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06)
제206화
206화. 전장의 마에스트로 볼칸(13)
콰르릉-!
콰직! 콰드득-!
천둥이 한 번 내리칠 때마다 한 개씩.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이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군. 아니, 유도당하고 있으니 당연한가?’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
아도니스가 처치한 숫자만 해도 벌써 수십 구째.
하지만 그중에 볼칸은 없었다.
‘상황을 보니 이곳에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신비가 담긴 물건을 지닌 것인지, 아니면 창조해 낸 기술인 것인지.
볼칸의 마나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아도니스였다.
아니, 사실 감지하고 있긴 했다.
‘그 수가 너무 많아서 문제지.’
곳곳에서 해골이 일어설 때마다 흑마법사 특유의 마나가 느껴졌다.
그 수가 너무 많아 오히려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덜그럭-. 드드득-.
아도니스가 부쉈던 해골이 다시금 형체를 갖추더니, 땅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던 로브를 뒤집어썼다.
볼칸인 척하며 공격을 유도하는 것이리라.
“쯧!”
콰드득-!
다시 일어서려는 놈을 박살 냈지만, 이리저리 흩어진 뼛조각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덜그럭거리며 원형을 회복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아도니스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뼈를 발로 차 멀리 흩뿌리는 것뿐이었다.
신성력 포션이 거의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두 개가 있긴 하지만 이건 결정적인 상황에 써야 한다.’
볼칸이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그가 파둔 함정이 얼마나 더 있는지 모르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신성력 포션을 쓸 수는 없었다.
‘어마어마한 마나의 소유자군. 전장에 있는 해골 숫자를 생각한다면…… 이미 나를 넘어섰다.’
단순히 마나 양만 놓고 한 비교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도니스는 9성 기사.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니까 말이다.
볼칸의 나이를 알 수는 없지만, 목소리와 체구로 보아 30~40대일 터.
그런데 자신이 평생 쌓아 온 마나 양을 넘어서다니.
솔직히 말해, 믿기 힘들었다.
‘재능도 있겠지만, 악마와의 거래로 얻은 힘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나저러나…… 골치 아픈 놈이 나타났군.’
파지직-!
달리고, 부수고. 달리고, 부수고.
의미 없는 체력의 소모전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아도니스가 생각 없이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쿠구구구구-!!
조금 전부터 시작된 엘레스터의 캐스팅.
왕궁과 그 밖에 있는 마나가 그를 중심으로 회오리쳤다.
마력에 민감한 아도니스는 알 수 있었다.
‘트리플 캐스팅인가…….’
마력의 파동으로 보아 세 개 모두 고위 마법일 터.
슬슬 이 길었던 싸움의 끝을 내려는 것이리라.
40년 전부터 이어져 온 길었던 싸움의 종지부를 찍으려는 거다.
그리고 이게 바로 아도니스의 노림수였다.
‘엘레스터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그 순간, 볼칸은 큰 기술을 쓸 수밖에 없을 거다.’
크롤리를 부활시키는 데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그게 이 전장의 승패를 가르게 될 테니까.
엘레스터의 마법을 막으려면 볼칸이 직접 힘을 써야 할 터.
‘그때 마력의 파동을 추적, 목을 벤다.’
물론, 그전까지 수색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시선을 끌수록, 엘레스터와 루시아가 자유로워질 테니까 말이다.
파직-! 파지직!
콰각! 콰드득-.
계속해서 일어서는 해골을 부순 지 3분쯤 지났을까.
엘레스터가 마법을 펼쳤다.
-어스퀘이크 & 기가 그래비티!
지진, 그리고 고위 중력 마법.
불안정한 지반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기둥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거기에 어마어마한 중력이 더해지자, 뒤쪽에 있던 기둥 두 개가 비스듬히 무너져 내렸다.
기우뚱-.
기둥 위에 놓여 있던 왕궁의 바닥 전체가 들리더니, 뒤쪽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바닥 여기저기에는 해골과 보석, 시체,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사람의 목숨을 매개체로 만든 마법진이었군. 더러운 놈들…….’
대체 몇이나 되는 생명을 갈아 넣은 것일까.
얼마나 많은 생명이 저놈들에게 농락당한 것일까.
엘레스터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법진의 일부이던 기둥이 무너져 내렸기에, 마법진은 그 힘을 잃게 되었다.
물론 모든 힘을 잃은 건 아니었다. 본체는 왕궁의 바닥이었으니까 말이다.
현재 마법진은 약 20~30% 힘을 잃은 상태.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했다.
