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90)
제190화
190화. 스승과 제자(9)
“마지막 단계요?”
“응, 재능 있더라. 기척과 마나를 비롯한 인기척을 숨기는 기술도 뛰어나지만, 마나 쪽도 타고났어. 이쪽 방면에 한해서는 나보다 뛰어날걸?”
우리의 시선이 레제에게 향하자, 그녀가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뒷걸음질 쳤다.
시선만으로도 대미지를 입는 모양이다.
‘저런 애가 루시아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
마나 쪽에 한해서라고는 하지만, 이 게임에서 루시아는 사기적인 스펙을 자랑하는 캐릭터.
그런 존재가 레제를 칭찬한다? 뭔가 특출난 재능을 품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물론 지금의 나보다 뛰어나다는 건 아니야. 아직 시간과 경험, 마나 보유량이 턱없이 부족하니까. 하지만 시간을 갖고 수련한다면 나만큼 강해질걸?”
“오오! 그렇군요. 역시 제 친구는 대단하다니까요? 뭐, 전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칭찬을 받은 건 레제인데, 왜 루나가 더 기뻐하는 걸까.
질투 같은 감정은 쥐꼬리만큼도 느낄 수 없었다.
뭐, 친구를 아끼는 루나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말이다.
“시, 실은…… 드,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때였다. 레제가 뭔가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응? 뭔데?”
“취, 취소해 주세요. 저, 저 같은 게 루시아 님의 제자라니…… 부, 불가능한 일이에요.”
갑자기 터져 나온 레제의 충격 발언.
옆에 있던 루나가 버럭 소리쳤다.
“레제! 내가 어제 말했잖아! 부담될 수 있어. 하지만 강해지면 해결될 문제야! 너는 할 수 있다고!”
그렇구나. 조금 전 루나가 유달리 기뻐했던 건 레제가 루시아의 인정을 받았다는 기쁨임과 동시에.
‘레제의 마음을 바꾸려는 호들갑이기도 했구나?’
레제가 왜 저러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래서는 곤란했다.
기껏 얻은 성장의 기회를 걷어차 버리는 꼴이니까.
“방금 스승님이 말씀하셨잖아. 넌 자격이 충분하다니깐?”
“그, 그래도 안 돼요.”
“어째서?”
“민, 민폐가 될 테니까요.”
“뭐?”
“저, 저 같은 게 제자라면 이, 이상한 소문이 날 거예요.”
전장의 영웅으로 떠올랐을 때도, 제국 십검이 됐을 때도, 그리고 제국의 영웅이라는 자리에 오른 이후에도.
루시아가 제자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현재까지는 우리가 최초이자 마지막 제자라는 뜻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겠지.’
그 루시아가 받아들인 제자들은 과연 어떤 아이들일까.
수재일까, 영재일까, 아니면 그녀와 같은 천재들일까?
많은 사람이 루시아의 제자를 찾아 나설 것이다.
‘구경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검증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겠지.’
그 과정에서 소문이 와전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레제가 걱정하는 건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시, 실망할 거예요. 이, 이상한 아이를 제자로 받았다면서.”
소심한 성격, 허약한 외형, 마도 총이라는 괴상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 등등.
루시아의 제자를 찾아온 사람 중 대부분이 레제에게 실망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실망은 루시아를 손가락질하는 결과로 이어지겠지.’
차라리 자기 자손이나 친인척을 제자로 받는 게 더 나았을 거라면서.
못난 제자에서 시작된 모난 시선은 루시아에게까지 닿아 그녀를 깎아내리기 시작할 거고.
결국 지금까지 루시아가 쌓아 올린 명성과 세력을 좀먹게 될지도 모른다.
레제는 그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저, 저를 위해서 어, 억지로 칭찬해 주실 필요 없어요. 그, 그렇잖아요? 저, 저 같은 게 루시아 님보다 뛰어나다니…….”
“…….”
“죄, 죄송합니다. 그, 그래도 한순간이나마 제자가 될 수 있어서 여, 영광이었어요.”
레제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시간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다는 것처럼.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흐응~ 그럼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니?”
“예?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설마 내가 저 둘 때문에 너를 제자로 받아들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예? 아, 아닌가요?”
“하아…… 착각하지 마. 처음으로 받는 제자들인 만큼,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거라고.”
한숨을 푹 내쉰 루시아가 말을 이었다.
