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65)
제65화
65화. 3위의 실력(7)
앤우드 아카데미에서 학생들 간의 결투는 기본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예외는 선생이나 선도부 학생의 공증이 있을 경우, 그리고 각자의 명예를 걸고 결투를 선서할 경우.
물론, 이 경우에도 선생급의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저런 사람이 없지. 그런데 내가 먼저 검을 뽑는다면?’
아카데미에서 진상조사에 착수할 시, 자신 쪽에 불리하게 적용될 거다.
먼저 진검을 뽑았다는 건, 위협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게 두렵지는 않아.’
루나는 자신 있었다.
저놈을 안 다치게 제압할 자신도, 그리고 조사를 받는 것도.
하지만.
-루나 양, 테르온파와는 엮이지 마십시오.
문득, 제로의 말이 떠올랐다.
테르온파와는 엮이지 말라는 말.
‘뭐, 이제 친구도 아닌데 안 지키면 어때.’
그렇지? 이제 내 말대로 해도 괜찮은 거잖아?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난 쭉 혼자니까.
“검을 뽑아라.”
검을 뽑으라는 종용.
하지만 루나의 입에서 나온 건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이었다.
“싫은데?”
루나는 제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걸 선택했다.
‘이놈한테 겁쟁이라고 손가락질받는 것 정도는 감수하지 뭐.’
루나의 불같은 성정을 생각한다면, 이건 굉장히 큰 변화였다.
“그래? 그럼 나한테도 다 방법이 있지.”
소매를 걷어붙인 고드너가 제법 굵직한 몽둥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퍼억!
“꺄악!”
쪼그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던 레제를 패기 시작했다.
“시, 시키는 대로 다 했잖아요. 그, 그런데 어째서…….”
“내 맘이다.”
퍽! 퍽!
“아, 아파요…… 그, 그만…….”
“너 같으면 그만하겠냐?”
결국, 보다 못한 루나가 끼어들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넌 신경 꺼라.”
“사람을 패는데 어떻게 신경을 꺼!”
“그럼 막아 보든가. 물론, 검을 들어야겠지만 말이야. 하하하!”
루나가 이를 뿌득 갈았다.
고드너의 노림수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덩치 차이 때문에 검을 꺼내지 않고는 이길 수가 없어.’
학기 초, 앵무새의 깃털을 뽑을 때 처음 마주했던 고드너.
그때 맨몸으로 싸워 보고 느꼈다.
체격 차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걸.
퍽!
“어, 엄마…… 나, 아, 아파요…….”
퍽!
“흐억…….”
레제의 입에서 가냘픈 신음이 흘러나왔다.
180cm가 넘는 건장한 남자아이가 140cm 정도의 여자아이를 쥐 잡듯 패다니.
“그만! 그만해! 저항하지 않는 사람을 때리다니! 귀족이 창피하지도 않아?”
“후후, 의무를 다하지 않는 놈에게 주제를 알려 주는 것뿐이다.”
“……의무라고?”
“그래, 귀족이라면 함께 뭉쳐야지. 제 혼자만 고귀한 척, 숭고한 척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용납할 수 없다.”
“이 아이도 귀족이란 말이야?”
“그렇다. 이제 그만 꺼져라. 너도 같은 꼴 당하기 싫다면.”
고드너가 다시금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서걱!
툭.
몽둥이를 휘두르지는 못했다.
손잡이 부분을 제외한 윗부분이 깔끔하게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고드너가 히죽 웃었다.
“검을 뽑는 것도 모자라 휘두르다니. 제정신이 아니구나.”
그렇다. 루나는 검을 휘둘렀다.
-약자를 보고 지나치는 건, 귀족으로서 할 짓이 아니란다, 루나.
엄마의, 그리고 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문의 가르침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우리, 레스터 가문의 긍지.’
자신이 먹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설령.
그게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미안, 제로.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바닥에서 울고 있는 레제라는 아이.
