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50)
제250화
250화. 카르파티아 침공(6)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빅토리아를 포함한 아이들을 부탁한다는 아도니스의 말.
원래는 주인공인 알렉스가 들어야 하는 말이다.
“부담을 느끼는 거냐? 걱정 마라. 저래 보여도 자신의 몸 하나 정도는 건사할 힘이 있는 아이거든. 다만…….”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아도니스의 말을 멈추게 한 뒤, 아이들 틈에서 알렉스를 찾아 헤맸다.
‘스토리’라는 배가 강이 아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산에서 미끄러지기는커녕 안드로메다를 향해 쭉쭉 올라가는 중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스토리를 되돌린다. 억지로라도!’
알렉스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느 패거리에도 속하지 않은 채, 들판 위의 늑대처럼 고고히 서 있는 알렉스.
그런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알렉스 군, 잠시 저와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응? 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무슨 일이 생겼지. 그것도 엄청나게 큰일이!
“제로! 나도 데려가요!”
자매품으로 레이몬이 딸려 왔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루나가 그를 낚아채 갔기 때문이다.
“건방진! 감히 내 친구 손을 잡아!”
“으아아아악! 억울해요오!”
붕붕붕-!
루나에게 풍차 돌리기를 당하는 레이몬을 뒤로한 채 도달한 아도니스의 앞.
“후후, 다시 한번 얘기해주시겠습니까?”
스토리가 바뀌고 있다면 강제로 뜯어고친다.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해 낸 해결책이었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진 최고의 강점.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의아해하던 아도니스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를 챙기는 건가. 대단하구나.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하단 말이지.”
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목을 베려던 사람이 할만한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은 넘어가자. 지금 중요한 건 스토리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빅토리아를 알렉스에게 떠넘기는 일이니까.
“후후, 알렉스 군이야말로 적임자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저 같은 놈보다 훨~~~ 씬 낫다고 할 수 있죠.”
“흠…… 제로, 너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니냐?”
“아닙니다. 모든 일에 설렁설렁 임하는 저보다는 사소한 것에도 진중한 알렉스 군이야말로 이 일의 적임자입니다! 저보다 강하기도 하고요.”
“친구를 추켜세워주기까지 하다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제로, 보면 볼수록 대단하구나.”
……이 할배 아무래도 노망이 든 것 같은데 한 대 때리면 제정신으로 돌아오려나?
응? 노인을 때리려고 하다니. 루나보다 더한 패륜이라고?
아니다. 나는 아도니스를 치료(?)하기 위해 패륜을 저지를 뿐이다.
이른바 착한 패륜이랄까?
“내가 널 아낄 수밖에 없게 만드는구나.”
쓰담쓰담-.
아도니스가 까치발을 들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뭐 이리 빨라?’
반항은커녕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
착한 패륜을 향한 길은 멀고도 험한 듯했다.
한참을 쓰다듬던 아도니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 알렉스. 너에게도 부탁해 둬야겠구나.”
“예, 말씀하십시오.”
참고로 이 시점의 알렉스는 아도니스가 더글라스라는 걸 알고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당시, 아도니스가 자신의 비밀을 직접 밝혔기 때문이다.
“난 카론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갈 생각이다. 그래서 말인데…… 아이들을 지켜줬으면 하는구나. 물론, ‘그 아이’를 포함해서 말이야.”
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스토리가 원래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제 한 몸 정도는 건사할 수 있긴 하지만……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아이거든. 그러니 내가 없는 동안 신경을 좀 써줬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후후, 저는 빠지겠습니다. 제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연약한 몸이라서 말입니다.”
“둘 다 고맙구나. 제국의 장래가 밝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
음, 난 분명 거절 의사를 밝힌 것 같은데 왜 제국의 장래가 되어 있는 걸까?
진짜 미스터리다.
“모두 모여라! 지금부터 브리핑을 시작하겠다!”
갑작스러운 카론의 외침.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대부분이 상기된 얼굴이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침식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다.”
침식이 완전히 뿌리를 내리는 순간, 그 일대는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모한다.
현재 대륙은 침식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
침식이 완전히 뿌리를 내리기 전 제거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었다.
