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52)
제252화
252화. 카르파티아 침공(8)
[메인 퀘스트#7]-하급 악마 네 마리를 물리쳐라!
앤우드 아카데미생들과 함께 악마를 처치하십시오.
사천왕 리즈벨트가 아끼는 네쌍둥이 악마입니다. 그들을 모두 처치한다면 리즈벨트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입니다.
1구역부터 4구역까지. 6턴 간격으로 악마가 등장합니다.
전투 이전, 진행 중, 끝난 이후. 언제라도 자유롭게 구역을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이동에는 1턴이 소모됩니다).
각 구역의 악마는 등장한 이후 10턴이 지날 시, 자동으로 소멸합니다.
땅의 악마 아몬가(0/1)
바람의 악마 크로가(0/1)
불의 악마 발람가(0/1)
물의 악마 마벨가(0/1)
보상 : 200exp, 15골드
추가 보상 : ???
실패 페널티 : 놓친 악마 한 마리당 모든 스탯 3씩 감소
※ 이 퀘스트는 거부가 불가능한 퀘스트입니다.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항상 봐 오던 퀘스트니까.’
동시에 한 번도 클리어해 본 적 없는 퀘스트이기도 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유저들이 한 번도 클리어해 본 적 없는 퀘스트다.
빡빡한 턴 제한도 제한이지만…….
‘마벨가를 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
죽기 직전 발동하는 ‘1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의 실드량.
유저들에게 첫 번째 퀘스트 실패의 아픔과 페널티를 부여하는 악명 높은 악마.
그게 바로 ‘마벨가’였다.
지금 내 스펙으로도 처치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니, 얼마나 힘든 일인지 대충이나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지금 중요한 건 마벨가가 아니지.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아몬가. 1구역에 등장하는 첫 번째 악마.
평상시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다르곤의 지원은 없는 모양이네.’
아몬가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6서클 마법사 다르곤의 마법이 작렬, 아몬가의 HP 50%가 증발한 상태에서 싸움이 시작된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를 않았다.
‘드웨너가 1학년의 지휘관을 맡은 여파겠지.’
혹시나 드웨너가 등장해 다른 방식으로 HP를 까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다른 방식은커녕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즉, 순수한 파티원의 힘만으로 아몬가를 처치해야 한다는 말 되시겠다.
‘아몬가의 기믹은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귀중한 ‘턴’이 소모된다는 거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원래라면 첫 턴에 발동했어야 하는 아몬가의 두 번째 기믹도 발동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네쌍둥이 악마들은 HP가 50%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새로운 기믹이 발동하는 구조니까.
‘아몬가의 기본 기믹은 한 턴마다 땅벌레 두 마리를 소환하는 것. 그리고 50% 아래로 내려갔을 때는 돌로 미궁을 만들지.’
접근을 힘들게 만든 이후, 지속적으로 땅벌레를 소환. 십수 마리의 땅벌레로 유저의 턴을 낭비하게 만든다.
한 턴, 한 턴이 소중한 카르파티아에서는 이것만큼 짜증 나는 기믹도 없을 거다.
처음 마주하는 100% 상태의 아몬가. 그리고 추가 기믹도 발동하지 않은 최악의 상황.
하지만 공략법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고인물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공략법을 만들어 내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었다.
‘그 공략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땅벌레를 제거하고, 아몬가에게 접근해야 한다.’
[1턴]첫 번째 턴이라는 알람을 구석으로 옮겼다. 동시에 빠르게 전장을 살폈다.
아몬가와 함께 나타난 여섯 마리의 땅벌레.
그중 한 마리는 임시 동맹을 맺은 루나와 테르온의 손에 의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상태였다.
모자이크로 처리하는 것 외에는 묘사할 방도가 없을 정도랄까?
‘역시 임시 동맹은 무서운 클리셰구나!’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다이크 첫 번째 오리지널 비기.
샤이텔하우(Scheitelhauw).
투콰앙!
땅이 살짝 들썩일 정도로 강력한 다이크의 내려찍기.
땅벌레 한 마리가 예쁘게 반 토막 났다. 레스토랑 요리에 올려도 될 정도로 깔끔한 솜씨였다.