자신을 끌어내기 위해 끌어들인 게 틀림없었다.
루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각오 단단히 해라. 친구를 갖고 장난질을 치다니.”
“큭큭, 그래, 기대되는구나.”
고드너가 검을 뽑아 들면서.
채챙!
루나와 고드너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 * *
해가 지고 발광석에 불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 초저녁.
할 일이 없어 아카데미를 빙글빙글 돌던 중이었다.
‘어디 지나가던 루나(?) 없나?’
있다면 눈인사 정도는 해 줄 의향이 있는데.
그때였다. 누군가 나를 불렀다.
“어? 제로다. 제로! 여기예요, 여기!”
레이몬이었다. 그가 양팔을 붕붕 휘두르며 나를 반겨 주었다.
지나가던 루나를 기대했건만, 느그 레이몬이 대신 튀어나오다니.
“쯧.”
“지, 지금 나를 보고 혀를 찬 거예요!?”
“후후, 레이몬 군, 착각입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역시 그렇죠? 헤헤!”
레이몬이 찰싹 달라붙더니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했다.
오늘 자기가 한 일, 루나가 없어서 좋다는 얘기, 내일은 뭐 하냐는 질문, 그리고.
“수상한 마검을 쫓고 있어요.”
“마검이요?”
“네! 그 마검을 쥔 자는 엄청난 힘을 얻는데요!”
그제야 레이몬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조사 중인 거였다. 1장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거다.
“검을 쥐는 것만으로도 강해질 수 있다니! 제로도 한번 노려보는 게 어때요? 제로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
얘는 마검이란 게 뭔지도 모르나?
마검은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검.
게다가 이들이 쫓고 있는 검은 악마가 깃든 검이었다.
그걸 나보고 노리라니.
역시 느그 레이몬다웠다.
“레이몬 군, 뭔가 찾았나?”
“마검보다 더 좋은 걸 찾았어요!”
“더 좋은 거? 아…… 그렇군.”
어둠을 뚫고 등장한 두 인영.
로델린과 알렉스였다.
“제로 군, 여기서 보다니 반갑군.”
“후후, 선배님. 저녁인데도 고생이 많으시군요.”
“음, 수상쩍은 제보가 들어와서 말이야. 레이몬 군, 특이사항 있나?”
“검은 균열을 발견하긴 했는데 별거 아닌 것 같아요.”
“……보통은 그런 걸 특이사항이라고 한다만?”
레이몬이 ‘그런가?’라고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 못지않게 고생이 많은 로델린이었다.
물론, 내 고생이 더 심하지만.
“그러니까 이곳에…….”
이내 그들이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귀를 기울이며 대화를 슬쩍 엿들었다.
음음, 그렇군. 거기까지 진행했구나? 꽤 많이 했네.
“검은 균열이 총 세 군데라…….”
“한쪽에 몰려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 그 근방을 조사하면 되겠군. 확률이 제일 높은 건 바로 이곳, 균열의 중심지야.”
로델린이 지도에 선을 찍찍 그었다.
세 균열에 직선을 그었을 때, 교차하는 하나의 점.
거기가 바로 마검이 숨겨져 있는 곳이었다.
‘음? 잠깐. 그럼 슬슬 그때라는 건데.’
다이크에 의해 루나의 한쪽 팔이 떨어지는 사건.
주연 캐릭터들은 저 사건을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전해 듣는다.
마검을 쫓느라 참여하지 못한 탓이다.
‘처형식’이라 불리는 사건에.
한 줄기 불안함이 가슴팍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젠장! 하필이면 이럴 때 루나를 혼자 내버려 두다니.’
실수다. 정보가 많은 게 오히려 독이 됐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게임의 정보.
그리고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얻는 새로운 정보들.
정보의 범람이 일어나다 보니, 루나와 다이크의 결투를 깜빡하고 말았다.
‘내일 당장 루나를 찾아가야겠어.’
처형식. 그게 오늘일 확률은 낮으니까.