엘레스터가 곧바로 준비해 뒀던 마법을 발현했다.
-포스 해머.
마나로 만든 거대한 망치가 마법진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스 해머의 그림자에 물든 흑마법사들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그놈이 그렇게 좋으면 같이 죽거라.”
엘레스터가 망치를 휘두르듯 손을 내려찍자, 마법진 위에 있던 망치가 마법진을 내려찍었다.
콰앙!
파직- 파지직!
마법진이 크게 진동했다.
포스 해머가 마법진과 맞닿을 때마다, 마법진을 구성하던 물건들이 여기저기로 날아갔다.
“히, 히이이익!”
그중에는 흑마법사도 한둘 포함되어 있었다.
엘레스터가 다시 한번 포스 해머를 휘두르려던 때였다.
달그락- 달그락-.
드드드드드득-!!
주변에 있던 해골들이 모조리 일어서더니, 미친 것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도착한 해골들이 기둥을 타고 오르더니, 마법진을 온몸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루시아! 저놈들을 막아라!”
“아오! 나한테는 귀찮은 것만 시키죠!”
루시아가 몰려드는 해골을 막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마법진이 어느새 해골들로 인해 새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그걸 본 엘레스터가 이를 악물었다.
“오냐, 어디 한번 해보자꾸나.”
해골에는 화염도, 빙결계 마법도 소용없다.
저 해골들을 부수기 위한 최고의 방법.
다름 아닌, ‘물리력’이다.
-포스 해머.
포스 해머를 하나 더 만든 엘레스터가 양손을 미친 듯이 흔들기 시작했다.
쿵쿵쿵쿵쿵-!
드득- 드드드드득-!
미친 듯이 마나가 산화하고, 그에 못지않게 많은 뼛조각들이 허공에 흩날렸다.
마법진을 지키기 위한 해골과 부수기 위한 엘레스터의 싸움.
팽팽했다. 문제는,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는 거다.
드드득-.
기둥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마법진이 점차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엘레스터 쪽에는 호재였고, 볼칸 쪽에는 악재였다.
2층 높이의 왕궁. 크롤리의 뼈는 거대했기에, 그 무게만 해도 수백kg이 넘는다.
반 이상 파괴된 마법진은 크롤리의 뼈를 보호해 낼 수 없을 것이다.
콰앙!!
그 사실을 알아차린 엘레스터가 두 개의 포스 해머를 내리쳤다.
당연히 기우는 방향 쪽이었다.
기우뚱-!
순간, 마법진 한쪽이 하늘로 향해 솟구쳤다.
떨어지는 게 확정인 상황.
결국, 볼칸은 새로운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콰드득!!
땅에서 거대한 손뼈가 일어서더니, 마법진을 붙들었다.
‘……튼튼하군!’
거대한 손뼈에 포스 해머를 내리친 엘레스터는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마나를 쏟아부었는지, 포스 해머로는 수십 때를 때려도 부수지 못할 정도였다.
계획에 지장이 생겼다. 하지만, 엘레스터는 미소를 머금었다.
볼칸의 마나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멀군. 나는 움직일 수 없지만…….’
지금 이곳에는 ‘그’가 있다. 그 어떤 거리도 순식간에 당도하는.
뇌제 아도니스가.
꽈르릉-!
전장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도니스도 볼칸의 마나를 감지한 상태였다.
문제는 마나의 파동이 세 군데에서 느껴졌다는 거다.
‘얼마나 마나가 많기에……!’
저 거대한 손뼈는 일반적인 마나 양으로 만든 게 아니다.
그런데 그만한 마나를 세 군데에서 동시에 사용한 거다. 자신의 위치를 숨기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공격할 수 있는 건 두 군데뿐이다.’
신위를 보이는 아도니스라고 해도, 신체가 하나뿐이라는 물리적인 법칙을 어길 수는 없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영영 볼칸을 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결국, 아도니스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도니스 세 번째 오리지널 비기.
게 볼그(Gae Bolg).
꽈르릉-!!
내던진 창이 번개를 머금으며 날아갔다.
파직!
아도니스는 곧바로 다음 목표로 향했다. 창이 표적에 맞기도 전, 다음 목표에 닿을 수 있었다.
해골 무더기 사이에서, 더러운 로브를 쓰고 있는 누군가.
아도니스의 주먹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덜그럭- 투둑-.
“…….”
자신이 부순 건 해골이었다.
그리고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내던진 창 또한 해골을 꿰뚫었다는 걸.
1/3의 확률.
