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73)
제73화
73화. 변화하는 일상(2)
나를 겨누고 있는 루나의 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상큼하게 말했다.
“싫은데요?”
“…….”
“루나 양?”
“아, 왜! 여기서는 멋있게 ‘후후, 그럼 한 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타이밍이잖아!”
루나가 빽 소리를 지르며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생각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강해지고 싶겠지.’
그래서 나와 대련을 하려 했던 거다.
경험이란 이름의 노력.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에는 저만한 게 없다.
나도 웬만하면 해 주고 싶다. 루나가 강해지는 건 나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하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내가 루나랑 붙는다면.
‘100% 내가 지니까.’
100전 100패.
일방적으로 쥐어 터짐 확정이다.
‘스킬을 사용하면 루나가 죽을 테고, 검술로만 겨루면 내 쪽이 형편없이 지겠지.’
강강약약.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
사회에 있다면 또라이라 불리는 존재.
그게 바로 나였다.
“왜 안 되는 건데!”
“후후, 제게 대련은 살인이기 때문입니다.”
“뭔 개소리야!!”
루나야, 농담이 아니란다. 내게 대련은 살인이야.
‘내가 죽어도 살인이 일어나는 거잖니?’
그러니까 나한테 대련은 살인이다.
씩씩거리는 루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하지만 평가는 내려 드릴 수 있죠.”
“평가?”
“예. 한번 실력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그러지 뭐.”
루나가 검술을 펼쳤다.
일반적인 검무부터 레스터 가문의 비기까지.
“어때?”
루나가 숨을 헉헉거리며 물었다.
음,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하나도 모르겠네.’
내 상태가 심각했다.
레벨이 오른다고 해서 검술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지는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루나에게 해 줄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루나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방법이.
“훌륭합니다. 노력을 원동력으로 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다만?”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게 아쉽군요. 특히, 비전 검술이.”
당연한 일이었다.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기도 전에 가문이 사라졌으니까.
오히려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게 대단한 거다.
“……어쩔 수 없는걸. 우리 가문의 검술을 아는 사람은 이제 없으니까.”
“배우면 되지 않습니까.”
“방금 내 말 못 들었어? 가문의 검술을 아는 사람은 모두…….”
투정 부리듯 말을 내뱉던 루나가 멈칫했다.
그렇다. 있었다.
레스터 가문의 검술을 잘 알고, 그녀보다도 더 뛰어난 비기를 펼치는 사람.
“후후, 바로 눈앞에 있지 않습니까.”
바로 나였다.
* * *
루나와의 훈련이 시작됐다.
레스터 가문류 첫 번째 비기.
일섬(一閃).
번쩍!
콰과과광!
[신의 모방]의 힘으로 날린 [일섬].훈련장은 부서지지 않았다.
7서클 마법까지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된 훈련장이기 때문이다.
‘내 일섬은 7서클 마법보다는 약한 수준이라는 거군.’
[신의 모방]으로 인한 A급 강제 고정.그리고 레벨에 비해 형편없는 스탯.
약할 수밖에 없긴 했다.
뭐, 애초에 7서클 마법보다 강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만.
카강!
“젠장!”
마찬가지로 일섬을 사용한 루나가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내가 날린 일섬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크기만 놓고 봐도 용과 실지렁이 정도로 차이가 크달까.
“우쒸, 뭐가 다른 거야?”
“후후, 그걸 찾는 게 바로 루나 양의 일입니다.”
“좀 천천히, 친절히 가르쳐 주면 안 돼?”
“안 됩니다.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어요.”
“하아…… 뭐야, 그게.”
루나가 벌러덩 드러누웠다.
나도 제대로 가르쳐 주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신의 모방은 기술명을 생각하는 순간, 자동으로 사용되는 기술이니까.’
설정할 수 있는 거라곤 각도와 방향뿐.
기술명을 생각함과 동시에 몸의 자유를 잃게 된다.
