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07)
제207화
207화. 전장의 마에스트로 볼칸(14)
‘본 아머!’
카론을 마주한 볼칸이 곧바로 기술을 사용했다.
쿠득- 쿠드득-.
수만 개의 뼈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볼칸의 주위를 감쌌다.
쿠드득!
이내 볼칸의 주위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빛조차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곳.
그게 바로 볼칸이 만든 ‘본 아머’의 힘이었다.
“후우…… 위험했군. 진짜로 죽을 뻔했어.”
볼칸이 이마에 죽죽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설마 제국의 시궁쥐 카론을 눈앞에서 마주할 줄이야. 여러모로 심장에 좋지 않았다.
카론은 아군에게도 적군에게도.
공포의 상징이었으니까 말이다.
혹여나 구멍이 난 곳이 있지는 않을까 싶어,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던 볼칸이 생각에 잠겼다.
‘침착하자. 본 아머의 방어력은 절대적이다. 문제는…….’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
처음에는 갑옷 형태를 갖추게 해주는 마법이었지만, 몇 년 동안 손보다 보니 지금처럼 거대해지고 말았다.
밖에서 봤을 때는 뼈를 이리저리 엮어 만든 거대한 공처럼 보일 것이다.
움직일 수도 없을뿐더러, 시전자를 중심으로 사방팔방이 막혀버리기에 밖의 상황을 알 수 없다는 큰 단점이 있는 마법이지만.
볼칸에게는 단점이라 말할 수 없었다.
‘전장에 있는 해골, 그 모두가 내 눈이자 몸이기 때문이지.’
생각을 끝마친 볼칸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위기에 빠진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카론은 자신을 죽일 수 없을 것이고, 5군단장 크롤리는 머지않아 부활할 것이며…….
‘나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되겠지.’
군단장뿐만이 아닌, 대륙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발밑에 무릎 꿇을 것이다.
‘당황하지 말자. 크롤리를 부활시키는 게 최우선이야.’
볼칸이 해골을 통해 전장의 상황을 살피려던 때였다.
까각.
‘음?’
볼칸이 주변을 살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까각- 까가각!
심지어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내 볼칸은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본 아머’를 공격하고 있다는걸.
그리고 그 누군가는 당연히…….
‘카, 카론!?’
제국의 시궁쥐 카론이었다.
밖에 있는 한 해골에 의식을 집중한 볼칸은 볼 수 있었다.
카론이 미친 듯이 단검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을.
‘마나가 가득 들어있는 뼈를 부수려 들다니……! 아니, 이미 부수고 있잖아!’
처음에는 비웃었다.
지금 자신을 감싸고 있는 건 그 두께만 해도 5m에 달하는 두꺼운 뼈 갑옷이었으니까.
그것도 고슴도치처럼 여기저기를 뾰족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마나가 가득 주입되어 있으니 공격한 상대가 되려 피해를 받게 되는, 그런 구조를 갖춘 ‘본 아머’다.
부서지거나 깨질수록 더 날카롭게 변하는 뼈의 특성상,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한다는 건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
그런데…….
투콱! 카가가가각!!
그 미친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놈이 있었다.
“저, 저 미친놈!”
볼칸의 입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몇 년 동안 시간 나는 대로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작업한 본 아머다.
카론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벽을 과도로 깎아내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터.
게다가 본 아머의 뼈 하나하나는 6성급 마나가 담긴 검과도 같다.
몸으로 무식하게 깨부술 수 있는 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몸을 방어하는 특수한 기술이나 아티팩트를 갖고 있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다.
카론의 몸 여기저기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무식하게 몸으로 뚫고 있다는 건가……!’
검날이나 다름없는 뼈를 부수는 것도 놀랍지만, 고통을 참고 있다는 게 더 놀라웠다.
칼에 베이는 고통을 묵묵히 참으면서 전진하고 있는 거다.
오직.
상대를 찢어 죽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콰득!
투둑-.
작은 뼛조각 하나가 볼칸의 발밑에 툭 떨어졌다.
