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8)
제8화
8화. 입학시험(5)
[포식의 힘으로 ‘초재생’ 스킬을 획득합니다. 등급이 F로 낮춰집니다.]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언제든지 재시작이 가능해 도박에 가까운 플레이가 가능했던 게임과 달리, 지금은 목숨이 하나뿐인 세계.
생존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초재생]은 생존에서도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스킬.“후후후, 오히려 좋다……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로군요.”
수확은 이뿐만이 아니다.
‘실눈캐…… 아니, 이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겠어.’
평소에는 평범한 아이.
어딘가 허당이지만, 또 은근히 도움은 된다.
무언가 일이 생길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도와주고, 위기 상황에서도 특유의 여유를 부리며.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는 본 실력을 드러내며 적을 쳐부순다.
그야말로 실눈캐 그 자체의 특징 아닌가?
[눈 뜨기] 스킬은 바로 그걸 위한 거였다.이 스킬을 이용할 수 있는 갖가지 상황과 스토리가 떠올랐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졌다. 이런 플레이가 가능하다니!
“크크크큭…… 재밌군요. 정말 재밌어요.”
“야.”
음?
그러고 보니 루나가 있었지.
[눈 뜨기] 스킬을 해제해서일까, 아니면 좀 익숙해진 것일까.루나의 태도가 처음과 비슷해졌다.
물론, 조금 경계하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내 비밀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흠,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이 상황을 넘기면서도 뭔가 있는 척을 해야 하는데.
문득, 애니메이션 속 실눈캐가 주로 썼던 대사가 떠올랐다.
“후후, 그건…… 비밀이랍니다.”
“……비밀?”
“예, 당신의 비밀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비밀. 재밌네요. 그렇지 않나요?”
“이, 이게 진짜……! 하……!”
주먹을 들어 올린 루나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내가 강자인 줄 알고 있는 그녀이니, 함부로 주먹을 휘두를 수도 없을 것이다.
꾸역꾸역 참으면서 정보를 조금씩 알아낸다.
그게 루나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뭐, 최종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좀 굴릴 생각이니…… 복수 정도는 도와줘야지.’
물론, 아주 천천히다. 우선, 지금은 관계 개선부터.
능청을 떨며 말했다.
“휴, 그나저나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통성명은 너만 하면 되잖아! 내 이름이랑 가문의 비밀까지 다 알고 있으면서!”
“아하, 그랬죠. 전 제로라고 합니다.”
“아하, 그랬죠? 이, 이걸 진짜! 아오!”
루나가 양손의 주먹을 말아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분노를 필사적으로 참는 모습이 참 귀엽다.
“후우…… 그래. 그나저나 교관을 죽인 건 어떻게 처리할 거야?”
“예? 죽이다뇨. 누가 그런 잔혹한 짓을…….”
찌릿-.
너 말고 누가 그랬겠냐는 눈빛.
하지만 이건 진짜 억울했다. 난 교관을 죽인 적이 없으니까.
“후후, 전 죽였다고 한 적 없습니다. 누군가 처리한 것 같다고 했을 뿐.”
“……웃은 건?”
“진짜 궁금해서 웃은 건데요? 아카데미 예비 입학생을 이렇게 방치할 줄이야. 정말 실망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루나의 얼굴이 이리저리 뒤틀렸다. 볼에 있는 살이 경련을 일으켰다.
눈으로는 욕까지 내뱉었다. 귀에 들리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후우…… 일단 출구나 찾자. 질문은 아카데미에 들어간 이후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훌륭한 판단입니다.”
루나가 나를 째려봤다. 칭찬해 줬는데 왜 저러는 걸까.
욱신-.
한 걸음 내디뎠을 때였다. 오른쪽 발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으음…….”
“뭐야? 삐었어?”
“후후,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요.”
-1차 시험 종료 10분 전!
루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출구의 위치도 모르는데 시간은 부족하지, 비밀이 가득한 나는 발목을 삐었지.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는 길을 아주 잘 알고 있답니다. 출구까지 이어진 비밀통로도 알고 있죠.”
