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99)
제199화
199화. 전장의 마에스트로 볼칸(6)
드득- 드드득-!
까득- 까드드득-!
땅, 벽, 건물의 각종 구조물에서 새하얀 뼈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씩 빠져나온 뼈는 이윽고 하나의 해골로 변했다.
수십, 수백, 아니…… 수천일까?
수를 제대로 헤아릴 수조차 없는 해골들이 검보라빛 안광을 빛냈다.
그뿐이랴. 손에는 각종 무구를 꼬나쥐고 있었다.
공격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보여 실소가 터질 정도였다.
물론, 충격으로 인한 실소였다.
“당황하지 말고 작전대로 간다. 각자 맡은 구역을 사수해라!”
콰직-!
토벌대는 착실하게 해골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기괴한 모습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패닉에 빠질 정도로 나약한 존재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 해골이 일어선다는 정보를 미리 듣기도 했고 말이다.
문제는.
드득- 드드득-!
“……농담이지?”
“해골치고는 장난이 심하네.”
죽인 해골이 다시 일어섰다는 거다.
다리를 자르면 기어 오고, 팔을 자르면 턱으로 기어 오는 것도 기괴한데.
뼛조각을 주섬주섬 모아 몸을 수복하기까지 하다니.
“이, 이거 꿈이지?”
심장은 찌를 수조차 없었다. 해골에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심지어 목을 베거나 몸을 박살 내도 주변에서 주섬주섬 뼈를 모아 다시 일어섰다.
몇 번을 쓰러뜨려도 검보라빛 안광을 불태우며 일어서는 해골들.
토벌대에게 공포를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놈들 설마…… 영원히 죽지 않는 거 아닌가?’
-라는 공포를.
토벌대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던 중, 아도니스의 눈이 빠르게 움직이며 정보를 수집했다.
신성력 포션을 바른 무기. 그 무기에 죽은 해골들은 두 번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신성력 포션이 먼저 바닥나고 말 거다. 적의 수는 적어도 1천 이상인 것으로 보였으니까.
‘음?’
그 순간, 무언가가 아도니스의 이목을 끌었다.
벽에 기댄 채 비틀거리며 몸을 수복하는 해골.
다른 해골에 비해 부활이 이상할 정도로 느렸다.
머리가 반쯤 사라진 해골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아도니스가 입을 열었다.
“머리를 부숴라.”
“응?”
“머리가 약점이다. 최소한 반절 이상을 없애도록.”
토벌대는 즉각 아도니스의 말에 따랐다.
그의 말을 믿었다기보다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따른 행동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머리가 부서진 해골은 회복력이 느렸다. 눈에 보일 정도로 말이다.
“우리 귀염둥이 아도니스는 참 똑똑하기도 하지!”
“싸움 끝나면 이 누나가 잔뜩 귀여워해 줄게!”
“…….”
해골보다 아군이 더 무섭다고 생각하는 아도니스였다.
안정적으로 수비 라인을 확보한 전장을 보며, 아도니스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
아도니스가 나서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볼칸이라는 흑마법사.
‘제법 전략에 능한 놈이다.’
토벌대의 접근을 미리 알아차리는 정보력, 마법진의 활용, 자신들에게 유리한 싸움터로 끌어들이기까지.
그런 놈이 군단장 부활을 위해 준비한 수가 이것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아도니스였다.
‘비장의 무기를 숨기고 있겠지.’
하나, 둘, 아니면 그 이상.
그게 무엇이든, 눈앞의 해골보다 놀라울 거라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카론과 엘레스터, 토벌대의 일원들도 비장의 무기를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제국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 그것도 ‘성검을 갖고 있는 9성 기사’라는 가장 강력한 비장의 무기.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 볼칸의 노림수를 박살 내야 했다.
그렇다, 설령.
저 아이들 중 몇이 죽는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전투에서 아무리 승리해도,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 없으니까.’
크롤리의 부활을 막고, 볼칸을 죽이는 것.
그게 이번 임무의 최우선 순위였다.
열심히 싸우는 저들의 목숨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
하지만 고작 며칠을 함께한, 저 아이들이 계속해서 눈에 밟히는 건 어째서일까.
“쯧!”
아도니스가 마나를 탐색했다.
그리고 이내 발견할 수 있었다. 쓰러진 해골에 검보라빛 마나가 날아오는 모습을.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박살 난 놈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일정 마나를 필요로 하는 모양이군.’
문제는 마나가 어디서 날아오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다.
마나 탐지에는 일가견이 있는 아도니스였는데도.
‘하늘에 떠 있는 마법진 때문인가…… 단순한 시간 끌기용은 아니었군.’
