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84)
제184화
184화. 스승과 제자(3)
‘이런 쓰레기 같은 칭호를 받을 줄이야…….’
성장할 때는 보상을, 실수할 때는 페널티를 받는 칭호.
이런 종류의 칭호는 스승의 현재 명성치가 중요하다. 쉽게 말하자면.
‘올라갈 곳이 있느냐, 없느냐.’
유저들은 명성치를 5단계로 분류하곤 했다.
영웅급, 대륙급, 제국급, 왕국급, 벼룩급.
현재 루시아의 명성치는 45,098.
대륙급에 가까운 제국급이다. 모든 제국민이 루시아의 이름을 알고, 대륙의 90%가 루시아의 이름을 아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명성.
‘50,000부터 대륙급으로 분류되지.’
참고로 영웅급은 100,000부터다.
아무튼, 현재 루시아가 오를 수 있는 자리는 영웅급과 대륙급뿐이다.
이걸 달리 말하면.
‘보상을 받을 기회는 두 번뿐.’
뭐, 나쁘지 않다. 대륙급도 머지않은 수치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내가 이 칭호를 ‘쓰레기’라고 말하는 이유.
빈번하게 발생하는 페널티 때문이다.
이 칭호는 웃기게도 명성이 깎일 때마다 페널티가 적용되는데.
운이 없다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페널티를 받기도 한다.
즉, 보상을 받을 기회보다 페널티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뜻이다.
만약 루시아가 죽기라도 한다면…….
‘영웅에 오르지 않고 죽을 경우, 무조건 반절의 명성치가 날아간다.’
명성치 몇만이 사라지는 페널티?
캐릭터 삭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로 압도적인 페널티를 받게 된다.
그러니 내가 ‘쓰레기 칭호’라고 말하는 게 당연했다.
‘이런 18 같은 일이…….’
내 명성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진짜 욕이지.
욕이 안 나오려야 안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 표정은 뭐야? 내 제자가 되는 게 네 소원이었잖아.”
“후후, 지금까지 제자가 한 명도 없으셨던 겁니까?”
“응.”
“……어째서죠?”
“귀찮으니까.”
루시아의 당당한 외침.
옆에 있던 카론이 인상을 찌푸렸고, 그와 동시에.
[루시아를 눈여겨보던 누군가가 실망했습니다.] [루시아의 명성치가 150 감소합니다.] [명성치 감소로 인한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체력 스탯 –1.] [현재 루시아의 명성치. 44,948]“크아아아아아악!!”
“뭐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내 제자가 된 게 그렇게 좋니?”
그 반대다. 이 빌어먹을 게으름뱅이야!
내 소중한 스탯을, 피나는 노력으로 힘들게 올린 스탯을 1초 만에 날려버리다니!
비명을 안 지르려야 안 지를 수가 없었다.
“에휴, 이런 수상하고 괴팍하고 이상한 놈이 제자라니…… 진짜 싫다.”
“후후, 그러면 취소하셔도 괜찮은데 말이죠.”
“응~ 싫어. 절대 취소 안 해~.”
내 스탯을 감소시켜 놓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참교육이 필요하겠군.’
나의 분노를 받아라, 루시아!
째릿-.
맹렬히 루시아를 째려봤다.
뒤통수가 따끔해서 견딜 수가 없을 거다.
그 사실을 증명하겠다는 듯, 루시아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한참이나 뒤통수를 긁적거리던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너네도 내 제자해라.”
“네?”
“저런 놈이 내 제자라고 떠들고 다니면 무슨 헛소문이 돌지 모른다고. 뭐, 내가 너희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제자 2호, 3호 해.”
“루, 루시아 님, 그, 그게 정말인가요?”
“제, 제자…… 영웅의…….”
루나가 기겁했고, 레제는 또다시 기절했다.
동시에 홀로그램창이 떠올랐다.
[특전 보상이 주어집니다.] [파티원인 루나, 레제의 고유 스킬 등급이 한 단계씩 상승합니다.]정보창을 확인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루나의 [레스터 가문류]가 C로, 레제의 [레리아 가문류]가 E로 한 단계씩 상승해 있었다.
‘말도 안 돼……!’
