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53)
제53화
53화. 논공행상(2)
“교관들과 충분히 의견을 교환한 후 상벌점을 매겼다.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카론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는 뜻이다.
개인의 활약, 단체의 힘, 그리고 남모르게 저질렀던 실수까지.
모든 게 평가 요소였다.
“그럼, 이제부터 상벌점을 발표하겠다.”
몇몇 아이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사실 상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한 수업당 한두 개 정도?
‘게다가 대부분의 상점은 우등생들이 가져가지.’
선행학습을 한 아이와 똑똑한 아이들이 먼저 상점을 채간다.
그뿐이랴. 운 좋게 상점이라도 받았다간, 유리디아파와 테르온파의 눈치를 한 몸에 받는다.
‘엘레스터가 한마디 한 이후에는 그나마 괜찮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눈치를 안 보는 건 아니었다.
즉, 일반적인 아이들이 상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실전 직후의 논공행상 시간.
지금이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상점의 단위가 다르기도 하고.’
평소 같은 1~2점이 아니라 3점 이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
벌점은 최대한 주지 않으려 하지만, 상점은 최대한 많이 주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단, 이 종이에 상기된 놈들은 2점씩 벌점이다.”
“네에!?”
살인 전차 카론에게는 자비가 없다는 것.
검은색으로 빽빽한 종이를 보아 하니, 대부분의 아이가 속해 있는 듯했다.
“우리도 예상치 못했던 긴급 상황이었다. 전장과도 같은 곳이었지.”
전장이야말로 인간의 밑바닥을 볼 수 있는 곳.
누군가는 현실에서 도망쳤고, 누군가는 현실에 맞서 싸웠다.
“현실에서 도망친 놈들에게는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는 탓도 있지만, 전장에서 그런 놈들에게 등을 맡길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와 같은 논리로.
그런 곳에서도 밑바닥을 보이지 않는 놈들이 있다.
그런 놈들에게는 당연히.
“보상이 주어져야겠지.”
신상필벌(信賞必罰).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을.
죄가 있는 사람에게는 벌을.
논공행상이란 위험한 상황에서도 목숨을 내놓고 싸운 이들에게 보내는 찬사이자, 명예.
그리고.
세상이 조금이라도 잘 돌아가도록 설계한 사회적 장치.
‘동료와 국가를 저버린 이들이 멀쩡히 살아간다면, 그 누구도 희생을 자처하지 않을 테니까.’
카론이 종이를 한 장 사락 넘겼다.
“1g의 용기는 행운 1t의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앤우드 아카데미에서는 상점 3점의 가치를 지니지.”
다이크, 알렉스, 루나, 앤, 제파, 모건…….
“누구보다 먼저 나섰던 너희들에게는 상점을 3점씩 수여하겠다.”
사락-.
“지식은 사랑이자, 빛이자, 통찰력이다. 그리고 앤우드 아카데미에서 지식은 상점으로 치환되지.”
유리디아, 알렉스, 알폰소, 라일리…….
“검은 개미의 습성을 기억해 내고, 그걸 이용해 동료들이 없는 곳으로 유도해 사고를 막았다. 너희들에게는 상점을 4점씩 수여하겠다.”
사락-.
“희생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희생 없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누군가 네 앞에서 고통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앤우드 아카데미에서 희생은 그 무엇보다도 고귀한 것이지.”
유리디아, 알렉스, 레이몬, 루나…….
“제 몸을 돌보지 않고 뛰어다니며 헌신한, 희생정신이 뛰어났던 너희들에게는 상점을 5점씩 수여하겠다.”
카론이 들고 있던 종이 뭉치를 교탁 위로 툭 던졌다.
상점 명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와아아!!
짝짝짝!!
학생들의 얼굴은 각양각색이었다.
상점을 받은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고, 받지 못한 아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리디아 님, 상점을 9점이나 받으시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고마워요. 다들 고생 많았어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받아 다행이네요.”
유리디아파의 표정이 밝았다.
유리디아파에 속한 아이들 중 다수가 상점을 받은 이유도 있지만, 유리디아가 무려 9점이나 되는 상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상점까지 고려한다면 중간고사에서 충분히 수석의 자리를 노려 볼 만했다.
수군수군-.
일순간, 교실이 소란스러워졌다.
