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85)
제85화
85화. 첫 번째 보스, 르앵(3)
드르륵-.
로델린이 훈련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잘 말아 올린 포니테일에 선도 완장까지.
오늘도 역시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그동안 별고 없으셨는지요.”
“음,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네. 제로 군, 자네들이 날린 결투장의 천장을 복구하는 것만 빼면 말이야.”
깍듯한 인사를 올렸지만, 전혀 통하지 않은 듯하다.
이럴 때는 역시 화제를 돌리는 게 최고다.
“2층 창문에는 왜 계셨던 겁니까?”
“약자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나 들리는 법이지.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저곳에 있지 뭔가. 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아뇨. 저는 물론, 다른 사람도 못 하는 일인데요.
로델린이 아는 누구나의 기준은 대체 어떻게 돼먹은 걸까.
주변을 살피던 로델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루나가 흠칫하더니, 훈련장 중앙으로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자신은 아까부터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누군가를 괴롭힌 적이 없다.
그걸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뭐, 덕분에 곤란해진 건 내 쪽이지만 말이다.
“후후, 착각이십니다. 루나 양이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당연히 루나 양은 그렇지 않겠지. 제로 군, 자네라면 모를까.”
이보쇼. 레제의 허리를 꺾는 게 루나였다는 거, 당신도 똑똑히 봤지 않습니까.
내 시선을 느낀 걸까. 로델린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알겠네, 알겠어. 제로 군 또한 그럴 리가 없지. 그런데 진짜 어디로 간 건가? 분명 세 명이었는데 말이지.”
“후후,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사자가 온다며 느닷없이 도망치지 뭡니까.”
“사자? 아아, 그렇군. 레제 양과 함께 있었던 거로군?”
“레제 양을 알고 계십니까?”
“음, 얘기가 조금 길어지겠군.”
로델린의 짧은 이야기가 시작됐다.
악마의 편린 사건.
다른 사람들은 아카데미 안에 악마가 있었다는 걸 문제로 삼았지만, 로델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악마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친구 하나 없이, 홀로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이 있었을 줄이야.”
루터스와 앵무새.
그들에게 친구가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누구도 죽지 않고 끝낼 수 있지 않았을까.
혹시 지금 앤우드 아카데미에도 그런 존재가 있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계속해서 로델린을 괴롭혔다.
“생각은 아무리 해 봤자 생각일 뿐,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나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네.”
로델린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교생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찾아 나섰다.
“아카데미 생활에 문제가 있는 학생이 있다면, 도와주고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면 루터스 군과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겠지.”
1학년생은 특별히 더 신경을 썼다고 한다.
특히, 친구가 없는 아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후후, 그런다고 친구가 생기지는 않을 텐데요.”
“안타깝지만 그 말이 맞는다네. 강제로 맺어 준 인연은 손쉽게 갈라지더군. 하지만 그거 아는가, 제로 군?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네.”
진심(眞心).
로델린의 진심은 아이들에게 전해졌고, 하나둘 용기를 내 친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후후, 선배님 덕분이군요.”
“그렇지 않아. 그 아이들이 용기를 냈기 때문이지. 내가 해 준 거라곤 등을 살짝 떠밀어 준 것뿐이라네.”
바로 그게 대단하다는 거다.
전교생의 얼굴과 이름을 외웠을 뿐만 아니라, 따로 챙기기까지 하다니.
뭐, 칭찬받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로델린다운 반응이지만.
“내가 레제 양을 알게 된 건 그때쯤이라네. 몇몇 아이들이 그랬지만, 레제 양은 정말 힘들었지. 일단 찾는 것부터가 힘들었다네. 면담을 빙자한 호출을 통해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지.”
“그렇군요.”
“그리고 레제 양이 나를 피하는 건 아마…… 엄격하게 대했기 때문일 거라네.”
“엄격하게요?”
“음, 나는 레제 양의 소심한 성격이 문제라고 판단을 내렸다네. 그래서 정신수양을 시작했지.”
……정신수양?
대체 뭘까. 늙은이나 할 법한 저 생각은.
내 생각을 알아차린 걸까.
