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15)
제215화
215화. 제3의 세력(1)
현재 나는 100pt를 보유한 상태다.
루시아의 인정을 받는 다섯 번째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 레벨 업을 통해 획득한 20pt와.
‘놀라게 하는 조건을 충족, 추가 보상으로 얻은 50pt.’
여기에 기존에 갖고 있던 포인트를 합치니, 딱 100pt를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행운력 스탯을 올려주는 ‘힘을 잃은 산신의 비석’까지.
당장 잠재력 도박을 하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외적으로 티가 나는 패시브 스킬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어때, 이 정도면 내 능력을 믿을 수 있겠지?”
“후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부탁한 게 언제인데요. 소설로 따지자면 약 50화 전쯤…… 이럴 수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군요.”
“비꼬기는…… 어쩔 수 없었다. 카론 님과 다른 시궁쥐의 시선을 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는 하냐?”
스칼렛의 말이 진짜라면 칭찬해 줄 만했다.
그리고 칭찬해 줄 점 또 한 가지.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군.’
스칼렛도 이 비석이 신비의 힘을 품고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챘을 거다.
신비는 이 세상의 과학과 마법으로 증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
세간에서는 ‘신이 흘린 물건’이라고 말할 정도니, 스칼렛도 욕심이 났을 것이다.
‘본인이 챙긴 뒤, 누군가 먼저 가져가 버렸다고 변명해도 됐을 텐데 순순히 가져오다니.’
문득,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후후, 왜 가져가지 않으신 겁니까?”
“그건 ‘영원한 눈꽃’이 아니니까.”
영원한 눈꽃.
온몸이 딱딱하게 굳는, 조각병에 걸린 여동생을 살리기 위한 재료이자 신비 중 하나다.
“영원한 눈꽃이었다면 가져갔을 것처럼 들리는데…… 제 착각일까요?”
“당연하지. 그게 우리의 계약이니까.”
솔직하다. 신뢰를 쌓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니.
‘좋네.’
사실 스칼렛이 가져온 ‘힘을 잃은 산신의 비석’은 성공적인 잠재력 도박을 위한 게 아니었다.
믿을 만한 존재인가, 내 손과 발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실험.
그 의도가 더 컸다.
미래에 ‘만물상’이라 불리며 명성을 떨치는 스칼렛.
하지만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적다.
그래서 간단한 실험을 한 거다. 잃어도 괜찮을 법한 물건으로.
결과는 합격점.
특히, 카론과 다른 시궁쥐를 경계하는 움직임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후후, 그러시죠.”
“안전하게 신비를 얻는 방법은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냐?”
신비가 있는 신당의 위치를 알려준 후, 삼백 번 절한 다음 신당을 부수라고 말한 나다.
신비를 얻는 데에는 ‘조건’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조건을 정확히 알고 있다니.
스칼렛이 의문을 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게임에서는 선택지가 주어지지.’
-삼백 번 절하며 예의를 갖춘다
-그냥 때려 부순다
라는 두 개의 선택지.
그러니 조건을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걸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일.
“신당의 앞에 있던 비석. 그곳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요.”
“……고대의 언어를 해석할 수 있단 말이야?”
“후후, 그렇습니다만?”
거짓말은 아니다.
수년 전 유저들이 힘을 모아 고대의 언어 중 90%를 해석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그리고 그 90%를 완벽하게 알고 있는 나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나는 나머지 10%를 채울 수 있겠네.’
게임을 시작할 때 주어진 [번역S] 스킬.
악마의 언어조차 해석할 수 있으니, 고대의 언어도 문제없이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직접 회수하지 않은 거지? 네가 직접 해도 됐을 텐데.”
이쯤에서 끊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스칼렛은 내 손발이 되어줘야 하는 존재다. 질문이 많아지면 좋지 않다.
손발이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면.
‘그것만큼 귀찮은 일이 없으니까.’
[눈 뜨기] 스킬을 사용한 뒤, 목소리를 최대한 깔았다.“……질문이 많으시군요.”
나와 눈을 마주한 스칼렛이 몸을 움찔 떨었다.
느긋한 걸음으로 두어 발 걷자, 그의 옆에 설 수 있었다.
“당신은 영원한 눈꽃을 얻는 것에만 집중하십시오. 제가 왜 직접 회수하지 않는지, 신비를 어떻게 찾아낸 건지, 어디에 사용할 건지…….”
