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14)
제214화
214화. 영웅의 자격(3)
“으으…….”
“나…… 살아 있는 거야?”
흑마법사의 폭발로 인해 큰 부상을 입었던 사람들과 치열한 전투로 기절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토벌대는 부상자들을 돌봄과 동시에 휴식을 취했다.
이제 할 일이라곤 제국으로 귀환하는 일뿐이었으니, 각자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했다.
각기 다르게 휴식을 취하는 토벌대. 그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힐끔-.
힐끗힐끗-.
한 사람을 계속 곁눈질하고 있다는 거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아도니스였다.
‘대체 정체가 뭘까?’
‘드래곤과 1:1로 맞서 싸우다니…… 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
‘드래곤이 사람으로 변한 걸까?’
‘저 정도면 괴물을 두 개…… 아니, 세 개 달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아도니스를 향한 온갖 생각과 시선들.
카론 또한 그들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정리할 필요가 있겠군.’
9성 기사의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성검’을 사용했다.
성국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여러모로 귀찮아질 터.
입단속을 할 필요가 있었다.
“오래 살고 싶다면 그 입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
서슬 퍼런 협박.
그에 몇몇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카론의 말에 불만을 표시한 거다.
살인 전차라 불리는 카론에게 불만을 대놓고 드러내는 것.
아도니스에 대한 궁금증은 그 정도였다.
“카론, 자중하게. 나는 괜찮으니.”
“하지만…….”
“찍어 누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 않나. 무엇보다 함께 싸운 동료 아닌가.”
반짝반짝-.
토벌대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자신들을 동료라고 불러주기도 했지만, 아도니스의 정체를 알게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는 너희들 스스로 생각하거라. 생각의 힘을 기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거든.”
“…….”
“대신 내 정체를 알아낸다면 작은 상을 내리도록 하마. 가문 측에 ‘아도니스’라는 이름으로 서신을 보내거라. 종종 확인해 볼 터이니.”
토벌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상도 상이지만, 귀족이라는 것 자체가 큰 힌트였기 때문이다.
“내 존재에 대해서는 가급적 비밀로 해줬으면 하지만…… 그건 각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마.”
“가문에 보고해도 된다는 건가요?”
“그렇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6~7성의 경지에 도달한 신예들이다.
앞으로 제국의 중추를 담당하게 될 터.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는 것 또한 실력이지.’
가문을 이끄는 가주들은 아도니스의 정체를 알아내더라도, 입을 꾹 다물 것이다.
자신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하다간 폐하의 눈 밖에 날 수도 있으니…… 알아서 잘 처신하겠지.’
아무리 명망 높은 가문의 가주라 해도, 영웅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니까.
즉, 아도니스가 통제해야 할 정보는 하나뿐이었다.
“단, 성검에 대해서는 함구하도록 해라.”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성검이더라도 소유주는 엄연히 그걸 만들어 낸 성국이다.
성국에서 돌려달라고 하면 거절할 명분이 없다.
제국의 힘이 약해지는 일이나 마찬가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괜찮을까? 본 사람이 너무 많은데…….’
사람 다섯이 모이면 한 명은 쓰레기이기 마련.
성검에 대한 정보를 파는 불한당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물론…… 정보가 샌다면 어쩔 수 없지. 여기 카론을 통해 알아보는 수밖에.”
오싹-!
카론을 통해 발설자를 찾아내겠다는 아도니스의 말.
토벌대의 시선이 카론 쪽으로 향했다.
카론의 눈빛이 성성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니, 살짝 웃는 것 같기도 했다.
‘고, 고문하는 걸 기대하는 건가!’
‘저 인간에게 우리는 동료로 보이지도 않는 건가!’
‘괜한 의심을 사는 행동이라도 했다간 끌려가고 말 거야!’
모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억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이번 전투에서 성검은커녕.
검 한 자루도 보지 못했다고.
* * *
칼로스를 떠나기 전.
“……경례.”
척!
토벌대의 오른손이 절도있게 움직이며 경례를 올렸다.
그들의 앞에는 세 구의 해골과 두 구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시체 폭발로 인한 전사자와 그 이후 생긴 전투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었다.
총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셋은 해골로 변해 아군을 공격하기까지 했었고.
제국을 위해,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동료들을 향해 올리는 마지막 경례.
토벌대의 일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슬픔을 삼킬 때였다.
“이제 됐지? 우린 쉬러 갈게.”
“루시아, 조금 더 애도를…….”
“네 치료가 우선이거든? 가자. 유모가 자리를 마련해 뒀어.”