‘안개’로 시야를 가려 해골의 숫자를 감추고, ‘은신’으로 흑마법사들의 위치를 탐지 불가능하게 한 거였다.
‘나는 현 위치에서 이탈할 수 없다.’
근처에 군단장의 시체가 있기 때문이었다.
엘레스터, 카론, 루시아가 해내지 못한다면 자신이 나서야 했다.
‘마법진의 파괴는…… 특수조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군.’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생각을 마친 아도니스가 입을 열었다.
“오토네, 팀원과 함께 왕궁과 1지구를 훑어라.”
“응?”
“숨어 있는 흑마법사를 죽이면 해골의 개수가 확연히 줄어들 거다. 흑마법사들이 함정을 설치해 놓았겠지만, 라트라의 영웅인 너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다.”
“음…… 칭찬 고마워. 하지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엘레스터, 카론, 루시아뿐이다.
그런데 명령권이 없는 것도 모자라, 소년에 불과한 아도니스의 말을 따른다?
그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을 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도니스의 말에는 묘한 힘이 있단 말이지.’
어쩌면 카론이 아도니스를 고집한 이유가 이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빠른 상황 판단과 적절한 인원 배치. 일종의 참모 역할이랄까?
오토네가 아도니스와 눈을 마주했다.
좋은 눈이다. 작은 흔들림 하나 없는, 자신의 판단과 동료를 믿는.
훌륭한 눈.
‘……요놈 물건이네. 이번 임무가 끝나면 라트라로 데려가 키워야겠어.’
잔뜩 귀여워해 줄 수 있다는 건 덤이었다.
“좋아. 대신 돌아오면 꽉 끌어안아 주기다.”
“……생각해 보지.”
“오토네 팀은 나를 따라라! 우리는 흑마법사의 목을 친다!”
오토네 팀이 떠난 직후, 다른 조들이 자연스레 간격을 좁혔다.
그들의 이탈로 생긴 구멍을 순식간에 메워버린 거다.
엘레스터, 카론, 루시아를 중앙으로, 주변을 감싸는 진형.
각자 상대해야 할 해골의 숫자가 늘었지만, 부담이라고 말할 것까지는 아니었다.
해골이 워낙 약했기 때문이었다.
‘일반 병사…… 보다 조금 약하네.’
수가 많긴 해도 6~7성 기사인 그들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하하하! 허약한 뼈다귀들! 이 정도는 따끔하지도 않다!”
거대한 방패로 해골을 짓이기던 아스테온.
문득, 그의 시야에 무언가가 걸렸다.
중무장한 거대한 해골. 심지어 해골로 된 말을 타고 있었다. 한쪽 손에는 거대한 창을 든 채 말이다.
두두두두-!
돌진을 시작한 그놈을 바라보며 아스테온이 생각했다.
음…… 저건 조금.
“많이 따끔할지도?”
투콰아아앙!!
“크윽…….”
거대한 창이 아스테온의 방패를 찔렀다.
하지만 방패를 뚫지는 못했다. 아스테온이 버텨낸 거다.
“따끔한 게 아니라 아프잖아. 다들 조심해!”
“그걸 무식하게 받는 네가 문제 아니었을까?”
에드윈이 화살을 쏴 해골 말의 머리를 박살 냈고, 위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해골을 향해 키엘이 검을 휘둘렀다.
키엘이 목을 베려던 때였다.
모나단 가문류 세 번째 비기.
반월섬(半月晱).
반원을 만들며 휘둘러진 창.
키엘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뭐, 뭐야?”
“위력은 약하지만 이건 분명……!”
과거 로한 왕국의 가문 중 하나, 모나단 가문의 비기였다.
대륙에 창술의 비기를 보급한 가문 중 하나였기에 웬만한 사람들이 저 비기를 알고 있었다.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눈앞에 있는 게 과거 기사였다는 점도 그렇지만.
‘살아 있을 때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두려움. 하지만 그 이전에 치미는 감정이 하나 있었다.
분노였다.
“감히…… 기사를 욕보이다니!”
군단장과의 전쟁에서 눈을 감은 기사.
존경받아야 마땅한 존재인데 영면에서 강제로 일으켜 세우는 것도 모자라, 후세대 기수들과 싸우게 한다니.
‘그것도 본연의 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이보다 더한 모욕이 또 어디 있을까.
나라는 다르지만, 그런 그들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게 현세대의 기사이자, 후배의 도리.
키엘이 검을 휘둘렀다.
키엘 첫 번째 오리지널 비기.
일도(一刀).
반으로 쩍 갈라진 해골의 머리.
키엘이 머리를 뼛가루로 만들어 하늘에 흩뿌렸다.
