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52)
제52화
52화. 논공행상(1)
개미굴에서 귀환한 다음 날 아침.
“하아…….”
상태창을 바라보는 내 입에서 한숨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왜냐고?
잠재력 도박을 한 결과가 떡하니 보였기 때문이다.
‘꿈이 아니었네.’
[초감각S]그렇다. 예기치 못한 폭업으로 인해 얻게 된 100pt.
어젯밤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잠재력 스탯에 포인트를 쏟아붓고, 도박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저 [초감각]이었다.
‘신의 모방이 있으니까 웬만한 공격 스킬은 필요 없어. 그래서 보조 스킬을 원하긴 했는데…….’
[초감각]은 일종의 기척 탐지 스킬이다.근처에 숨어 있는 자들을 파악하고, 함정 탐지 역할도 겸하는 패시브 스킬.
나쁘진 않다. 암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스킬이니까.
하지만.
‘좋다고 말할 수도 없는 스킬이라고!’
신성력을 다룰 수 있게 해 주는 [신성력], 화염계 스킬의 대미지가 5배로 적용되는 [업화], 일정 시간 체력이 깎이지 않는 [폭주] 등등.
이 게임에는 다양한 스킬이 존재했고, 사기라고 말할 수 있는 스킬도 있었다.
그런데 [초감각]이라니! [청소]에 이어 [초감각]이라니!
“하아…….”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즉, [초감각] 스킬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애매한 스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교복을 입고 밖으로 나섰다.
역시 힘이 빠질 때는 밥을 먹어야 한다.
기숙사를 빠져나가, 한 걸음 내디뎠을 때였다.
“뭐야. 오늘은 좀 기운이 없네? 무슨 일 있어?”
루나였다.
무슨 일이 있긴 하지. 그런데 그 전에 한 가지.
“후후, 저를 기다리신 겁니까?”
“내가 너를? 그럴 리가 없잖아. 아침을 먹으러 가려는데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야.”
“……우연히요?”
여기서 한 가지.
앤우드 아카데미의 교칙 중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밥에는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으며.
식당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공평한 곳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건 식당의 ‘위치’ 또한 마찬가지다.
무슨 말이냐고?
선생님들이 머무는 기숙사, 남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 여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
저 세 장소와 식당의 거리가 모두 동일하다는 뜻이다.
식당을 중심으로, 남학생 기숙사와 여학생 기숙사는 완전 정반대 쪽에 위치한 상태.
그런데 루나는 ‘우연히’ 마주쳤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체 언제부터 기다린 거지?’
아침 6시? 7시?
그것도 아니면 밤새 나를 감시했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을 수밖에 없었다.
“뭐 해? 밥 먹으러 가야지.”
“……예.”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루나를 동료로 선택한 건 나니까.
그리고 해결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동료를 더 모집하면 돼.’
루나와 친구가 되어 줄 동료.
파티가 강해짐과 동시에 나를 향한 집착을 조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참,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스킬 등급 업 포인트는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A급 스킬을 S급으로 올릴 때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F에서 A까지는 노력으로 올릴 수 있어.’
하지만 S급은 그렇지 않다.
연계 스킬의 보유, 적합성, 특정 NPC와의 상호작용까지.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S급 스킬을 얻을 수 없다.
여기서 스킬 등급 업 포인트의 사기적인 가치가 드러난다.
스킬 등급 업 포인트는 상기한 조건 없이도 스킬을 성장시킬 수 있다.
A급 스킬을 S급 스킬로 승급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아낄 수밖에 없지.’
애초에 지금 내가 가진 스킬 중 S급이 아닌 건 [불길한 기운]과 [눈 뜨기], [초재생], 그리고 [공간 장악].
불길한 기운을 제외하면 싹 다 F급.
저런 곳에 스킬 등급 업 포인트를 사용한다면 엄청난 손해다.
특히, [눈 뜨기] 같은 스킬은 더더욱.
“오, 여기 앉으면 되겠다. 맛있게 먹어.”
자리에 앉은 루나가 싱긋 웃었다.
하지만 난 웃을 수 없었다.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루나 양,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뭔데?”
“……왜 옆에 앉으시는 겁니까?”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평범한 테이블.
두 명일 경우, 보통은 마주 보며 앉기 마련이다.
