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47)
제247화
247화. 카르파티아 침공(3)
“그렇군. 욕심을 부리면 도형처럼 갈라진다는 건가…… 심오하군.”
육각형으로 예쁘게 나눠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걸까. 스칼렛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또 다른 일은 없나?”
다른 일. 물론 차고 넘쳤다.
문제는 스칼렛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거다.
‘신비를 줍고 다닌다는 걸 다른 시궁쥐가 알아차리는 것도 곤란하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한 번에 하나씩.
과한 욕심은 절망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지금 같은 페이스가 딱 좋았다.
스칼렛이 가져온 주먹밥을 스리슬쩍 몸 안에 넣던 때였다.
한 가지가 떠올랐다. 스칼렛이 의심을 사지 않으면서, 크게 활약할 수 있는 일이.
“최근 앤우드 아카데미에서 시작한 수련법을 알고 있습니까?”
“수련법? 아! 그 이상한 다섯 가지 동작을 말하는 건가?”
말단이라도 시궁쥐는 시궁쥐.
내가 전파하고 있는 [플뢰르 가문류]를 알고 있는 듯했다.
“제국 전역에 전파해 주십시오. 방법은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운 건 아닌데…… 다른 나라에 퍼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야. 앤우드 아카데미의 영향력은 다른 나라에도 미치거든.”
“다른 나라에 퍼져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좋습니다.”
“그럼 쉽지. 근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스칼렛이 궁금하다는 듯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 그에게 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후후, 비밀입니다.”
“치사하긴! 우리 사이에 이러기야?”
“뭐, 동작을 따라 하면 손해는 없다는 것. 이 정도는 알려드리죠.”
“흐음…… 그렇단 말이지? 좋아, 오늘부터 백 번씩 해주겠어.”
스칼렛의 반응이 퍽 호기로웠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이겠지.’
앤우드 아카데미 학생들이 하는 수련법.
이 동작만 따라 하면 너도 내일부터 앤우드 아카데미 학생!
앤우드 아카데미 교육 최신 개정판! 별첨 부록, 부학생회장 로델린의 은밀한 사생활(?) 대공개.
뭐, 대충 이런 제목으로 [플뢰르 가문류]가 대륙을 떠돌 것이다.
아직 그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정도로도 하늘에 있는 플뢰르 가문은 흡족해하지 않을까?
길거리 불법 과외 전단지 같아서 기분이 별로라고?
뭐, 내 알 바는 아니다.
스칼렛 몰래 주먹밥을 하나 더 욱여넣던 때였다.
“참, 만약 내가 잘못된다면…… 내 여동생을 부탁한다.”
“예?”
“내 몸이 도형이 될 위험이 있긴 한 거 아니냐. 그렇다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지. 많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내 여동생의 병만 고쳐줘라. 나머지는 그 아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스칼렛이 내 명령을 따르는 이유.
여동생이 겪고 있는 ‘조각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1년 안에 치료제인 ‘영원한 눈꽃’을 구해주기로 한 상태.
그러니 그가 나를 따르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여동생을 맡긴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뭘 믿고 저한테 동생을 맡깁니까?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면서요.”
“알 만큼 안다. 그리고…… 기댈 곳이 너밖에 없는걸.”
스칼렛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표정도 표정이지만,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댄다.
만약 이곳에 유리디아가 있었다면 큰일이 났을 거다.
“제, 제로 군?”
“……?”
유리디아였다. 양손에 주먹밥을 쥔 걸 보니, 무게를 가늠하고 있는 듯했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조금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의 대화를 엿들은 게 아니라면…….
주르륵-.
이내 유리디아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내렸다.
……응, 그래. 들었구나? 그것도 아주 똑똑히 들었어.
진짜 말도 안 되는 타이밍이다.
이 정도면 조작이다. 이 빌어먹을 망겜 같으니!
유리디아가 들고 있던 주먹밥을 내게 던졌다.
“흑흑! 루나 양은 어쩌다 이런 난봉꾼을 좋아하게 된 걸까요. 루나 양이 너무 불쌍해요!”
아니, 내가 더 불쌍하단다.
