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09)
제209화
209화. 전장의 마에스트로 볼칸(16)
볼칸이 올라탄 본 와이번이 날갯짓을 시작함과 동시에.
파지직-!
한 줄기 번개가 그 뒤를 따랐다.
아도니스였다.
‘놓칠 것 같으냐!’
무방비 상태인 볼칸을 공격하지 않고 대화를 나눴던 이유.
‘정보’ 때문이었다.
고위 흑마법사를 사로잡으면 꽤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권능을 어떻게 받았는지부터 시작해서 다른 사천왕의 권능, 그들의 목표까지.
다양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크롤리라는 최강의 패가 사라진 이상, 더 이상 숨겨둔 패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본 드래곤을 일으키는 걸로도 모자라 도망치기까지 하다니.
‘역시 보통 놈이 아니군. 여기서 죽여야 한다.’
파지직-!
본 와이번의 꼬리에 착지한 아도니스가 다시 한번 번개로 변했다.
날아가던 속도 그대로 내지른 창이 볼칸의 뒤통수에 닿았다.
볼칸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런데…….
덜그럭-.
아도니스가 회수한 창날. 그 끝에는 구멍 난 해골바가지가 덩그러니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아도니스지만, 지금만큼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건 처음부터 해골이었다는 건가……!’
크롤리의 무너진 해골 앞에 허망하게 서 있던 모습.
울부짖는 것 같은 대화와 그 속에 품고 있는 강대한 마나까지.
지금 아도니스가 쫓던 놈이 볼칸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
그 순간, 아도니스의 감각에 다수의 마나가 감지됐다.
뒤를 돈 아도니스는 볼 수 있었다.
따닥딱딱딱-!
날아오르는 수십 마리의 본 와이번.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타 있는 한 인영의 모습을.
‘저 중에서 진짜를 찾아야 하는 건가……!’
빠지직-!
황금빛 번개가 하늘을 수놓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칫!”
아도니스가 처치하는 데 성공한 본 와이번은 여섯 마리가 전부였다.
그 위에 타고 있던 인영은 전부 해골이었고.
‘사방팔방으로 참 예쁘게도 퍼지는군.’
천하의 아도니스라도 발을 디딜 곳이 없다면 날아다닐 수 없었다.
본 와이번들의 거리가 벌어진 지금, 더 이상의 추격은 무리였다.
“……대단하군.”
전투 후반부에 저만한 마나가 남아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본 와이번을 끝까지 숨겨뒀다는 게 더 놀라웠다.
저 본 와이번들이 싸움에 투입됐다면 엘레스터, 카론, 루시아, 자신을 제외한 토벌대는 진작 전멸했을 테니까.
심지어 카론에게 쫓기기까지 했던 볼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본 와이번이라는 패를 꼭꼭 숨기고, 도망갈 여력을 남겨두다니.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있어.’
적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놈이다.
정말 대단한 놈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본 와이번 중 한 마리.
그곳에서 또 다른 ‘대단한 놈’의 기운을 느낀 아도니스가 곧장 발을 굴렀다.
빠각!
크롤리의 뼈가 좋은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손에 마나를 불어넣은 아도니스가 뼈를 다듬기 시작했다.
카가가각-!
“후!”
아도니스가 입으로 바람을 불자, 뼛가루가 흩날렸다.
크롤리의 뼈는 어느새 창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기까지 1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뭐, 무게중심만 대충 잡았으니 제대로 된 창이라고 말하기에는 힘들지만…….’
던지기에는 무리가 없다. 아도니스가 곧장 자세를 취했다.
창을 던지기 위한 자세. 투창 자세였다.
‘시선은 이쪽에서 끌어주지. 마무리는…….’
투콰앙-!
“카론,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겠네.”
크롤리의 뼈로 만든 창.
창은 어떤 본 와이번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쉬이잉-!
“음?”
난데없는 파공음.
볼칸이 고개를 돌리자,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뼈?’
정확히는 뼈로 만든 창이었다.
