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74)
제74화
74화. 변화하는 일상(3)
“카론 님, 이건…….”
“그래, 정보가 맞나 보군. 누군가 신체 접합을 하고 있는 거다.”
그다음부터는 지루한 추적의 연속이었다.
일주일째가 되자, 사라지는 시궁쥐들의 시체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계속되는 추적에 도망을 포기하고 싸움을 선택한 거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마리의 시궁쥐가 죽은 걸 확인한 카론.
카론이 그의 옷을 벗기고 상태를 확인했다.
장기, 피부, 손가락 하나까지 모든 게 온전했다.
시체에 손을 댈 여력조차 없이 쫓기고 있다는 뜻이다.
‘거의 다 왔다.’
카론이 즉각 행동에 나섰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추격한 지 사흘째.
드디어 카론은 찾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넓은 공간이 존재하다니.’
한 남매가 머물고 있던 허름한 가정집.
거기서 이어지는 지하의 통로.
그 통로를 따라 걷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공간이 나타난 거다.
뻐꾸기를 날려 이곳의 위치를 알린 후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마주하게 됐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은.
끔찍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는 흑마법사를.
“키키키! 뭐야. 평범한 인간이 여긴 어떻게 왔…….”
카가각!
“이런, 바로 살초라니. 대화도 하지 않을 셈인가? 살려 둔 채 정보를 빼낸다거나…….”
콰각!
“끄아아악!”
말할 새도 없이 전투를 개시한 카론.
카론의 단검이 흑마법사의 어깻죽지를 파고들었다.
아니.
‘뭔가에 물렸다!?’
카론이 단검을 잡고 있던 손을 황급히 떼어 냈다.
그러자.
꽈드득-!
단검이 부서졌다. 정확히는.
우적- 우적-.
흑마법사의 어깻죽지가 단검을 씹어 먹기 시작했다.
로브에 난 구멍. 그 틈으로 카론은 보았다.
어깻죽지에 달려 있는 악마의 입을.
“키키! 먹이로는 적합하지 않은걸? 적어도 손은 내줬어야지.”
“…….”
“아아, 가만. 어디선가 본 얼굴인데? 키키, 어디더라? 내가 기억할 정도면 굉장한 놈이라는 건데.”
또록- 또로록-.
꾸득꾸득.
구르릉.
키에에에!!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흑마법사.
그의 몸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론은 알 수 있었다. 저놈의 몸에는.
악마가 가득 접합되어 있다는 걸.
“아아, 알려 줘서 고마워. 카론! 맞아 그런 이름이었어! 제국의 시궁쥐! 그 많은 시궁쥐들 중 ‘제국의’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로 대단한 시궁쥐라고 들었어. 그렇지?”
“……네놈은 누구냐.”
“오! 드디어 대화에 응해 주는 건가? 키킥! 아, 좀 가만히 있어 봐! 정신 사나워!”
미친놈.
카론은 저깟 단어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악마를 몸에 붙이는 걸로도 모자라 대화까지 하다니.
진짜 제대로 미친놈이었다.
“인사하지! 나는 루시우스 블랙! 이 세상을 재창조할 자다!”
“…….”
“뭐? 본명을 말하는 미친놈이 어딨냐고? 뭐? 리즈벨트가 지어 준 별명을 사용하라고? 뭐? 리즈벨트의 이름을 말하면 어떡하냐고?”
카론이 머릿속에 정보를 기록했다.
세상의 재창조, 루시우스 블랙, 리즈벨트.
제대로 미친놈이라 그런지 아주 정보를 쏟아 내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대화할 걸 그랬다.
그랬다면 더 많은 정보를 빼낼 수 있었을 텐데.
“그래! 나는 천재 창조주다! 뭐? 그게 아니라 광기의 창조주라고? 그렇군. 내가 바로 세상을 바꿀 광기의 창조주다!”
흑마법사가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입을 다물었다.
드디어 자기소개가 끝난 모양이다.
“……카론이다. 네놈을 찢어 죽일 놈이지.”
“그렇군. 반갑네, 카론! 하지만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음, 그래! 상성도 좋지 않다는군. 악마가 도망을 치자고 말하다니! 겁쟁이 같은 친구 같으니!”
누가 놓아주기는 한다고 했나?
카론이 양손을 교차시켰다. 교차한 양손에는 단검이 한 자루씩 들려 있었다.
