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78)
제178화
178화. 쪽지 시험(17)
쇄액-!!
비스듬히 내지른 목검이 공기를 찢으며 나아갔다.
내가 듣기에도 소름 끼치는 파공음이다.
슐리쉘(Schlüssel).
조금 전, 다이크에게 부탁해 [신의 모방]으로 모방한 그의 세 번째 오리지널 비기다.
양손으로 검 자루를 단단히 붙잡고, 가슴 높이에서 앞으로 내지르는.
‘최속의 찌르기 기술.’
슐리쉘은 ‘열쇠’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했으니, 어떤 동작인지 대충 유추할 수 있을 거다.
내가 비장의 무기로 찌르기를 선택한 이유.
루시아와 대련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기 때문이다.
‘찌르기 공격이 가장 대처하기 어렵다.’
베기나 찍기는 비교적 막기 쉬운 편이다.
동작이 크기도 하지만, 경로에 검을 놓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공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찌르기는 그렇지 않다.
달려오면서 붙는 가속도도 무섭지만.
‘일점을 노리고 들어오는 점 형태의 공격이라는 것.’
날카롭고 얇은 검 끝을 막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심지어 자신이 들고 있는 게 ‘검’처럼 폭이 얇은 무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내 몸에 구멍을 내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검으로 막는다?
불가능한 일이다. 막기도 전에 몸 어딘가가 꿰뚫릴 거다.
‘운 좋게 위치를 잘 잡아 막는다고 해도 튕겨 나가며 몸 한군데에 구멍이 뚫리겠지.’
물론, 루시아 정도의 실력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대련에서 내 찌르기를 막은 적도 몇 번 있기도 했고.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현재 루시아는 속았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돌진해 오는 상황.
그리고 내 찌르기는 일반적인 찌르기가 아닌, 다이크의 비기 중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비기다.
‘이런 상황에서 찌르기를 막는 건 불가능할 거다!’
루시아에게 남은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맞서 찌르거나 피하는 것.
하지만 지금 내가 시전한 건 루시아도 처음 보는 비기.
섣불리 맞서 찌를 생각은 하지 않을 거다.
즉, 루시아는 피하는 걸 선택할 것이고.
‘도망친 방향으로 따라붙으며 일섬을 사용해 마무리 짓는다!’
찌르기를 억지로 피하느라 무너진 자세.
그 자세에서 [일섬]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면?
6성 기사급의 힘으로는 막아 내기 힘들 거다.
루시아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보인다.
모두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어서 선택하시지.’
거리를 좁히면 좁힐수록 [일섬]의 파괴력은 배가 될 거다.
루시아의 움직임에 온 정신을 집중하던 때였다.
그런데.
쩌엉!!
“……!!”
나는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일순간 튄 불꽃 때문이 아니다.
‘이걸 막았다고!?’
그렇다. 내 비장의 찌르기가 막혔다.
현재 루시아는 목검을 가로로 눕힌 후, 검날을 왼손으로 단단히 받친 상태다.
그리고 내 목검의 끝은 루시아의 목검 중앙 부분에 닿은 채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일점을 노리는 찌르기를 검으로 막는다.
그 불가능한 일을 루시아가 해낸 거다.
‘이 빌어먹을 괴물이……!’
충격으로 인해 쇠심이 살짝 드러난 루시아의 목검. 그 뒤에서 루시아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이토록 강력하고 막기 힘든 찌르기를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
공격 실패 이후 빈틈이 많아진다는, 찌르기의 치명적인 문제점 때문이다.
퉁!
루시아가 내 목검을 가볍게 쳐 내더니, 일직선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로 깔끔한 동작.
재빨리 땅을 구르며 그 공격을 피해 냈다.
데굴데굴-.
루시아의 동작만큼이나 깔끔한 회피.
그걸 인정한다는 걸까. 루시아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흐응~ 하여튼 위기의 순간에는 그 누구보다 잽싸단 말이지.”
“후후, 루시아 님이 보기에도 아름다웠나 보죠?”
“아니. 지저분했는데. 바퀴벌레 같은 움직임이었달까? 아, 물론 칭찬이야. 그것도 아주 극찬이지.”
