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34)
제234화
234화. 마족의 피가 흐르지만 악마는 아닙니다(4)
아도니스와 1:1로 만나 대화하기(1/1)
적이 아님을 증명하기(1/1)
5분 동안 살아남기(성공)
[축하합니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메인 퀘스트#6 ‘뇌제(雷帝) 아도니스에게 적이 아님을 증명하라’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당신에 대한 아도니스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보상으로 300exp, 15골드가 주어집니다.] [아도니스 오리지널 비기, ‘아도니스 류 반격(S)’을 획득하셨습니다.]시스템 창이 떠오르며 내 눈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내 입맛은 씁쓸하기만 했다.
‘아도니스의 비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리다니…….’
슬쩍 대련장의 벽을 바라봤다.
아도니스가 시범을 보인다며 날려버린 벽. 여전히 전기가 ‘파직’ 소리를 내며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S급 스킬답게 굉장한 위력이었다.
‘따라 하는 게 쉽겠냐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뭐, 확실히 쉽긴 할 거다.
[방검술]이 발동하는 즉시 자동으로 [아도니스 류 반격]이 나간다는 뜻이니까.‘아도니스에게 받은 보상치고는 아쉽긴 하지만…….’
발동만 한다면 확실한 치명타를 먹일 수 있을 거다.
[방검술]의 ‘발동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기도 하고.‘손해 본 게 없으니 이 정도 선에서 만족하자.’
애초에 클리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웠던 퀘스트였다.
죽지 않은 게 용할 정도랄까.
풍압에 의해 뒤로 넘어간 머리를 정리하던 때였다.
“자, 이제 내 궁금증을 풀어줄 차례다. 일섬은 어디서 보고 배운 거지? 카론과 했다는 거래는 뭐지? 네가 걸린 악마의 저주는 뭐지? 그리고 또…….”
아도니스의 질문이 끝날 줄을 모르고 계속됐다.
애써 관심 없는 척했지만, 궁금하긴 했던 모양이었다.
“후후, 질문이 너무 많으신 거 아닙니까?”
“당연한 일이다. 너를 지키기 위함이기도 하니 숨김없이 정보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만.”
“음~ 우선 카론 선생과 접촉하시죠. 저보다는 카론 선생이 더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실 테니까요.”
“흠…… 개인적으로는 양쪽의 말을 다 듣고 싶네만.”
그건 안 된다.
내가 아도니스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정보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아도니스와 대화하다 보면 다른 주장을 펼칠 때도 있겠지.’
카론에게 했던 말과 달라지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나에 대한 정보를 맞추던 카론과 아도니스가 그 점을 발견한다면?
카론이 새로 장만했다는 고문장으로 끌려가기 딱 좋았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이자, 첫 번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유.
바로.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
시간은 어느새 새벽 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백옥 같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을 충분히 자줘야 하는 법.
아도니스와 문답을 하다 보면 밤샐 게 뻔한데, 굳이 그런 노고를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부를 변명거리로 말하기에는 약하지.’
그러니 그보다 더 중요한 걸 거론하기로 하자.
“아도니스 님과 달리, 저는 한창 성장기인 아이거든요.”
“아아, 그랬지. 열다섯이었지. 내가 계속해서 착각하는구나.”
이미 성장이 끝난 아도니스와 달리, 나는 한창 성장 중인 아이.
성장과 수면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아도니스는 잘 알고 있었다.
“내일 수업도 들어야 하고요.”
“으음! 그렇군. 내 생각이 짧았어. 큰 실수를 할 뻔했군.”
후학을 양성하는 게 노년의 목표이기 때문일까.
아도니스는 생각보다 쉽게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좋다, 그럼 딱 하나만 묻자. 정보력이 상당히 뛰어난 것 같던데……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은 것이냐?”
카론급의 정보력. 아니, 카론과 거래를 할 정도의 정보력.
열다섯 살 학생이 갖고 있는 정보라고 치기에는 믿을 수 없는 정보력이다.
