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40)
제240화
240화. 토끼를 개조하라(2)
루나가 아도니스를 향해 살해 세레머니(?)를 보낸 이후.
“흐음.”
“……?”
레제의 앞에 선 아도니스가 그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레제는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커튼처럼 처진 긴 앞머리 뒤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동자.
아도니스가 그 눈동자를 쫓아 고개를 움직였다.
그 시선이 자못 뜨겁다.
“흐으음.”
“저, 저한테 무슨 보, 볼일이라도 있으신지……?”
“흐으으으음!”
“으, 으아아…….”
“흐으으으으으으음!”
펑!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나더니, 레제의 눈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기절한 거다.
‘유약하다, 유약해.’
바라만 봐도 정신을 잃는 저 개복치 토끼를 중간고사 전까지 킹갓엠페러제너럴충무공마제스티 토끼로 만들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내 친구 괴롭히지 맛!”
루나가 뒤에서 회심의 주먹을 날렸지만, 아도니스는 고개를 까딱거리는 것만으로 그 공격을 피해냈다.
“…….”
허공을 가른 자신의 주먹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루나.
퍼억!
이내 루나의 주먹이 내 팔뚝을 때렸다.
“후후, 저는 왜 때리시는 거죠?”
“대신 맞아. 네가 데려왔잖아.”
“제가 데려온 게 아니라 아도니스 군이 따라온 겁니다만.”
“그래서 불만이야?”
루나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음, 그렇구나. 화가 아주 많이 났구나?
이럴 때는 역시 얌전히 있는 게 최고다.
“후후, 그럴 리가요.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맞는 걸 제일로 좋아한다는 거.”
“이 변태 자식! 죽어!”
두두두두두두-!
루나의 주먹이 내 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루나야, 이러다 나 죽겠다. 살살 좀 때려!
“흐음…… 사이가 좋구나. 강력한 유대가 느껴지는군.”
대체 어딜 봐서? 이 영감 노망 난 거 아냐?
“후욱…… 후욱…….”
스트레스가 풀린 걸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낸 루나가 아도니스를 쏘아봤다.
“아무튼!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내가 내 친구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루나야, 나를 괴롭히는 건 아도니스가 아니라 너란다. 그것도 예전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어.
“난 그냥 바라본 것뿐이다만.”
“그게 괴롭힘이거든? 우리 레제가 얼마나 시선에 민감한데!”
“그런 것 같긴 하구나. 정확히 말하자면 마나의 흐름에 민감한 거다만.”
“……마나의 흐름?”
“마나는 어디에든 존재하지. 마나는 언제나 이동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걸을 때도, 먹을 때도, 기지개를 켤 때도.
이런 작은 행동들도 주변의 마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이 세계에서는 공기와도 같은 것.’
그게 바로 ‘마나’란 놈이었다.
그리고 마나를 느끼고, 움직이고, 변화시키고, 무기에 담고, 신체를 강화하는 것.
이게 바로 모든 사람이 염원하는 꿈이었다.
문제는 그 첫 단계인 마나를 느끼는 것. 이것부터가 상당히 힘들다는 거였다.
“하지만 저 아이는 다르다. 마나 감응력이 너무 뛰어나. 믿기 힘든 일이지만…… 사람의 시선으로 생기는 마나 흐름의 변화. 그조차도 느끼는 듯하구나.”
앞서 말했지만 마나는 공기와도 같다.
사람의 이동이나 행동에 의해서도 움직인다는 뜻이다.
잘은 몰라도 시선으로 인해 생기는 마나의 흐름 변화는 엄청나게 미미한 수준일 터.
그런데 그걸 감지할 수 있다니. 이 정도면 레이더보다 더 뛰어난 ‘무언가’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마나를 느끼지는 않았을까. 그 정도의 재능이야. 사람들의 시선을 공격이라 느꼈을 거고, 자연스레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게 된 거겠지. 누구나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럼 상자에 숨는 것도?”
“시선을 피할 수 있으니 그런 거겠지. 저 아이만의 생존전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심오한 이유가 있었단 말이야? 상자 패티쉬가 있는 변태였던 게 아니었어?
나름 타당한 논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팔짱을 낀 채 손가락을 까닥거리던 루나가 아도니스를 바라보았다.
“……극복 방법은?”
“자신에게 향하는 적대적인 마나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 그걸 키우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
“그 능력은 어떻게 키우는데?”
“강해지면 된다. 9성에 도달하면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되겠지.”
“9, 9성? 그걸 어느 세월에 이룩해!”
9성 토끼라…… 상상하지도 못했던 게 튀어나왔다.