뼈에 한해서는 전문가인 볼칸이었기에, 멀리서도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도니스…… 그 정체불명의 꼬맹이가 던진 건가.’
괴물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거리도 거리지만, 본 와이번의 비행 속도를 뛰어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돌아가면 정체를 알아봐야겠군.’
창이 날아오고 있었지만, 볼칸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쉬이이이익-!
자신이 있는 곳으로부터 약 10m 옆.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한계는 존재하기 마련이지.’
한 가지 의문이라면, 그 많은 본 와이번 중 어떻게 자신이 탄 본 와이번을 알아차렸는가 하는 점이지만.
볼칸은 이내 그 생각을 떨쳐냈다.
지금은 휴식을 취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바다처럼 거대하던 마나도 어느새 바닥이 나기 직전이었으니까 말이다.
‘본 와이번이 뼈로 돌아가면 큰일이지.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어. 응……?’
그 순간, 볼칸은 이상한 기척을 감지했다.
무언가가 본 와이번의 뼈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똑바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게 등 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눈으로 볼 수가 없다는 거다.
볼칸이 회피 동작을 취하며 기술을 시전했다.
“본 아머……! 크아악!”
본 아머가 자신을 감싸기 시작함과 동시에, 왼쪽 팔꿈치 부분에서 후끈한 감각이 느껴졌다.
투둑- 투두둑-.
검붉은 피가 본 와이번 위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내 볼칸은 보게 되었다.
땅에 떨어진 자신의 왼쪽 팔. 그리고.
“건방진 놈. 꼴이 아주 볼만하구나.”
그걸 지르밟고 있는 카론의 모습을.
“카, 카론!? 네놈이 어떻게 여기에……!”
수십 마리의 본 와이번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그런데 그중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집어내다니.
볼칸은 믿을 수가 없었다.
“네놈의 더러운 냄새가 진동하더군. 그러니 모를 수가 있나.”
“거, 거짓말하지 마라! 냄새도 모두 동일하게 만들었단 말이다!”
“……참 변태적인 취향이구나. 그것도 여기까지겠지만 말이다.”
카론이 볼칸을 추적할 수 있었던 이유.
‘본 아머’에 추적향을 묻혀두었기 때문이다.
카론이 직접 만든 수제 추적향. 냄새도 자신만 맡을 수 있으며, 지속시간도 1년이 조금 넘을 정도로 길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볼칸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볼칸이 팔뚝을 꽁꽁 싸매며 지혈에 들어갔다.
카가가가각! 까각!
카론이 본 아머를 깨부수는 섬찟한 소리가 들려왔다.
“네놈! 동료들을 버리려는 거냐! 역시 시궁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놈답구나!”
“…….”
떠나기 직전, 볼칸이 일으켜 세운 건 본 드래곤 하나가 아니었다.
과거에 기사라 불리던 자들, ‘데스 나이트’들도 일으켜 세웠다. 그것도 스무 마리나.
그들은 엘레스터와 루시아를 노리지 않았다.
체력이 바닥에 가깝고, 부상자들을 짊어지고 있는 토벌대 본대를 노렸다.
그런데.
“나를 따라오다니! 이 멍청한 놈! 네놈의 이 선택 때문에 거기 있던 놈들은 다 해골로 변하고 말 거다. 그리고 날 위해 싸우게 되겠지!”
카론이 내린 전략적 판단의 아쉬움(?)을 성토하고, 화를 돋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내뱉은 말.
볼칸의 말을 들은 카론이 덤덤히 말했다.
“네놈을 죽이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 내렸기 때문이다.”
“……뭐라?”
“저기 있는 놈들의 목숨보다, 네놈의 가치가 더 높다는 뜻이다.”
카론의 말은 사실이었다.
카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볼칸이 앞으로 지르밟을 생명의 숫자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질 거라는 걸.
“적인 네놈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니, 기뻐해도 좋다. 그러니…….”
특별히 정성껏 찢어 죽여주마.
울부짖으며 죽어라.
카가가가각-!!
다시 시작된 카론의 돌격.