너 때문에 내 ‘아카데미의 영웅’ 생활이 ‘두근두근 아카데미’로 변모했단 말이다!
게임 장르가 뒤바뀌었다고!
“하지만 걱정 마세요. 우리 ‘사응동’이 최선을 다해 루나 양의 사랑을 보좌할 테니까요!”
“…….”
“제로 군한테 실망했어요. 바람피우는 모습, 루나 양 앞에서는 절대 금물입니다! 했다간 보세요. 바람처럼 날려줄 테니!”
그 말을 끝으로 유리디아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촌극이 재밌었던 것일까. 스칼렛이 키득거렸다.
“재밌는 아이네. 친구냐?”
친구겠니?
유리디아와 원수, 그 이상의 사이라는 걸 눈빛으로 전하던 때였다.
“집합! 모든 학생은 지금 당장 연병장에 집합하라!”
교관이 외치는 소리가 온 사방에서 들려왔다.
30분이 지났다는 신호였다.
“……시작이군. 살아서 돌아와라.”
“후후,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노력하십시오.”
“신비 말인가? 그건 걱정하지 마라.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그 뜻이 아닙니다.”
스칼렛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를 지나치며 속삭였다.
“여동생은 본인이 직접 살리십시오. 남의 손이 아니라요.”
“……그렇군. 노력해 보지.”
“물론 그 전에 수천의 주먹밥 군단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아야 하겠지만 말이죠.”
“하핫! 그렇군!”
스칼렛이 내 어깨를 툭 치더니 주방으로 향했다.
식당을 나서던 나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저놈 때문에 공짜 주먹밥 챙기는 시간 다 뺏겼네.
* * *
누군가의 집무실.
한 남자가 의자 위에 기절한 듯 기대어 있었다.
“안 돼…… 아, 안 돼…….”
악몽이라도 꾸는 것일까. 남자가 몸을 비틀며 주절거렸다. 온몸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허억!”
남자가 기겁하며 일어났다. 그의 시선이 벽에 박혀 있는 액자로 향했다.
황제 폐하께 직접 하사받은, 큼지막한 직인이 찍혀 있는 총장 임명장. 그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의자에 앉은 채 악몽을 꾸던 남자의 정체.
앤우드 아카데미의 총장, 드웨너였다.
“꾸, 꿈이었군. 그러면 그렇지. 파견이라니. 하하하!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지!”
드웨너는 끔찍한 꿈을 꾼 상태였다.
어느 날 도착한 황제가 내린 명령서.
적혀 있는 내용은 간단했다.
카르파티아 지역에 침식이 시작됐으니 그걸 막기 위해 아카데미 학생들을 파견하라나, 뭐라나?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학도병을 투입하라니. 무슨 전쟁도 아니고…… 하하하!”
인생에서 들어본 것 중 제일 재미없으면서도 섬뜩한 농담이었다.
호탕하게 웃던 드웨너의 시선이 문득, 책상 위로 향했다.
고급 종이를 감싸고 있는 붉은 종이.
군데군데에는 황금빛 실이 수 놓인 아름다운 종이였다.
“……?”
꿈에서 본 명령서랑 비슷한 것 같은데…… 착각일까?
드웨너가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펼쳤다.
파견 명령서였다. 황제의 큼지막한 직인이 찍힌 것을 확인한 드웨너가 딱딱하게 굳었다.
“…….”
꼴까닥-.
드웨너가 잠들 듯 기절했다.
벌써 다섯 번째 기절이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머지, 뇌가 계속해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거다.
“허억!”
드웨너가 또다시 눈을 떴다.
무능한 드웨너지만, 이쯤 되니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 어째서…… 왜 계속 사고가 터지는 거야!”
지하에 수십 년 동안 살던 악마가 갑자기 깨어나고.
고위 악마가 최초로 아카데미를 습격했으며.
사천왕이라는 악의 세력이 출몰하고.
여기에 침식이 생긴 지역에 파견 명령을 받기까지.
“왜! 왜 하필 내가 총장일 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아아아아앗!”
드웨너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아니, 나갔다.
꼴까닥-.
“……총장님?”
