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00)
제200화
200화. 전장의 마에스트로 볼칸(7)
“흑마법사다!”
“히, 히이익……!”
벽 안에 숨어있던 흑마법사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도주로를 만들어둔 그다. 하지만.
푸욱-!
벽을 뚫고 들어오는 오토네의 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웬만하면 생포해서 정보를 캐내고 싶었는데 말이지.’
다른 흑마법사들의 위치, 작전, 해골의 약점, 군단장의 마법진 등.
하지만 미리 탈출로를 만들어둔 놈을 놓아줄 수는 없었다.
‘뭐, 됐어. 다음 놈한테 물어봐도 되니까.’
퉁!
오토네가 발로 벽을 걷어찼다. 벽은 우스울 정도로 쉽게 무너졌다.
“가짜 벽을 만들어 그 뒤에 숨다니……. 수색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네.”
오토네가 팀을 둘로 나눴다.
한 팀은 지나쳐온 공간에 대한 추가 수색, 자신이 속한 팀은 계속해서 왕궁 내에 있는 다른 방을 수색할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주르륵-.
“응?”
배를 꿰뚫린 채 즉사한 흑마법사.
그의 몸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더니, 이내 뼈만 남았다.
그리고.
드득- 드드득-!
두 발로 일어섰다. 검보라빛 안광을 불태우면서.
“…….”
오토네를 비롯한 일원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황당함은 이내 경악으로 바뀌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해골로 변한 흑마법사가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더니, 마나를 내뿜었다.
그러자.
드득- 드드득-!
까드드득!
곳곳에서 해골들이 몸을 일으켰다.
“거, 건물 밖에서도…… 일어났어요.”
“……하!”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흑마법사가 순식간에 해골로 변한 것도 놀라운데, 다른 해골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니.
‘생전에 사용하던 힘이라면 뭐든지 쓸 수 있다는 건가……!’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오토네가 검을 휘둘러 흑마법사 해골의 머리를 부쉈다. 그것도 아주 잘게 말이다.
하지만.
드득- 드드드득.
잘게 부서진 머리뼈가 덜덜거리며 조금씩 이동했다.
머리뼈를 붙이려는 게 분명했다.
“……지금 무기에 신성력 포션 바르고 있는 사람?”
“접니다.”
그가 신성력 포션이 발린 창으로 해골의 머리를 푹 찔렀다.
그제야 해골이 움직임을 뚝 멈췄다.
‘신성력만이 완전한 죽음을 선사할 수 있다는 건가…….’
오토네가 허리춤을 확인했다.
지급받은 스무 개의 신성력 포션 중 남은 건 여덟 개뿐.
다른 이들도 자신과 비슷한 상황일 거다.
‘……아껴 써야 했어. 중요할 때만 써야 했다고!’
흑마법사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해골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다른 해골들을 부활시킬 거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한번 가정해 보자.
‘만약, 흑마법사 해골이 다른 흑마법사 해골을 부활시킬 수 있다면?’
부활과 죽음을 반복하는 무한의 고리가 완성될 거다.
토벌대, 흑마법사, 이미 해골이 된 자들까지.
무한의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리라.
‘아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그렇게 될지도.’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오토네의 등에 한 줄기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해. 그리고…….”
오토네 팀은 중간부터 흑마법사를 처치하는 임무를 수행하느라 해골들과 멀어진 상태였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해골들과 싸우던 사람들은?
신성력 포션의 숫자가 바닥을 기고 있을 거다.
오토네의 결단은 빨랐다. 아공간 주머니 하나에 신성력 포션 여섯 개를 담았다.
“각자 신성력 포션을 두 개씩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여기에 담아.”
전투 후반부부터는 목숨줄이 될지도 모르는 신성력 포션.
오토네는 목숨줄을 넘기라는 말을 하는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아공간 주머니에 신성력 포션이 가득 담겼다. 서른 개가 넘는,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개수였다.
“팀을 두 개로 나눈다. 지금 당장 전장에 이 사실을 알려! 신성력 포션은 되도록 흑마법사 해골을 처치할 때만 사용하라고!”
* * *
“아스테온!”
“하아아아압!”
투콰아아앙-!
아스테온의 무릎이 살짝 꺾였다.
‘젠장! 방패로 빗겨 쳤는데도 이 정도 파괴력이라니…….’
하지만 그보다는 아스테온이 지친 탓이 더 컸다.
해골 기사의 돌진을 막은 횟수가 벌써 스무 번을 훌쩍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골 말을 타고 돌격해 오는 해골 기사.
토벌대에서 그걸 막을 수 있는 건 아스테온 한 명뿐이었다.
‘돌격을 피한 후 공격하는 게 베스트지만…….’
그러면 진형이 무너져 버린다.
때문에 아스테온은 해골 기사가 나타날 때마다 앞으로 돌진할 수밖에 없었다.