루시아가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더니, 쇠심이 드러난 목검을 목 뒤에 가볍게 걸쳤다.
“아쉽네. 검이 가벼웠어. 대검이었다면 막지 못했을 것 같네.”
“…….”
그렇다. 다이크의 무기는 대검인 반면, 나의 무기는 일반적인 양날 검.
하지만 그 차이 때문에 이 작전이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대검을 들고 왔다면 숙련도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을 것이고, [일섬]과 [하늘 가르기]의 속도도 크게 차이가 났을 것이다.
‘그 전에 루시아의 의심도 샀을 거고.’
평소 사용하지 않는 대검을 들고 왔다면 루시아가 경계를 했을 테니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다.
그러니 단순히 무기의 차이로 인해 내 전략이 실패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내가 깐 밑밥이 몇 갠데!’
개인 훈련을 할 때나 취하던 [플뢰르 가문류]의 자세로 루시아를 한 걸음 물러나게 만들고.
분노를 유발, 숨겨 뒀던 다이크의 비기 사용.
여기에 [눈 뜨기] 스킬을 이용한 심리전까지 사용했었다.
‘이번에는 눈 뜨기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루시아를 처음 만났을 때도, 한 달간 대련을 할 때도, 그리고 지금 이 5분간의 싸움에서도.
비기를 사용할 때는 항상 [눈 뜨기] 스킬을 함께 사용했다.
상대를 긴장하게 만들거나 당황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제로는 비기를 사용할 때마다 눈을 뜬다’라는 걸.
학습시켜 둔 거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그런데…….
‘슐리쉘을 사용할 때는 눈을 뜨지 않았음에도, 비기라는 걸 눈치챘다.’
그렇다. 이 작전이 실패한 건 순전히 루시아가 강했기 때문이다.
내 상상 이상으로.
“……후후, 진짜 자비가 없으시군요. 좀 봐주셔도 되는 것 아닙니까?”
“응~? 뭐라구우~? 약자의 말이라서 그런가. 전혀 들리지 않는걸?”
“그 약자에게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 아주 보기 좋군요. 제국의 귀감입니다, 귀감.”
“전혀 최선을 다하지 않았거든? 나는 6성 기사 수준의 힘만 쓰고 있다고!”
“음? 제 말이 들리신 겁니까? 그렇다면 전 약자가 아니겠군요.”
“……하여튼 저 혀를 어떻게 뭉개 버리든가 해야지 원.”
루시아가 투덜거렸다.
말투는 담담하지만, 현재 내 속은 분통이 터진 상태다.
‘이 빌어먹을 똥게임!’
이 정도면 충분히 보여 줬잖아! 대체 어떻게 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데!
승리를 위한 길이, 돌파구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이게 진짜 깨라고 만든 퀘스트란 말인가?
“그만. 시험은 여기까지다.”
속으로 울분을 토하던 중, 카론이 우리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을 너무 허비했군. 다음 조의 시험도 있으니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다.”
끝이라고? 이렇게 허무하게 퀘스트가 끝난단 말인가?
“……제 점수는 어떻게 되죠?”
“인정하긴 싫지만, 만점이 주어질 거다. 6성 기사를 상대로 혼자 버틴 것도 놀랍지만, 6성의 극한까지 힘을 끌어냈으니 말이야.”
“아니거든? 이제 막 6성에 도달한 수준의 힘만 썼거든?”
“이제 자기가 힘을 얼마나 썼는지도 모르는 거냐? 늙긴 한 모양이구나.”
“누, 누가 아줌마라는 거야!”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다만.”
루시아가 카론의 어깨 위에 올라타더니 머리를 마구 쥐어뜯었다.
꽤 볼만한 상황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 정도로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거냐? 욕심이 과하구나.”
“그래, 그만 포기하는 게 어때? 이 정도면 엄청나게 잘한 거라고. 점수도 만점이라고 하고.”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 그 선을 모르는 건 객기에 불과할 뿐이야.”
……포기하라고?
문득, 지구에서의 삶이 떠올랐다.