루시아가 실비아를 부축하며 자리를 떴다.
누군가는 예의가 없다며 불만을 표하겠지만, 카론은 잘 알고 있었다.
‘떠올랐나 보군.’
전쟁터에서 친구의 죽음을, 동료의 죽음을 매일 같이 마주하던 루시아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게 틀림없었다.
지금껏 이런 자리를 기피하던 모습을 생각한다면, 큰 발전임은 분명했다.
카론은 알 수 있었다.
열여섯에 멈춰 있던 루시아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는 걸.
‘앞으로 더 강해지겠군. 다음부터는 상대가 안 될지도 모르겠어.’
루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때였다.
문득, 해골로 변한 에드윈을 바라보던 키엘이 읊조렸다.
“……우린 이긴 겁니까?”
혼잣말이나 다름없는 속삭임이었지만, 모두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워낙 조용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실, 토벌대의 일원들은 키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본 드래곤은 죽였지만, 정작 그걸 만든 볼칸은 놓치고 말았다.
남은 거라곤 상처투성이인 몸과 마음. 그리고 아군의 시체뿐이다.
자신들을 동료와 친구를 잃은 반면, 볼칸은 멀쩡히 살아서 돌아갔다.
그런데 이걸 이겼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확실히 말해 주지. 우리는 이겼다.”
카론이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언데드의 존재를 밝혀냈고, 각 나라에 정보를 제공할 거다.
모든 나라가 경계를 한층 강화하며 흑마법사의 활동반경을 줄일 거고.
흑마법사의 활동에 큰 제약이 걸리게 될 거라는 것 등.
카론의 얘기를 듣던 키엘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상처뿐인 승리. 뭐 그런 겁니까?”
“흡……!”
명백한 비꼼. 깜짝 놀란 토벌대가 숨을 집어삼켰다.
카론 앞에서 저런 말을 내뱉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급속도로 냉각된 분위기. 하지만 카론은 덤덤했다.
“맞다. 하지만 그거 아느냐? 전쟁이란, 원래 그런 거다.”
승자와 패자. 양쪽이 상처를 입는.
반드시 누군가가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악의 재앙이지.”
토벌대의 일원 대부분이 전쟁을 모른다. 겪은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전쟁의 막바지에 태어난 아이들.
소위 말하는 ‘운이 좋은 세대’.
“그런 너희들에게는 안 됐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끝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잠시 멈춰 있을 뿐이지.”
이 순간, 토벌대 모두가 깨달았다. 자신들 또한.
전쟁을 겪게 될 거라는 걸.
지옥의 틈바구니로 들어가게 될 거라는 걸.
‘이 끔찍한 일을…… 다른 사람들도 겪게 해야 한다는 건가?’
키엘이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아무리 강해져도 전쟁을 막을 수는 없다.
재앙은 사람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노력해라.”
“……예?”
“전쟁이 문제라면, 일어나지 않게 하면 된다. 영원히 멈춰있게 하는 거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이게 카론이 정보에 집착하는 이유이자, 시궁쥐가 된 이유였다.
최상의 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요.
싸울 수밖에 없다면, 미리 이기고 싸우는 것이니까.
그리고 전쟁을 막을 방법이 또 한 가지 있었다.
“강해져라.”
강하다면 그 누구도 함부로 싸움을 걸어오지 않는다.
자신이 질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강해져라. 너희들 모두가 영웅이 되는 거다. 그러면 흑마법사들도 나대지 못하고 지하에 찌그러져 있겠지.”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다. 루시아가 증명하지 않았느냐.”
그렇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똑똑히 목도했다.
모두를 지켜내기 위해 성검을 쥔 루시아의 모습을.
“너희라고 못할 건 없지.”
“영웅…….”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생각을 정리할 뿐.
키엘이 에드윈의 뼈를 정성껏 닦던 와중, 키엘의 손에 물방울 하나가 뚝 떨어졌다.
눈물이었다.
“키엘, 왜 우는 것이냐? 상처가 아픈 것이냐?”
키엘이 황급히 눈물을 닦아냈지만, 아도니스의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아닙니다.”
“적이 두려운 것이냐?”
“아닙니다.”
“그럼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이냐?”
“……전쟁의 무서움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함께 전장을 다닌 동료가, 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친구가 영원한 잠에 빠져들까 봐.
가족을 잃게 될까 봐.
“너무나도 무섭고 두렵습니다.”
지금 이 순간, 키엘은 실비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실비아를 비롯한, 전쟁을 온몸으로 막아 낸 사람들이 존경스러웠다.
