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46)
제246화
246화. 카르파티아 침공(2)
타다다다닥-!
복도 쪽에 자리 잡은 창문.
그곳으로 교관들과 선생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저거…… 시궁쥐 맞지?”
“그, 그런 것 같은데?”
바쁘게 돌아다니는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시궁쥐도 간간이 섞여 있었다.
어둠 속에서 활동해야 하는 시궁쥐가 모습을 드러낸 채 뛰어다닌다?
대형 사고가 터졌다는 증거였다. 몸을 숨길 시간조차 아까운, 촌각을 다투는 대형 사고가.
이쯤 되자 아이들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무, 무슨 일이지?”
“저번처럼 악마가 습격하기라도 했나?”
“저, 전쟁이 터졌다거나?”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아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테, 테르온 님, 저 말이 사실입니까?”
테르온파에 속한 아이 한 명이 테르온에게 물었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가 테르온파의 수장이기도 하지만.
‘테르온은 시궁쥐 못지않은 정보망을 갖추고 있으니까.’
귀족계 한정이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는 시궁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전쟁이 터졌을 시 가장 먼저 정보를 입수하는 곳. 그게 바로 귀족계니까 말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나도 잘 모른다.”
테르온에게도 이렇다 할 정보가 없다는 거였다.
‘어젯밤쯤 침식이 시작됐을 테니…… 테르온에게까지 정보를 전달하는 건 무리였겠지.’
그리고 이건 다른 아이들 쪽도 마찬가지였다.
“유리디아, 네 쪽도 마찬가지겠지?”
“……예. 제게도 그런 정보는 오지 않았어요.”
두 수장이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니.
혼란에 빠진 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기 시작했다.
“지, 진짜로 전쟁이 터진 거야!?”
“게다가 우리 쪽에 의도적으로 정보를 통제하는 거라면…….”
“하, 학도병? 우리를 징집할 생각인 건가? 도론 왕국과의 전쟁 때처럼!”
본디 혼란이라는 놈은 삽시간에 퍼져나가며 감정을 좀먹는 법.
교실이 순식간에 혼란으로 물들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인 탓에 그 속도는 더욱 빨랐다.
공포에 물든 몇몇 아이들이 자리를 벗어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모두 침착해라. 전쟁은 아닐 거다.”
확신으로 가득한 목소리의 주인공.
다름 아닌 테르온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테르온 쪽으로 향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시죠?”
“흑마법사들이 날뛰기 시작한 이후, 대륙은 일시적으로 전쟁을 멈춘 상태이기 때문이다. 약속이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그래, 도의. 이 단어가 적절하겠군.”
제국도 흑마법사로 골치를 앓는데, 그보다 힘이 약한 왕국이나 공국의 상황이 괜찮을 리 없다.
본국의 방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인데 무리해서 전쟁을 일으킬 리 없다.
테르온은 그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유리디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전쟁을 일으킨다고 해도 문제예요. 다른 나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고립될 텐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리가 없죠.”
“만일의 경우라도 약한 나라를 노리겠지. 제일 강대한 우리를 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럼 이유가 뭘까요?”
“주변에 흑마법사나 악마가 나타난 거겠지. 그를 위한 대비나 지원을 나가기 위한 인원을 모집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하겠네요.”
그제야 교실에 가득했던 혼란이 잦아들었다.
아이들이 조금씩 떠들며 교실이 이전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상하군. 제국이 흑마법사 놈들에게 휘둘릴 정도로 방비가 허술하진 않을 텐데.”
“최근 나타났다는 그놈들 짓 아닐까요?”
“아아, 본인들을 사천왕이라고 칭하는 그 바보 놈들을 말하는 건가? 뭐, 그럴 수도 있겠군.”
대화를 엿듣던 나는 기존의 스토리와 달라진 점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게임에서는 없던 대화야.’
본래대로라면 사천왕이라는 단어는 한참 이후에나 쓰이는 단어다.
그런 단어가 2장에서부터 쓰이다니. 중요 체크 사항이었다.
머리 한구석에 관련 정보를 정리하던 때였다.
“예상과 달리 조용하군. 훌륭한 태도다.”
어느샌가 카론이 교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몰골은 여전히 엉망이었지만, 아까보다는 나아진 상태였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아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를 거다. 지금 카론은 애써 덤덤한 척하고 있는 거라는 걸.
‘아이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큰일이지만 별일 아닌 척하는 거지.’