주인공인 알렉스가 12점이나 되는 상점을 받아서?
아니다.
“테르온 님이…… 명단에 없으시잖아?”
테르온파의 중얼거림.
이내 모두가 이변을 깨달았다.
다이크와 제파, 모건 등.
수하들 중 몇몇은 상점을 받았지만, 가장 중요한 테르온이 상점을 받지 못했다.
단 1점도 말이다.
하지만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테르온, 네놈에게는 5점의 벌점을 부여하겠다.”
“……!!”
교실이 정적으로 물들었다.
5점이라고? 그것도 벌점은 잘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논공행상에서?
이건 큰 문제다.
아직 이유는 모르지만, 대형 귀족가의 자제가 무언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는 것.
그리고.
‘큰 차이가 생겼군.’
테르온은 -5점.
유리디아는 +9점.
테르온 입장에서는 단순한 –5점이 아닌, 무려 14점의 차이가 나게 된 거다.
쾅!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어째서입니까!”
테르온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항의했다.
살인 전차에게 대들다니. 역시 재밌는 녀석이었다.
찌익-.
아공간에서 과자를 한 봉지 꺼내 뜯었다.
옆에 있던 루나가 기가 찬다는 듯 물어왔다.
“야, 너 뭐 하냐?”
“후후, 이런 구경은 뭘 먹으면서 봐야 제맛인 법이죠.”
벌점으로 인한 테르온의 항의.
게임에서 있었던 이벤트다.
내가 끼친 영향으로 일어난 이벤트가 아니라는 뜻이다.
예정대로 시작했고 예정대로 끝날 예정이니,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게임에서는 단순 채팅 로그로만 표시됐는데, 이걸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과자를 안 뜯으려야 안 뜯을 수가 없었다.
아, 선글라스가 없는 게 아쉽네.
“뭐, 저놈은 당해도 싸지. 나도 좀 줘.”
와삭와삭-.
우리는 그렇게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아주 재밌는 연극(?)을 기대하면서.
“정말 몰라서 묻는 게냐? 그렇다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군. 아카데미를 나가는 걸 추천하마. 그런 머리로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신랄한 비판.
테르온이 입술을 짓씹었다.
“……제가 나서지 않았기 때문입니까?”
“호오, 머리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니었구나. 그나마 다행이군.”
실제로 테르온은 개미굴에서 단 한 마리의 개미도 죽이지 않았다.
개미가 사방에서 몰려드는 와중에도 싸운 적이 없다는 말이다.
‘다이크가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가 한 가지 더 있긴 하지만,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몸이 안 좋아서 그랬을 뿐입니다. 되레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시겠지.”
“전투가 원활하도록 지시는 했습니다. 아픈 와중에도 최선을 다했다고요. 그런데 벌점이라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쾅!!
카론이 칠판에 주먹을 휘둘렀다.
칠판에 주먹 자국이 남을 정도로 묵직한 일격.
테르온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눈앞에 있는 자가 누군지 깨달았기 때문일 거다.
“몸이 안 좋았다고? 그래, 그렇다 치자. 네놈 눈에는 부상자들이 안 보였더냐? 땅을 구르며 도와 달라고 외치던 친구들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았어?”
“그, 그건…….”
“나섰어야지!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섰어야지! 네놈은 다른 놈들보다 훨씬 강하지 않으냐!”
테르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카론의 논리가 너무 완벽했기 때문이다.
“쯧, 개미굴을 떠날 때까지도 웃던 놈이 아프기는.”
“…….”
“사망자가 없어서 망정이지, 있었다면 내가 네놈을 똑같이 만들어 줬을 거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행실이든, 변명이든 좀 성의 있게 하란 말이다.”
테르온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창피하기 때문이 아니다. 모욕을 당했다는 수치심 때문이지.
“그리고 유리디아. 너도 벌점 2점이다.”
“예? 어, 어째서……!”
“자기 팀원도 못 챙기면서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느냐? 그런 상황에서는 팀원을 규합하고 안전지대를 확보한 후에 돕는 게 올바른 판단이다.”
“하지만 위급한 사람이 우선…….”
“쯧, 그걸 바로 오지랖이라고 부르는 거다. 자기 것도 못 챙기는 놈이 다른 사람 거라고 잘 챙길까?”
