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33)
제233화
233화. 마족의 피가 흐르지만 악마는 아닙니다(3)
번쩍-!
섬광이 아도니스의 검과 맞부딪친 그 순간,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집어삼켰던 빛을 모조리 토해내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투콰앙!!
투둑- 투두둑-.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
그 힘을 못 이겨낸 천장에서 돌조각이 조금씩 떨어져 내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도니스는 무사했다.
‘최근 스탯을 올렸다고는 해도…… 아도니스에게 닿을 정도는 아니지.’
아도니스는 9성 기사니까.
그걸 증명하겠다는 듯, 먼지가 가라앉으며 아도니스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아도니스의 몸에는 흠집 하나,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날린 오색 불꽃만이 아도니스의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
[일섬]의 위력 탓일까, 레스터 가문의 비기를 보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그걸 사용할 수 있어서일까.아도니스의 얼굴이 충격으로 가득했다.
‘뭐, 셋 다겠지만.’
일부러 빗맞힌 [하늘 가르기]와 달리, [일섬]은 아도니스를 향해 날렸다.
‘공격’이라 불릴 수 있는 행위를 한 거다.
아도니스를 공격한 이유?
9성 기사인 아도니스가 내 공격에 죽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기도 했지만.
‘이게 바로 아도니스 공략법이기 때문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아도니스의 마음을 얻는 공략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아도니스는 사실 어린아이가 아닌 노인.
자신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아도니스는 빅토리아를 맡길 아이를, 더 나아가서는 제국을 위해 일할 아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후학을 양성하는 것. 그게 바로 아도니스의 목적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싹수 있는 꼬맹이를 찾고 있다는 거지.’
그래서 공격을 가한 거였다.
영웅에게 당당히 공격을 가하는 아이.
이 세상에 이것만큼 싹수 있는 꼬맹이는 존재하지 않을 거다.
“네놈이 어떻게 일섬을……!”
물론, 여기에는 작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표면적으로 레스터 가문은 반역을 일으킨 가문이다.
그런데 황제의 검인 아도니스의 앞에서 그 가문의 검술을 사용했다?
당장 목이 잘려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일섬]을 당당히 사용한 이유.
‘레스터 가문이 몰락할 때 아도니스는 성국에 있었거든.’
아도니스는 그 일과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그의 가문인 카셀 가(家)가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아도니스의 성격과 현명함을 생각한다면 반역자에 대한 토벌을 잠시 늦추자고 주장했을 확률이 높았다.
억측이 아니다. 게임에서 ‘발도술’을 주 스킬로 사용하는 캐릭터를 플레이할 시, 아도니스와의 대화에서 히든 피스가 발동하는데.
‘레스터 가문의 일섬은 훌륭했지. 다시 한번 그 아름다운 일격을 보고 싶구나. 이제는 힘들겠지만…….’
-라는 말과 함께 발도술의 스킬 등급을 한 단계 상승시켜 준다.
레스터 가문을 떠올리며 상념에 잠기는 걸로도 모자라 스킬의 등급까지 올려준다?
아도니스는 레스터 가문에 상당한 호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서 말해라! 그러지 않는다면 힘으로라도 입을 열게 할 테니!”
그런 그의 앞에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일섬]을 사용했으니, 아도니스가 격앙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후후, 제 입으로 말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이래 봬도 천재거든요.”
“……천재?”
“그렇습니다. 어떤 기술이든 한번 보면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죠.”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참고로 이건 카론 선생도 인정한 일이니, 확인해 보시면 될 일입니다. 아니면 아도니스 님이 지금 직접 시험하셔도 됩니다만?”
성검을 슬쩍 내밀며 아도니스를 도발했다.
내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아도니스가 비기를 사용하는 즉시…….’
레스터 가문의 두 번째 비기, [월영]을 사용해 아도니스의 공격을 흘리고.
아도니스가 사용한 비기를 [신의 모방]으로 모방, 한 번 더 일격을 날린다.
‘이것만큼 멋진 반격은 없겠지.’
교류회가 끝난 이후, 루나에게 부탁해 [월영]을 모방해 둔 상태였다.
그렇게 아도니스에게 또 한 번 충격을 선사해 주려던 때였다.
푸쉭…….
“……?”
촛불이 꺼지는 소리가 나더니, 오색 불꽃으로 불타던 검날의 불꽃이 그 빛을 잃고 사라졌다.
내 손에 남은 거라곤 낡은 검 자루 하나뿐이었다.
지속시간이 다 된 거다.
180초가 짧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짧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지금 꺼지면 어떡해! 조금 더 힘내보라고! 이런 망할 앵무새 같으니!’
빠지직-!
검 자루를 탁탁 치던 때였다. 성검에서 정전기가 일어났다. 그것도 꽤 큰 정전기가.
끄아악!
몸이 떨릴 정도의 충격.
하지만 입 밖으로 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바로 눈앞에서 아도니스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었으니까.
‘성검이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고 착각할 수도 있어.’
필사적으로 통증을 참아내며 머리를 굴렸다.
성검이 그 힘을 잃긴 했지만, 사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었다.