“넌 눈에 보일 정도로 재능이 넘치는 아이야. 그래서 제자로 받아들인 거고.”
“제, 제가요?”
“그래. 다른 사람이 눈치채기 전에 얼른 채간 거라고. 누구한테 넘겨 주기 아까웠거든. 너희 셋 모두 다.”
“그, 그래도…… 저는 약한걸요. 루, 루시아 님이 힘들어지실 거예요.”
“하!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지탄? 모욕? 난 그딴 거 신경 안 써. 그런 걸 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멋쩍었던 걸까. 루시아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신경 쓰는 건 너 같은…… 내 곁에 있는 사람들뿐이니까.”
“……!”
“그러니 마음 놓고 스승님이라고 부르렴. 울지 말고. 뚝!”
“스, 스승니임…….”
“역시 우리 스승님이 최고라니깐!”
루나와 레제가 루시아의 품에 안겼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유모가 손수건을 꺼내 레제의 눈물과 콧물을 닦아냈다.
감동적인 모습이다. 루시아가 손으로 내 얼굴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만 뺀다면.
나도 같은 제자인데 왜 나만 안아 주지 않는 걸까. 미스터리다.
“애초에 너희들의 존재를 밝힐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 내 제자들이 헛소문에 짓눌려 기가 죽는 모습은 원치 않거든.”
아군이 많은 사람은 적군도 많은 법.
루시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뭐, 측근들에게는 알리겠지만.”
“후후, 굳이 말할 필요가 있습니까?”
“동맹 관계란 그런 거야. 이런 일을 비밀로 하다가 나중에 걸려봐. 내부에서 바로 불만이 터져 나올걸?”
루시아의 말대로다. 동맹 관계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신뢰’.
제자를 숨겼다간 저 신뢰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제자도 중요하지만 동맹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그게 바로 루시아의 생각이겠지.’
뭐, 당연한 일이긴 했다. 우리는 고작 한 달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을 뿐이니까.
그런 우리보다 동맹을 더 중요시하는 루시아를 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좋아, 그럼 마지막 수련을 시작해볼까?”
“네, 넵! 자, 잘 부탁드립니다. 스승님!”
호기로운 레제의 외침과 동시에 시작된 마지막 수련.
호기로웠던 외침과 달리, 수련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상자 속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한 채 눈을 감은 레제. 그녀의 뒤에서 루시아가 속삭였다.
그로부터 10분쯤 지났을까.
[파티원인 레제가 기연을 얻었습니다.] [특전 보상이 주어집니다.] [파티원인 레제가 스킬을 개화합니다.]곧장 정보창을 사용해 레제의 상태를 확인했다.
[마나 추적술S], 그리고 [마나 축적C].스킬이 무려 두 개나 생겼다. 심지어 하나는 S급.
둘 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스킬들이었다.
‘마나 추적술은 선택한 상대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기술. 그리고 마나 축적은…….’
마나 최대치 증가, 마나 회복 속도 증가, 여기에 마나 계열 스킬의 효율을 증대시켜 주는 효과까지.
C급에서도 무려 +15%의 효율을 보이는 그야말로 미친 스킬이다.
“뭐, 뭔가 느껴져요. 주변의 마나가 평소보다 더,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내가 아까 말했지? 너 재능 있다니깐.”
레제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던 루시아가 설명을 이어갔다.
“제로한테 가서 마나를 느껴봐.”
“예? 하, 하지만…….”
“무릇 생명체라면 뭐든지 마나를 갖고 있다고. 저놈도 갖고 있어.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던 레제가 루시아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훈련장의 끝까지 이동한 레제가 달려오며 외쳤다.
“느, 느껴져요! 멀리 있어도 위치를 알 수 있다니…… 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마나 추적술] 얘기다.최대 세 명까지 마나의 냄새(?)를 기억,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스킬.
그렇다. 저 스킬을 요약하자면, 일종의 레이더이자…….
“스토커 행위를 도와 주는 기술이라는 거군요.”
“아, 아니거든!”
아니, 저 스킬은 스토커 전용 스킬이 맞다.
게임에서 사용할 시 현재 상대방의 위치와 대략적인 거리를 알려 주는데, 이걸 게임 속 캐릭터들에게 사용.
시간대마다 캐릭터의 위치를 확인해 공개되지 않은 스토리를 추측하는 유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토커의 전용 스킬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이런 스킬을 갖고 있는 루시아는…….
