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53)
제253화
253화. 카르파티아 침공(9)
4턴에서 행동을 하지 않은 건 나 하나뿐이었다.
곧장 아몬가를 향해 이동, 옆에서 검을 내리그었다.
제로 첫 번째 오리지널 비기.
진심 내려찍기.
콰득!
“크아악!”
아몬가가 비명을 내질렀다.
[신의 모방]으로 모방한 비기를 사용하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었겠지만, 앞서 말했듯 테르온과 다이크에게 본 실력을 보일 수는 없는 상황.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이었다.
“이 벌레 놈들이!”
아몬가가 테르온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테르온이 상체를 살짝 뒤로 움직이는 것으로 그 공격을 피해냈다.
회피. 일명 ‘빗나감!’ 판정이 뜬 거다.
‘테르온과 다이크의 스펙은 상당히 높은 편이니까.’
스탯도 준수하지만, 레제만큼의 사기 스킬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둘이다.
7계위에 불과한 아몬가의 공격을 피해내는 건 저들에게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각 구역에 악마가 등장한 이후, 10턴 후에 악마가 사라진다는 퀘스트 문구. 그건 악마가 도망친다는 뜻이 아니야.’
각 구역에 있는 아이들이 악마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는 뜻이다.
물론 마지막에 등장하는 마벨가는 조금 다르지만, 10턴 이후에 마벨가를 잡을 기회가 사라진다는 건 똑같았다.
“테르온 님, 괜찮으십니까?”
“흠, 보기보다 허약한 놈 같군.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다이크, 하던 대로 간다. B포메이션이다.”
“넵!”
지시를 내리는 테르온과 곧장 받아들이는 다이크의 모습.
그런 그들의 모습이 멋있었던 걸까. 루나가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제로! 우리도 하던 대로 가자! Z포메이션이야!”
“후후, 그게 뭐죠?”
“내, 내가 가르쳐준 거 있잖아! 가장 강한 Z포메이션! 그걸 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게 뭔데 씹덕아.
B보다는 그 뒤인 C가 낫고, 가장 끝 알파벳인 Z가 가장 강력한 포메이션이라는. 뭐 그런 생각을 한 걸까?
아니면 이만큼 많은 포메이션을 구축한 상태라는 걸 자랑하려는 허세일 수도 있었다.
뭐, 츤츤츤츤츤데레 루나다운 귀여운 행동이었다.
‘그런 걸로 경쟁하다니. 무슨 애도 아니고…….’
아니, 애가 맞긴 했다. 테르온과 다이크의 행동을 따라 하려는 것만 봐도 그 점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저 둘을 따라 하다간 안 그래도 짧은 루나의 다리가 뱁새처럼 찢어지고 말 거다.
‘저 둘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왔으니까.’
테르온의 스토리를 줄줄 꿰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10년 이상 이어져 온 관계라는 건 알고 있다.
게다가 상하관계가 명확한 군신 관계.
둘의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뭐, 저 둘이 질투 날 정도로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건 나도 인정하긴 해.’
테르온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정형적인 미남, 다이크는 야성미가 살짝 가미된 훈남.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과 그를 따르는 충성스러운 사냥개.’
질투가 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과 달리,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자.
어딘지도 모를 곳에 숨은 채 덜덜 떠는 개복치 토끼, 그리고…….
“뭘 봐? 어서 포메이션 Z를 시행하지 않고!”
……부러움에 눈이 멀어 헛소리를 해대는 고양이 한 마리의 주인인 나는 테르온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매일 같이 냥냥펀치를 날리는…… 아니, 주인의 귀를 물어뜯는 고양이다.
우리 집 고양이와 개복치 토끼도 저런 면모를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양이는 그렇다 쳐도, 개복치 토끼는 진짜 답이 없었다.
“후후, 도망치지 않기를 바라는 게 가장 원하는 일이라니…… 암담하군요.”
“뭐라는 거야? 열심히 잘만 싸우고 있구먼. 우리 레제는 강해졌다고!”
“안 보이는 건 사실 아닙니까? 루나 양도 지금 레제 양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저, 저쪽에 있지 않을까? 포메이션 Z를 하기로 했으니까!”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애초에 레제에게는 그걸 전달할 방법도 없거든?
루나가 따라 하는 모습이 같잖았던 것일까. 테르온이 비웃음을 흘렸다.