루나가 펄쩍 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선, 둔감해지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러면 지나가는 시선 같은 작은 마나의 흐름 정도는 자연히 무시할 수 있게 되겠지.”
“임시방편이라는 건가. 뭐, 나쁘지 않은 해결책이네.”
“반대로 넌 좀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응?”
“넌 너무 둔감해. 검술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마나를 다루지 못한다면 최강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
루나가 입을 닫았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는 거다.
“마침 너희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수련 방법이 있지.”
“정말? 아, 아니지. 그걸 왜 우리한테 가르쳐주는 건데? 우린 적이잖아.”
날이 선 루나의 반응.
그런 루나를 향해 아도니스가 덤덤히 말했다.
“그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이유는 그것뿐이다.”
아도니스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그가 팔짱을 낀 채 입을 닫자, 루나가 내 곁에 다가와 속삭였다.
“어떻게 할까? 쟤 믿어도 되는 거야?”
“후후, 밑져야 본전 아닐까요? 이상하다면 도중에 그만두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네? 너 천재니?”
루나야, 천재가 아니라 이게 당연한 거야. 네가 이상한 거라고!
“좋아, 한번 믿어 보겠어. 수련은 어떤 식으로 할 건데?”
“맞다 보면 자연스레 깨닫게 될 거다.”
“응?”
콰릉!
빠지지지직-!
“핫?”
기절해 있던 레제가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루나와 레제가 서 있는 곳에 번개가 내리쳤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끄아악!”
“끼이익!”
루나와 레제가 좌우로 구르며 번개를 피했다.
“쯧쯧, 정전기 수준인데 아픈 척하기는…….”
“야! 이게 어떻게 정전기야! 그리고 진짜 아프거든!?”
“그래? 그럼 반드시 피해야겠구나.”
“그게 뭔 개소리…… 응?”
쿠구구구구-!
대련장 천장에 마나가 유동 쳤다.
마나를 느낄 수 없는 나지만,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왜냐고?
‘눈에 보일 정도로 막대한 마나가 모였으니 당연한 일이지.’
실제로 대련장 천장에는 마나로 이루어진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황금빛 기운이 감도는 신비한 먹구름이었다.
“으아아아악! 레제! 뛰어!”
“히, 히이이이이익!”
루나와 레제가 달리기 시작했고.
콰광! 콰과과과광-!
그 뒤를 황금빛 번개가 쫓았다.
저게 수련이라고? 괴롭히는 게 아니라?
“후후, 처음부터 너무 힘든 거 아닙니까?”
“저게 힘들다고? 나 때는 말이다…… 번개가 내리치는 산을 맨손으로 올랐단다. 그것뿐인 줄 아느냐? 마법사가 펼친 전격 마법을 온몸으로…….”
주절주절-.
나는 그제야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아도니스의 본질은 노인네라는 걸.
로델린의 폭포 수련보다 한층 더 높은 단계에 있는 꼰대력(?).
그게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끼이이이익!”
번개를 맞은 루나와 레제가 비명을 내질렀다.
……저거 정말 괜찮은 걸까?
‘곧 파견이 시작될 거야. 부상이라도 입으면 곤란한데.’
스펙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부상이 심할 경우 파견 멤버에서 제외될 수도 있었다.
마벨가를 잡는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강해진 동료를 못 데려가게 하려는 개발진의 농간인가?’
그럴 가능성이 컸다. 이 게임은 그런 게임이니까.
그리고 그 농간을 깨부수고 극복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 유저들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후후, 강도가 너무 강한 거 아닙니까? 저러다 다치겠는데요.”
“괜찮다. 품고 있는 마나에 강력한 자극을 주고 있는 것뿐이니까. 좀 아프긴 하겠지만…… 죽지는 않을 거다. 아마도.”
마지막에 뭔가 들어가면 안 되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너무 걱정 말거라. 저 루나라는 아이는 나와 체질이 비슷한 편이거든.”
비슷하다고?
루나와 아도니스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렇다.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작아.’
여기저기 길쭉하고 커다란 나와 달리, 저 둘은 짧고 작았다.
완벽히 이해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런 의미가 아니다. 레스터 가문의 마나는 기본적으로 전기의 성질을 품고 있거든. 그러니 다른 사람보다 아프지는 않을 거다.”
아하, 그렇군.
마나의 성질. 나도 잘 알고 있는 이론이었다. 게임을 하며 수천 번 보고 들은…….
“……?”
아니지. 레스터 가문? 그게 왜 여기서 나와?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도니스가 루나의 비밀을 알고 있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레스터 가문의 몰락 당시 아도니스는 제국에 없었다. 게다가 루나가 최후의 생존자라는 걸 아는 건 더 말이 안 돼.’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입 밖으로 소리를 낼 뻔했지만,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신방어]의 힘이었다.‘침착하자.’