내가 기겁한 이유. 루나의 스킬 등급 상승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에 D급으로 스킬을 올린 루나다.
등급을 올릴 때마다 필요한 숙련도가 상승하는 편이니, 아무리 잘 쳐줘도 20%의 숙련도가 쌓였을 터.
‘그런데 등급이 상승했다?’
이게 의미하는 건 하나뿐이다.
루시아의 특전 보상은.
‘가문의 스킬 등급을 한 단계씩, 조건 없이 상승시키는 최상급 보상……!’
재빨리 정보창을 켰다.
[플뢰르 가문류C]. 변화가 없다. 이번에 얻은 [제로 오리지널F]도 마찬가지였다.‘……파티원만 올려주는 건가.’
아쉽다. 진짜 미치도록 아쉬웠다.
루시아의 특전 보상.
가문 스킬이 A급이었어도 S급으로 조건 없이 승급시켜 줄 가능성이 크다.
‘이 게임에는 입학 당시, A급의 가문 스킬을 갖고 있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그런 캐릭터 두세 명을 파티원에 넣은 뒤 루시아의 시험을 통과한다면?
최종 보스까지 손쉽게 갈 수 있을 거다.
‘다음 플레이 때 꼭 써먹어야겠어.’
물론 그것도 내가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스,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물론이지.”
“스승님! 제자 루나가 인사 올립니다!”
“호호호! 그래. 역시 제자라면 너처럼 귀여운 맛이 있어야지. 저런 괴상망측하고 어딘가 끈적한 놈 말고.”
그건 이쪽에서 할 말이다. 쓰레기 같은 칭호 효과는 이쪽도 받고 싶지 않단 말이다!
‘응? 가만 보자…….’
[루시아의 첫 번째 제자]라는 칭호 효과.두세 번째 제자에는 적용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첫 번째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법이니까.
‘루나에게 첫 번째 제자 자리를 넘긴다면?’
[루시아의 첫 번째 제자]라는 칭호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루나의 얼굴에 바싹 얼굴을 붙인 뒤, 조용히 속삭였다.
“후후, 루나 양. 제가 항상 사랑한다고 말했던가요?”
“내가 경고했을 텐데? 나한테 반하지 말라고.”
“그 누가 루나 양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귀여우신데요.”
“난 귀여운 게 아니라 예쁜 건데?”
“……일단 그런 걸로 하죠. 아무튼, 제국 최고의 미인인 루나 양에게 작은 부탁거리가 있습니다만.”
“흐응~ 뭔데?”
“루시아 님의 첫 번째 제자가 되지 않으시겠습니까? 전 두 번째 제자 정도면 충분해서요.”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리던 루나의 입이 열렸다.
“확실히…… 탐이 나는 자리긴 해.”
“후후,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럼 제가 양보…….”
“하지만 싫어.”
“……어째서죠?”
“친구의 자리를 뺏는 거잖아.”
“제가 양보하는 겁니다. 뺏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음~ 그래도 싫어. 난 네가 내 앞에 있어도 괜찮은걸.”
“……어째서죠?”
이 세계에서 훌륭한 사람을 스승으로 맞이한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자, 영예다.
특히 앞날이 창창한 루시아의, 지금까지 제자를 안 받기로 유명한 그녀의 첫 번째 제자라는 건 엄청난 영예일 터.
이런 기회를 걷어차는 이유가 대체 뭘까?
“넌 내 친구니까. 친구를 축하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활짝 웃으며 내뱉은 루나의 말.
주변에 있던 모두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물론, 나만 빼고.
“귀여운 것! 가자! 이 스승님이 맛있는 거 쏜다!”
“역시 루시아 님은…… 아니, 스승님은 최고예요!”
그렇게 루시아와 루나가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루시아의 한쪽 어깨에는 레제가 빨래처럼 걸려 있었다.
“……후후, 어쩔 수 없군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짜증 내봤자 내 쪽의 손해다.
지금은 공짜 밥을 얻어먹는 게 더 중요한 일.
그들의 뒤를 따라가려던 때였다.
……내 몸이 허공에 떴다. 카론이 목덜미를 잡아챘기 때문이다.
“후후, 카론 선생님?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네놈은 나와 청산할 게 있지 않느냐.”