“하아…… 이리 수준 차이가 나서야.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그래? 잘됐네. 때마침 너를 죽이려고 했거든.”
루나가 이를 까득까득 갈았다. 반면 테르온의 입가에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할 수나 있고?”
“으아아! 제로! 나를 말리지 마! 저놈 진짜로 죽여버릴 거니까!”
루나야, 난 처음부터 안 말리고 있었단다. 지금 우리는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가 아니거든.
루나가 당장 달려들 태세를 취했지만, 둘의 싸움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까부터 무시당하고 있던 아몬가가 분노를 터트렸기 때문이다.
“건방진 놈들! 나를 무시하다니!”
아몬가의 외침과 함께 새로운 땅벌레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몬가의 턴이 끝났다는 뜻이자.
[5턴]우리의 턴이 시작됐다는 뜻이었다.
‘승부처다.’
여기에서 아몬가의 피를 50% 이하로 깎느냐, 못 깎느냐.
그 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전략이 달라질 거다.
‘최악의 경우…… 세 번째 악마는 패스한다. 스탯 페널티도 받고 퀘스트도 실패하겠지만, 마벨가 공략이 더 중요하니까.’
그리고 이번 턴에 아몬가의 피를 절반 이하로 낮추기 위해서는.
“다이크 군, 악마를 공격해 주십시오. 땅벌레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
하지만 다이크의 시선은 땅벌레에게 향해 있었다.
‘땅벌레를 무시하랬더니 나를 무시하네.’
테르온과 달리 다이크는 나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모양이었다.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한 것 같은걸?’
이유는 나중에 알아봐도 된다. 지금은 아몬가의 피를 50% 아래로 만드는 게 우선이다.
옆에 있던 테르온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후후, 섭섭하군요.”
“뭐가 말이냐?”
“임시로라도 동맹을 맺을 수 있어 기뻐했는데…… 다이크 군은 아니었나 봅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땅벌레처럼 생겨서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
“바퀴벌레에 이어 땅벌레라니…… 땅속으로 들어가 벌레 같은 삶을 살라는 뜻이겠지요? 졸업 이후 테르온 군 밑에서 일하려는 생각이 아주 조금 생기고 있었는데…… 역시 저는 안 되려나 봅니다.”
게임 속 세계에서도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훌쩍훌쩍.
내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는 걸 깨달은 걸까, 아니면 졸업 이후 함께하고 싶다는 말이 마음에 든 걸까.
테르온이 눈을 부릅떴다.
“다이크! 제로의 말대로 해라! 저런 벌레보다는 큰놈을 잡는 게 성적에도 도움이 될 테니!”
“……알겠습니다.”
아몬가를 향해 몸을 튼 다이크. 그를 향해 혀를 살짝 내밀어주었다.
뭔가 다이크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난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내가 선두를 맡겠다! 내 뒤를 따라라!”
뷀른 가문류 첫 번째 비기.
발경(發勁).
다이크 세 번째 오리지널 비기.
슐리쉘(Schlussel).
제로 첫 번째 오리지널 비기.
진심 내려찍기.
화려한 비기의 향연.
퍼엉-!
그 뒤로 아몬가의 몸이 흔들릴 정도로 매서운 레제의 총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에잇!”
루나의 평범한 공격까지.
“크아아아아악-!!”
아몬가의 온몸에서 검은 체액이 흘러내렸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성공했다는 걸.
‘행동’은 할 수 없지만, 아직 ‘이동’은 할 수 있다.
내 키의 절반쯤 되는 나무가 서 있는 땅. 그곳으로 스리슬쩍 몸을 옮겼을 때였다.
“크아아아아! 건방진 인간 놈드으으을! 내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아몬가가 양손을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하늘에서 엄청난 수의 바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몬가의 두 번째 기믹. ‘돌 미로’가 시작된 거다.
“테르온 님!”
“다이크! 피해라! 부상은 용납하지 않겠다!”
쿠궁-!
높이만 4m쯤 되는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며, 테르온과 다이크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였다.
“제로!”
“후후, 루나 양.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루나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닿지는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동료를 뿔뿔이 흩어놓는 것. 그게 바로 ‘돌 미로’의 기믹 중 하나니까.
콰광-! 콰과과과과광-!
그 뒤로도 바위는 쉬지 않고 떨어져 내렸다.