‘게임을 수천 번 플레이하면서 얻은 정보이니…… 나한테는 당연한 일이지만.’
카론과 아도니스에게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밝힐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후후, 비밀입니다.”
입술 위에 검지를 가져다 대면서 한 말.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아도니스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푸핫! 그렇군. 암, 비밀로 해야지. 그 정도 강단이 있으니 카론과 거래를 할 수 있는 거겠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내가 직접 카론에게 물어보도록 하마. 조금 곤란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군.”
“곤란이요?”
“보는 눈이 워낙 많지 않으냐. 시궁쥐를 부를 수도 없고…….”
나는 곧바로 아도니스의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카론을 피하는 학생의 수는 상당하다. 아니, 모든 학생이 카론을 피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냉철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무서우니까.’
혹시 자신이 마음에 안들어서 고문실로 끌고 가지는 않을까, 가문에 잠입해서 비밀을 알아내지는 않을까.
그로 인해 질문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아무튼 평소 접근하기 힘든 카론도 카론이지만, 아도니스에게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아도니스는…… 귀엽지.’
작은 키, 열다섯 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앳된 외모.
황금빛 머리칼과 눈동자까지 갖고 있다 보니 아도니스를 병아리처럼 취급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푹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 병아리가 삐약삐약하며 카론에게 접근한다?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카론과 아도니스의 공개된 만남이 주연 캐릭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
‘여기서는 내가 나설 수밖에 없겠군.’
이미 스토리가 많이 변한 상황이다. 더 이상의 변수는 이쪽에서 사양이었다.
“그건 제가 처리해 드리죠.”
“응? 네가 말이냐?”
“내일 점심쯤에 만나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도서관 옥상이면 적당하겠죠?”
카론과 약속을 잡는 건 쉽다.
내가 카론에게 직접 말해도 되고, 시궁쥐를 통해 쪽지를 전달할 수도 있었다.
아도니스와 달리, 나는 카론과 제법 친밀하다고 알려진 상태니까 말이다.
“호오…… 카론과 친하다는 게 허언은 아니었던 모양이구나.”
“후후, 그런 끔찍한 말은 마십시오. 친한 게 아니라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니까요.”
“하하하! 그러냐? 어서 카론에게 너에 대한 걸 듣고 싶구나.”
뭐가 그리 기쁜지 아도니스는 내 등을 팡팡 쳤다.
지금 내 HP가 깎였다는 걸 아도니스가 알기는 할까?
“참, 카론은 알고 있느냐?”
“어떤 것 말씀이신지?”
“네가 성검을 갖고 있다는 것 말이다.”
응? 그야 당연히…….
“…….”
모르고 있네
심지어 내가 악마의 저주에 걸렸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이건 거짓말이지만.
“보아하니 말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카론에게까지 정보를 숨긴다라…… 이걸 대범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바보 같은 짓을 잘도 저질렀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아도니스는 나보다 카론과 더 밀접한 관계다.
내가 성검을 갖고 있다는 정보는 당연히 전해질 거고, 카론이 왜 말하지 않았냐며 나를 폭행…… 아니, 겁박하는 건 당연한 일.
이렇게 된 바에야…….
“후후, 말씀 좀 잘 전해주시겠습니까?”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싶은데.”
“나중에 궁금하신 게 있다면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거래인가…… 뭐, 좋다. 그렇게 하자꾸나. 카론이 널 죽이는 것 정도는 막아주도록 하마.”
……처맞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내 착각이겠지?
그렇게 험난했던 아도니스와의 대화를 마무리하려던 때였다.
“음? 누군가 다가오는군.”
“예?”
“누군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다. 뭐, 야산에서 몰래 약초를 캐려는 학생이겠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더니, 머리털이 찌르르하고 떨렸다. 마치 레제의 바보 털처럼.
스킬이 아니다. 이건.
‘직감.’
직감이 왔다. 뭔가 엄청난 게 오고 있다는 직감이.