“뭐, 뭐야 그 눈은! 나도 우연히 배웠을 뿐이거든?”
“……일단 그런 걸로 해두겠습니다.”
“아, 진짜 아니라고! 주기적으로 델린이에게 사용한다거나 그러지 않는단 말이야!”
범죄를 제 입으로 고백하다니. 역시 허당 루시아다운 행동이었다.
내 머리를 마구 쥐어박는 루시아를 무시한 채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유저들이 연구하던 방향하고 비슷하긴 해.’
마나량의 축적을 돕는 [마나 축적], 그리고 시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상대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마나 추적술].
‘죽창의 레제’라고 불리던 빌드를 더욱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스킬들이었다.
‘마도 총, 유저들이 연구한 빌드, 루시아의 제자, 여기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까지 합쳐진다면…….’
어쩌면 레제는 사기적인 캐릭터가 될지도 모른다.
‘생명체를 죽이지 못한다, 공격 대상이 될 시 전장을 이탈한다.’
저 고질적인 문제점 두 가지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정보창을 확인해봤지만, 특성 쪽에 변화는 없었다.
누군가의 제자가 되는 게 특성의 변화 조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범위 공격을 하는 적들이 늘어난다. 아무리 한 방이 강하더라도, 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
후반에 써먹을 수 없는 캐릭터는 아무리 강해져 봤자다.
하지만.
‘이걸 극복하는 것 또한 고인물의 실력.’
게임 속에 들어온 이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몇 번이나 해낸 나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해낼 생각이었다.
저 빌어먹을 토끼를.
살인 전차 토끼로 진화시키는 것을 말이다!
“후후후!”
“……때리니까 웃다니. 너 진짜 변태니?”
루시아가 슬금슬금 멀어졌다.
생각하는 동안 작은 오해가 생긴 모양이다.
그런 내 곁에 루나가 다가와 속삭였다.
“야, 선물 준비해 뒀다며. 어딨어?”
“선물이요?”
“스승님 작별 선물 말이야.”
그러고 보니 아까 그렇게 말했었다. 내가 선물을 준비해 뒀으니 걱정 말라고.
곤란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후후, 선물은 바로 접니다’라고 말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렇다. 내가 준비했다는 선물.
그건 바로 ‘나’였다.
‘카론에게 잡혀간 나를 모른 체하고 저 두 사람에게만 저녁을 먹인 것에 대해 복수를 해 줄 생각이었는데…….’
막상 우리에게 최선을 다하는 루시아의 모습을 보게 되자, 조금 민망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던졌다간 루나에게 온몸을 물어뜯기며 죽음을 맞이할지도 몰랐다.
“음, 실은 그게 말입니다…….”
“뭔 말이 이렇게 길어! 그냥 드려! 싼 거라도 상관없으니까!”
내가 뭐라 변명을 하기도 전에 루나가 내 손을 잡고 달렸다.
그렇게 루시아의 앞에 도달하게 되었고.
“스승님! 저희가 선물을 준비했어요!”
“선물? 에이, 그런 거 필요 없어. 준다면 오히려 내가 줘야지.”
그러면서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를 보낸다.
……설마 제자에게 받는 첫 선물이라 기대하는 걸까?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이다.
‘이,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 주지 않을까?’
루시아는 스승이자, 어른이니까.
어차피 빠져나갈 구멍도 없는 상황. 최대한 경쾌한 목소리로 외쳤다.
“후후, 선물은…… 바로 저랍니다.”
휘오오-.
훈련장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음, 뭘까. 이 썰렁한 느낌은.
루나는 나를 물어뜯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딱딱히 굳어있을 뿐.
“……선물 고맙다. 이제 내거니까 마음대로 해도 괜찮은 거지?”
루시아가 내 얼굴을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았다.
다행히 선물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역시 잘생긴 얼굴은 여러모로 쓸 때가 많다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잠시뿐이었다.
루시아가 손에 힘을 가득 주기 시작했고, 그제야 나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 얼굴을 짜부라트리려는 거였다.
“제자에게 받는 첫 선물이 너무나도 기뻐서 꼭 가져가야겠네. 잘 압축시켜서 주머니에 넣어갈게.”
“끄아아아악!!”
훈련장에 내 비명이 울려 퍼짐과 함께, 레제가 무사히 진화를 끝마쳤다.
개복치 토끼에서.
‘레이더 달린 스토커 개복치 토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