볼칸은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있었던 전투로 인해 본 아머의 내구력이 바닥을 기는 것은 물론, 카론과의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 상황.
결국 볼칸은 숨겨둔 수 중 하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 년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힘이지만, 아낄 때가 아니었다.
“내 적의 감각을 빼앗아라!”
볼칸의 오른손에는 칠흑빛의 마석이 들려있었다.
이론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神?)의 힘이 깃든 마석이었다.
그곳에서 칠흑빛이 빠져나오더니, 카론의 온몸을 뒤덮었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상대의 오감을 일시적으로 빼앗는 힘, ‘베일 오브 다크니스’였다.
카론은 일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았으니까.
어둠 속에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위험하군.’
카론은 이 기술의 무서움을 즉각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상대가 공격을 시도할 경우, 그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카론이 살짝 혀를 깨물었다.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는군. 이 기술의 지속시간이 끝났을 때, 이미 바닥에 누워있을지도 모르겠어.’
바닥을 기고 있는 거다. 자신의 팔다리가 잘렸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죽으면 죽었지, 그런 꼴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부하들을 죽인 저놈 앞에서는 더더욱.
‘승부를 건다!’
양쪽 손에 쥐고 있는 단검에 검강이 불뚝 솟아났다.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볼칸의 위치.
카론은 그곳을 향해 전진하며, 미친 듯이 양손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제대로 휘두르고 있는지, 뭘 베고 있는지, 지금 자신의 팔다리는 잘 붙어있는지.
뭐 하나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전 방향의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니, 다소 피해는 입더라도 죽지는 않을 거다.’
카론의 생각대로였다.
자신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카론의 모습을 본 볼칸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신비의 힘이 먹힌 건 분명하다. 그런데 어떻게……!’
본 아머의 뼈를 더 날카롭게 만들고, 본 스피어를 이용해 공격을 가했지만, 카론의 전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볼칸은 마지막 작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다름 아닌.
‘도망’이었다.
근처를 활강하고 있던 본 와이번을 불러 그 위에 올라탔다.
카론에게는 마지막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
이제 자신을 보호해 줄 수단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후끈거리는 왼쪽 팔을 부여잡으며, 볼칸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카론…… 두고 봐라.”
자신이 다시 돌아오는 그 날.
“네놈이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과, 제국에 죽음을 선사해줄 테니까!”
그렇게 볼칸을 태운 본 와이번이 저 멀리 떠났다.
* * *
루시아와 엘레스터가 본 드래곤을 내려다보았다.
현재 본 드래곤은 지하에서 몸을 빼내기 위해 용을 쓰고 있는 상태였다.
워낙 거대한 몸덩이였기에, 몸을 빼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육중하고 거대한 뼈. 그에 못지않은 날개.
그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보라빛 마나.
폭발적이고 파괴적이었다.
루시아의 몸이 살짝 떨릴 정도로 말이다.
“……드래곤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대전쟁 때, 진짜로 저런 게 있었어요?”
“역사서를 보았으면 알 거 아니냐. 인간 연합군 측에도 네 마리의 드래곤이 있었다. 저놈은 그 심성이 고약해 그들에게도 미움받고 있었지. 뭐, 그 덕에 크롤리와의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거지만 말이다.”
재밌겠다며 군단장 측에 붙은 흑룡 드라칸.
그를 막기 위해 네 마리의 드래곤이 대전쟁에 참가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크롤리와의 싸움에서 인간 연합군이 패배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들도 그 전쟁에서 다 죽었으니…… 이제는 저놈을 혼내줄 드래곤도 없겠네요.”
“그렇지.”
“저놈, 날지는 못하겠죠? 깃털은커녕 날갯죽지에 살이라곤 하나 없잖아요.”
“가능할 거다. 방금 우리가 보았던 본 와이번만 해도 잘만 날지 않았느냐.”
“……맞아. 그랬죠.”
루시아가 고민에 빠졌다.
엘레스터는 그녀의 고민을 손쉽게 알 수 있었다.
‘퇴각하느냐, 아니면 본 드래곤과 싸우느냐. 그걸 고민하고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