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48)
제248화
248화. 카르파티아 침공(4)
쿠두두두두-!
쿵!
“으윽!”
“아파라…….”
마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친 아이들이 고통 가득한 신음을 내뱉었다.
승차감이 좋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건 고급 마차가 아닌, 장사를 위해 상인들이 사용하는 짐마차였으니까.
앤우드 아카데미 전교생을 태우기 위해 카론이 수배한 짐마차.
연병장에 수백 대의 마차가 도열해 있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덜커덩!
“으아아아아!”
“나, 날아간다! 누가 나 좀 잡아줘!”
물론 마차 안도 장관이 따로 없었다. 마차가 크게 흔들릴 때마다 아이들이 천장과 바닥을 오갔다.
짐마차가 날아가듯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방금 학생 한 명이 날아가는 모습을 본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뭐, 교관들이 구해주겠지.’
피어오르는 흙먼지, 뒤따르는 말과 마차, 마차가 흔들릴 때마다 요동치는 하늘과 땅.
휙휙 지나가는 마차 밖 풍경을 감상하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건 두 가지야.’
첫째, 네임드 몬스터에게 [포식]의 힘을 사용, 네 개의 스킬을 얻는 것.
루나에게 두들겨 맞기만 해도 쑥쑥 성장하는 스킬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게임에서 스킬은 언젠가 등급이 오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스킬을 얻는 게 빠르면 빠를수록, 가짓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다.
현재 나는 네임드 몬스터가 갖고 있는 스킬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는 [포식] 스킬을 보유한 상태.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평소에 보기 힘든 네임드 몬스터가 무려 네 마리나 등장하니, 이만큼 좋은 사냥터도 없었다.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것.
‘아무도 잡지 못한 6계위 악마, 마벨가를 잡는 것.’
[포식] 스킬을 사용, 스킬을 하나 더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숨겨진 무언가가 있어.’
마벨가의 피가 1에 도달, 죽을 위기에 처할 경우 발동하는 실드.
그 실드량이 무려 1만이다.
1회차 플레이 때 잡으라고 만든 수치가 아니다. 다회차 플레이 때에나 잡으라고 설정해 둔 수치지.
‘문제는 그 다회차 플레이 때조차도 마벨가를 잡은 유저가 없다는 거지.’
2장 중반부인 지금, 1만의 대미지를 뽑아내라는 건 사실상 깨지 말라는 말과도 같았다.
그 때문에 대다수의 유저가 이렇게 추측하곤 했다.
‘이후 에피소드에서 재등장시키려고 한 건 아닐까?’라고.
‘하지만 아니야.’
수만 번 게임을 플레이해 봤지만, 마벨가가 나타나려는 기색은커녕 그 꽁지도 보이지 않았다.
전 세계 유저들이 플레이한 것까지 합치면 수십억 번의 플레이.
그런데 그 어디서도 마벨가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건 유저가 모르는 어디선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뜻이며…….
‘유저가 마벨가를 죽일 기회는 카르파티아 침공 에피소드 하나뿐이다. 그런 뜻이겠지.’
물론 제작진이 마벨가라는 악마의 존재를 까먹고, 후반부 스토리에 넣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귀찮은 짓을 벌일 리가 없거든.’
마벨가의 체력이 1에 도달하는 순간, 1만의 실드가 펼쳐짐과 동시에 모든 캐릭터가 행동력을 회복.
마벨가를 한 번씩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제작진이 ‘기믹’을 만들어둔 거다. 마벨가만을 위한 기믹을.
‘이렇게 열심히 만든 마벨가라는 악마가 후반부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죽었기 때문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카르파티아 침공에서 마벨가가 최후를 맞도록 설정해 둔 상태.
그런데 마벨가가 스토리 후반부에 강해져서 등장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즉, 1만의 실드를 부수고 마벨가를 잡으면 열리는 ‘히든 피스’를 설정해 둔 게 틀림없었다.
이 히든 피스가 어디로, 어떻게 이어질지 예상이 안 간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최종 보스 공략을 위한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뜻임과 동시에.