‘내가 아군이자, 성검의 주인이라는 건 이미 입증된 상태니까.’
남은 건 아도니스가 제시한 ‘실력자의 자격’뿐.
이걸 입증하는 데 성검은 필요 없었다.
아도니스의 비기를 따라 하는 건 나뭇가지로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아도니스를 바라보며 [월영]의 사용 타이밍을 재던 중이었다.
“아니, 됐다. 실력은 충분히 봤다.”
“후후, 그렇습니까?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성검을 갖고 있어도 괜찮은 실력이겠죠?”
“아니, 한참 부족하다만?”
음…… 그렇긴 하다.
아도니스가 제시한 기준은 최소 7성의 경지.
[신의 모방]의 스킬 덕분에 A급 판정을 받는 [하늘 가르기]와 [일섬]이지만, 저 경지와 맞먹을 정도는 아니다.그들의 공격 하나하나가 현재 내 [하늘 가르기]급의 위력일 테니까.
‘스탯이 한 2~300 정도 더 오른 뒤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아도니스의 눈에 차지 않는다는 건 사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스펙을 내세우는 수밖에.
“후후, 사실 전 입학시험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평범한 성적이로구나. 난 항상 1위였거늘.”
“입학하자마자 침식의 프로토타입으로 보이는 악마의 편린을 발견, 처치하는 데 성공했죠.”
“내가 8성 악마 열 놈과 싸워 이긴 게 열다섯 살 때였던 것 같군.”
“중간고사 이전에 표창을 받은 최초의 학생이기도 합니다!”
“시기가 중요한가? 표창이 방을 가득 채워 불태웠던 기억이 떠오르는구나.”
“…….”
응, 그렇구나. 스펙도 나보다 좋구나? 그것도 훨씬.
진짜 괴물이 따로 없다. 하지만 그런 아도니스라도 이런 경험은 없을 거다.
“이래 봬도 4계위 악마와 싸운 몸입니다.”
“……상급 악마와 싸워 살아남았단 말이냐?”
“후후, 그렇습니다. 아카데미를 습격한 악마 비네스와 대적했고, 저 덕분에 학우들이 무사할 수 있었죠.”
“얘기를 하면 할수록 의심만 싹트는구나.”
“예?”
“지금까지 아카데미를 습격하는 악마는 없었다. 네놈이 이곳에 있어서 나타난 거 아니냐?”
음, 사실은 악마의 편린에 막타를 날린 로델린을 죽이러 온 거지만.
그 로델린을 악마의 편린이 있는 곳으로 인도한 게 나긴 했다.
나 때문에 생긴 일은 맞다는 뜻이다.
“흐음…… 흐으으으음…….”
아도니스의 눈빛이 나를 쿡쿡 찔렀다. 레제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역시 이럴 때는.
말 돌리기가 최고다.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죠. 실력은 조금 모자라도, 제가 성검의 인정을 받았다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호오, 말을 돌리는 솜씨가 일품이구나. 많이 해본 솜씨야. 그렇지?”
음, 이것마저 안 통한다니. 아도니스를 너무 만만히 봤던 것 같다.
‘카론급으로 상정하고 계획을 짰어야 했는데…….’
게임에서는 적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순둥이 그 자체인 아도니스다.
그런 그를 만만히 본 내 실책이었다.
아도니스가 살아온 인생을, 연륜을 철저히 계산에 넣었어야 했다.
“그래, 네 말처럼 성검의 인정을 받은 것……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성검은 중요한 물건이다. 그리고 그런 물건을 잃었을 시 발생하는 피해. 똑똑한 너라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할아버지가 어린아이를 설득하는 듯한.
손에 쥐고 있는 장난감은 위험한 것이니 나중에 돌려주겠다는 듯한 어투.
나도 모르게 성검을 아도니스에게 넘길 뻔했다.
‘아니야. 생각을 멈추지 마라. 생각, 또 생각해!’
고집이 아니다. 모든 히든 피스에는 돌파구가, ‘이득’만 볼 수 있는 루트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도 그런 루트가, 길이 존재할 것이다.
목숨을 건지고, 여섯 번째 퀘스트를 클리어할 뿐만 아니라.
‘성검까지도 지킬 수 있는 길이.’
촤라락-!
머릿속에서 아도니스란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노인, 사탕을 좋아하고, 똑똑한 아이보다는 당돌한 아이를 좋아하고.
지식보다는 지혜가 뛰어난, 현명한 사람.
그리고.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
그 누구보다 차가운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손이 닿는 곳에 한해서는 남몰래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다.
그게 한순간의 만남이더라도, 그 도움을 받은 사람이 꿈을 좇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제야 나는 내가 해야 할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친구를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친구?”
“예, 여기에는…… 제 소중한 친구의 영혼이 담겨 있거든요.”
고개를 떨구며 손잡이만 남은 성검을 바라봤다.
짐짓 슬픈 미소를 짓는 건 덤.
“제가 성검을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하시죠?”
아도니스에게 그때의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앵무새, 광대, 루터스, 악마의 편린, 힘을 잃은 성검.
앵무새의 희생.