일단 카론이 말했을 리는 없다. 그는 누구보다도 루나를 아끼고 있으니까.
황제의 검이라 불리는 아도니스다. 루나가 죽을 수도 있는데 그 사실을 말할 리가 없다.
‘다음으로 높은 가능성은…….’
루나가 일섬을 사용했고, 그로 인해 아도니스가 루나의 비밀을 알아차린 것.
하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루나가 나에게 말해줬을 것이다.
또 사고를 쳤다면서 말이다.
‘정보가 부족해.’
이럴 때는 역시 시치미가 최고다.
“레스터 가문이요? 그 반역자 가문이 여기서 왜 나온 것인지……?”
“호오, 맥박에 전혀 변동이 없구나. 하긴, 카론을 속여 넘길 정도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건가?”
보아하니 아도니스는 이미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루나가 레스터 가문의 생존자라는 걸.
‘아니, 이 정도는 귀엽게 넘어가 줘도 되는 거 아니야? 우린 아군이잖아!’
하루하루 피가 말린다. 하루살이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 하루살이도 나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 거다.
역시 이 게임은 쉬운 구석이 하나 없는, 귀여움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게임이다.
물론.
이 게임의 고인물인 ‘나’도 그리 귀여운 놈은 아니지만.
“후후, 사람 좋은 척하며 정보 빼내기 전략을 쓰시다니. 영웅치고 좀 치사하시군요.”
“그런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도니스가 눈을 빛냈다.
“자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저 아이와 함께하는 이유가 뭔지,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그게 중요한 거 아니겠나?”
“글쎄요. 그런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말이죠.”
“건방진 태도로구나.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 잘 알 텐데?”
빠직-!
아도니스의 손에서 황금빛 스파크가 일어났다.
교류회 당시 날린 번개와는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기에 스치기만 해도 죽을 거라는 뜻이다.
“후후, 성검의 인정을 받은 아군을 죽이겠다니. 가능하시겠습니까?”
“못 할 것도 없다.”
“그것참 무섭군요. 좋습니다. 궁금하신 게 있다면 물어보십시오. 가능한 대답해 드릴 테니.”
“네가 레스터 가문의 시궁쥐를 꿈꿨었다는 건 알고 있다. 레니아와는 무슨 관계냐?”
“저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신 분이시죠.”
“그런 사람이 죽었으니 당연히 복수심을 품고 있겠지? 예를 들면…… 귀족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 멸문령을 내린 황제 폐하라거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사람 마음이 항상 한결같은 건 아니니까요.”
“반역을 저지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대답으로 들리는데. 맞느냐?”
“역시 아도니스 님답습니다. 똑똑하시군요.”
위험한 대답일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이쪽이 ‘정답’이다.
“저는 레스터 가문의 시궁쥐를 꿈꾸던 자. 그러니 제 생각 같은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주인의 의지니까요.”
“주인의 의지? 그렇다면…….”
아도니스의 시선이 번개를 피해 달리고 있는 루나에게로 향했다.
그렇다. 레스터 가문 최후의 생존자.
‘루나’의 의지를 따라 행동할 거라는 뜻을 밝힌 거였다.
내가 이런 태도를 보인 이유?
‘아도니스가 레스터 가문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도 하지만…….’
아도니스는 ‘낭만’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이런 태도를 보인 거였다.
어린 나이임에도 레스터 가문에, 그것도 반역의 죄를 뒤집어쓰고 멸문한 가문의 후계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가신.
이것만큼 낭만적인 스토리가 또 어디 있겠는가.
“……저 아이는 알고 있느냐?”
내가 레스터 가문의 시궁쥐를 꿈꿨다는 걸.
루나를 뒤에서 남몰래 돕고 있다는걸.
앞으로 그녀의 뜻에 따라 움직일 거라는 걸.
루나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걸 묻는 거였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당연히.
“후후, 비밀입니다.”
-였다. 내가 레스터 가문의 시궁쥐를 꿈꿨다는 건 꾸며낸 일이고, 루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거라는 것도 거짓말이니까.
“……그렇군. 낭만이로구나.”
뭐, 아도니스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듯했지만 말이다.
“내가 아군이라는 것은 앞으로 증명하면 되겠지. 일단 네가 레스터 가문과 연관이 있다는걸, 저 아이가 레니아의 딸이라는 걸 확인한 선에서 만족하마.”
아도니스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깊게 간직하고 있던 시름을 덜어낸 듯한 그런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