내 품속의 쓰레기통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음…… 어서 도망치는 게 좋겠습니다.”
“응? 어째서냐?”
“후후, 로델린 선배가 올지도 모른다는…… 묘한 직감이랄까요?”
아도니스의 시선이 무너진 벽 쪽으로 향했다.
그곳을 통해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고 있었다.
“음, 내 실수군. 하지만 너무 억측 아닌가? 이곳은 여자 기숙사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곳이거늘.”
음, 그렇지? 내가 오바한 거겠지?
품속의 쓰레기통을 진정시키던 때였다.
“음, 그 아이가 맞는 것 같구나.”
“예?”
“마나를 확인해 봤다. 루시드 가의 마나다. 현재 앤우드 아카데미에 있는 루시드 가의 아이는 그 아이뿐이지.”
“그런 것도 알 수 있는 겁니까?”
“마나마다 특색이 존재한다. 수업을 잘 들었다면 알 텐데?”
음, 이론으로는 알아도 몸으로는 모른다.
난 ‘마나’를 느끼지 못하니까.
“……넌 마력이 존재하지 않으니 추적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그 실력에 한 줌의 마나도 없다니. 참 신기한 일이구나.”
아도니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호기심과 의심이 반씩 섞인 눈이었다.
“배울 기회가 없었거든요. 워낙 험난한 생활을 했다 보니…… 그 과정에서 오해도 많이 받았고요. 마치 지금처럼 말이죠.”
“흠, 그렇군. 나조차도 널 의심의 눈빛으로 봤으니……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할 험난한 생활이었겠지.”
아도니스가 날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흐르지도 않는 눈물을 슬쩍 닦아내며 말했다.
“지금은 그런 얘기보다 도망이 우선이죠. 만약 잡히면 책임은 같이 지시는 겁니다?”
…….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도니스는 온데간데없었다. 한 줄기 전기의 잔상만이 남아있을 뿐.
먼저 도망친 거다.
‘……저 새끼가?’
하지만 화를 낼 여유는 없었다.
천하의 아도니스조차 두렵게 하는 존재.
부학생회장이자 아카데미의 공룡직(?)을 맡고 있는 로델린이 오고 있었으니까.
‘일단 숨자!’
대련장 밖으로 나간 뒤, 거대한 수풀 속으로 몸을 던졌다.
30초쯤 지났을까. 로델린이 헉헉거리며 언덕 위로 올라왔다.
‘음~ 로델린은 잠옷을 입고 자는 스타일이구나?’
어찌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잠옷 바람 그대로 온 상태였다.
왼쪽 팔에 선도 완장은 왜 하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우리 델린이는 귀엽다니깐?’
특히, EMPIRE ANNIVERSARY라고 양각된 부분이 귀여웠다.
제국 탄신일을 기념하며 생산된 잠옷이리라.
잘 때도 제국을 사랑한다!
군인을 꿈꾸는 로델린다운 행동이었다.
‘이런 귀여운 모습은 영원히 간직해야지.’
사진기를 꺼낸 뒤, 대련장 안으로 들어가는 로델린을 찍기 시작했다.
범죄행위라고?
그 반대다. 귀여운 건 정의(正意).
그렇다. 지금 나는 정의를 실현하는 중이었다.
대련장 벽에 구멍이 난 상태였기에 로델린의 행동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이리저리 꺾으며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늘 가르기]에 의해 갈라진 천장. [일섬]과 아도니스가 그걸 막으면서 박살 난 대련장 바닥. [아도니스 류 반격]이 구멍을 낸 벽까지.“끄아아아아!! 제국민들의 혈세가아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른 로델린이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음, 아카데미에 또 공룡이 등장하다니.
‘이 게임 괜찮은 걸까?’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너무 과하다. 뭐, 귀여우니 됐지만.
사진기를 품에 넣으며 자리를 떠났다.
붙잡힌다면.
뼈도 못 추릴 게 뻔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