지금도 내가 [일섬]을 썼지만, 정확히 어떤 동작을 거쳤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된 거다.
알아서 보고 배우라고.
“궁금한 거 하나만 물어봐도 돼?”
“후후, 편하게 물어보시죠.”
“어떻게 단 한 번 본 것만으로 기술을 따라 할 수 있는 거야?”
그게 [신의 모방]이라는 스킬이니까?
-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글쎄요.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뭐가?”
“기술을 사용하기 전의 준비 자세, 진행 자세, 마무리 자세까지 신체 부위 하나하나가 똑똑히 보입니다.”
“눈이 그렇게 작은데 그게 다 보인다고? 흐음, 돋보기, 뭐 그거랑 비슷한 원리인가?”
이제 외모 비하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나.
조금만 더 있으면 느그 레이몬과도 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만, 일섬은 내 자세를 따라 한 거지?”
“후후, 그렇습니다.”
“그럼 나랑 같은 위력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왜 그보다 더한 위력이 나오냐고.”
오호, 루나치고 꽤 날카로운 지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변명도 준비해 둔 상태다.
“통찰력 때문입니다.”
“통찰력?”
“예,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비기는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여러 비기를 사용하며 얻는 깨달음이 있죠.”
문제점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더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을지를 생각, 적용한다.
그래서 루나가 사용한 [일섬]보다 위력이 강한 거다.
내가 생각했지만, 아주 훌륭한 변명이었다.
“다른 가문의 비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진짜였구나.”
“참고로 저도 완벽한 건 아닙니다. 결국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인지, 완벽하게 따라 하는 건 불가능하더군요.”
“그래?”
“예, 최대치의 한 50% 정도?”
“저게 50%라고!?”
루나가 경악했다.
뭐, 내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신의 모방]으로 모방한 스킬은 모두 A급으로 고정되는데.S급 스킬의 위력은 A급의 2배로 보는 게 일반적이니까.
“예, 진정한 일섬은 이딴 게 아닐 겁니다. 더 크고, 단단하고, 아름답겠죠.”
마치 나처럼.
“그리고 이게 바로 루나 양에게 정답을 알려 주지 않는 이유입니다. 통찰력을 기르고 스스로 깨우쳐야…….”
진정한 일섬에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
뭐, 아까 말했던 내가 가르칠 수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말이다.
“흐음…… 너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걸 알게 된 느낌인걸?”
“후후, 루나 양이니까 특별히 다 말해 드린 겁니다.”
“특별히라고?”
“예, 루나 양은 특별하니까요.”
“흐응…….”
루나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럼 그냥 가르쳐 주라.”
“안 됩니다. 제 말 못 들으셨습니까? 통찰력을 스스로 길러야 진정한 일섬을…….”
“그러니까 일단 네 수준까지 올려놓고, 그다음에 통찰력이든 통찰찰력이든 하면 될 거 아니야!”
통찰찰력은 또 뭐야!
너 내 말 이해 하나도 못 했지!?
“아아아아앙!! 알려 줘! 알려 줘! 그냥 네가 아는 거 다 알려 줘!!”
루나가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그냥 저대로 내보내야겠다.
데굴데굴 구르는 루나를 손으로 밀며 훈련장 입구에 도달했을 때였다.
“그러지 말구우! 친구잖아! 응? 응?”
“친구니까 이러는 겁니다. 주는 걸 받아먹기만 해서는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없어요.”
“받아먹고 어른 안 하면 되잖아!”
그것참 기적의 논리로군.
훈련장 입구를 열려고 할 때였다.
루나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더니 강하게 당겼다.
음, 뭔가 또 새로운 것에 눈을 뜰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알려 줘! 알려 줘!”
“루나 양, 이거 놓으십시오!”
격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머리채가 잡힌 나는 땅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잡았다.”
하늘을 바라본 채 누워 있는 나.
그런 내 위로 루나가 올라타더니, 내 양 팔목을 단단히 붙들었다.