‘그 보상이 거대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지.’
대체 얼마나 큰 보상을 주려고 이렇게 힘든 기믹을 만들어둔 걸까?
‘성검? 막대한 재화? 그도 아니면 최종 보스 공략을 위한 아이템?’
상상만으로도 침이 줄줄 흘렀다.
아무튼, [포식]을 이용해 공짜 스킬을 얻고,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던 고인물의 업적을 달성하기까지.
손해 볼 게 하나 없는 에피소드.
‘카르파티아 침공’ 되시겠다.
물론, 마벨가를 잡겠다는 내 원대한 계획은.
“다, 당근…… 마, 마지막 당근이 될지도 몰라요오오…….”
……이미 물 건너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렇다. 마벨가를 잡기 위한 필수조건, 레제의 성장.
그게 완전히 망해버린 상태였다.
울면서도 당근을 꼭꼭 씹어먹는 레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도니스에게 받은 스킬이 쓰레기인 탓도 있지만…… 결국 이렇다 할 정보를 얻지 못했지.’
크리티컬이 터지지 않는 이유로 추정되는, 레제가 ‘살생’을 주저하는 이유.
심리 치료를 핑계로 레제와 제법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그 실마리조차 얻지 못한 상태였다.
얻은 거라곤 알고 싶지도 않았던 ‘당근’에 대한 갖가지 정보와 지식뿐.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아아…….”
“뭐야? 너답지 않게 웬 한숨? 전장이 무섭기라도 한 거야?”
그 모습이 마음에 걸린 걸까. 루나가 곧장 물어왔다.
“조금은 그렇습니다. 루나 양은 두렵지 않으십니까?”
“뭐, 나도 무섭긴 하지. 그래도 강해질 수 있는 기회니까. 1학년 때부터 실전이라니. 난 오히려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걸?”
“후후, 루나 양은 강하시군요. 누군가 본받았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찌릿-!
내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레제가 상자 안으로 후다닥 몸을 숨겼다.
저런 개복치 토끼를 데리고 마벨가를 잡아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하다.
레제가 안에 든 상자를 쿡쿡 찌르던 때였다.
“야! 내 친구 괴롭히지 마!”
“후후, 루나 양, 잘 생각하십시오. 지금은 실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싸우지 못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잘 아실 텐데요?”
“…….”
중간고사를 파견으로 대체, 점수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앤우드 아카데미다.
그런데 열심히 싸우기는커녕 레제처럼 도망치고 숨을 궁리만 한다?
낙제점을 받기 딱 좋았다.
“우수반에서도 떨어지겠죠. 루나 양은 그러길 바라시는 겁니까?”
“……그렇다고 억지로 싸우게 할 수도 없잖아.”
“후후, 비책이 있다면요?”
“비책?”
“예, 레제 양의 두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엄청난 비책 말입니다.”
그제야 레제가 상자 위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정수리에 난 바보털이 물음표 모양으로 변한 건 덤.
루나가 희망찬 눈빛을 품으며 물었다.
“비책이 뭔데?”
유약한 레제를 위해 준비한 엄청난 비책. 그건 바로……!
“먼저 죽여버리는 겁니다.”
“응?”
“무서우니까 먼저 죽여버리는 겁니다. 악마가 술수를 부리기 전,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거죠.”
“…….”
빠악!
루나가 내 이마를 후려갈겼다.
“그게 뭔 개소리야!”
아니, 내 말이 맞잖아! 먼저 죽여버리면 되는 거잖아!
두려운 존재를 없애버리면 무서워할 이유도 없어지는 거잖아!
“……그래, 나도 널 먼저 죽여줄게. 이대로 가다간 제명까지 못 살 것 같거든!”
루나가 내 등을 자근자근 밟기 시작했다. 경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오오,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변태라서가 아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오르고 있다는 기쁨 때문이지.
문득, 레제의 머리 위에 난 바보털이 축 처진 게 보였다.
아쉬운 걸까?