“그런 건 좀 빨리 말해! 어디야? 어딘데!”
그런 루나를 향해 손짓했다.
살짝 앉으라는 제스처.
제스처를 본 루나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
뭘 가만히 쳐다보고 앉았어?
빨리 업어, 루나야.
* * *
입학시험 2차 시험장.
수백 명의 아이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훌륭하게 1차 시험을 통과한 그들을 보며, 2차 시험 감독관인 엘레스터가 미소 지었다.
‘허허, 언제 봐도 참 귀엽단 말이야.’
마치 병아리처럼 삐약대는 아이들.
생긴 모습도, 시험을 기다리는 자세도 가지각색이다.
‘이 아이들이 커서 제국의 미래를 책임진다니…… 언제 봐도 놀랍단 말이지.’
앤우드 아카데미의 졸업생들은 제국 곳곳에 퍼져 있다.
시험이 망했다며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들이 어느새 성장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
마법보다도 더 놀라운 존재.
그게 바로 대마법사 엘레스터가 내린, 아이들에 대한 정의였다.
‘이 병아리들도 금방 성장하겠지.’
물론, 자신이 낸 2차 시험을 통과해야겠지만 말이다.
“엘레스터 님, 시간이 됐습니다.”
“음…… 아쉽지만 규칙은 지켜야죠. 문을 닫아 주십시오.”
끼이익- 철컹-.
문이 닫히자 아이들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곧 2차 시험이 시작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리라.
“허허, 참 귀여운 아이들…….”
퍼엉!
쿠당탕-!
“우왁!”
“뭐, 뭐야!”
“테러인가!?”
테러는 아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 옆에 있던 수풀이 터졌을 뿐.
그리고 수풀이 터짐과 동시에 튀어나온 무언가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사람……?’
땅에 이마를 박은 채 엎어진 분홍색 트윈테일을 한 병아리…… 아니, 여자아이.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채 웃음을 흘리고 있는 한 남자아이가 보였다.
특징을 꼽자면,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아주 작다는 것.
“후후후, 도착했군요. 예상대로입니다.”
……뭔가 괴상한 병아리가 나타났다.
* * *
1차 입학시험이 종료되기 직전.
“후후, 왼쪽입니다.”
다다다다-.
“이번에는 오른쪽이군요.”
다다다다-.
미궁의 풍경이 휙휙 지나갔다.
힘들지는 않았다. 루나가 나를 업은 채 달리는 중이었으니까.
‘단련된 신체의 힘은 위대하군.’
루나의 노력과 품고 있는 복수심의 크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후후, 다 왔군요. 이제 오른쪽으로 돌면 2차 시험장 입구입니다.”
“하아, 하아…… 오른쪽…… 잠깐만! 무, 문이 닫혔는데!?”
루나의 말대로였다. 문이 거의 닫히기 직전이었다.
곤란한 점이라면, 우리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그 틈이 좁다는 것.
덜컹-.
“아, 안 돼!”
루나가 속도를 올렸지만, 문이 닫히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방법이 있으니까.
“포기하지 마십시오. 포기하는 순간 시합…… 아니, 시험 종료니까요.”
“하지만 문이 닫혔는데 어떻게……!”
“옆에 수풀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몸으로 뚫고 들어가면 됩니다.”
“……!”
그렇다. 이곳은 수풀과 나무로 이루어진 미궁.
2차 시험장의 문 양쪽은 풀로 이루어져 있었다.
문제라면 정원사가 정성을 다해 다듬어 놓은 수풀이라는 거?
사뭇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그래도 괜찮은 걸까?”
루나가 고개를 살짝 돌린 채 물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후후, 그래도 괜찮습니다’라고 어서 말해 달라고.
그런 루나에게 내가 해 줄 말은…….
“후후, 아마도요.”
“이, 이 미친 새끼!”
하지만 어차피 루나도 반드시 입학을 해야 하는 상황.
결국, 내 말대로 돌진을 시작했다.
가라, 루나! 몸통 박치기!
‘루나, 루나!’라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루나는 내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퍼엉!
쿠당탕-!
“우왁!”
“뭐, 뭐야!”