“…….”
유리디아파에서는 탄식이, 테르온파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14점의 차이가 12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에고, 이벤트 끝났네.’
과자 봉지를 들어 남은 가루를 입에 털어 넣었다.
상점을 못 받은 게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10레벨 업을 비롯한 여러 보상에서 만족해야 했다.
드르륵-.
갑자기 루나가 의자를 들고 한 칸 옆으로 이동했다.
뭐야. 한 발자국도 안 떨어진다더니 왜 저런담?
“…….”
무서울 정도의 정적.
나는 그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살인 전차 카론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네놈이 있었지. 내가 깜빡했구나.”
“후후, 깜빡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아니, 그럼 안 되지. 너도 소중한 내 학생인데.”
아, 그러셨구나?
너무 소중한 학생이라 목을 졸라 죽이려고 하셨구나?
고맙기도 하지.
“일단 대련 수업 때 있었던 벌점 4점은 없던 걸로 해 주마. 개미굴에 들어가기 전, 실력을 증명했으니까 말이다.”
수업 중 알렉스와의 대련을 거부하면서 받은 벌점 4점.
개미굴에 진입 전, 고드너와의 대련에서 승리하며 실력을 증명했으니 약속대로 벌점을 없애 주겠다는 거였다.
“참, 상점도 주기로 했었지. 상점은 1점이면 충분하겠지?”
“후후, 1점이나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동시에 2점의 벌점을 부여하겠다.”
이런 미친 새끼가?
“혼자서 보고도 없이 전장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2점이면 싼 대가지. 물론 너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후, 후후……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이해 못 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살인 전차 카론에 의해 반으로 갈라져 버릴 테니까.
‘이렇게 개미굴 에피소드가 마무리되는구나.’
-라고 생각할 때였다.
“하지만.”
카론이 교탁에 던져두었던 종이 뭉치를 뒤집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빳빳한 종이 한 장이 있었다.
황금빛으로 수놓인 종이 한 장이.
“사, 상장이다……!”
“우와! 나 처음 봐!”
“잠깐, 그렇다면 설마……!”
상장이라고?
상장 이벤트의 시작은 중간고사 때부터다.
지금 이건 게임에도 없던, 새로운 전개라는 뜻이다.
“앞으로 나와라, 제로.”
웅성웅성-.
교실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목소리가 소음으로 변했다.
개개인이 떠드는 소리 때문에 대화를 분석할 수가 없을 정도로.
“뭐 해? 빨리 가지 않고.”
루나가 내 등을 떠밀었다.
카론을 향해 걷기 시작하자, 그제야 소음이 소리로 정제되며 귓가에 들어왔다.
알렉스의 박수, 유리디아의 기분 좋은 콧소리, 레이몬의 환호성.
테르온이 이를 가는 소리.
루나가 ‘내 친구니까 이 정도는 당연하지’라는 소리까지.
그리고 이 소리는 내가 카론의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잠잠해졌다.
“위기를 눈치채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수십의 개미와 홀로 맞섰다. 친구들을 위기에서 구해 낸 영웅적인 행위였지만, 그 이후에도 티를 내지 않았다.”
“세상에, 그런 일이…….”
“그럼 우리가 무사했던 게 쟤 덕분이란 말이야?”
아이들의 눈빛이 변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
무시하고 천대하던 아이가 자신들을 구해 줬다는 것.
그리고 개미 수십 마리와 싸워 이길 정도로 강한 실력자라는 것.
이런 목소리는 금세 수그러들었다.
카론의 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책임감이 있는 이는 역사의 주인이요, 책임감이 없는 이는 역사의 객이다. 앤우드 아카데미에서 책임감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은 모두 영웅이 됐지.”
제로.
“책임감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한, 영웅의 기상을 보인 너에게 상점 10점을 수여한다.”
더불어.
“상장과 장학금을 지급한다.”
[칭호, ‘최초의 상장 수여자’가 주어집니다.] [최초의 상장 수여자]-이번 기수 최초의 상장을 수여하셨습니다. 타의 모범이 되므로, 스탯이 증가합니다.
잠재력을 제외한 모든 스탯 +5.
게임에 빙의한 이후, 처음으로 상장을 받았다.
과자 부스러기가 잔뜩 묻어 있는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