카론답다면 카론다운 행동이었다.
아이들이 다 있는 걸 확인한 카론이 칠판을 두들기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설명하겠다. 어제저녁, 카르파티아에 침식이 시작됐다. 우리가 지원을 나가게 됐고, 너희들은 경계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파견, 침식, 그리고 경계 임무.
테르온이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혼란이 덜했다.
“제국의 중심부나 마찬가지인 곳에 침식이라고?”
“침식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잖아. 방어 병력은 뭐 하고 있었던 거람?”
“다 죽은 거 아니야? 뭔가 위험한 냄새가 나는데……?”
아이들이 웅성거리던 중, 한 아이가 손을 들어 올렸다.
“전쟁이 터진 건가요?”
“아니다. 그렇게 부르기에는 너무 거창하군. 영지전? 끽해야 그 정도일 거다.”
음, 영지를 지키는 거니 영지전이라고 부를 수 있긴 하다.
그 상대가 악마라서 문제지.
“너희들이 뭘 걱정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갑작스러운 실전이니 무섭고 당황스럽겠지.”
하지만 나라에 헌신하는 것은 앤우드 아카데미생의 의무이며.
그 의무를 저버리는 자는 제국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
무엇보다.
“고통받고 있을 제국민들을 생각해서라도 꼭 참여하도록.”
카론의 연설은 분명 감동적이었다.
“저…… 몸이 안 좋은데 빠져도 괜찮은가요?”
하지만 감동만으로 모든 아이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우수반에는 졸업장만 따서 좋은 곳에 취업하려는 아이들도 상당수 존재했으니까 말이다.
그에 카론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다.”
“그렇다면 저는 입원을…….”
“다만, 중간고사 점수가 0점이겠지만 말이다. 하필 이럴 때 아프다니. 정말 안타깝구나.”
“예? 그게 무슨……?”
“카르파티아가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틀 거리다. 오가는 데만 나흘인데 일주일 뒤에 있는 중간고사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리 없지.”
몇몇 아이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눈을 빛냈다. 카론이 다음에 할 말을 유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파견에서 활약한 대로 점수를 매길 생각이다. 이건 조금 전 있던 교직원 회의에서 결정 난 사항이니 무를 수도 없다.”
“…….”
“시험이니만큼, 꼭 참여하길 바란다. 뭐, 죽을병에 걸린 거라면 어쩔 수 없겠다만.”
나라를 위한 헌신 요구, 제국민들을 파는 걸로도 모자라 중간고사 성적을 인질로 잡기까지.
지금 카론이 하는 짓은 흉악범과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정치인인가?
음…… 뭐, 둘 다 같은 말이니까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어, 언제 출발하나요?”
“급한 일이 아니니 충분히 시간을 줄 생각이다. 어디 보자…… 30분 정도 줄 수 있겠군.”
“……?”
“모두 간단히 짐을 꾸린 뒤, 연병장에 집합할 수 있도록. 이상!”
급한 일이 아니긴! 완전 급하잖아!
하지만 이 또한 카론의 전략이었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틈을, 상념에 빠질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거다.
“제로! 조금 이따 보자!”
“다, 당근! 비, 비상식량을 챙겨야 해요!”
우당탕탕-!
루나와 레제를 비롯한 아이들이 순식간에 교실을 떠났다.
음, 레제야.
당근 말고 맛있는 걸로 챙겨와…….
* * *
기숙사에 들러 간단히 짐을 챙겼다.
사실 짐을 챙긴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었다.
[아공간]에 무작정 쑤셔 넣었을 뿐이니까 말이다.‘참 유용한 스킬이란 말이지.’
그렇게 몸에 온갖 짐을 쑤셔 넣은 뒤, 기숙사를 나섰다.
다음 목적지는 연병장이 아닌, 식당이었다.
“더 빨리! 더 빨리 움직여!”
요리사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윤기로 가득한 주먹밥이었다.
‘게임대로군.’
30분이라는 제한 시간. 남은 시간 1분당 한 턴으로 취급.
한 턴에 ‘앤우드 아카데미 특제 주먹밥’이라는 소비 아이템을 다섯 개씩 챙길 수 있는 미니 게임이다.
HP를 무려 1,000이나 회복시켜 주는, 효능이 중급 포션과 맞먹는 특제 주먹밥!
맛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게 공짜라는 거지!’
요약하자면 손해 볼 게 하나 없는 신나는 미니 게임 되시겠다.
