위로 살짝 쳐 내더니, 그대로 한 바퀴 빙글 돌며 오른쪽 다리를 들었다.
발차기다.
곧장 아티팩트를 사용했다. 카론이 준 아티팩트이자, 악마 비네스를 제압한 1등 공신.
[은빛 섬광]을.“으윽!”
루시아의 몸이 살짝 굳은 순간, 곧바로 몸을 뒤로 뺐다.
후웅!
루시아의 발이 호쾌한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갈랐다.
이 [은빛 섬광]이 있었기 때문에 5분이라는 시간을 버텨 낼 수 있었다.
위기에 빠질 때마다 [은빛 섬광]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스턴을 먹이고, 위기를 탈출한 거다.
목검을 양손으로 쥐고 있는데 [은빛 섬광]의 버튼은 어떻게 눌렀냐고?
……입술로 눌렀다.
그렇다. 현재 나는 회중시계 형태를 한, [은빛 섬광]을 입에 물고 있는 상태였다.
꾹꾹. 아주 잘 눌린다.
단점이라면 침을 질질 흘린다는 거?
“아오! 그거 진짜 귀찮은 물건이네!”
“푸후후, 어더습니까, 데다의 시력이.”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먹겠거든? 그거 좀 입에서 떼고 말해!”
쩌엉!
하지만 [은빛 섬광]은 5턴이라는 쿨타임을 가진 아티팩트.
항상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큭!”
이럴 때는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막는 것만으로도 손이 덜덜 떨린다.
“죽어랏!”
이렇게 연약하고 귀여운 학생을 죽이겠다니. 제정신인가?
루시아의 매서운 찌르기.
저거에 맞았다간 꼬치구이처럼 몸이 꿰이고 말 거다.
목검을 살짝 내민 채 몸을 한 바퀴 빙글 돌렸다.
동시에 [눈 뜨기]를 사용했다.
레스터 가문류 두 번째 비기.
월영(月影).
한 번, 어떤 공격이든 막아 낼 수 있는 레스터 가문의 두 번째 비기.
[신의 모방]으로 인해 A급 판정을 받고 있었기에 루시아의 찌르기는 충분히 막아 낼 수 있다.문제는 루시아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거다.
“벌써 세 번째 보는 거거든?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제는 아니지.”
뒤쪽에서 들린 서늘한 목소리.
동시에 땅을 박차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드디어 잡았다, 쥐새끼.”
역동작에 걸렸다.
피할 수 없다. 막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다. 마지막 방어 수단을 사용하는 수밖에.
“실드!”
반투명한 반구가 내 주위를 감쌌다.
카론에게 받은 아티팩트, [이름 없는 신도의 반지]에 있는 실드다.
쩌저정-!
6서클 급의 공격까지 막을 수 있으니, 힘을 제한하고 있는 루시아의 공격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공격 기회를 잡는 건 덤이다.
[눈 뜨기]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레스터 가문류 첫 번째 비기.
일섬(一閃).
빛을 삼키며 뿜어진 한 줄기 섬광.
막는 순간, [하늘 가르기]를 사용하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휘릭-.
루시아가 허리를 뒤로 꺾더니 [일섬]을 피해냈다.
날렵한 몸놀림이다. 짜증 날 정도로.
콰가가가각-! 쾅!
[일섬]에 의해 애꿎은 숲이 터져 나갔다.그곳으로 카론이 달려가더니, 주변의 나무를 미친 듯이 베기 시작했다.
[일섬]의 흔적이 남는 걸 막기 위해서다.처음에는 귀엽게 보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카론의 분노가 온몸에 피어오르고 있는 게 눈에 보이기도 했지만.
‘저것도 벌써 네 번째나 반복되는 일이니까.’
[일섬], [하늘 가르기], 심리전, 아티팩트의 활용까지.하지만.
루시아에게는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물고 있던 [은빛 섬광]을 토해 냈다.
“응? 뭐야, 이제 끝?”
“후후, 뭐가 통해야지 말이죠. 6성 기사의 힘만을 사용하고 있는 거 맞습니까?”
