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5)
제5화
5화. 입학시험(2)
조금 쳐다본 것 가지고 바로 죽이겠다고 선언하는 인성이라니.
이 정도면 츤데레가 아니라 츤츤사이코패스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절대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성격.
이게 바로 내 동료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자, 절대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고?
나는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 힘든 그런 사람을 동료로 삼아야 한다.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격, 실력까지 좋은 사람은 주인공 일행과 합류할 확률이 높으니까.
현재 나는 이 세계에서 의도적으로 나비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사소한 행동 하나로 얼마나 큰 폭풍이 휘몰아칠지 모르는 상태인데, 무작정 이름난 인물들을 동료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 행동에 따라 주인공 파티의 구성이 기존과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더 줄어들 수도 있지만,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아카데미의 영웅」은 그 정도로 높은 자유도를 제공하는 게임이었다.
‘애지중지 잘 키운 아이를 주인공 파티에 빼앗긴다면 그만큼 슬픈 일도 없겠지.’
사실 이 게임의 클리어 조건을 본 이후, 클리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틀은 구상해 둔 상태였다.
‘2개 파티를 이용한 최종 보스 공략.’
뒤에서 주인공 일행의 성장을 돕고, 히든 피스도 몇 개 쥐여 주며 괴물로 만든다.
그 정도면 나 없이도 메인 보스 정도는 우습게 이길 수 있을 게 될 것이다.
동시에 나도 파티를 만들어 히든 보스를 공략하며 에피소드를 클리어.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두 파티가 힙을 합쳐 최종 보스를 공략한다.’
주인공 파티 + 내 파티의 힘.
고인물의 계산법을 이용한 결과,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는 계산이 섰다.
“후후, 아주 좋군요.”
“……미친놈.”
눈살을 찌푸린 루나가 몸을 휙 돌렸다.
그런 루나의 정보창을 다시 한번 살폈다.
‘분노 조절 장애’라는 상태 이상.
안 그래도 성질이 고약한데 이런 상태 이상까지 붙었으니, 친구를 사귈 수 있을 리 없다.
‘뭐, 루나가 이런 성격이 된 데에는 조금 슬픈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런 애를 이용해 먹으려고 하다니.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아니다. 내 파티에 합류하는 게 오히려 이 아이에게 이득이다.
‘죽음을 피할 수 있기도 하지만, 복수도 할 수 있게 될 테니까.’
오로지 복수를 위해 사는 루나다.
중간에 등장하는 흑막도 그렇지만, 최종 보스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상태.
내 파티에 루나가 합류한다면, 오히려 내가 이 아이를 돕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성공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거지.’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지만, 할 수 없는 것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중 1개가 ‘루나’를 최종 보스가 있는 스테이지까지 데려가는 것.
수많은 고인물들이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루나의 한쪽 팔을 날려 버리는 건 ‘아카데미의 다섯 괴물’ 중 하나니까.
‘로델린과 동급…… 아니, 더 강하지. 로델린이 아직 성장하기 전이니까.’
그런 존재와 마주해야 한다니. 온몸이 덜덜 떨린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희열’ 때문이다.
그 어떤 고인물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내가 성공한다?
게이머로서 그것보다 기쁜 일도 없다.
“1차 시험 종목을 발표하겠다! 모두 잠시 주목하도록!”
수염을 기른 한 남성의 말.
나를 포함한 서른 명의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한 명, 한 명과 시선을 교환한 그가 다시금 입을 뗐다.
“슬라임을 피해 미궁을 통과하는 게 1차 시험이다!”
“파티를 이뤄도 좋고, 모든 마법의 사용을 허용한다.”
“금지된 건 예비 입학생들끼리의 결투와 싸움뿐이다!”
“무기가 맞닿는 순간 실격 처리되니 주의하도록!”
음, 다 아는 내용들이구먼.
아이들의 안색이 조금 환해졌다.
슬라임은 그리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나한테는 엄청난 강적이지만.
“후후, 전투라니…… 무섭군요.”
“슬라임도 못 잡는 놈이 여긴 왜 온 건데?”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요?”
“진짜 미친 새끼. 넌 안에서 만나면 죽는다.”
“그럼 실격일 텐데요.”
루나가 입을 뻐끔거렸다.
혼잣말로 작게 말했지만 나는 분명히 들었다.
저런 독창적인 욕을 구사할 수 있다니. 놀랍다.
저런 건 한국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외국도 충분히 가능했구나!
“거기, 너무 시끄럽군. 집중하는 이들도 있으니 조용히 하도록.”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그곳에는 부학생회장 로델린이 서 있었다.
인자한 표정과 달리, 이를 빠득빠득 갈고 있는 상태였다.
왜 저런담. 뭐 보기 싫은 놈이라도 봤나?
“부학생회장님, 그런 건 이에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만?”
“그런가? 조언 고맙군. 자네는 꼭 입학하도록 하게. 입학하자마자 상점과 벌점을 함께 부여해 줄 터이니.”
“벌점의 이유는요? 설마 아까 일 때문은 아니겠죠?”
“그럴 리가. 벌점이 부여되는 이유는 네놈의 준비가 미숙하기 때문이다.”
로델린의 눈이 내 몸을 훑었다. 정확히는 허리춤이다.
내 몸 어디에도 무기가 없다는 걸 지적하는 거였다.
“흐응……. 그런 거였군요.”
“흥! 걱정 말거라. 나는 공과 사는 구분하는 사람이니.”
로델린은 어느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특유의 침착함과 강인함. 그 속에 숨어 있는 어린이의 마음.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다시 한번 더 놀려 주고 싶을 정도로.
시뻘게진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지만, 참기로 했다.