‘저런 모습을 보면 바뀌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막상 상황이 닥치면 도망가기 바쁘니.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저 아이에게도 언젠가는 선택해야 할 때가 올 거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치든지, 아니면.
‘제 손에 피를 묻히면서 친구를 구원하든지.’
레제의 태도가 끝까지 바뀌지 않는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적당히 써먹다가 내치든지, 아니면 루나의 각성을 위한 도구로 써먹든지.
둘 중 하나를 행할 생각이었다.
잔인하다고? 어쩔 수 없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그런 게임이니까.
“죽어! 죽어! 이 변태 자식!”
봐라. 지금도 루나가 나를 죽일 듯이 밟고 있지 않은가.
동료를 밟다니. 참 잔인한 게임이었다.
덜커덩-.
점차 줄어드는 HP를 바라보며 ‘어떻게 빌어야 루나가 용서해 줄까?’에 대해 고민하던 때였다.
짐마차가 움직임을 멈췄다.
“모두 내려라! 다음 마차를 마련해 둔 곳까지 달려서 이동한다!”
“예에!?”
“빨리빨리 나와라! 한시가 급하다!”
아, 그러고 보니 깜빡한 게 두 가지 있었다.
카르파티아까지는 이틀이 걸린다는 것, 그리고.
게임과 달리, 내 몸으로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 * *
짐마차를 타고, 발로 달리고, 먹으면서 자고, 기어가고(?).
이틀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게임에서는 몰랐는데 내 몸으로 직접 움직이자니 고통도 이런 고통이 없다.
야생마와 같았던 짐마차도 어느새 적응돼 잠을 청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질 때쯤.
덜커덩-.
“모두 내려라!”
“으…… 뭐야. 또 달려서 이동인가?”
“하암…… 다음 짐마차까지는 또 얼마나 걸리려나.”
아이들이 한마디씩 떠들며 하나둘 마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아이들이 입을 다물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거…… 맞지?”
“……맞아. 카르파티아의 성벽이야.”
처음 아이들의 시야를 사로잡은 건 굳건하게 서 있는 거대한 성벽이었다.
정확히는, 한쪽의 성벽이 완전히 허물어진 성벽이었다.
안쪽에서는 소음과 함께 간간이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쿠구궁-.
작은 땅울림을 느낀 아이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거리가 이렇게 먼데 여기까지 울림이 느껴진다고?”
“안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우, 우리도 저 안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아이들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던 때였다.
말을 탄 교관이 소리쳤다.
“2, 3학년은 교관들과 함께 안으로 향한다. 1학년은 이곳에서 병사들과 함께 대기하도록.”
1학년은 성안으로 들어갈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사실을 깨달은 아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테르온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저희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경계, 그리고 부상자 호송이다. 안쪽에서 부상병들을 성문까지 옮길 텐데, 그 부상병들을 이곳으로 호송하면 된다. 곧 지휘관이 올 테니 자세한 건 그쪽에 묻도록.”
“잠깐만요! 지휘관은 누구죠?”
“……기다리면 알게 될 거다. 2, 3학년! 지금 당장 나와 함께 이동한다!”
2, 3학년과 교관들이 성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짐짝처럼 남은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이렇게 있어도 괜찮은 거야?”
“지휘관은 누굴까?”
“누구인지는 몰라도 유능한 사람이면 좋겠는데…….”
아이들과 달리, 나는 유유자적했다. 지휘관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학년과 함께 이곳을 맡을 지휘관.
‘다르곤’이라는 선생님이자, 6서클 마법사였다.
‘훌륭한 선생이지. 악마 중 하나에게 큰 피해를 입혀주기도 하고.’
첫 악마가 등장했을 때, 체력을 반이나 깎아주는 고마운 선생님.
그의 화려한 스킬 이팩트를 떠올리던 때였다.
“모두 진정해라! 이 내가 온 이상, 악마들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내가 잘 아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총장님?”
그렇다. 삐쩍 마른 말 위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남자.
앤우드 아카데미의 총장, 드웨너였다.
……얘는 왜 여기에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