그렇게 아공간에 주먹밥을 쓸어 담던 때였다.
주먹밥 한 판을 내오던 주방 아주머니가 나를 툭 밀쳤다.
이런! 슬쩍 여섯 개의 주먹밥을 챙기던 걸 들킨 모양이다.
아주머니, 오해입니다. 전 6인분처럼 보이는 5인분을 가져가려 한 것뿐이라고요!
아주머니에게 선량한 눈빛을 날리던 중 깨달았다.
실눈인 나에게 눈빛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쯧쯧,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딱 그 꼴이네.”
놀랍게도 주방 아주머니의 입에서는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다. 이 사람은 평범한 주방 아주머니가 아니었다.
앤우드 아카데미 광장 지부의 담당자이자, 카론과 나 사이에서 이중 첩자 역할을 수행하는 자.
말단 중의 말단 시궁쥐, 스칼렛이었다.
“후후, 잘 어울리는 모습이군요. 이참에 요리사로 전직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사양하지. 주방에서 일하기에는 아까운 인재라서 말이야.”
“그런 것치고는 하는 게 없으신 것 같은데 말이죠. 이번 임무에서도 제외된 거, 맞죠?”
푸욱!
정곡을 찔린 것일까. 스칼렛이 풀썩 주저앉았다.
“그래…… 나 배제당했다! 빌어먹을 카론 자식이 나를 또 무시했다고!”
“후후, 그런 것치고는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으아아아! 너도 그 소리냐? 개소리하지 마! 이게 어떻게 임무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저…… 카론 님? 바쁘신 와중에 죄송하지만, 저도 임무를 받고 싶은데요.
-임무?
-예! 어떤 일이든 자신 있습니다! 악마 수천과 싸우라고 해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천이라…… 마침 딱 맞는 임무가 있긴 하군. 맨손으로 수천과 싸워 이겨야 하는 엄청난 임무지. 이걸 어쩌나…… 아무한테나 맡길 수 없는 임무인데…….
-마, 맡겨만 주십시오! 완벽하게 해내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다.
수천 개의 주먹밥과 싸우는…… 아니, 만드는 임무가 주어진 거다.
“후후, 보기 좋게 농락당하셨군요. 이리 멍청해서야…… 거래는 없던 일로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이! 카론 님과 대화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는 하느냐? 살이 덜덜 떨린다고! 너는 모를 거다!”
과연 그럴까?
눈썹을 까딱하자 스칼렛이 ‘쯧!’하며 혀를 찼다.
내가 카론과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한 상태라는 걸 떠올린 모양이었다.
“젠장…….”
나이가 어린놈에게 밀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스칼렛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서열 정리는 이쯤이면 충분할 듯했다.
“뭐, 그런 멍청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임무가 하나 있긴 하지만요.”
“임무?”
품속에서 지도를 한 장 꺼내 스칼렛에게 건넸다.
지도와 그 위에 내가 표시한 기호를 보던 스칼렛이 중얼거렸다.
“가깝네. 일주일이면 충분하겠어. 선배님들도 대부분 카르파티아로 떠났으니…… 감시도 허술하고 말이야.”
그럴싸한 임무를 부여받아서일까.
스칼렛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열정으로 가득한 눈이었다.
“이번에도 신비인가? 저번처럼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 게 있나?”
“후후, 간단한 악마의 퍼즐이 있습니다. 여기에 풀이를 적어두었으니, 이대로 하시면 별문제 없을 겁니다.”
육각형, 오각형, 그리고 동그라미.
속이 하얗게 빈 도형 안에 규칙 없이 갈라진 퍼즐 조각을 끼워 넣으며 안을 꽉 채우는 도형 퍼즐.
어려운 편에 속하는 퍼즐이지만, 내가 정답을 알려줬으니 그리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퍼즐을 풀어낸다면 각 도형 안에 신비의 힘을 품은 무언가가 나타날 겁니다. 그중, 동그라미 안에 있는 물건을 가져오시면 됩니다.”
“잠깐, 그럼 신비가 세 개나 있다는 거야? 다른 건 내가 가져도 되나?”
물론 가져가도 괜찮긴 하다. 몸이 도형 모양으로 분리되는 것만 뺀다면.
“후후, 신기하군요.”
“뭐가?”
“머지않아 죽을 사람이 저와 대화를 하고 있다니…… 신기한 게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
스칼렛의 눈이 짜게 식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