꿀꺽.
스칼렛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렸다.
그런 그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게 당신의 여동생보다 중요한가요?”
스칼렛이 몸이 크게 떨리더니, 눈빛이 자못 진중해졌다.
쓸데없는 궁금증을 품지 않겠다. 여동생을 구하는 것만 생각하겠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게 틀림없었다.
[눈 뜨기] 스킬을 비활성화시키며,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호기심은 인간의 본연적인 욕망 중 하나죠. 뭐,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그 대신 영원한 눈꽃은 영원히 구하지 못하게 되겠지만요.”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
똑똑한 스칼렛이니, 이 정도면 알아들었을 것이다.
“……이해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다.”
입가에 만족의 미소가 드리워졌다.
‘앞으로 스칼렛과 머리싸움을 할 필요는 없어지겠군.’
머리싸움은 카론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아, 이런 상황에서 조금 그렇지만…… 딱 하나만 물어보면 안 되겠냐?”
“후후, 당당하시군요. 뭡니까?”
“그 비석을 얻기 위해 신당을 부쉈잖냐. 혹시…… 저주받는 건 아니지?”
천하의 시궁쥐도 귀신은 무서운 걸까.
스칼렛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어깨에 달고 있는 건 무엇인지요? 뭔가 거무죽죽한 게 꼭 혼령 같은…….”
“히이이익!”
스칼렛이 펄쩍 뛰어올랐다.
그렇군. 시궁쥐는 사람이나 악마는 잡을 수 있어도 귀신을 못 잡는구나?
이세계 놈들! 대한민국의 K-해병대를 두 번 다시 무시하지 마라!
“두, 두 번 다시 그런 장난 치지 마라!”
스칼렛이 몸서리쳤다.
그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1박 2일 K-수련 캠프라도 보내야…….
그렇게 머릿속으로 뇌절을 거듭하던 때였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루나였다. 그녀가 양손에 후식을 든 채 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
뭐하긴? 위로해 주는 거 안 보이나.
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루나는 눈치가 없는 아이니까.
주물주물-.
스칼렛의 어깨를 주물렀다.
이 정도면 루나도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루나가 입을 떡 벌렸다.
이상한 건, 식당에 있는 모두가 루나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거다.
“이, 이 변태 자식!”
“예?”
“이, 이제는 아주머니한테까지 마수를 뻗치는 거야? 난 너를 믿고 있었는데……!”
스칼렛을 바라봤다.
음, 더없이 인자한 아주머니의 모습이다. 화장을 아주 떡칠 했다.
그제야 나는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웬 불한당이 아주머니의 몸을 함부로 주무르고 있다!’.
딱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변태라고 불러주는 게 다행일 정도였다.
“오해입니다.”
그렇지, 스칼렛?
스칼렛이 그런 내 귀에 속삭였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건 연기다. 네놈이 짜증 나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야 하니 이런 거라는 것. 너라면 이해할 거라 믿겠다. 절대 네가 나를 놀려먹어서가 아니라.”
“……?”
스칼렛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자식, 설마…….
“꺄아아악! 변태야!”
스칼렛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루나의 신발 밑바닥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게 식당에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문질문질-.
달걀을 볼에 대고 문질렀다.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들었기 때문이다. 루나의 신발 자국은 덤.
“후후후…….”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번쩍거리는 100pt가 나를 반겨주었기 때문이다.
아프다는 핑계로 악귀 루나를 떼어내기까지!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
기숙사로 돌아온 나를 누가 막을쏘냐!
아공간에서 힘을 잃은 산신의 비석을 꺼냈다.
‘스칼렛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시험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행운+3.
진짜 소소한 행운이다. 레제의 근력 정도랄까?
……그렇다. 있으나 마나 한 수치다.
하지만.
‘잠재력 도박으로 얻는 스킬은 모두 S등급이지.’
그러나 같은 S등급 스킬이라도 ‘급’이 존재하며, 그 급에 따라 확률이 달랐다.
[하늘 가르기] 같은 경우는 최상급. 약 0.1%의 확률로 얻을 수 있으며. [청소] 같은 경우는 최하급. 약 3% 정도의 확률로 획득할 수 있다.‘이 게임에 존재하는 스킬의 가짓수를 생각한다면, 3%는 굉장히 높은 확률이다.’