“당연하지. 심지어 나는 비기도 안 사용하고 있다고. 이 정도면 엄청나게 봐주고 있는 수준이고.”
카론도 딱히 제지하지 않고 있으니 루시아의 말은 사실일 거다.
애초에 6성 기사면 어딜 가든 대접받을 수 있는 실력자라고 듣기도 했고 말이다.
“뭐, 반응을 보아하니 밑천이 드러난 건 맞는 모양이네. 이만 끝내자. 아, 한 가지 알려 줄까?”
“뭐죠?”
“네가 공격할 때, 왼발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80% 이상이야. 오른발이 먼저 움직일 경우, 공격 의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치지.”
“…….”
“여러 번 싸워야 하는 상대가 있거나 토너먼트라면, 습관을 들키지 않도록 해. 이게 너에게 주는 마지막 가르침이 되겠네.”
습관이라.
확실히 무서운 놈이다. 나에게도.
그리고 루시아에게도.
“이 정도면 잘 싸운 거니까 울지는 말고.”
“후후, 루시아 님이나 울지 마십시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항상 패기는 넘쳐서 좋아. 실력이 그걸 못 따라와서 그렇지.”
조금 전에는 잘 싸운 거라고 하지 않았니?
하여튼 변덕쟁이가 따로 없다.
“간다.”
퉁!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루시아가 땅을 박찼다.
칵! 카가각-!
몇 번의 검격 교환. 위기는 금세 찾아왔다.
루시아가 내 심장을 향해 목검을 내지른 거다.
[월영]은 파악당했고, [은빛 섬광]은 물고 있지 않으며 [실드]도 쿨타임이다.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래서 나는.
[플뢰르 가문류]의 자세를 취했다.“……!”
[플뢰르 가문류]는 비기지만, 수련법으로 판별된 상태다.루시아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퉁!
루시아가 뒤로 물러났다.
루시아가 물러난 이유. 바로 ‘습관’ 때문이다.
‘내 습관을 파악했다고?’
그럴 거다. 난 초보자니까.
항상 다르게 싸우려고 노력했지만, 루시아는 기사의 끝자락에 도달한 존재.
검을 휘두르는 각도, 전술, 사용하려는 비기.
심지어는 내가 모르는 습관까지 꿰고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루시아는 자신의 습관을 드러낼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설사 내가 습관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걸 이용할 수도 없을 거고.
그러나.
‘없는 빈틈을 만들어 내는 것.’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바로 이런 식으로 말이다.
씨익-.
슬쩍 웃음을 흘렸다.
그렇다. 이건 속임수다. [플뢰르 가문류]의 자세를 취하며 ‘뭔가 있는 척’을 하는 속임수.
대련 중에 이랬던 적은 없으니, 루시아로서는 조심하는 게 당연했다.
“이게!”
자신이 속았다는 걸 깨달은 루시아가 나를 향해 곧장 달려왔다.
[일섬]이나 [하늘 가르기]를 사용하기 전, 막으려는 거다.‘계획대로야.’
5분 동안 쉬지 않고 쏟아 내는 공격, 마지막이라고 선언, 속았다는 분함까지.
공격적으로 임할 거라고 생각했다.
양손으로 단단히 잡은 목검.
목검의 손잡이 부분을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
목검의 끝은 달려오는 루시아에게 향해 있었다.
‘비장의 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자세다.
루시아가 상대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온종일 생각했다.
루시아를 상대로, [신의 모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은 무엇일까.
마법은 쿨타임이 존재하므로 기각, 유리디아의 [데몬 슬레이브]도 같은 이유로 기각.
[일섬], [대지 뒤집기], [하늘 가르기] 등등.강력하지만 모두 루시아가 아는 비기이니 제외다.
내 습관을 알고 있듯, 모든 비기의 자세를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루시아가 모르는 비기 중, 가장 강력한 비기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게 바로.
내가 선택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목검을 앞으로 내지르며 [신의 모방]에 저장해 둔 비기를 사용했다.
다이크 세 번째 오리지널 비기.
슐리쉘(Schlüss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