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79)
제179화
179화. 쪽지 시험(18)
“예?”
“합격이라고. 인정하긴 싫지만, 어쩔 수 없네. 그렇지, 아저씨?”
“……흥, 네놈치고 그럴싸한 일격이었다.”
루시아가 팔을 살짝 굽히더니, 팔꿈치로 카론을 툭툭 쳤다.
“칭찬을 하려면 제대로 해. 솔직히 대단한 일격이었던 건 맞잖아?”
“네 수준에서는 그렇겠지.”
“이 빌어먹을 아저씨가!”
우다다다다-!
타다다다닥-!
또다시 시작된 루시아와 카론의 격투.
말릴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내가 끼어들 수 있는 수준의 싸움이 아니기도 하고.
눈동자를 살짝 움직이며 허공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에는 각종 정보창이 떠올라 있었다.
[제로 오리지널 : F]-새로운 스킬을 창안하실 수 있습니다.
-본 캐릭터에 적합한 스킬만 창안 가능합니다.
창안 조건 : ???
첫 번째 오리지널 비기 – 진심 내려찍기
‘오, 오리지널 비기라고?’
아무리 나라고 해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리지널 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주연, 조연, 엑스트라 등.
이 게임에 원래 존재했던 캐릭터들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가 ‘오리지널 비기’를 만들어 냈다는 건 들어 본 적도 없다.
그나마 가능했던 거라곤 스킬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우리 또한 가능한 일이었단 말인가?’
루시아의 지도를 받은 덕일까?
‘아니.’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루시아와의 인연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수만 번 반복했던 게임의 경험이.
그동안 내가 경험한 비기가, 대련을 통해 쌓인 경험이.
노력이, 간절한 마음이.
나만의 비기를 만들어 낸 거다.
주먹이 절로 쥐어졌다.
최초로 오리지널 비기를 창안해 낸 유저가 되기도 했지만.
강해질 수 있는, 이 세계의 ‘진짜’가 될 수 있는 기회니까.
‘나만의 비기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까지 할 수 있다니.’
[플뢰르 가문류]를 얻었을 때도 기뻤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른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다만,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진심 내려찍기라고? 이름이 뭐 이따위야!’
그렇지 않은가. 대륙파멸참이라거나, 흑룡파라거나, 북두난무라거나!
멋있는 기술명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진심 내려찍기라니!
어디 가서 펼쳐 보이기도 민망한 이름이다.
“아저씨, 근데 이렇게 합격시켜 줘도 되는 거야?”
“……어차피 만점이었으니 상관없다.”
“너무 대충이네. 그러다 아카데미에서 잘리면 어쩌려고 그래?”
“그보다는 네 목이 잘리는 게 더 빠를 것 같으니 신경 쓰지 말도록.”
“재수 없는 말을 하다니! 이 빌어먹을 아저씨가!”
파바바바박-!
투다다다다-!
음, 그렇구나.
이번 시험은 어디까지나 강자를 마주했을 때의 태도와 대응을 보는 시험.
마음가짐을 보는 시험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걸 무시하고, ‘합격’이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올 만큼 내 일격이 대단했다는 걸까?
‘그렇다면 기상천외한 플레이나, 비기, 꼼수에 의존하는 게 아닌, 순수한 실력으로만 승부를 해야 이 퀘스트를 깰 수 있었다는 건데…….’
어쩌면 [플뢰르 가문류]와 연계된 히든 피스가 발동한 것인지도 모른다.
[플뢰르 가문류] 또한 결국 ‘플뢰르’라는 가문의 검술.제 가문의 검술이 최고라는 걸, 자신이 휘두르는 검의 길이야말로 정도(正道)라는 걸 알고 있는 가문이 [플뢰르 가문류]가 최고라는 걸 증명하기를 원할 리 없다.
그렇다면.
‘자세를 단련하며 능력을 키우고, 본인만의 검술을 갈고 닦으라는 건가?’
스탯을 올리고, 본인만의 비기를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것.
만약 이게 [플뢰르 가문류]의 창안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거라면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제 가문의 검술을, 개인의 검술을 연마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니까.
‘그렇다면…… 언젠가 대륙의 모든 사람들은 [플뢰르 가문류]를 기반으로 삼을지도 모르겠군.’
자세를 수련하는 것만으로도 강해지고, 본인만의 검술을, 비기를 창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검술.
대륙 전체에 플뢰르 가문의 명성이 울려 퍼질 거다.