음, 그러고 보니 단체 결투 시험 도중, 여러 가지를 선보인 나다.
“후후, 저녁은 사주시는 겁니까?”
“크큭, 내가 사줄 테니 걱정 말거라.”
웃음 짓던 카론. 그의 얼굴이 순간, 악귀로 변했다.
“아주 뜨거운 걸 먹여주도록 하마.”
* * *
황궁 깊은 곳 어딘가.
은밀한 곳에서 두 사람이 술잔을 나눴다.
대마법사 엘레스터, 그리고.
앤스우드 제국의 황제, 레온 드 라인하트 13세였다.
“루시아 경이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음? 그 아이는 카론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가?”
“성장했다는 거겠지요. 그 나이에 8성의 경지를 이룩한 것도 놀라운데…… 정신적인 성장까지 하다니. 머지않아 9성의 경지를 이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그 이상이 가능할지도 모르지.”
9성보다 높은 경지는 없을 거라고 사람들은 떠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의 수명이 짧아서다.
9성의 경지를 이룩한 사람 중, 최연소가 무려 쉰여덟.
평균이 일흔의 나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현재 서른다섯인 루시아는.
‘미래가 아주 창창하지. 심지어 8성을 이룩한 것도 서른 살 때의 일이니까.’
역대 최연소란 기록은 모조리 다 깨부수고 있는 루시아다.
남은 세월을 생각하면 9성의 경지는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9성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9성의 경지를 이룩하거나, 그 이상의 경지를 이룩하거나.
어느 쪽이든 제국의 경사임은 분명하다.
루시아가 속한 루시드 가문은 황실에 충성을 다하는 가문이니까.
“이번 토벌전이 또 좋은 양식이 되겠지요.”
“그러면 좋겠군. 그럼 자네가 가겠다는 이유도 루시아 경 때문인가?”
“그것도 있지만……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죽은 자들이 일어선다는, 뼈가 살아 움직인다는 믿을 수 없는 정보.
엘레스터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나이에 아직도 식견을 넓힐 기회가 존재한다니…… 기쁜 일이지요.”
“9성을 넘어서는 사람이 하나 더 생길지도 모르겠군.”
“홀홀홀! 이 늙은이를 너무 높게 평가하시는군요.”
엘레스터의 은은한 미소.
그 미소를 바라보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한 사람을 더 붙여주겠네.”
엘레스터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구성 인원만으로도 충분한 전력이라고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도 어중이떠중이 몇몇이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숫자를 더 늘렸다가는…….’
예상치 못한 토벌전. 긴급을 요구하는 상황.
소수의 인원으로 은밀히 접근한 후, 칼로스에 있는 흑마법사들을 제거하는 일이다.
당장 투입 가능한 인원이 적다 보니 최소한의 검증만 거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어중이떠중이들이 여럿 포함된 상태.
‘여기서 사람이 더 많아져봤자 접근하고 있다는 걸 들킬 뿐이다.’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적에게 빠져나갈 시간을 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 명을 더 붙이겠다니.
영민한 황제가 할법한 생각이 아니다. 그렇다면.
“청탁입니까?”
“허허, 이 사람. 내가 늙긴 했지만, 자네의 목숨을 걸고 도박할 정도로 늙지는 않았다네.”
“그럼 어째서입니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인원을 추가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지 않습니까. 웬만한 강자가 아닌 이상…….”
“걱정 말게. 자네들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니니. 참고로 자네도 알고 있는 사람이야.”
엘레스터가 알고 있는 사람이야 많다.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의 강자만 해도 수십 명.
하지만 그중 대부분이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중이다.
이런 일에 도움을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뜻이다.
“대체 누굽니까?”
“마침 이곳으로 오고 있는 자들이 있지 않은가.”
이곳으로 오고 있는 자들.
성국의 학생들을 얘기하는 걸 거다.
그제야 엘레스터는 황제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설마…….”
“그 설마가 맞다네.”
제국의 기밀, 그중에서도 탑.
아는 사람이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기밀 중의 기밀.
‘치료를 위해 은밀히 성국으로 보낸 열세 번째 황녀.’
그리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같이 파견했던 황제의 기사이자.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잊힌 2대 성검 ‘듀란달’의 보유자.
아도니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