“허억!”
드웨너가 다시 한번 기절했다 깨어났다.
악마보다 무서운 카론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내가 드디어 지옥에 온 건가? 착하게 살았는데 어째서……!”
“……지옥 같은 상황을 뜻하는 거라면 올바른 비유 같군요.”
“지옥이…… 아니라고? 내가 지옥에 떨어진 것인가, 아니면 원래부터 지옥에 있던 것인가?”
“하아…….”
살짝 한숨을 내쉰 카론이 보고를 시작했다.
이동 수단 마련, 학생 수, 가용 병력, 배치도, 카르파티아의 현재 상황까지.
순식간에 보고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카르파티아로 출발하는 일.
하지만 카론에게는 한 가지 숙제가 더 남아 있었다.
“총장님은 이곳에 계십시오.”
“으, 응?”
“아카데미에 무슨 일이 생겼을 시, 대처해야 하는 인원은 필요하니까요. 아카데미를 꿰고 있는 총장님이 적격입니다.”
“그, 그렇지. 아카데미는 내 손바닥 안이지…….”
카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드웨너가 비범한 면모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무(武)와는 연이 먼 사람이다.
전장에 데리고 가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해 방해지.’
카론이 저도 모르게 만족의 웃음을 띠었다.
그 모습을 본 드웨너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가만…… 이거 혹시…….’
자신을 총장 자리에서 몰아내려는 고도의 전략은 아닐까?
드웨너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만약, 자신이 빠진 상태에서 성공적으로 카르파티아를 방어해 낸다면?
-학생들을 버리고 아카데미에 남았다면서?
-뻔뻔하네. 빈 머리만큼 뻔뻔해~
-허~ 접. 총장은 허접이래요.
-유능하면 뭐 해? 인성이 쓰레긴데.
-물러나라! 쓰레기 총장 물러나라!
하늘에서 쏟아지는 달걀 세례!
“억! 윽!”
상상 속에서 달걀을 맞은 드웨너가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총장님? 괜찮으십니까?”
“아아, 괜찮다네. 후우, 끔찍한 경험이로군.”
“……?”
카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웨너가 그런 카론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역시 제국의 시궁쥐답군. 이런 무시무시한 전략을 쓰다니!’
카론은 선생 이전에 황제의 검이자 도구.
게다가 자신은 황제를 견제하는 아시즈 후작의 사람이다.
카론이 자신을 잘라내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물론, 카론은 그럴 생각이 1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 나도 가면 안 되나?”
“……안 됩니다.”
“어째서! 난 총장이잖아! 그럼 가는 게 맞잖나!”
“아카데미를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치적 문제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런 건 생각지도 않고 있습니다. 제국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싸움하는 건 금기라는 거, 알고 계시잖습니까.”
“끄응…….”
카론의 말대로였다. 황제도, 아시즈 후작도, 그 이외의 귀족들도.
제국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는 모두가 협력한다.
정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제국이 강대한 세력을 이룬 이유 중 하나였다.
‘아…… 그냥 가지 말까? 카론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맞아. 어차피 가봤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잖아. 나를 좋아하는 학생도 없고…….’
원래라면 여기서 드웨너는 자신의 주장을 꺾고 앤우드 아카데미에 남는다.
그게 원래 스토리였다. 하지만.
“흠…… 어쩔 수 없군. 자네가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야…….”
그 순간, 드웨너의 머리에 누군가가 웃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다, 있었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학생이 있었다.
제로. 그 아이가 있었다.
‘이 멍청한 놈! 제로, 그 연약한 아이를 내가 아니면 또 누가 지킨단 말인가!’
드웨너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유능한 총장다운 훌륭한 판단이십니다. 그럼 이곳에서 머무시는 걸로…….”
“아니, 가겠네.”
“……예?”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전장으로 향하는데 총장인 내가 어찌 뒤로 빠질 수 있겠는가!”
“……???”
수백 년 전, 4군단장 발라파르와 맞서 싸운 대 세이건 가문의 후손, 드웨너.
카르파티아 방어전 출전 선언!
제로가 상상하지도 못한 히든 피스가 발동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