‘르앵 선생…… 생각보다 일이 커질 것 같군요.’
나만의 비기를 얻었지만, [플뢰르 가문류]의 수련도 소홀히 하지는 않을 거다.
스탯을 올릴 수 있기도 하지만.
‘내가 마지막 계승자니까.’
[플뢰르 가문류]와 [제로 오리지널].두 개 모두를 연마하고, 모든 무술의 극의는 같다는 플뢰르 가문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파하는 거다.
‘만약, 대륙의 모든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면…… 게임 클리어가 한결 쉬워질지도?’
귀족, 기사, 평민, 천민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스탯을 조금씩 올린다면?
악마와의 대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제 가문이 있는 귀족이나 기사들은 받아들이려는 척도 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받아들인다면…… 생각보다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앤우드 아카데미는 교육의 성지이자, 제국 곳곳에 뻗어 나가는 물결의 시작점.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에서 받아들인 수련법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앞다퉈 [플뢰르 가문류]의 기본 동작을 수행할 거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니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편견이 없을 터.
물론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앤우드 아카데미는 귀족들의 비율이 반절을 차지하는 곳이니까.
하지만.
‘아주 좋은 방법이 떠올랐거든.’
아카데미생들이 [플뢰르 가문류]의 기본 동작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아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방법이.
떠오르고 말았다.
“후후…….”
“……?”
“후후후후후후후!”
“……아저씨, 얘 미쳤나 봐. 어떻게 좀 해봐.”
미쳤다니. 그런 실례되는 말을!
슬쩍 눈을 돌리며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루시아 드 루시드의 인정(0/1)] [루시아 드 루시드 놀라게 하기(1/1)]여전히 첫 번째 조건은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스르륵 몸을 움직이며 루시아와 밀착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이에 정산할 게 하나 있었죠.”
“응?”
“저를 인정할 시, 제자로 받아 준다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
기억을 떠올린 걸까.
루시아의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설마 약속을 어기신다거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죠?”
“그, 그걸 꼭 지켜야만 할까? 왜,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다. 그런 말도 있잖아?”
“후후, 그런 훌륭한 말이 존재한단 말입니까? 루시드 가문의 비밀. 그걸 당장이라도 떠벌리고 싶어질 정도로 훌륭한 말이군요.”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던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 그건 나중에 얘기하는 게 어떨까? 지, 지금은 시험이 진행 중이니까!”
“뭐, 그러시죠. 특별히 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스승님이시니까요.”
“사, 사랑!? 스, 스승!? 우욱!”
비틀비틀 풀숲으로 향한 루시아.
그곳에서 뭔가를 게우는 소리가 울렸다.
왜 저러는 걸까. 듣기 좋은 말만 해 줬는데.
아쉽지만 정산은 잠시 뒤로 넘기기로 했다.
루시아의 말대로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지만.
‘정산 타임이 따로 존재하는 모양이군.’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긴 에피소드를 마무리 짓거나, 보상을 받을 캐릭터가 여럿일 경우.
몰아서 한 번에 보상을 주고는 했다.
‘그럼 루나와 레제도 보상을 받는다는 건가?’
나와 함께 루시아의 지도를 받은 루나도 그렇지만, 레제도 알 수 없는 스킬을 배우는 중이기는 했다.
두 아이는 어떤 보상을 받게 될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호오, 정산이라…….”
그때였다. 카론이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후후, 루시아 님과 계산해야 할 게 있어서 말입니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 네놈도 나와 정산할 게 있지 않았나?”
“예?”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숨긴 일에 대한 계산 말이다.”
카론의 눈이 불타오르다 못해 펄펄 끓어올랐다.
[일섬] 외에 다른 가문의 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루시아와의 거래, 제자가 되기까지.하나도 보고를 안 했으니 카론이 불타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린 비즈니스 관계니까.
“후, 후후……. 조금 전 루시아 님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군요.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라는 말. 아주 훌륭한 말 아닙니까?”
“호오…… 확실히 훌륭한 말이구나.”
카론은 나에 대한 비밀을 딱히 쥐고 있지 않은 상태.
내가 루시아에게 했던 것과 달리, 협박을 하지는 못할 거다.
“대신 머리를 깨 줄 수는 있지.”
“예?”
“물론 으깨는 것도 가능하다. 원하는 걸 말하도록 해라. 그 정도 선택권은 줄 테니.”