그런데 루나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멀잖아.”
“……멀다고요?”
“응. 저쪽은 적어도 두 발자국 차이가 나는걸?”
지저스 크라이스트. 이런 세상에.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겠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구나?
‘……큰일 났네.’
이건 진짜 스토커 아닌가?
내 동료가 스토커라니.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수군수군-.
“좋을 때다.”
“아주 푹 빠졌네, 푹 빠졌어.”
“로맨틱하네요. 사랑은 외모도 극복할 수 있다는 증거가 바로 저기에 있어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어마어마(?)한가 봐!”
……대체 뭐가 어마어마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이들의 유난도 문제지만, 활동 제약에 문제가 생기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지금은 괜찮지만, 1장 이후부터는 돌아다녀야 할 곳이 늘어난다.
은밀히 움직여야 하는 곳도 있는데 사고뭉치 루나를 데려간다?
사고가 터질 게 뻔했다.
삐빅- 삑!
“불건전한 이성 교제는 벌점 사유…… 응?”
오늘도 변함없이 학생들의 지도에 여념이 없는 로델린.
우리에게 다가오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후후,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그래, 사고가 있었다는 건 전해 들었다네. 제로 군과 루나 양은 부상자 명단에 없더군. 다행이야.”
“그렇게 보이십니까? 전혀 무사하지 않습니다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건가?”
“후후, 마수보다 더 무서운 게 하나 붙었거든요.”
루나라는 이름을 한 마수.
기분이 나쁘면 사람을 물어뜯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 바로 지금처럼.
“……아픕니다, 루나 양.”
“아프라고 문 거니까 당연하지.”
내 머리통을 한 번 물어뜯은 루나가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로델린이 쿡쿡 웃음을 흘렸다.
“오늘은 예전보다도 더 가까워 보이는군. 같이 전투를 경험했기 때문이겠지? 전우란 그런 것이지. 보기 아주 좋군.”
로델린의 눈에는 함께 죽음을 극복한 돈독한 전우 사이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안 되겠다. 로델린이라도 놀리면서 기운을 차려야지.
“후후, 선배님. 전부터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었는데요.”
“음, 무엇인가?”
“불건전한 이성 교제는 벌점 사유라고 하시는데…… 그럼 건전한 이성 교제일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당연히 괜찮지. 함께 공부하고, 서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혼인을 올리고 아이까지 낳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국의 발전에 이바지한 참한 제국민의 표본이라 할 수 있지.”
제국의 미래까지 생각하다니. 로델린다운 답이다.
그럼 이제 진짜 궁금한 걸 물어보도록 하자.
“후후, 그럼 건전과 불건전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음?”
“손을 잡거나 포옹하는 것까지는 괜찮겠죠? 하지만 선배님의 말씀처럼 아이를 낳으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텐데…….”
“그, 그건…….”
응? 대체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불건전하다는 건 대체 어떤 행위를 말하는 걸까?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 두겠는데, 어디까지나 순수한 궁금증일 뿐이다.
아카데미에 막 입학한 새싹의 순수한 궁금증이랄까.
펑!
로델린의 머리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오, 뭔가 떠올린 모양이다.
건전과 불건전의 사이. 또는 불건전한 행위의 끝.
로델린이 생각하는 불건전의 끝(?)은 무엇일까.
진심으로 궁금했다.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불건전한 행위의 끝은 손잡기다.
어디 열아홉도 안 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건방지게 연애질…….
“버, 벌점!”
“예?”
“불건전한 생각은 벌점 사유다앗!!”
로델린이 수첩을 꺼내더니, 순식간에 벌점 1점을 부여했다.
그러더니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뭐야. 불건전한 생각을 한 건 자기면서 왜 나한테 벌점을 부여해?
진심으로 의문이었다.
“쯧쯧, 그 변태 같은 성격 좀 고쳐. 친구만 아니었어도 내가 혼쭐을 내 줬을 텐데.”
루나야, 변태는 내가 아니라 네가 아닐까?
그 누구도 이런 관계를 친구 사이라고 부르지 않거든.
‘후우…… 그래도 기분이 좀 풀리는군.’
잠재력 도박의 실패, 루나의 집착, 아이들의 오해까지.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밥 더 받으러 가자.”