그 위로 검은색 검강이 불뚝 솟아났다.
카론 다섯 번째 오리지널 비기.
흑아탈귀(黑牙奪劌).
촤앙! 카카캉!
흑마법사가 채 준비를 하기도 전에 날린 일격.
하지만 카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검강이 안 박힌다고?’
9성 기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검강.
그걸 맨몸으로 막아 냈다.
이내 카론은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갈기갈기 찢긴 옷 사이로 꿈틀거리는 악마의 살점들.
저게 공격을 막아 낸 게 분명했다.
그때였다.
알 수 없는 살점이 급속도로 수축했다.
동시에 흑마법사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끄아아악-!
물론, 모든 공격이 막힌 건 아니었다.
상하좌우, 전신에 날린 일격.
저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전부 보호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키킥! 내 친구 두 명이 갔군! 괜찮아! 다른 친구로 또 채우면 되니까! 그럼 이만 가야겠군!”
놀라운 건 흑마법사가 멀쩡하다는 거였다.
치명상에 가까울 정도로 피가 뿜어져 나왔는데도.
‘내가 벤 건 악마의 몸이라는 거군.’
비명도 악마가 내지른 게 분명했다.
대체 어떻게 돼먹은 몸인지.
카론이 단검을 고쳐 쥐며 자세를 취했다.
“놔줄 것 같나?”
“키키킥! 실험은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시간뿐! 그걸로 충분해.”
콰앙!
순간, 옆에 있던 벽이 터지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인간과 악마를 접합한 ‘무언가’였다.
“보아라! 이것이야말로 세계를 바꿀 새로운 존재일지니! 너를 이제부터 키메라라고 부르겠다!”
우오오오오-!!
마기가 가득 담긴 충격파.
몸을 숙이고 마나를 끌어올려 온몸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카론은 돌진을 선택했다.
광기의 창조주, 시리우스 블랙.
저놈을 놓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잡았다!’
카론의 단검이 그의 목에 닿았을 때였다.
콰앙!!
목 부근에서 일어난 폭발.
그 반동으로 인해 카론이 벽에 처박혔다.
“키킥! 어떤가, 내 작품이! 인간의 몸은 약점이 너무 많단 말이지! 그래서 이렇게 악마 친구를 붙였어! 어때! 대단하지?”
카론이 아티팩트를 사용해 몸에 붙은 불을 끄고 상처를 치료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찰나의 틈.
“더 놀고 싶지만 어서 도망치라는군. 쥐새끼들이 몰려오는 모양이야. 하하! 그럼 이만! 다음에 보자고, 카론 친구!”
그렇게 광기의 창조주가 떠나갔다.
미친 듯한 웃음을 흘리면서.
* * *
바람처럼 사라지는 광기의 창조주.
그 뒷모습을 보던 카론이 시선을 돌렸다.
‘다리와 허벅지에도 악마를 접합했군.’
그렇다면 부상을 입은 자신의 속도로는 따라갈 수 없다.
어떻게든 따라간다고 해도 문제다.
저 미친놈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저놈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죽는다면…… 그게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거다.’
정보는 힘이자, 무기.
때문에 카론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광기의 창조주가 남기고 간 인간과 악마의 접합체.
‘키메라라고?’
3m는 족히 넘는 키에 비해 살짝 마른 몸.
이족보행을 하는 듯 보였지만.
팔과 다리, 몸통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인간의 팔다리를 보니 도저히 이족보행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대체 몇 명의 인간을 저 몸 하나에 붙여 놓은 거냐.’
카론이 품속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 놈에게 던졌다.
신성력이 가득 담긴 성수다.
챙그랑!
치이익-.
살이 타오르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키메라는 소리를 지르지도, 고통스러워하지도, 심지어 달려들지도 않았다.
마치 물을 뿌린 듯한 반응이다.
그렇다. 효과가 없다는 거다.
카론이 눈살을 찌푸렸다.
‘최악이군.’
어둠 속에 녹아든 자신을 찾지 못한 것일까.
키메라는 조금씩 움직이기만 할 뿐, 특별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거동이 불편해서인지도 모른다.
몸에 여기저기 붙은 인간의 머리, 몸통, 팔, 그리고 다리까지.
움직일 때마다 여기저기 부딪치는데 제대로 된 거동이 가능할 리 없었다.