음, 그렇구나. 비밀을 쥐고 있는 것보다 눈앞에 있는 주먹이 더 무서운 거였구나?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면 뭐 하나? 힘으로 묻어 버리면 그만인데.
이렇게 또 세상의 이치를 하나 깨닫는다.
역시 이 게임은 정말 대단한 게임이다.
사회 경험(?)을 미리 시켜 주는 갓게임이라고나 할까.
“나, 나중에 얘기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은 시험이 진행 중이니까요.”
“……그렇군. 아주 천천히 대화를 나눠 보자꾸나. 1평 남짓한 공간이면 얘기하기에는 충분하겠지.”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천천히 얘기하자니.
생각보다 훨씬 뜨거운 데이트(?)가 될 모양이다.
‘뭐, 변명거리는 다 준비해 뒀으니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의 비기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유?
천재니까!
루시아의 제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천재니까!
루시아와 거래를 한 이유?
천재니까(?).
천재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80%는 해결할 수 있다.
[일섬], [월영], [하늘 가르기]를 눈앞에서 사용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을 터.즉,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마지막 조의 시험을 관람하며 팝콘을 먹는 것.
그거 하나뿐이었다.
[아공간]에서 팝콘과 위장용 선글라스를 꺼내 들었을 때였다.“……지금 뭐 하는 거냐?”
“후후, 다음 조의 관람을 위한 밑 준비랄까요.”
“다른 조의 시험을 보는 건 금지되어 있을뿐더러, 탈락하는 즉시 이곳을 떠나는 게 원칙이다. 그러니 어서 나가도록.”
카론이 손가락으로 출구를 가리켰다.
음, 역시 카론이다.
진짜 짜증 나는 놈이라는 뜻이다.
“제게는 다음 조를 지켜볼 자격이 있습니다.”
“자격? 무슨 자격이 있단 말이냐?”
“후후, 제가 바로 루나 양의 엄마이기 때문이죠.”
“……네놈 여자였던 거냐?”
카론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내가 여자라니! 내가 귀엽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건실한 남자라고!
큰 사람에 대한 모욕이다. 물론, 키 얘기다.
“자식의 성장을 눈앞에서 보고자 하는 이 마음! 이게 엄마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
카론의 눈이 짜게 식었다.
헉! 만약 카론이 루나의 아빠라고 친다면…….
그럼 우리 둘이 부부?
빠악!
“왜 때리십니까!”
“네놈이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눈에 다 보여서 그렇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거냐!”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니!
……확실히 그렇긴 하다.
하지만 이건 모두 카론 탓이다.
내가 관람하도록 자유를 보장해 줬으면 이럴 일도 없었을 것 아닌가!
“으으, 큰소리치지 마. 속이 울린다고.”
조금 핼쑥해진 루시아가 풀숲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콩!
그리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뭐야! 다들 왜 나를 괴롭히는 거야!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양쪽 볼을 가득 부풀리며 불만을 표했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루시아와 카론은 대화하기 바빴다.
“다음 조도 그냥 내가 볼게. 그래도 되지?”
“어째서지?”
“한 명 살펴봐야 할 아이가 있기도 하지만, 화풀이를 좀 해야겠거든. 속이 뒤집혀서 미치겠어.”
“……살살하도록.”
루시아가 대련장 위에 올라선 뒤.
머지않아 루나와 다이크를 포함한 14조 아이들이 등장했다.
‘생존자는 총 일곱인가.’
카론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루나가 루시아에게 얻어터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 같다.
그런 그에게 슬쩍 팝콘 봉지를 들이밀었다.
“후후, 좀 드시겠습니까?”
“……너나 많이 처먹도록.”
뭘 모르는 놈이다. 이럴 때 먹어야 꿀맛인 법이거늘.
챱챱-.
‘우리 루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으려나?’
사실 루나에게는 별다른 작전을 짜 주지 않았다.
레제를 우수반에 들어오도록 하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었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도 있지만.
‘저 로리콘…… 아니, 카론이 그냥 합격시켜 줄 테니까.’
1, 2관문은 성실히 설명해 준 반면, 3관문은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았다.
다이크를 방패로 이용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했을 뿐.
“6성 기사 수준의 힘을 사용할 거야. 너희들은 나를 제압하면 승리, 실패하면 패배. 당연히 승리했을 때의 점수가 더 높겠지?”
루시아의 은은한 미소와 함께.
드디어.
마지막 조의 시험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