물론, 나는 먹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로써 남은 땅벌레는 네 마리.
퉁!
퍼석-!
어디선가 날아온 푸른 마나탄.
땅벌레 한 마리의 머리가 짓이겨지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우리 개복치 토끼, 레제의 솜씨였다.
‘도망친 건 아니었나 보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레제가 도망치는 조건은 ‘공격 대상이 됐을 때’니까.
치지직-.
‘확실히…… 적중률도 적중률이지만 공격력도 그에 못지않단 말이지.’
땅벌레도 한 방에 보내는 경이로운 공격력.
크리티컬이 터지지 않았다는 걸 감안한다면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퀘에에-!
그 순간, 나와 조금 떨어져 있는 땅벌레가 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가볍게 달리며 놈의 앞에 도착, 동시에 검을 내리그었다.
제로 첫 번째 오리지널 비기.
진심 내려찍기.
콰드득-!
키에에에엑!
목 윗부분이 땅에 맞닿을 정도로 깊게 베인 땅벌레가 비명을 내질렀다.
베인 곳에서는 녹색 액체가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퀘에에-!
톡 건들면 죽을 정도의 상태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았다.
다이크와 레제가 땅벌레를 한 마리씩 죽인 반면, 나는 한 마리를 딸피로 만드는 데 그친 거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스탯 포인트의 대부분을 잠재력 도박에 사용한 상태니까.
높은 레벨과 [플뢰르 가문류] 수련으로 스탯을 조금이나마 올려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반피도 못 깎지 않았을까 싶다.
이 정도면 충분히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마나가 담긴 검이랑 총을 내가 뭔 수로 이기냐!?’
물론 [신의 모방]으로 모방한 [일섬]이나 [하늘 가르기]를 사용했다면 땅벌레를 일격에 처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오리지널 비기를 사용한 이유.
약자 코스프레, 앞으로를 위한 실험, 숙련도 늘리기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적이 될 테르온에게 내 실력을 보여주기는 싫으니까.’
기말고사 때 2장의 보스가 되는 테르온이다.
안 그래도 많은 변수가 생긴 상태인데, 더 이상의 변수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이로써 우리의 첫 번째 턴이 끝났다.
남은 건 아몬가와 세 마리의 땅벌레. 이 정도면 첫 턴치고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이제는 상대방의 턴.
땅벌레 세 마리가 침을 내뱉으며 우리를 공격했지만,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애초에 내 앞에 있는 놈은 죽기 일보 직전이었고 말이다.
옷에 묻은 녹색 침을 털어낼 때였다.
“크아아아아! 이 건방진 놈들!”
드득- 드드득-!
아몬가의 외침과 함께 새로운 땅벌레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가 가장 마지막에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고전 SRPG 게임의 특성.
다섯 마리의 땅벌레와 아몬가가 휴식에 들어갔다.
동시에 우리의 두 번째 턴이 시작됐다.
침착하게 현재 상황을 분석했다.
‘루나는 무리겠지만 테르온은 땅벌레를 한 번에 죽일 수 있겠지.’
그렇다면 이번 턴에 테르온, 다이크, 레제가 한 마리씩.
나는 조금 전 딸피로 만든 땅벌레를 마저 마무리 짓는다면 총 네 마리를 처리할 수 있다.
‘루나는 남은 한 마리의 땅벌레의 피를 깎거나 아몬가에게 접근하게 한다면 다음 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지시를 내리려던 때였다.
“내 거야!”
“내 거다!”
콰직!
땅벌레 한 마리가 루나와 테르온의 손에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다.
문제는 루나의 공격 이후에 테르온이 공격이 이어졌다는 거다.
‘아니, 둘이 하나 갖고 싸우지 말라고!’
서걱!
퉁!
콰직!
다이크, 레제가 한 마리씩, 그리고 내가 딸피인 땅벌레를 마무리 지었다.
네 마리를 처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루나의 턴이 쓸데없이 낭비된 상황.
좋지 않았다.
“건방진 놈들!”
턴이 넘어갔고, 아몬가가 또다시 두 마리의 땅벌레를 소환했다.
[3턴]현재 남은 땅벌레 세 마리, 그리고 아몬가의 피 100%.