[청소] 같은 쓰레기 스킬을 얻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행운’ 스탯이 없다면 말이다.그렇다. 잠재력 도박은 ‘행운’ 스탯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산신의 비석을 얻을 때까지 잠재력 도박을 하지 않은 거다.
‘뭐, 이번에도 쓰레기 같은 스킬을 줄 게 뻔하지만.’
무슨 말이냐고? 지금까지 잠재력 도박으로 얻은 스킬을 봐라.
[청소], [초감각].가슴이 졸렬해지는 스킬들이다.
20레벨에 달하는 스탯 pt가 저기에 쓰였다는 걸 생각한다면, 얼마나 슬픈 상황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이번엔 어떤 쓰레기를 주는지 보자.’
현재 내 잠재력 스탯은 7.
힘을 잃은 산신의 비석을 손에 꽉 쥔 채 잠재력에 93pt를 투자했다.
그렇게 내가 얻은 스킬은…….
[잠재력 스탯이 100에 도달하셨습니다.] [숨겨진 힘이 개방됩니다.] [스킬 ‘칠흑(S)’을 획득하셨습니다.] [잠재력 스탯이 0이 됩니다.] [칠흑 : S]-태초의 군단장이 사용하던 힘입니다.
최종 대미지가 100% 증가합니다.
신성력 속성을 가진 상대에게는 최종 대미지가 50% 감소합니다.
칠흑이 당신이 사용하는 모든 힘에 영향을 끼칩니다.
활성/비활성이 가능합니다.
현재 상태 : 활성
“……대박이군요.”
그렇다. 대박이 터졌다.
100%. 언제나 2배의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스킬.
그것도 최종 대미지 판정에서 2배다.
그렇다. 개사기 스킬이다.
[신의 모방]과 함께 손꼽히는 개사기 스킬이자, 유저들이 가장 얻고 싶어 하는 스킬 1위.그게 바로 이 [칠흑]이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야.’
2개의 단점이 있다.
첫 번째, 신성력 속성을 가진 상대에게는 대미지가 절반만 들어간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때는 ‘비활성’하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두 번째 단점이다.
바로…….
‘사람들 앞에서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
이 세계에서 검은색은 불길함을 상징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두컴컴한 칠흑이라니.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실눈에다가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는 내가 사용한다?’
꼬챙이에 꿰여 화형당하기 딱 좋았다.
실제로 게임에서는 [칠흑]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파티원들의 호감도가 하락, 파티 이탈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신뢰 관계를 구축한 상태라면 상관없지만…….’
파티원 모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건 불가능한 일.
덕분에 [칠흑] 스킬은 한 전투에 한 번 쓰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나쁜 스킬은 절대 아니야.’
결정적인 타이밍에만 써도 충분한 위력을 보여주는 스킬이다.
무엇보다…….
제로 첫 번째 오리지널 비기.
힘껏 내려찍기.
화륵-!
칠흑의 불꽃이 내 목검을 따라 타올랐다.
훙! 훙!
평범한 휘두르기도 마찬가지였다.
깊은 밤보다 어두운 칠흑의 불꽃이 흩날렸다.
그렇다. [칠흑]의 최대 장점이자, 유저들이 가장 갖고 싶어 했던 이유.
‘멋있잖아…….’
그거 외에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할까.
게임에서나 보던 걸 눈으로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다.
[칠흑]의 힘을 실컷 즐긴 후, ‘비활성’ 상태로 바꿨다.다른 사람의 눈에 띄었다간 화형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잠재력 도박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제는.
“후후,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야겠군요.”
[플뢰르 가문류]가 이곳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걸 안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수련법을 보급, 기사와 학생들은 물론, 평범한 사람들의 강함을 끌어올려.
‘악마에게 대적할 힘을 쌓는다.’
대륙의 모든 인간을 강화시키겠다는 ‘제로식(式) 개조 인간 계획’.
그 계획을 실행해야 할 때다.
물론 쉽지 않을 거다.
제 가문의 수련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가문의 비기를 수련한다?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앤우드 아카데미의 총장이자, 대륙 최고의 호구.
총장 드웨너.
“후후후후후…….”
불길한 웃음이 방 안에 가득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