고아로 시작한 삶. 그때부터 내게 인생은 포기의 연속이었다.
군것질 하나 하기 힘들었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읽고 싶었던 책 하나 갖기 힘들었던 중·고등학생 시절.
장학금을 타 내기 위한 공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이 끝나 버린 대학생 생활.
고생 끝에 마침내 도달한 사회(社會)라는 세상.
하지만 그곳도 포기할 것 천지였다.
그동안 내가 포기하지 않은 거라곤.
‘이 게임 하나뿐이지.’
우연히 초등학교 시절에 접하게 된 「아카데미의 영웅」.
이 게임…… 아니, 이 세상 하나뿐이었다.
그러니 포기할 수 없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이 세상만큼은.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쓰러트려 주십시오.”
“굳이 그럴 이유가 있을까?”
“후후, 다음 시험 진행을 못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만으로도 저를 쓰러트릴 이유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만?”
짜증 난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던 루시아.
이내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휴, 그래. 대신 아프다고 뭐라 하기 없기다.”
다시 루시아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휘두르고, 막고, 비기를 사용하고, 속임수를 사용하고.
루시아는 너무나도 쉽게 내 공격을 막아 낸다.
퍼억!
루시아의 목검이 내 몸에 닿았다.
아프다. 당장이라도 드러누우며 ‘선생이 사람을 친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다.
“더 할 거야? 나도 더 이상 못 봐준다.”
“……후후, 바라는 바입니다.”
“후회하지 마라.”
목검이 계속해서 내 몸을 두들겼다.
치명상은 최대한 피하기 위해 애썼다.
어디 한군데를 제대로 맞는다면, 카론이 즉사라며 시험을 중지할 테니까.
퍼억!
괴물이다.
비기도, 아티팩트도, 심리전도, 꼼수도, 그토록 자랑하던 고인물의 지식도.
그 무엇도 통하지 않는다.
노력이 부정당한다.
지금까지 내가 보내온 시간이, 쌓아 온 내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고 세상이 속삭이는 것만 같다.
-그래, 노력이 항상 좋은 결과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를 비웃으며 배신하는 경우가 더 많지.
체력이 떨어져서일까, 정신력이 다해서일까. 아니면 루시아가 나를 두들겨 패고 있기 때문일까.
목소리가 들린다.
-세상은 당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당신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요?
처음 듣는 목소리지만, 누군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대사다.
너무 많이 봐서, 첫 문장만으로도 끝 문장을 알 수 있는 그들의 대사.
-기회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실패와 성공의 반복. 그게 바로 인생 아니겠는가?
게임 속에서 영웅이라 불리던 자들과.
끝내 영웅이 되지 못하고 끝을 맞이한 자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희생한, 나만이 알고 있는 영웅들의 아우성이.
조각조각 편린이 되어 내 귓가에 휘몰아친다.
꽈악-.
검을 바로 잡고 바로 섰다.
그래, 실패하는 게 뭐 어떻단 말인가? 애초에 실패한다고 해서 죽는 퀘스트도 아닌데.
애초에 처음 본 히든 피스와 퀘스트.
처음부터 깨려 했던 게 내 욕심일지도 모른다.
‘실패라면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도 해 봤다!’
그래, 나는 알고 있다.
실패라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조각들이라는 걸.
그 사실을 이 게임이.
이 빌어먹을 세상이.
바로 너희들이.
‘나한테 알려 준 거잖아!’
그러니까 내게.
감히 포기를 종용하지 말란 말이다!
“하아아아아아압!!”
따아악-!!
허무할 정도로 청아한 소리.
내가 수직으로 내리친 목검이 루시아의 목검에 닿아 있었다.
단순한 휘두름.
막을 가치조차 없었던 일격.
하지만 어째서일까. 루시아는 목검 뒤에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내, 루시아와 카론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합격.”
“……합격이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말.
그와 동시에 수 개의 정보창이 내 눈앞에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특수한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현재 상황에 맞는 보상을 계산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 [축하합니다! 전용 스킬을 개화합니다.] [제로 오리지널F]첫 번째 오리지널 비기 – 진심 내려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