3턴이다. 아니, 벌써 3턴째였다.
앞으로 3턴 뒤면 2구역에 두 번째 악마가 나타난다.
‘이동하는 데만 한 턴이 소모된다. 그런데…….’
아몬가의 피는 조금도 닳지 않았다. 심지어 두 번째 기믹도 발동하지 않은 상태.
최악의 상황이었다.
뷀른 가문류 첫 번째 비기.
발경(發勁).
쩌엉-!
테르온의 주먹이 땅벌레의 배를 파고들었다.
“훗.”
테르온이 손에 묻은 녹색 체액을 털어내며 비웃음을 보냈다.
비웃음의 대상은 당연히 루나였다.
‘이런 벌레도 일격에 처치하지 못하는 거냐?’라며 루나를 비웃은 거다.
그 모습을 본 루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오! 비기만 쓸 수 있었어도…….”
현재 루나의 [일섬]은 내가 봉인한 상태다.
사용을 허가해 준다면 루나도 한 턴에 땅벌레 한 마리를 처치할 수 있겠지만…….
‘테르온은 일섬을 아는 눈치였어. 루나가 진짜 일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라.’
예전에는 실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일섬]이었지만, 지금은 제법 태가 나는 [일섬]을 사용하는 루나다.
총학생회장인 아윈이 속한 헤리제스가(家).
그리고 테르온이 속한 뷀른가(家)는 헤리제스 가문을 따르는 가신 중 하나다.
헤리제스 가문은 레스터 가문을 무너뜨리면서 성장한 가문이니, 루나의 생존이 달갑지 않을 터.
최악의 경우에는 ‘그’에게 루나의 존재가 알려질지도 모른다.
‘그놈을 상대하는 건 아직 무리야. 아니, 애초에 그럴 마음도 없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최종 보스니까.’
이른바 어른의 사정(?)이라는 거다.
애초에 루나의 입장에서도 죽기는 싫을 테니, 내 생각대로 하는 게 좋기도 할 거고.
“젠장…….”
루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지간히도 분한 모양이었다.
[일섬]은 사용 못 하지, 테르온에게 내 실력을 보일 수도 없지, 벌써 3턴째지, 하지만 퀘스트를 깨고는 싶지.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엄청난 생각이 났다는 듯, 검지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후후, 이런 승부는 역시…… 왕건이를 잡는 게 승리자겠죠?”
“왕건이?”
“가장 큰놈을 말하는 겁니다.”
루나와 테르온의 시선이 첫 번째 악마, 아몬가에게로 향했다.
“뭐, 뭐냐.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냐!”
아몬가가 자신도 모르게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시선이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승부다!”
“쯧, 어쩔 수 없군. 어울려 주마.”
테르온과 루나가 아몬가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고전 SRPG, 이런 타일형 형식의 게임서는 한 턴에 이동 한 번, 행동 한 번이라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기본이다.
3턴인 지금 테르온은 공격이라는 ‘행동’을 했지만, ‘이동’을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니 지금 움직이는 것도 잘못된 건 아니었다.
콰직-!
퉁! 퍽!
남아 있던 두 마리의 땅벌레는 다이크와 레제의 손에 마무리됐다.
할 일이 없어진 나 또한 아몬가를 향해 직선으로 이동했다.
“크아아!”
아몬가가 또다시 땅벌레 두 마리를 소환했다.
[4턴]콰직!
퉁! 퍽!
다이크와 레제가 새로 소환된 땅벌레를 제거했다.
이제 남은 건 아몬가 하나뿐.
“왕건이는 내 거다!”
“건방진!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보거라!”
왕건이 아몬가에 정신이 팔린 테르온과 루나. 그 둘이 곧장 아몬가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악마인 아몬가가 불쌍해 보일 정도로.
“크아아아악!”
질서도 없다. 규칙도 없다. 전술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계획대로야.’
그렇다. 게임에서 한 번도 마주해 본 적 없는 HP가 100%인 아몬가.
그런 아몬가를 위해 내가 생각해 낸 새로운 아몬가 공략법, 그건 바로…….
‘그냥 X나 팬다.’
그렇다. 그냥 X나 패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