해골 기사의 이목을 잡아두는 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반 해골들에게 둘러싸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보 같은 놈. 생각이란 걸 좀 하고 싸우란 말이다.”
“누가 누구한테 바보라는 거야? 적진 한복판까지 따라오는 놈이 더 바보 아닌가?”
“그래, 몇 번이든 바보가 되어주마. 여기만 빠져나갈 수 있다면 말이야.”
키엘이 툴툴거렸다.
홀로 돌격하는 아스테온을 내버려 둘 수 없던 키엘이었다.
“키엘!”
“맡겨 둬라!”
절묘한 합으로 또 하나의 해골 기사를 처치했을 때였다.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아스테온!”
“말할 시간에 움직여!”
아스테온이 키엘을 밀치며 땅을 굴렀다.
퍼퍼펑-!
폭발음과 함께 이내 그들이 서 있던 땅이 화염으로 물들었다.
“끄응…… 야, 괜찮냐?”
“……괜찮다. 네 몸이 날 깔고 있다는 것만 뺀다면.”
아스테온과 키엘이 몸을 일으켰다.
방금 마법이 날아온 쪽에는 해골이 서 있었다.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이 말이다.
그렇다. 지금 마법을 쓴 건 바로 저 해골이었다.
‘비기를 사용하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다니…….’
키엘이 혀를 찰 때였다.
팅-!
“아오, 진짜 귀찮네.”
아스테온이 허벅지를 벅벅 긁었다. 화살이 튕겨 나가며 가려움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아스테온이 워낙 튼튼한 탓도 있지만, 마나로 온몸을 보호하고 있었기에 일반적인 화살로는 그에게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키엘이 주변을 훑었다. 화살을 든 해골이 여럿 보였다.
뚜둑-.
몸 어딘가의 뼈를 뚝 떼더니, 날카롭게 갈아 활시위에 메겼다.
뼈로 만든 화살이 제대로 날 리 없다. 해골의 바로 앞에 뚝 떨어졌다.
해골이 그 뼈 화살을 주워 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안 날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했다.
진짜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저런 화살이 제대로 날아올 리 없겠지만…….’
키엘은 느낄 수 있었다. 갈수록 상황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걸.
기사 해골이나 마법사 해골, 궁수 해골도 문제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체력이다.’
기사 해골을 제외한 해골들은 한 방에 머리뼈가 박살 나곤 했다.
하지만.
‘그 한 동작조차도 우리의 체력을 소모하게 만든다.’
키엘이 목을 타고 죽죽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해골들은 검보라빛 안광을 불태우며 계속해서 덤벼들었다.
‘그랬군. 이놈들은 처음부터…… 우리의 체력을 소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야.’
가랑비에 옷 젖듯, 언젠가 이쪽의 체력이 다하고 말 거다.
그 전에 무슨 수를 써야 하는데…….
“집중해! 또 하나 온다!”
다시 시작된 해골 기사의 돌격.
아스테온이 해골 기사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그 틈을 노려 키엘이 머리를 부쉈다.
“큭!”
“아스테온! 괜찮나?”
“괜찮으니 신경 꺼! 이 정도는 상처 축에도 못 낀다고!”
키엘과 아스테온이 등을 맞댔다.
옷과 갑옷 위로도 높은 체온이 느껴졌다. 전투가 시작된 이후, 한시도 쉬지 않고 싸운 탓이었다.
“키엘, 너 몇 놈이나 죽였냐?”
“글쎄. 못해도 삼백은 넘지 않을까?”
“나보다 못하지만 비슷하네. 그런데 왜…….”
아스테온이 꿀꺽 침을 삼킨 뒤 말을 이었다.
“저놈들은 줄어들 생각을 안 하는 거냐?”
검보라빛 안광을 내뿜는 해골들.
점차 포위망을 좁혀오는 그들을 보며 키엘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다. 흑마법사 놈들도 인간의 몸이니, 우리와 다르지 않을 거야. 하지만 저렇게 계속 일어선다는 건…….’
해골을 일으키는 마법의 효율이 굉장히 좋다는 건가? 아니면 마법진의 힘?
그도 아니면 그냥 사기적인 능력?
키엘이 필사적으로 타개책을 찾던 때였다.
“야.”
“뭐냐.”
“나도 죽으면…… 저렇게 되겠지?”
아스테온의 추측. 키엘은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그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과 아군,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해골이 되어 일어설 거다. 그리고.
‘아군과 내 가족을 노리겠지.’
최악의 능력이다.
갈고닦은 기술로 아군을, 가족을 죽일지도 모르는 능력이라니.
저런 끔찍한 능력은 대체 어떻게 얻은 것인지.
역시 흑마법사 놈들은 다 없애버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아스테온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없애버리는 일이었다.