동시에 한 줄기 빛이 볼칸을 비췄다.
1cm는 될까 싶은 아주 자그마한 구멍이었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이기 때문일까.
새하얀 빛이 더욱 두드러졌다.
‘양지에서 살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군.’
그 모습이 퍽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볼칸은 저도 모르게 사색에 빠지고 말았다.
“양지라……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그녀’와 밖에서 뛰어놀던 때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볼칸을 비추던 빛이 사라지더니, 그 자리를 다른 게 대신 차지했다.
핏빛으로 번들거리는 무언가.
그 무언가를 바라보던 볼칸은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저건.
카론의 눈동자라는 걸.
“거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거라. 금방 꺼내줄 테니.”
“…….”
분명 대사는 감동적인데, 공포를 느끼는 건 어째서일까?
볼칸은 양지로 나가고 싶지 않아졌다.
자신에게는 음지가 딱이었다.
하지만 카론에게 이런 생각을 전해봤자 결과는 바뀌지 않으리라.
‘이러나저러나 땅 밑에 묻히는 건 똑같을 테지.’
그래도 사천왕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몸인데, 왜 이리 위엄이 없냐고?
너희들이 눈앞에서 저 모습을 봐봐라. 오줌이나 안 지리면 다행일 거다.
‘난 광기의 창조주처럼 미친놈이 아니란 말이다! 나도 사람이야, 사람!’
아무튼, 현실을 직시한 볼칸이 곧장 정신을 집중했다.
미친 듯이 해골들을 오가며 전장을 살폈다.
평소 느긋한 성격의 볼칸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행동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행동이 빨라진 건 카론도 마찬가지였다.
‘싸움은 포기했나. 역시 대인전에 취약한가 보군.’
전략, 회피, 방어 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운 듯했다.
‘바보 같다기보다는…… 당연한 일이다.’
알아서 몸을 복구할 뿐만 아니라 병력이 알아서 증식하고, 강한 적이 죽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구조.
지금은 1~2천에 불과한 이놈들이 만약 수만을 넘어 수십만의 군단이 된다면?
‘상상하기도 싫군……!’
칵! 카드드드득-!
볼칸을 향해 가면 갈수록, 카론의 몸에 생기는 상처도 늘어났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상처도, 큰 고통도.
카론의 전진을 막지는 못했다.
‘남은 거리는 약 3m.’
볼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저항을 포기했을 수도, 크롤리를 부활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일 수도, 아니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는 중일 수도 있다.
카론은 심리전이 곁든 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적의 생각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죽이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빼내야 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볼칸이라고 했나? 대단한 힘이군. 이런 힘을 왜 안 좋은 곳에 쓰는 거지?”
“…….”
“제국은 재능 있는 자를 귀중하게 여긴다. 투항하고 제국에서 일하는 게 어떻겠나?”
“……나가는 즉시 죽이려는 그 더러운 속셈, 내가 모를 것 같으냐?”
“아까도 말했지만, 꺼내주려는 것뿐이다. 너는 음지에 있을 만한 놈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으니까 말이다.”
“이 죽음의 힘을 어디에 사용한단 말이냐? 보나 마나 또 전쟁을 일으킬 속셈이겠지. 네놈들이 좋아 죽는 그 전쟁 말이다!”
처음에는 대화에 어울리지 않으려 했지만, 볼칸은 참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학살자인 주제에 인재로 받아 주겠다며 꺼드럭거리는 꼴이라니.
해골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권능을, 죽음을 다룰 수 있는 힘을 얻은 이후 볼칸은 항상 생각해 왔다.
이것이야말로.
학살자들을 제 손으로 벌하라는 신의 뜻이라고.
‘이 힘은 상대를 죽이는 것. 그것에 특화된 힘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농업에 이용할 수 있다.”
“뭐?”
“아까 보니 세세한 명령을 수행하는 건 물론, 힘도 상당하더군. 무엇보다 다치더라도 다시 몸을 수복하는 능력이 마음에 들었다.”