‘상대도 그걸 알고 있으니, 침식 주변에 탄탄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
침식을 제거하기 위한 자와 지키기 위한 자들의 혈투.
카론과 아도니스, 그리고 교관들까지.
모두가 성 안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간단히 말해, 이곳에 있는 너희들을 보호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누군가는 죽을 거다. 전장은…… 그런 곳이니까.”
아이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카론과 교관들에게 보호받던 개미굴도 무서웠는데 악마들과 실전을, 그것도 보호자 하나 없는 상황에서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니.
몇몇 아이들의 눈가에 물기가 차오르던 때였다.
“하지만 그래서, 포기할 셈이냐?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죽겠다는 거냐?”
“…….”
“보호받는 법? 애초에 우리는 그런 걸 가르치지 않았다. 싸우는 법을, 승리하는 법을 가르쳤지.”
“……!”
“맞서 싸워라. 자기 자신을 믿고 친구들과 뭉쳐 싸워라. 그리고…… 살아남는 거다.”
음음, 다시 들어도 좋은 연설이다.
이제 곧 카론의 연설이 끝남과 동시에 모든 스탯이 3씩 상승하는 버프가 모두에게 걸린다.
마벨가를 공략하기 위해 꼭 받아야 하는 버프.
“좋은 눈빛이다. 그렇다. 죽음을 각오한다면…….”
빠악!
순간, 카론의 머리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누군가 그의 뒤통수를 냅다 후렸기 때문이었다.
살인 전차 카론의 뒤통수를 후리는 미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는 자. 그는 다름 아닌…….
“이 사람!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건가! 아이들에게 겁을 줘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이 세계의 돈키호테…… 아니, 앤우드 아카데미의 총장, 드웨너였다.
그가 날려버린 건 카론의 뒤통수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에게 걸리는 버프까지 함께 날려버렸다.
‘저, 저 무능한 놈이 내 버프를!’
마벨가 최초 공략의 꿈. 그 꿈이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드웨너가 답답하다는 듯이 카론을 노려봤다.
“……현실을 알려줬을 뿐입니다.”
“현실은 개뿔. 그리고 보호해 줄 사람이 없긴 왜 없어! 여기 있는데!”
텅! 텅!
드웨너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들겼다.
괴상한 금속음,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드웨너의 행색과 무능하기만 했던 과거.
아이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총장이 우리를 지켜준다고?”
“저 말을 믿어?”
“믿겠냐?”
“카론 선생의 말대로야. 우리 목숨은 우리가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오오오오오!!”
[급격한 사기 상승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버프가 활성화됩니다.] [카르파티아 방어전이 끝날 때까지 모든 스탯 +10]“……?”
+3이 아니라 +10이라고?
뭐지? 이 사기적인 버프는?
드웨너의 무능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아이들이 의기투합하며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래! 모두 나만 믿거라! 허허허!”
물론, 드웨너는 착각에 빠져 있었지만 말이다.
……뭐, 아무렴 어때.
버프만 잘 받으면 됐지.
* * *
“4개의 조로 나누겠다. 병사들과 함께 부상자들을 잘 호송할 수 있도록.”
테르온파, 유리디아파, 빅토리아파, 그리고 나머지.
위험한 상황이어서일까. 가장 합이 잘 맞는 아이들끼리 조를 구성한 카론이었다.
“강한 아이들은 약한 아이들을 보호해 주도록. 그리고…… 테르온.”
“예.”
“최선을 다하도록 해라. 저번처럼 놀고만 있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개미굴에서 사고가 터졌을 당시 뒷짐만 지고 있었던 테르온이다.
그로 인해 카론에게 혼나는 걸로도 모자라 벌점을 받기까지 했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말은 잘하는군.”
테르온이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그뿐이었다.
지금은 실전. 통솔자와 싸워봤자 자신 쪽이 손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테르온이었다.
뭐, 상대가 카론이기도 했고 말이다.
“가야겠군. 그럼, 일이 끝난 이후에 보도록 하겠다.”
“조, 조심하세요!”
“너희들 성적이나 조심하도록 해라. 지금 이 순간에도 병사들이 너희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으니.”