루터스와 앵무새의 석상 건립.
악마 비네스의 습격과 성검 아르테나가 다시 한번 그 힘을 되찾은 일까지.
“그렇군. 두 영웅의 희생이라…… 그런 일이 있었다니. 놀랍군.”
“그렇습니다. 사실 지금도 매일 밤 눈물을…… 크흑!”
치지직-!
성검에서 또 한 번 정전기가 일어났다.
끄아악! 앵무, 이 자식이 진짜!
이를 악문 채 고통을 참아냈고, 자연스레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울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일까. 아도니스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미안하구나. 그때의 일을 떠올리게 해서.”
“후후, 괜찮습니다. 앵무는 항상 저와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언제나! 항상이요!”
일부러 힘을 주어 말했다.
그래서일까. 아도니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쩔 수 없구나. 친구를 빼앗을 수는 없는 법이지.”
“그 말씀은…….”
“그래, 성검의 소유를 인정하마. 당분간 내 보호를 받아야겠지만 말이다.”
내가 성검을 지켜냈다는 뜻이다.
이제 남은 건 ‘적이 아님을 증명’하며 여섯 번째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뿐.
“후후, 저에 대한 의혹은 완전히 해소된 겁니까?”
“의혹? 네가 성검을 쥔 이후부터 그런 건 말끔히 없어졌다.”
“예?”
“성검을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악할 리는 없지. 네가 아군이라는 건 한참 전부터 인지한 상태다.”
그럼 성검을 맞댄 이후부터 쭉 시험이었다는 건가?
카론이나 루시아나 아도니스나.
어째 이 세계에는 정상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뭐, 네가 성장하기 전까지 성검을 보관하겠다는 건 진심이었지만 말이다.”
음, 그렇구나. 이건 사실 성검을 빼앗기 위해 존재하는 히든 피스였구나?
다시 생각해도 참 거지 같은 히든 피스다.
“물론, 아직 너는 어리니 지금은 선하더라도 앞으로 악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겠지. 그때는 성검이 알아서 너를 처벌할 테니 말이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불타 죽는다는 건가?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우린 친구…… 아니, 깐부니까.
‘앵무야, 그렇지?’
…….
음, 아무래도 우리 새 새끼는 깊은 잠에 빠져드신 모양이다.
일단 넘어가자. 앵무가 일으킨 정전기 덕분에 눈물을 흘렸고, 아도니스가 거기에 끔뻑 속아 넘어갔으니까.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적이 아님을 증명하기(1/1)]눈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이로써 여섯 번째 퀘스트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켰다.
‘퀘스트 정산은 언제려나? 아도니스와 헤어진 이후일까?’
그 순간이었다. 아도니스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참, 그렇지. 너에게 내 기술을 한 가지 전수해 주마. 고생했으니 이 정도는 가르쳐줘야겠지.”
보상 중 하나이자, 이 퀘스트를 억지로 수행하게 만든 보상.
‘아도니스가 보유한 스킬 중 적합한 스킬 한 개.’
그 보상을 주려는 듯했다.
내가 침을 흘리는 건…… 아니, 눈을 빛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 보자…… 뭐가 어울릴까? 뇌룡격? 뇌전? 아니, 게 볼그도 좋겠군.”
하나같이 대단한 스킬들뿐이다. 게다가 가장 화려하고 강력하다는 전기 스킬!
어떤 거라도 좋았다.
“참, 뭐든지 보고 배울 수 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역시 게 볼그를…….”
게 볼그! 그 개 사기 스킬을 여기서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눈을 반짝이던 때였다.
“아니, 아니다.”
“?”
“네 우수한 반사 속도로 보아…… 이 기술이 가장 잘 어울리겠구나.”
“예?”
[‘아도니스 류 반격(S)’ 스킬을 획득합니다.] [아도니스 류 반격 : S]아도니스가 수련 중 깨달은 기술입니다.
‘방검술’ 스킬이 발동했을 시, 100% 확률로 ‘아도니스 류 반격’이 발동합니다.
이런 X발.
욕이 안 나오려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반격기인 것도 짜증 나는데, [방검술] 스킬이 발동했을 때만이라고?
이거 이 게임이 끝날 때까지 한번 발동하긴 할까?
‘이런 개 쓰레기 같은! 내 게 볼그 돌려줘!’
다른 기술을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도니스는 이미 전수에 들어간 상태였다.
“한번 공격해 보거라.”
손을 까닥거리며 도발까지 하는 아도니스.
그런 그를 향해 주먹을 냅다 휘둘렀다.
내 사랑, [게 볼그]를 줬다 빼앗은 아도니스를 향해서!
주먹이 아도니스의 얼굴에 닿으려던 순간이었다.
목을 살짝 틀며 주먹을 피한 아도니스의 오른쪽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번쩍!
아도니스의 오른손 손바닥이 내 앞에서 멈췄다.
풍압이 휘몰아치며 내 머리칼이 휘날렸다. 그와 동시에.
투콰앙!!
내 뒤로 번개가 쏘아지더니, 대련장의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아도니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어떠냐, 쉽지?”
……쉽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