소란을 피우다가 실격 처리라도 되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진짜로 무기가 없네.’
몸을 뒤적거려 봤지만 나오는 건 먼지뿐이었다.
게임에 빙의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괜찮다.
앤우드 아카데미는 통이 크니까.
“후후, 마침 말이 나와서 말인데…… 무기 좀 빌릴 수 있겠습니까? 첫 시험부터 몬스터와 싸울 줄이야. 이야…… 진짜 상상도 못 했지 뭡니까?”
1, 2, 3차. 심지어는 아무에게도 공개되지 않은 ‘비밀 시험’까지.
모두 다 알고 있었지만, 뒷머리를 긁으며 능청을 떨었다.
그러자 로델린이 벽에 기대 있던 검을 발로 툭 차 살짝 공중으로 띄우더니, 나를 향해 던졌다.
휘리릭- 턱!
“써라. 보급용 검이지만 쓸 만할 거다.”
[앤우드 아카데미의 보급용 검 : D]공격력 : 10
평범하지만 단단한 검이다.
검집에는 앤우드 아카데미의 마크가 양각되어 있다.
게임 플레이 시, 장착되어 있던 무기를 땅에 버리고 진행하면 발동하는 히든 피스.
이걸 여기서 써먹을 줄은 몰랐다.
검집에 끈목도 달려 있었기에 허리춤에 차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라면 처음 느끼는 무게감이 어색하다는 것 정도?
여기에 적응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듯했다.
“후후, 이왕이면 좋은 걸로 좀 주시지 그렇습니까. 그래도 아는 사이인데.”
“아는 사이는 무슨…….”
“아니죠, 비밀을 알고 있는 사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겠군요.”
“나,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얼굴이 살짝 붉어진 로델린이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아아, 역시 귀엽다.
저런 캐릭터와 파티를 맺을 수 없는 운명이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이 열린다! 입장을 준비하도록!”
오, 이젠 진짜 시작하는 모양이다.
문으로 향하려는데, 로델린이 중얼거렸다.
“……아까 네가 했던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후후, 그런가요?”
“그 어딘가 모난 성격도 다 사정이 있었겠지. 그러니…… 조금 힘들 때는 나를 의지해라. 이래 봬도 선배니까.”
로델린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 같다.
그래, 로델린은 이런 캐릭터다.
항상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애쓰고, 강한 억양과는 달리 속이 여린.
모두가 사랑했지만, 가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지옥을 향해 걸어 들어간 안타까운 캐릭터.
그런 그녀에게 내가 해 줄 말은 딱 한마디뿐이었다.
“후후,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게임 클리어도, 로델린의 구원도.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그게 바로 고인물이란 이름을 한.
게이머니까.
* * *
“따라오지 마! 진짜로 죽여 버린다!”
“따라가는 게 아닙니다. 가는 길이 같을 뿐이죠.”
루나가 사납게 짖어 댔지만 그럴수록 내 기분은 좋아질 뿐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는 사나운 고양이지만, 내 시점에서는 아주 우수한 인재였으니까!
챙!
루나가 검을 뽑더니, 그것을 내 목에 겨눴다.
“진짜 죽고 싶냐?”
“후후, 이래도 괜찮겠습니까? 주변에서 교관이 보고 있을 텐데요.”
“…….”
주변을 살피던 루나가 검을 다시 회수했다.
내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예비 입학생 신분인 우리지만, 앤우드 아카데미가 학생을 죽게 내버려 둘 리 없다.
이곳은 명문 중의 명문이니까.
‘실제로 교관들이 수두룩하게 감시하고 있는 게 게임의 설정이기도 하지.’
물론, 이럴 때도 사고를 치는 놈은 있다.
잠시 후면 한 명이 사고를 치고 흑화하는 걸로 아는데.
구시렁거리며 걷는 우리 앞에 양 갈래 길이 나타났다.
“두 갈래 길이네. 잘됐다. 너 먼저 가.”
루나가 내 선택을 종용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해서는 안 된다.
내가 길을 잘못 선택할 경우, 루나가 ‘그곳’으로 향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테니까.
그러니 선택을 양보한다. 선심 쓰며 호감도 쌓을 겸!
“후후, 어쩔 수 없군요. 이번만 제가 양보하도록 하죠. 아주 특별히!”
“…….”
루나의 표정이 썩었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다. 선택권을 양보하는 배려까지 한 나인데.
진심으로 이유가 궁금해졌다.
“난 왼쪽으로 갈 거야. 이번에도 따라왔다간 봐. 진짜로 가만 안 둘 테니까!”
살벌한 경고로도 안심이 안 되는지, 루나가 두세 번이나 고개를 뒤로 돌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살짝 웃어 준 후, 오른쪽 길로 향했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 내 쪽인데,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어차피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루나가 엄청난 길치인 탓도 있지만, 이 1차 시험에 있는 히든 피스와 마주하는 자가 바로.
루나, 저 아이이기 때문이다.
‘슬라임 정도는 내 힘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히든 피스가 문제여서 사람을 구하는 거였는데…… 딱 저 아이를 만날 줄이야.’
미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카데미 1차 시험 종목인 미로를 외우는 건 고인물인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당연한 일.
그러니 나는 적당히 레벨 업을 하다 히든 피스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히든 피스를 획득함과 동시에 위기에 빠진 루나를 돕고 호감을 산다.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
“후후후, 제가 생각했지만 너무 완벽한 계획이군요!”
꾸물꾸물-.
내 자아도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흰색과 푸른색 사이의 그 무언가.
하늘색보다 약간 옅은 액체 덩어리가 꾸물거리며 나타났다.
슬라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