볼칸에게는 미친 행운이었고, 아도니스에게는 엄청난 불행이었다.
“젠장!”
아도니스가 발로 땅을 차는 그때, 다른 곳에 있던 볼칸이 참았던 숨을 훅 내뱉었다.
“헉…… 헉…… 저 괴물 꼬맹이는 뭐냐. 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이지?”
아도니스. 그는 볼칸의 사전에 없던 인물이었다.
어찌나 빠른지, 번개와 속도를 겨뤄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괴물…….’
볼칸조차 몸서리칠 수밖에 없는, 그런 위용이었다.
볼칸이 고개를 휙휙 저었다.
길고 치열했던 싸움도 이제 끝이기 때문이다.
‘군단장 크롤리만 부활한다면…… 저놈들쯤이야.’
볼칸이 다른 곳으로 숨으려던 때였다.
“여기 있었구나.”
“……!!”
소름 돋는 목소리다. 볼칸조차도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위를 올려다보니, 한 남자가 보였다.
얼굴과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 해골 무더기 위에 서 있는 남자.
볼칸은 그가 누군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카, 카론……!”
살아 있었을 줄은 몰랐다. 시체 폭발 이후, 전장에서 카론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시궁쥐들도 주인을 잃은 개처럼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건 카론의 노림수였다.
시궁쥐의 응급처치를 빠르게 마친 후, 의도적으로 자신이 살아 있다는 정보를 숨겼다.
심지어 아군에게도 말이다.
아도니스가 받았던 정보도 그 일종이었다.
“선물은 잘 받았다. 그 보답으로…….”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카론.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찢어 죽여주마.”
* * *
앤우드 아카데미의 훈련장.
개복치 토끼, 레제가 벽에 붙은 채 바들바들 떨었다.
“사, 살려주세요!”
“후후, 누가 보면 죽이기라도 하는 줄 알겠습니다.”
“아, 아닌가요?”
“그럼요.”
다만…….
“죽기 전까지 훈련만 할 뿐이죠.”
“끼, 끼이이이익!!”
레제가 벽을 박박 긁기 시작했다.
죽기 전까지 훈련만 하면 되는데 왜 저러는 건지.
진짜 이해할 수 없는 나였다.
“괴롭힘은 벌점 사유다!”
“내 친구 괴롭히지 마!”
어디선가 나타난 로델린이 내게 벌점을 부여했고, 루나가 내 귀를 물은 채 대롱대롱 매달렸다.
‘음음, 오늘도 평화로운 아카데미 생활의 연속이군.’
카론이 떠난 게 일주일 전.
슬슬 볼칸과 마주했을 시간이다.
‘그러고 보니 그걸 말 안 해줬네.’
이 당시 볼칸이 그곳에 머무른 이유.
과거 영웅이라 불리던 자들의 뼈와 악마들의 뼈를 확보, 병사로 부리기 위함이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전쟁이 끝난 후, 각 나라에서 영웅이라 불리던 자들의 유해를 수습해 가기도 했지만.
영웅들의 뼈 대부분이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5군단장 크롤리는 저주와 독, 질병의 권능을 다루는 놈이었으니까.’
뼈까지 모두 녹아내렸기에 볼칸은 그들의 뼈를 확보할 수 없었다.
드래곤과 악마, 차마 회수하지 못한 영웅들의 뼈를 몇 챙기는 데 성공했을 뿐.
하지만 그들도 작은 것에 불과했다.
볼칸이 가장 얻고 싶어 했던 건 다름 아닌…….
‘군단장 크롤리.’
대전쟁 당시 크롤리를 죽이는 데 성공했지만, 사제들의 힘으로도 뼈를 없앨 수는 없었다.
뼈에서도 계속해서 독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크롤리의 뼈를 남겨둔 채 인간 연합군은 퇴각.
볼칸은 그 뼈를 노렸다.
군단장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말이다.
‘확실히 똑똑한 놈이란 말이지.’
게임 후반부,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는 인류의 재앙으로 등극하는 볼칸이다.
그런 자가 크롤리를 병사로 만든다? 대재앙이다.
하지만.
‘흠…… 말해줄 걸 그랬나?’
볼칸이 군단장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정보. 그것까지 카론에게 말해줬어야 할지도 모른다.
잠시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크롤리를 부활시키려는 건 아닐까요?’라는 말을 내뱉었다간, 카론의 괜한 의심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크롤리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 탓이 더 컸다.
응? 무슨 말이냐고?
군단장 크롤리의 부활.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