그러자 아이들이 미어캣처럼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교관들이 없어 점수를 매기는 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 역할을 병사들에게 맡겨놨을 줄이야.
테르온파와 유리디아파, 빅토리아파가 각자 회의를 시작했다.
진형과 전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는 듯했다.
“제로.”
근처를 지나가던 카론이 나를 불러세웠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도 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전장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한 얼굴이랄까.
나는 카론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루나를 보호해달라는 거겠지 뭐.’
하지만 카론의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뜻밖의 말이었다.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
카론은 말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믿을 건 너뿐이라고.
아이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고.
저들의 미래를 지켜줘야 한다고.
‘알면 알수록 속이 깊은 사람이란 말이지.’
생긴 것처럼 흉악하게 놀면 좋을 텐데.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는 카론과 달리, 나는 그들을 보호해 줄 생각이 없었다.
미래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엑스트라들이니까.
‘뭐, 악마는 다 잡을 생각이지만.’
[포식]으로 공짜 스킬을 얻을 수 있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뭐, 겸사겸사라는 거다. 겸사겸사.
그러니까 내가 카론에게 해줄 말이라고는…….
“후후,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 건방진 놈.”
나를 한 대 쥐어박은 카론이 픽 웃으며 성 쪽으로 떠났다. 그 뒤를 한 줄기 번개가 뒤따랐다.
잠시 뒤, 거대한 황금빛 번개가 성 안에 내리쳤다.
* * *
카론이 정해준 대로, 아이들이 1~4구역으로 나뉘며 진지를 구축했다.
나, 루나, 그리고 개복치 토끼.
우리가 속한 구역은 2구역이었다.
유리디아파가 있는 곳이자, 두 번째 악마가 나타나는 곳이 되시겠다.
‘랜덤으로 정해지는 시스템이지. 2구역이라…… 나쁘지 않네.’
카론이 나를 이곳에 배치한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구역으로 지원을 가기 쉬운 곳. 동시에 1구역과 3구역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
심지어 경치도 좋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 한쪽에는 카르파티아 성이 자리해 있었다.
‘불타고 있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조차도 풍경의 일부로 보일 정도였다.
한마디로 좋은 곳이었다. 문제는 내가 이곳에 있을 생각이 없다는 것 정도?
다각다각-.
때마침 삐쩍 마른 말 위에 올라탄 드웨너가 우리 앞을 지나갔다.
“모두 걱정 마라! 악마가 나타난다면 가문의 비기인 나선섬광대륜무후나찰식을 사용할 테니!”
……그게 뭔데?
고인물인 나조차도 처음 들어 보는 스킬이다.
뭐, 존재하지 않는 스킬일 가능성이 컸다.
허장성세. 그게 드웨너라는 캐릭터의 특징 중 하나니까.
“오오, 제로. 나의 위엄 있는 모습을 잘 봐두도록 해라.”
하지만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드웨너가 탄 말이 계속해서 전진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놈아! 어딜 가는 게야! 멈춰라! 멈추란 말이다!”
하지만 드웨너를 태운 말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런 드웨너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예상보다 더 많은 스탯을 올려주긴 했지만…….’
드웨너의 활약은 딱 여기까지일 거다. 차라리 그냥 자빠져서 의무대로 향했으면 좋겠다.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소설 속의 돈키호테도 끔찍한 꼴을 당했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더 끔찍한 결말을 불러일으킬 테니까 말이다.
“하암~ 한적하네.”
“돌아가면 그녀에게 고백할 거야!”
아이들이 하나둘 헛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슬슬 이동해야겠군.’
타이밍이 어긋나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거다.
들판에서 몸을 일으키려던 때였다.
누군가가 내 위로 머리를 불쑥 들이밀었다.
“여기서 뭐 하세요?”
2구역의 수장이자, 사랑에 미친 여자아이. 유리디아였다.
“후후, 쉬고 있었습니다만?”
“아니, 진짜 답답하네. 지금이 쉴 때예요?”
“그럼 뭘 할 때죠?”
“그야 당연히 사랑을 속삭일 때죠!”
……그걸 왜 속삭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