흑마법사들이 복구시킬 수도 있지만, 상당한 마나와 시간을 소모하게 될 터.
하늘에 날리는 가루를 보며 키엘이 고개를 숙였다.
“편히 쉬십시오. 당신들의 희생…… 절대 헛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키엘이 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모두 무기를 들어라! 저들이 기사들을 모욕하게 두지 마라!”
“우오오오오!!”
해골과 해골 기사, 그리고 토벌대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시아가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뜨겁네. 아직 어린애들이라 그런가?”
“저들 중에는 너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다만.”
“적당히 뜨거워져야 하니 한 말이지. 안 그러면 제 몸이 불타는지도 모르고 죽을걸?”
루시아의 한쪽 손에는 기사의 투구가 들려 있었다.
반쯤 찌그러진 투구. 루시아가 힘을 주자, 그 안에 들어 있던 해골이 바스러지며 먼지로 변했다.
“……저쪽에는 아도니스 님이 계시니 어떻게든 될 거다. 그러니 눈앞에 집중하도록 해라.”
“나도 잘 알고 있거든? 그런데 상황이 거지 같잖아? 대체 뭐가 저리 튼튼하냐고!”
크롤리의 부활을 막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던 카론과 루시아다.
하지만 그들은 임무를 잠시 멈추고,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크롤리와 흑마법사들을 감싸고 있는 정체불명의 마법진.
그걸 쉴 새 없이 두들겼지만, 작은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성수가 효과가 있긴 했지만…….’
공격이 가능할 정도의 구멍을 내지는 못했다. 힘들게 낸 구멍마저도 금방 수복해 버렸고.
“캐논 버스터!”
투콰앙-!!
엘레스터의 마법이 작렬했다.
하지만 먼지만 흩날릴 뿐, 크롤리와 흑마법사들을 감싸고 있는 마법진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진동으로 인한 충격도 무시하는 듯하군. 모든 충격을 막아 내는 건가?’
카론이 인상을 찡그렸다.
흑마법사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던 이유.
5군단장 크롤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게 분명했다.
40년 전 대륙을 멸망시킬 뻔한 군단장을 부활시키려는 거다.
‘해골 기사가 생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크롤리 또한 과거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겠지.’
최악의 상황이었다.
대륙에 저들의 존재를 알리고 병력을 끌고 온다는 계획.
파기된 지 오래였다.
이곳에서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대륙은 멸망하고 말 거다.
“목숨을 걸어라!!”
전장에 엘레스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처음 듣는 엘레스터의 노호에 토벌대가 움찔 몸을 떨었다.
‘퇴각은…… 불가능하겠군.’
아니, 가능하긴 했다.
5군단장 크롤리의 시체. 저것만 박살 낸다면 말이다.
9성 기사와 9서클 마법사도 흠집 하나 내지 못하는 마법진.
하지만 공략법은 의외로 금방 떠올랐다.
“건물을 무너뜨리는 수밖에 없겠군.”
군단장 크롤리와 흑마법사를 감싸고 있는 마법진. 어디 있는지 모를 마법석의 위치를 강제로 바꿔서 무력화시킨다면.
건물이 무너짐과 동시에 생매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라면, 왕궁이라 그런지 더럽게 튼튼하다는 거?
과거 황금의 왕국이라 불리던 로한 왕국. 크롤리가 나타났을 때도 반절만 파괴되며 그 위엄을 알린 왕궁이다.
자신과 루시아가 날뛴다고 해서 무너질 리가 없다는 뜻.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엘레스터 님, 건물을 무너뜨려 주십시오.”
“음, 알겠네. 캐스팅할 동안 호위를 부탁하지.”
엘레스터가 곧장 캐스팅에 들어갔다.
마법진 안에 있는 흑마법사들도 거대한 마나의 흐름을 느낀 것인지, 부산스러워졌다.
“흐응~ 그런 무식한 작전은 싫어하는 편 아니셨나?”
“효율이 떨어져서 싫어할 뿐이다. 아무튼, 엘레스터 님의 호위를 부탁한다.”
“아저씨는 뭐하게?”
“건물에 숨어 있는 흑마법사, 그리고 그 볼칸이라는 놈을 찾아 죽이겠다.”
카론과 루시아가 마법진을 공격하는 틈을 이용해 어딘가로 사라진 볼칸이었다.
솔직히 말해 카론은 불안했다.
그놈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루시아가 입을 삐죽였다.
“노인 호위는 재미없는데. 바꾸자.”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네 비밀스러운 사진이 뿌려진다면 어떻게 될지. 진심으로 궁금하군.”
“이 아저씨가 진짜! 알겠어! 알겠다고!”
제로가 준 사진이 있어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카론이 그림자 속으로 몸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