“테러인가!?”
그 결과, 지금 같은 상황이 된 거다.
체력이 다한 루나가 땅바닥에 자빠졌지만 뭐 어때.
2차 시험장으로 무사히(?) 안내해 줬는데.
“안 내려오고 뭐 해! 이 개X끼야!”
“고생했습니다. 루나몬…… 아니, 루나 양.”
머리칼과 옷에 붙은 풀잎을 툭툭 털어 냈다.
내일 출근한 정원사 아저씨가 울부짖을 것 같지만…… 저렇게 만든 건 내가 아닌 루나니까.
벌점은 루나가 받을 거다.
“하아, 하아…… 개X끼. 이게 무슨 비밀통로야.”
“비밀통로도 만들 때까지는 비밀통로가 아니죠. 이제부터 이걸 비밀통로라고 부르면 됩니다.”
“……다 보이는 게 무슨 비밀통로야!!!!!”
비밀통로가 왜 비밀통로냐고? 그게 바로…….
비밀통로니까.
끄덕.
루나가 고개를 부들부들 떨었다.
필사적으로 화를 참는 게 애처로울 정도다.
“뭐야…… 저래도 되는 거야?”
“솔직히 탈락이지. 문이 닫혔잖아.”
“맞아. 시간은 이미 지난 상태라고. 탈락으로 처리해야 해.”
웅성웅성-.
루나의 눈빛이 변했다.
한 아이의 입에서 시작된 ‘탈락’이라는 말.
그 말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기 때문이다.
‘시작됐군.’
경쟁자 제거를 위한 정치질.
정치질은 정치인이나 성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더욱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 아닌가.
마음에 안 드는 상대를 내리 깎고, 패거리를 만드는 걸 즐기는 나이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입학시험인 만큼,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정치질이 시작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짝짝-.
갑자기 시험장에 울려 퍼진 청아한 박수 소리.
하지만 절대로 평범한 박수가 아니다.
수백 명의 아이가 만들어 낸 소음.
그 소음을 뚫고 모두의 귓가에 울려 퍼졌으니까.
‘……이게 마법인가? 대단하네.’
사위가 조용해졌으니, 모두의 귓가에 들린 게 확실했다.
모두의 시선이 단상 위에 있는 한 노인에게로 향했다.
“허허, 다들 반갑습니다. 2차 시험 감독을 맡은 엘레스터라고 합니다.”
“엘레스터라고?”
“말조심해! 대마법사님이시잖아! 전 황궁 수석 마도사였던!”
“작년에 물러나셨다더니…… 설마 이곳에서 만날 줄은.”
“와…….”
대마법사 엘레스터.
인간의 몸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인 9서클을 이룩.
앤스우드 제국을 대륙 최고의 위치에 올린, 제국의 여덟 기둥 중 하나.
‘……라는 게 「아카데미의 영웅」의 설정이었지.’
하지만 알려진 사실과 달리, 일선에서 물러난 건 아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후학의 양성. 그리고 진짜 이유는 아카데미 안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조사.’
게임 내에서 제법 중요한 ‘키’로 작용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물론, 플레이는 불가능했지만.
“흠…….”
그의 시선이 나와 루나 쪽으로 향했다.
루나 뒤쪽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난 루나 등에 업힌 채 강제로(?) 수풀을 돌파한 불쌍한 사람이니까.
떨어진다면 루나만 떨어지는 게 맞다.
“방금 들어온 두 생도는 1차 시험 합격입니다. 참신한 방법으로 미궁을 돌파했으니,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순간, 우리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생색을 내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후후, 예상대로군요.”
“……날 버리고 합격하려던 건 아니고?”
“무슨 그런 말씀을. 오해입니다.”
“……그러시겠지.”
루나의 눈이 짜게 식었다.
동시에, 아이들 중 한 명이 엉거주춤 손을 들었다.
“저…… 엘레스터 님?”
“말씀하시지요.”
“저건 참신한 게 아니라 무식한 거 아닌가요? 누구나 할 수 있기도 하고요…….”
시작됐다.
경쟁자 제거를 위한 정치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