원재료 채취, 건설업, 첩보, 마수와 악마들과의 싸움까지.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볼칸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쪽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쌓여온 분노를 완전히 식힐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카론의 얘기를 듣고 싶어진 볼칸이었다.
“……그런가? 그럼 그 자리에서 멈춰라. 그런다면 얘기를 자세히 들어주도록 하지.”
“…….”
콱! 카가가가각!
카가각!
하지만 카론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
볼칸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이 더러운 제국의 개! 거짓말이 아주 일상이구나!”
“방금 뭐라고 했었나? 뼈가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려서 말이지.”
“다른 건 잘만 들어놓고서! 됐다! 더 이상은 네 농간에 어울려 주지 않겠다!”
카론이 입맛을 다셨다. 광기의 창조주와 달리, 설득이 통할 놈이었던 걸까?
하지만 볼칸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었다.
자신이 전진을 멈춘 사이, 볼칸이 다른 계획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판단에는 크롤리의 부활이 임박했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하지만 네가 훌륭한 인재라는 건 진심이다. 이렇게 죽기에는 그 능력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나?”
“걱정 마라. 죽는 건 내가 아닌, 네놈 쪽이 될 테니까.”
“…….”
“어디 보자…… 어떻게 죽여줄까. 터뜨려 죽여줄까? 네가 키우던 쥐새끼들처럼?”
우뚝-.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카론의 움직임이 멎었다.
볼칸은 의외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냉철한 카론이라면 웃으면서 넘길 거라 생각했으니까.
‘뭐, 아무렴 어때. 시간을 벌었다는 게 중요하다. 크롤리의 부활이 머지않았다. 5분…… 아니, 3분 뒤면…….’
볼칸이 시간을 계산하던 때였다.
카론의 단검 위로 시퍼런 검강이 우뚝 솟아났다. 그리고.
슈카가가가가각!
카가가가가가각!
미친 듯이 본 아머를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세 배는 빠른 속도였다.
볼칸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3분이면 자신의 목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니까.
대체 그놈의 시궁쥐가 뭐라고……!
“카론! 네놈이 나와 뭐가 다르단 말이냐!”
사실 부하를 사지로 내모는 건 카론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일수록 더욱 오지로 보내곤 했다.
하지만.
카론은 적어도.
“동료의 시체를 폭탄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카가가가가각!
본 아머가 말 그대로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볼칸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분리되었던 적의 병력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지.
크롤리가 일어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카론은 당장이라도 눈앞에 당도할 것 같지!
‘비장의 수가 하나 더 있긴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진작 일어났어야 할 놈이지만, 아도니스가 날뛰던 전장을 수습하느라 마나가 생각 이상으로 소모되고 말았다.
‘젠장! 어쩔 수 없군. 도박을 할 수밖에…….’
확률 따위에 목숨을 거는 건 볼칸의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운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따악!
볼칸이 손가락을 튕겼다. 군단장의 뼈에 마나를 불어넣던 흑마법사들을 모조리 죽인 거다.
‘볼칸의 뼈는 일부 부서져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머리뼈니까.’
목표는 크롤리의 주변에서 날뛰고 있는 아도니스와 루시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큰 부상을 입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생각을 마친 볼칸이 입을 열었다.
“시체 폭발!”
* * *
‘카론이 잡았군……!’
카론이 볼칸을 마주한 바로 그 순간.
아도니스도 볼칸 쪽으로 향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두쿵!
강력한 마기가 아도니스의 심장을 때렸다.
‘……설마!’
고고고고고-!
크롤리의 몸 뒤에 있던 역오망성이 검게 빛나더니, 점차 떠오르기 시작했다.
부활이 머지않았다는 징조였다.
콰르릉-!
푹! 푸푹!
조금 전, 마법진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바닥에서 숨을 헐떡이던 흑마법사 둘.
순식간에 그 둘의 목을 베어버린 아도니스가 마법진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엘레스터와 함께 크롤리를 둘러싸고 있는 마법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쾅쾅쾅쾅쾅!
꽈르릉-!
마법진이 점차 그 힘을 잃어가던 순간이었다.