“저는 배부른데요?”
“한 발자국도 안 떨어지기로 약속했잖아. 따라와.”
“후후, 일방적으로 내뱉은 말은 보통 약속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루나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귀를 깨물린 탓은 아니다. 내가 착해서 그렇지.
“그런 일이 있었나? 참고해 두지.”
“예, 선배님. 그리고…….”
도란도란.
로델린, 알렉스, 레이몬이 정답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음, 솔직히 부럽다. 저런 정상적인 아이들과 함께라니.
뚜둑-.
그때였다. 내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루나가 내 목을 꺾더니, 자신 쪽으로 시선을 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놈 보지 말고 나를 봐.”
대사만 놓고 본다면 손이 오그라들 정도로 로맨틱한 대사.
하지만 실상을 알면 전혀 그렇지 않다.
‘레이몬을 보는 걸로 착각한 건가.’
친구에 집착하는 루나니까.
베스트 프렌드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레이몬이 눈엣가시 같을 거다.
“어머, 어머. 방금 들었어요?”
“뜨겁기도 해라.”
“어휴, 전쟁 통에도 사랑은 한다더니. 어제 이후로 왜 이리 커플이 많아?”
하아.
오해라는 이름을 한 눈덩이가 계속해서 커져 가는 아침이었다.
* * *
“저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마.”
오전 수업 직전.
오른쪽에 앉은 루나가 한 말이다.
참고로 루나가 지칭한 저쪽에는 레이몬이 있었다.
‘어차피 너 말고는 볼 수도 없거든?’
루나가 내 목을 꺾은 이후, 내 목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
내 목이 오른쪽으로 90도 꺾인 상태 그대로 고정된 것이다.
‘루나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지만…….’
내가 항상 자신을 바라보는 이 상태가 퍽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딱히 해결 방법이 없었기에, 이 상태로 수업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평가가 어떻게 될까?”
“테르온 님은 당연히 만점에 상점까지 받으시겠지!”
“유리디아 님의 마법도 못 봤냐? 다섯 마리를 한 번에 학살하는 걸 저놈들이 봤어야 했는데!”
“상점은 유리디아 님이 제일 많이 받으실 거다!”
교실은 평소보다 더 부산스러웠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평가 시간이.
논공행상 시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적에 따라 상벌을 내리는 시간.’
논공행상은 황제와 귀족들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카데미 수업에도 있었다.
잘한 아이에게는 상점을 주고.
못한 아이에게는 벌점을 내린다.
이것이 바로 앤우드 아카데미의 논공행상!
‘게임에서도 전투가 끝날 때마다 이런 시간을 가졌지.’
물론, 받을 수 있는 거라곤 상점과 벌점뿐이다.
너무 보상이 짠 거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아카데미의 영웅」에서 상점과 벌점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거기에 합산되는 점수니까.’
각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다면 칭호가 생긴다.
지금 내가 보유하고 있는 [악마를 대걸레로 처치한 자]와 같은 칭호 말이다.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거지.’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지 못한다면, 오히려 스탯이 감소하는 칭호를 받을 수도 있다.
즉, 오늘 있을 논공행상은 나한테 있어서도 꽤 중요한 시간이었다.
“카론 온다! 다들 자리에 앉아!”
“……이미 왔다.”
“히익!”
카론이 망을 보던 아이의 궁둥짝을 걷어차며 들어왔다.
교실을 한 바퀴 훑던 그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제로, 네놈은 대체 어딜 보고 있는 거냐?”
그러게 말입니다.
몸은 분명 당신 쪽을 향하고 있는데 루나 얼굴밖에 안 보이네.
“후후, 사나운 마수에게 습격당했지 뭡니까.”
“…….”
뚜둑- 뚜두둑-.
카론이 내 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오, 움직인다.
나는 그제야 카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쳇!”
루나가 아깝다는 듯 혀를 찼다.
음, 결심했다. 새로운 동료를 하나 영입해야겠다.
나 대신 목이 꺾이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아주 튼튼한 놈으로.
“일단 수고했다는 말부터 하겠다. 어느 상황이든, 살아남은 것 자체가 대단한 거니까.”
교탁으로 되돌아간 카론.
그가 우리를 마주하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평가를 시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