카론은 계속 키메라를 살폈다.
활동 중일 때의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뭐지, 이 이질감은?’
문득, 카론은 이질감을 느꼈다.
광기의 창조주를 추적하며 만났던, 키메라가 되지 못한 실험체들.
그들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 이질감의 정체…….’
그게 바로 키메라란 무엇인지 밝혀낼 단서.
그걸 직감적으로 느끼는 카론이었다.
“사, 살려 줘…….”
미친 새끼.
카론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키메라의 몸에 붙어 있는 인간 중, 상당수가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인간을 악마의 몸에 접합한 거다.
‘잠깐, 지금 내가 뭐라고 말했지?’
카론이 다시금 키메라를 살폈다.
악마에 몸에 붙은 채 살아 숨 쉬는 인간들.
그제야 카론은 깨달았다. 저건.
인간의 몸에 악마를 접합한 게 아니라.
악마의 몸에 인간을 접합한 것이라는 걸.
‘지금까지 내가 봐 온 실험체는 모두 인간을 베이스로 했어. 근데 저건 악마가 중심이야!’
그래서 이질감이 느껴졌던 거다.
왜일까. 왜 갑자기 악마를 베이스로 바꿨고, 곧바로 실험이 성공한 걸까?
‘허약한 인간의 몸을 악마의 몸에 붙이면 대체 무슨 이득이 있지?’
카론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제로가 준 단서, 흑마법사의 연구, 인간, 악마, 신성력, 그리고.
‘심장.’
카론은 드디어 깨달을 수 있었다.
‘인간의 피로 악마를 움직이는 거다. 그래서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 거야!’
악마의 피를 모두 빼내고 인간의 피로 대체, 인간의 심장을 이용해 피를 회전시키는 거다.
그럼 악마의 강력한 신체를 유지하면서도,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 몸을 갖게 된다.
악마의 심장과 인간의 심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의 차이가 크다.
그걸 물량으로 극복한 거다.
수십 명의 인간을 악마의 몸에 붙임으로써!
‘거기서 끝이 아니야.’
만약 저 거추장스러운 인간의 머리, 몸통, 팔다리를 모두 떼어 내고.
인간의 심장만 악마의 몸에 넣어 만드는 게 가능하다면?
키메라는 최고의 살상 도구가 될 거다.
‘젠장.’
키메라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활용될 예정인지는 알아냈다.
이제 남은 건 가정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뿐이다.
‘조사단은 아직인가?’
가능하다면 살려 둔 상태에서 조사하면 좋다.
식사, 생식, 행동반경, 활동, 강점, 약점 등.
여러 반응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사실상의 실험이라 봐도 무방했다.
카론이 묵묵히 조사단을 기다리던 때였다.
“살려 줘…….”
키메라에 붙어 있는 한 인간의 목소리였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살리는 건 불가능하다.
조사단이 올 때까지 기다린 후, 실험을 하는 게.
인류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저들은 인류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는 거다.
“아니…….”
그때였다. 그가 다시 한번 말했다.
살려 줘, 아니.
“죽여 줘.”
……!
단검을 뽑은 카론이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푸욱!
‘실험체로 저렇게 된 인간을 갖고 또 실험을 하자니. 네가 제정신이냐?’
카론이 키메라를, 아니.
그 몸에 붙어 있는 인간을 죽이기 시작했다.
키메라가 저항하기 시작했다.
공격 하나하나가 매섭다.
악마의 권능인 마계술까지 사용하며 카론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카론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쿵!
키메라가 쓰러졌다. 동시에 카론이 중얼거렸다.
“……스물둘.”
그게 바로 방금 카론이 죽인 인간의 숫자였다.
기분이 더럽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게 하다니.’
키메라의 힘도 힘이지만, 거부감이 장난 아니다.
살인에 익숙한 자신에게도 이 정도이니, 일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돌아올 것이다.
“끔찍한 걸 만들어 냈군.”
절망을 만들어 낸 것과 다름없었다.
절망이 절망을 몰고 오는 미친 존재를 만든 거다.
“카론 님!”
“괜찮으십니까!”
“……조사단이 오기 전까지 이곳을 사수하도록. 최소 인원만 남기고 이곳을 수색한다.”
동굴의 탐사가 시작됐다.
키메라가 있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조심히 이동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은 도달할 수 있었다.
진정한 절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