“쿨럭!”
엘레스터가 엎드린 채 신음했다.
마나가 바닥난 탓이었다.
‘초반에 생각 없이 마법을 난사한 탓이다.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바보 같은 놈!’
다행인 점이라면, 마법진이 약해졌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는 거다.
“할배! 들어가!”
아도니스와 엘레스터가 전선에서 물러난 사이, 나름 많은 전투에 참여했던 루시아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루시아가 곧장 검을 휘둘렀다.
범위는 좁지만, 일점(一點)에 가장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술.
루시드 가문류 네 번째 비기.
하늘 가르기.
쩌저저저적-!!
찰나의 순간, 마법진이 반으로 쩍 갈라졌다.
말 그대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도니스가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꽈르릉-!
아도니스는 곧장 창을 휘둘렀다.
하나.
둘.
셋.
마지막 흑마법사를 죽이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털썩-.
흑마법사가 픽 쓰러졌다. 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묘한 이질감이 드는 모습이었다.
아도니스는 이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생포하려던 흑마법사들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모습. 그것과 똑같았다.
그리고 이다음에는 분명…….
“……!!”
투콰앙!!
거대한 폭발.
폭발로 인한 충격이 마법진에 틈을 만들어냈고, 아도니스가 마법진 밖으로 구르듯 튀어나왔다.
‘큰일 날 뻔했군.’
아도니스가 불타는 옷자락을 잘라냈다.
전장에서 먼저 보지 않았다면, 자신도 저 폭발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목숨은 건졌지만, 아직 위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역오망성의 기운이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흑마법사들은 다 죽였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는 건가?’
그때였다. 근처에 있던 한 해골이 벌떡 일어서더니 입을 딱딱거렸다.
“하하하! 내가 이겼다! 군단장은 부활한다! 바로 이곳에서, 대륙에 죽음을 선고하겠다!”
“……볼칸!”
“크큭! 의식은 모두 끝났다. 남은 건 일어서는 것뿐이지.”
“카론이 곧 네놈의 목을 베어 버릴 텐데?”
“얼마든지 그러라고 해라! 나 대신 크롤리가 네놈들에게 죽음을 선사해 줄 테니 말이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단 한 명.
루시아만 빼고 말이다.
“나처럼 예쁜 여자를 잊으면 곤란한데.”
“루시아? 네까짓 게 뭘 할 수 있지?”
“지금 시간 끌고 있다는 거 모를 줄 알아? 의식도 아직 안 끝났지?”
“……!”
“미안하지만, 난 사람을 죽인 숫자보다 흑마법사를 죽인 숫자가 더 많거든. 네놈들의 장난질이야 뻔하지. 그 벌로 받아 갈게.”
군단장의 목.
입 모양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루시아가 땅을 박찼다.
한참 전부터 모아온 마나. 그걸 일직선으로 쏘아냈다.
루시드 가문류 두 번째 비기.
태산 꿰뚫기.
쩌어엉-!!
뒤쪽 기둥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기둥에 비스듬히 걸쳐 있던 마법진이 떨어져 내렸다.
크롤리를 보호하던 마법진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쿵! 쿠구구구궁!
어마어마한 굉음과 여기저기로 비산하는 돌조각.
거대한 땅 울림이 끝나자, 루시아가 손을 들며 외쳤다.
“이겼다!”
그 순간이었다.
파직- 파지지지직!
먼지 속에서 검은 역오망성이 떠올랐다.
짙은 먼지 속에서도 확연히 보일 정도로 짙은 역오망성이었다.
쿠웅!
거대한 손뼈가 흙먼지를 뚫고 튀어나오더니 땅을 짚었다.
땅이 울렸다. 크롤리의 몸 전체가 떨어졌을 때보다 큰 울림이었다.
거대한 머리뼈가 서서히 올라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한.
검보라빛 안광을 불태우면서.
그오오오오오-!
과거, 로한 왕국을 멸망시키고 인류의 10%를 땅에 묻게 한 5군단장 크롤리.
그가 다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