점차 떨어지는 바위가 줄어들고 먼지도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쯤.
[6턴]여섯 번째 턴이 시작됐다.
원래라면 첫 턴에 시작됐어야 하는 아몬가의 기믹이 지금에서야 시작된 거다.
‘생각보다 더 늦어졌군. 서둘러야 한다.’
돌 미로 시작 장소는 총 열 군데. 그중에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아몬가에게 가장 가까운 곳이지.’
이번 턴에 바로 아몬가를 마주할 수 있는, 그런 위치였다.
참고로 아몬가의 기믹은 이게 전부다.
응? 기믹이 너무 쉬운 거 아니냐고?
‘그야 당연하지. 이제 고작 2장인걸…….’
오히려 지금까지 있었던 싸움이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악마의 편린은 빨라야 3장 이후, 비네스는 4장 이후에나 처치할 수 있는 악마였으니까.
그 외에도 테르온과 다이크, 루시아, 아도니스에게까지 목숨을 노려지기까지.
진짜 다사다난한 아카데미 생활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무슨 싸움을 해온 걸까…….’
주륵-.
그간의 고생을 떠올리자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무튼, 아몬가의 기믹이 너무 허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딱 2장에 걸맞은 난도와 기믹이니까. 참고로 다른 세 악마도 비슷한 수준이다.
“…….”
아몬가가 있는 곳을 향해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한 방에 아몬가를 죽일 수 있을까?’
현재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은 단연코 [하늘 가르기]다.
좁은 범위라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서일까. 다른 스킬에 비해 높은 공격력 배율을 자랑했다.
게다가 [신의 모방]으로 인해 A등급으로 보정되는 스킬.
HP가 절반 아래인 아몬가 정도는 한 방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캐릭터를 키웠다면 말이다.
‘신의 모방으로 모방한 스킬은 내 스탯의 영향을 받는다.’
잠재력 도박으로 스탯이 엉망인 나다. 그런데 아몬가를 한 방에 죽일 수 있을까?
미로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도움은 기댈 수 없는 상황.
내가 한 방에 아몬가를 죽이지 못한다면 다음 턴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다음 턴인 7턴에서 아몬가를 처치한다면 2구역을 8턴인 상태에서 시작하게 된다는 뜻이다.
‘뭐, 이러나저러나 시도할 수밖에 없지만.’
가볍게 심호흡하며 앞으로 걸었다. 코너를 돌자마자 마주할 수 있었다.
“흐음? 어떻게…… 벌써 온 거지?”
나를 발견한 아몬가의 눈이 커졌다. 상당히 놀란 모양이었다.
“후후, 운이 좋았지 뭡니까.”
“아니지, 운이 안 좋았다고 하는 게 맞지. 아쉽구나.”
“그런가요?”
“좋은 기운이 풍기는 인간이라 싸움이 끝난 이후 회유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아몬가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원래라면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빼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공격을 준비하던 순간이었다.
휘우우우우-!
“응?”
“으음?”
뭔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투콰앙-!
“크아아아악!”
아몬가의 등 쪽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더니, 살점과 체액이 주변으로 튀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날아온 건.
‘마나탄!?’
그렇다. 레제가 날린 마나탄이 분명했다.
돌 미로에서 우리를 바로 찾아내는 것도 모자라 4m의 돌벽이 세워진 이곳에서 정확하게 공격을 가하다니.
‘건방진 개복치 토끼 같으니…… 지금만큼은 다이크 못지않았다!’
빠르게 정보창을 조작. 스킬창에서 한 스킬의 OFF를 ON으로 바꿨다.
화륵-!
칠흑 같은 불꽃이 내 검신을 타고 흘렀다.
잠재력 도박으로 얻은 S급 스킬. [칠흑]의 첫 등장이었다.
“어, 어떻게 인간인 네놈이 그런 힘을……!”
“후후, 고인물이니까요.”
“그, 그게 무슨 뜻이냐!”
있어, 그런 게.
아몬가가 말을 잇기도 전에 [신의 모방]에 넣어둔 스킬을 사용했다.
왼발과 오른발은 앞뒤로, 적당히 보폭을 조절.
양손으로 단단히 쥔 검이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루시드 가문류 네 번째 비기.
하늘 가르기.
검은 선. 그게 아몬가의 몸에 수직으로 새겨졌다.
그리고.
쩌억-!
아몬가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하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