루나와 떨어진 날은 고작 이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럴 때 처형식이 열린다고?
재미없는 농담이다.
“음? 그러고 보니…….”
로델린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루나 양은 어디로 갔나?”
“예?”
“항상 같이 다니지 않았는가.”
“그게…… 얘기하자면 좀 깁니다. 너무 저한테만 의지하는 것 같아서요.”
로델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얘기를 들은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군. 제로 군의 노파심이 과했군.”
“노파심이라고요?”
“그렇다네. 쓸데없는 걱정을 했어.”
“하지만 저한테만 붙어 있어서는 루나 양의 정신적 성장이 느려질 겁니다.”
“정신적 성장?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로델린이 눈을 치켜떴다.
“정신적 성장, 중요하지. 하지만 무작정 떨어뜨려 놓는 게 정신적 성장인가?”
“후후, 그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현재 루나 양의 문제는 좁은 인간관계. 다른 사람과 교류한다면 루나 양은 크게 성장할 겁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네의 생각일 뿐이지. 그렇지 않나?”
그건 그렇지.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을 리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진짜 어른이니까.
열다섯에 불과한 루나와 달리, 진짜 어른인 몸 아닌가.
“이해할 수 없군. 어째서 루나 양의 정신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 이제 고작 두 달 같이한 사이 아닌가.”
“하지만 저한테만 의지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습관으로 굳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악마의 편린 사건 때도 느꼈지만, 제로 군은 자신의 생각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군.”
악마의 편린 공략 당시.
그 당시, 악마의 편린의 공격 방법은 검은 가시와 침식이 유일하다고 단언했던 나다.
하지만 대걸레 때문에 패배할 위기에 빠진 놈이 부식을 사용했고, 레이몬의 검이 녹았다.
‘내 확신 때문에 전멸할 뻔했지.’
레이몬과 달리 로델린은 [부식]을 피했다.
다른 공격 방법이 없다는 내 주장을 믿지 않고, 항상 방어와 회피에 신경을 썼었기 때문일 거다.
“지금도 그런 경우지. 루나 양의 정신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어째서 단언하는 건가? 내가 봤을 때는 전혀 아닌데.”
그야 나는 어른이니까.
어른이 아이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는 루나를 걱정했을 뿐이다.
“평소의 제로 군과 달라 이해할 수가 없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고작 열다섯, 나도 열여섯에 불과할 뿐이지 않나.”
“…….”
“게다가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올바른 생각을 하는 건 아니라네. 그래서 황제 폐하의 곁에 여러 사람이 있는 거야.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건, 노인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올바른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고?
뭔가로 한 대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렇다. 내 알맹이도 고작 20대 후반.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우친 사람도 아닌데, 내 생각이 무조건 맞을 리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아는 루나 양은 강한 아이라네.”
“강하긴 하죠.”
특히 나를 물어뜯는 치아가.
강철처럼 튼튼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네.”
로델린이 고개를 젓더니 말을 이었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극복할 힘이 있는 아이야. 하지만 자네가 생각할 때는 그게 아닌가 보지?”
“……!!”
로델린이 주먹을 들어 올리더니, 내 가슴팍을 가볍게 두들겼다.
“친우를 믿게나, 제로 군.”
그렇구나. 나는 루나를 믿지 않았구나.
루나는 나를 무조건 믿어 줬는데.
눈이 뜨인 느낌이다. 물론, 실눈이라 보이지는 않겠지만.
“선배님,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할 일이 생겨서요.”
“좋은 표정이군. 청춘이야.”
“후후, 선배님도 청춘 아니십니까?”
“나 같은 늙은이한테는 너무 젊은 단어라네.”
고작 1살 차이밖에 안 나면서!
“오늘 조언 감사했습니다.”
“음, 조심히 가게. 다음에는 루나 양과 같이 보도록 하지.”
나는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내일은 무슨. 지금 당장.
루나를 만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