그제야 난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루, 루나 양? 잠시 휴전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제 와서? 항복할 때까지 안 놔줄 거다.”
루나가 내 배 위에 아예 눌러앉았다.
아, 이건 진짜 위험하다.
물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검열적으로도!
“히힛! 절대 안 놔줄 거라고. 빨리 항복해.”
루나가 상체를 숙였다.
내가 강하게 저항하기 시작하자 힘을 주기 위해 한 행동이다.
가까워지자 루나의 모습이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고양이 눈매. 그에 어울리지 않는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
땅을 데굴데굴 구른 탓에 잔뜩 헝클어진 머리칼.
2시간 동안 검을 휘두른 탓에 땀으로 범벅된 몸.
거친 훈련 때문에 이리저리 풀어 헤쳐진 교복까지.
‘응, 이거 여기서 더 가면 끝이야.’
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사회적으로 끝장나는 걸 말하는 거였다.
빠져나가기 위해 허리를 들어 올렸다.
“어쭈? 요새 좀 까분다?”
내 배 위에 올라타 있던 루나가 살짝 아래로 내려가며 균형을 잡았다.
아.
진짜 미치겠다.
“응? 뭐야. 뒤에 뭔가…….”
안 된다. 사회적으로 매장이다.
마지막 기회.
사력을 다해 허리를 튕기던 때였다.
드르륵-.
“저기요, 예약 시간 끝났어요. 이제 저희 차례…….”
훈련장 문을 열고 들어온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
마지막 힘을 다해 허리를 튕기던 순간, 그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흐엑!”
루나가 옆으로 홱 고꾸라졌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채 헐떡이는 루나.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꼴사납게 허리를 튕기던 나의 모습.
“…….”
“…….”
훈련장 가득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문을 열고 등장한 아이들.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같은 반 애들. 그것도 유리디아파에 소속된 아이들이었다.
괜찮다. 내가 다 해명할 수 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었다.
“야! 살살 좀 해! 아프잖아!”
루나의 외침.
도대체 어떻게 하면 단어 선정을 저따위로 할 수 있는 걸까.
아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입이 막힐 정도다.
아이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죄, 죄송합니다. 조, 좋은 시간 보내세요.”
“저, 저희 예약 시간 다 드릴게요!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그렇게 아이들이 떠나갔다.
뭔가 굉장한 오해를 품은 채.
“응? 뭐야? 예약을 넘겨준다고? 착한 애들이네.”
“…….”
“히힛! 뭔지는 모르겠지만 잘됐다. 제로, 더 훈련하자.”
그래, 루나야.
내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 * *
갈레타 지방.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뚝 떨어지더니, 사람의 형체로 변했다.
‘죽었군.’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는 한 구의 시체.
카론이 그의 눈꺼풀을 조심스레 내렸다.
갈레타 지방에 푼 시궁쥐.
그중 하나였다. 카론의 수하라는 말이다.
‘알자린, 거기서는 오물을 먹지 않길 빌겠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다음 생에서 오물통을 뒤지는 시궁쥐와는 다른 삶을 살기를 빌어 주는 것 외에는.
‘제로, 그놈이 내준 정보가 정확하다니. 믿을 수가 없군.’
갈레타 지방에 일사불란하게 퍼진 시궁쥐.
열셋의 시궁쥐가 사라졌다.
지금까지가 아니다.
이곳에 온 첫날. 그 첫날에만 열셋의 시궁쥐가 사라졌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지방에 살고 있다는 뜻이었다.
둘째 날에 사라진 시궁쥐는 두 마리.
사라지는 시궁쥐가 급격하게 줄었다.
그들이 조심해서가 아니다. 그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눈치를 챈 것이다.
‘우리가 쫓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몸을 숨기려 애쓴 거겠지.’
하지만 시궁쥐들은 집요했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오물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찾던 오물을 발견하게 된다.
몸 여기저기가 분해되고 합쳐진, 인간과 악마.
그 사이의 무언가인 시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