“걱정 마라. 네 목은 내가 손수 따줄 테니까.”
“하하! 그럼 내가 네놈한테 지기라도 한다는 말이냐?”
“당연한 거 아니냐?”
그에 아스테온이 피식 웃었다.
“역시, 죽을 수는 없겠다. 네놈한테 죽는 굴욕을 당할 수는 없지.”
덜그럭덜그럭-.
해골 기사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머리를 부쉈지만, 회복력을 더디게 할 뿐. 완전히 죽일 수 없는 건 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뭐야? 저거 왜 살아나냐? 신성력 포션 안 뿌렸어?”
“다 써서 없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거냐?”
“그럼 침이라도 뱉었어야지!”
“내 침이 무슨 성수라도 되는 줄 아냐? 그런 건 성녀나 가능한 일이라고!”
“그럼 네가 성녀 하면 되겠네! 아니지, 남자이니 성남인가?”
“이 미친놈이 지금 뭐라는 거야!”
아스테온과 키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해골 기사는 해골 말에 올라탄 지 오래였다.
“온다! 막아!”
“이번에는 네가 막아! 왜 항상 내가 막는데!”
키엘은 생각했다.
이런 놈을 구하겠다고 따라온 자신이 미친놈이라고.
해골 기사가 돌진을 시작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퍼억-!
해골 기사가 낙마했다. 그의 머리뼈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아스테온과 키엘은 알 수 있었다.
화살. 그것도 마나가 가득 담긴 화살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걸.
그리고 그 화살을 쏜 사람은.
“다들 오래 기다렸지?”
비올레타의 검은 사수라고 불리는 에드윈이었다.
그를 발견한 아스테온과 키엘이 기쁨의 환희를 터트렸다.
“역시 에드윈이야! 구해주러 왔구나!”
“응? 아닌데? 나도 갇힌 건데?”
……?
에드윈아, 그게 대체 무슨 소리니?
“……어째서? 그럼 포위망을 뚫고 들어오는 멍청한 짓을 왜 한 건데?”
“너희 둘이 재밌게 노는 것 같길래. 같이 놀려고 얼른 달려왔지. 미안, 내가 많이 늦었지?”
노는데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리는 에드윈.
아스테온과 키엘이 한마음으로 소리쳤다.
“이 미친 새끼야아아악-!”
하지만 그들에게는 에드윈을 타박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해골 기사들이 계속해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젠장! 근방에서 죽였던 해골 기사의 숫자가 너무 많아!’
신성력 포션이 있었다면 저들에게 안식을 선사해 줄 수 있었겠지만, 그게 없는 이상 불가능했다.
계속해서 부활과 달려듦을 반복할 거라는 얘기였다.
“에드윈! 신성력 포션은…….”
“먹었어! 몸에 좋잖아!”
“……야 이 $%&^!!”
귀족계에서 매너 있기로 소문난 남자, 키엘.
하지만 이 순간, 쌍욕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문자로 형언할 수 없는 쌍욕!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몸은 솔직했다.
아스테온을 필두로 해골 기사의 돌진에 대비하던 때였다.
해골 기사의 옆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메이드 복을 입은 중년 여성이었다.
퍼억!!
그녀의 주먹에 해골 말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그와 동시에.
서걱-!
휘둘러진 검이 해골 기사의 머리를 깔끔하게 반으로 갈랐다.
해골 기사의 머리가 가루로 변하며 흩날렸다.
무기에 신성력 포션을 발랐다는 증거였다.
키엘은 저 사람들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루시아의 유모, 그리고.
“다들 괜찮니? 다친 사람 있어?”
해골 기사의 머리를 가른 사람은 루시아의 친구이자, 한때 은퇴했던 전쟁 영웅.
실비아였다.
아스테온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제가 좀 많이 다쳤습니다. 특히, 여기 튼실한 허벅지가요.”
“어머! 포션도 안 바르고 뭐 한 거니? 그러다 흉지면 어쩌려고…….”
실비아가 재빨리 포션을 꺼내 아스테온의 허벅지에 뿌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문대며 말했다.
“이렇게 다칠 때까지 싸우다니…… 셋 다 용감하구나. 정말 대단해.”
“…….”
“셋 다 잠시 쉬고 있으렴. 주변 좀 정리하고 올게.”
실비아가 달리며 검을 휘둘렀다.
부활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해골 기사들의 머리가 먼지로 변하며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
아스테온, 키엘, 에드윈. 세 사람은 느낄 수 있었다.
유부녀의 포근한 ‘포용력’을.
아스테온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중얼거렸다.
“키엘.”
“……뭐냐 또.”
“나 뭔가 새로운 것에 눈을 뜬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유부녀란 건…… 이 세상의 모든 아픔을 끌어안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닐까?”
키엘은 생각했다.
이 미친놈이 어서 해골이 됐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