너무나도 고맙고 미안했다.
아도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 또한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겠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키엘은 솔직히 답했다.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니까.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영웅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니까.
“키엘.”
“예, 말씀하십시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더구나.”
키엘은 검술 명가 중 하나인 잭필드 가문의 자제다.
잭필드 가문의 비기만 익혀도 손쉽게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키엘은 가문의 비기만 수련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검술을 주의 깊게 살피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검술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자신만의 비기를 창조해 내기도 했고 말이다.
‘마치 나처럼 말이지.’
아도니스 또한 창술의 명가라 불리는 카셀 가문의 후예.
그러나 아도니스는 가문의 창술에만 전념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비기를 창조해 냈고, 그로 인해 손꼽히는 강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부각해 보는 것 같더구나.”
아도니스에게 지적을 받은 키엘은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자존심을 높이고자 다른 사람의 단점을 극대화하곤 했으니까.
“다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다. 명심하도록 해라.”
“사려 깊은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키엘이 고개를 숙였다. 9성 기사에게 가르침을 받다니.
자신은 행운아였다.
“키엘.”
“예.”
“내 밑에서 한 번 더 변화를 꿈꾸지 않겠느냐?”
“예……?”
“내게 창을 배울 생각이 없는지. 그걸 묻는 것이다.”
“……!”
키엘이 아도니스의 제자가 되는 것.
검술 명가의 자제인 키엘이 검을 버리고 창을 쥐는 것.
제로가 상상도 못 했던 히든 피스가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 * *
“시궁쥐 집합.”
토벌대가 애도의 시간을 갖는 동안에도 카론은 바쁘게 움직였다.
“시신의 수습은?”
“최대한 수습했습니다만…… 뼈가 뒤섞여서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애도를 받는 기사들과 달리, 시궁쥐의 죽음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적도, 아군도, 심지어는 같이 싸운 사람들조차.
그 누구도 그들의 죽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아는 거라곤 자신들뿐.
그럼에도, 그 누구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볼칸이 있을 법한 곳을 찾는다. 그 누구보다 큰 전쟁을 일으킬 놈이라는 것, 잘 알고 있겠지.”
사실 시궁쥐 대부분이 전쟁의 아픔을 아는 사람들이다.
가족을, 친구를, 그 이상의 무언가를 잃고 아파한 적이 있는.
전쟁의 피해자들.
그렇기에 누구보다 전쟁을 막고 싶어 했다.
“특급부터 5급으로 정보를 분류했다. 필사한 뒤, 각 급에 맞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시궁쥐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휴식 같은 건 취할 생각도 없다는 것처럼.
그들의 모습을 바라본 카론이 생각에 잠겼다.
‘영웅이라…….’
만약, 자신에게 영웅이란 칭호를 내릴 자격이 주어진다면.
카론은 두말하지 않고 말할 것이다.
저들이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 * *
“아~ 잘 먹었다.”
앤우드 아카데미의 식당.
저녁을 순식간에 해치운 루나가 배를 두들겼다.
사실 루나의 몸에는 아저씨가 들어가 있는 게 아닐까?
“후식 먹을래?”
“후후, 좋지요.”
“오늘은 특별히 이 누님이 가져다주지.”
루나와 레제가 자리를 떴다.
식판 정리와 뒷정리는 내 몫인 듯했다.
‘뭐, 청소 스킬이 있으니 힘들지는 않지만.’
[청소S] 스킬을 사용해 테이블을 깨끗하게 정리한 순간이었다.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나를 향해 다가와 속삭였다.
“청소 솜씨가 아주 훌륭하군.”
“……스칼렛 군?”
카론의 시궁쥐이자, 앤우드 아카데미의 지부를 담당하고 있는 시궁쥐.
스칼렛이었다.
“후후, 저는 취향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만…… 아주머니 행색을 하는 취향은 조금 힘들군요.”
“변장한 거다! 앤우드 아카데미에 잠입하는 게 쉬운 줄 알아!?”
뭐야, 그런 거였어?
아주머니로 변장하는 취미가 있는 변태가 아니라?
“그래서,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십니까?”
“……네놈이 명령했잖아. 이걸 가져오라고 말이야.”
스칼렛이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작은 비석이었다.
[힘을 잃은 산신의 비석 : D]산신의 비석이다.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 힘을 잃었다.
소소한 행운이 담겨 있다.
행운 +3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때가 왔다.
세 번째 ‘잠재력 도박’을 할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