로델린의 볼이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볼을 긁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소심한 성격을 바꾸는 데는 정신수양이 제격이라고 생각했거든. 며칠 동안 같이 지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된 모양이야.”
그제야 레제가 로델린을 피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로델린의 정신수양.
다른 사람들이 하는 수양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거다.
군대에서 하는 유격 훈련. 그 정도가 아니었을까?
체력이 없고 소심한 레제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그 후 레제 양이 그러더군. 사자는 역시 무섭다면서. 자신을 잡아먹지 말라고 말이지.”
로델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후로 만난 적이 없다네. 제로 군도 알고 있겠지만, 워낙 숨는 걸 잘하는 아이거든. 여기 어딘가에 있겠지만…… 굳이 들쑤시고 싶진 않군.”
로델린의 얘기는 거기까지였다.
들어 보니 레제가 도망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또다시 끌려가서 정신수양을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힐끗-.
로델린의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내 쪽을 힐끔거렸다.
음, 느낌이 팍팍 온다. 귀찮은 걸 내게 떠맡기겠다는 느낌이.
“후후, 싫습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
“뻔하지 않습니까. 레제 양을 돌봐 달라는 것, 그거겠지요.”
“아니,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이 놀아 주라는 부탁이었다네.”
……그게 그거 아닌가? 어째 뻔뻔함이 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쪽도 뻔뻔하게 나갈 수밖에.
“후후, 저는 괜찮습니다만 루나 양이 싫어해서 말입니다. 아까 보셨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으음, 확실히…… 레제 양이 버티지 못할지도.”
중얼거리던 로델린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아차! 싶은 표정이다.
로델린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절대 내가 변태라서 그런 게 아니다.
“후후, 루나 양의 사나움을 인정하시는 거군요?”
“그, 그렇지 않다! 루, 루나 양은…… 그래! 귀엽지 않나!”
흐응~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렇다면 나한테도 다 방법이 있다.
“글쎄요. 제 눈에는 선배님이 더 귀여운데 말이죠.”
화아악-!
로델린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저러다 터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 마마마마마말도 안 되는 소리! 나, 나 같은 건 하나도 귀엽지 않다!”
아니, 방금 내가 한 말은 진짜다.
루나는 확실히 귀여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당황한 로델린은 그보다 더 귀여웠다.
천천히 다가가자, 로델린이 구석으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스스로 자신을 가두는 꼴이다.
그 점을 알아차린 로델린이 몸을 빼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벽에 한쪽 손을 댄 후, 살짝 로델린을 내려다봤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더욱 새빨개졌다.
“아까 말씀하셨죠.”
“뭐, 뭘 말이냐?”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 진심을 몰라주신다니. 이거 섭섭하군요.”
“그, 그거하고 이건 다르다!”
아닌데? 전혀 다르지 않은데?
남은 팔도 벽에 붙이며 로델린을 가뒀다.
구석에 갇혀 버린 로델린.
당황한 그녀가 좌우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 어디에도 퇴로는 없었다.
“제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대로 무너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상자 속에 들어가 생을 마감하겠지요.”
“그, 그런……!”
“선배님이 제 말을 인정해 주신다면 매일매일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요.”
“아, 아니…….”
“설마, 후배의 진심을 무시하진 않으시겠죠?”
“으, 으아아…….”
로델린의 눈이 핑글핑글 돌았다.
좋다. 거의 다 왔다.
빨리 자신이 귀엽다는 걸 인정해라, 로델린!
그 예쁘고 귀여운 입으로 어서 말하란 말이다!
“나, 나는…… 귀, 귀엽…….”
로델린이 바들바들 떨면서 말을 쥐어짜 내던 때였다.
찌리릿-!
느닷없이 [초감각]이 발동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다가오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음? 뭐지? 레제가 달려오기라도 하는 걸까?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을 때였다.
“내가 선배님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
퍽-!
쿠웩!
내 등에 적중한 루나의 발차기.
자동적으로 구석에 있던 로델린을 껴안게 되었다.
그러자.
“부, 불건전 퇴치 펀치!”
로델린의 주먹이 내 몸을 가격했고, 땅에 엎어지게 되었다.
그런 내 위로 루나가 올라탔다.
“코브라 꺾기!”
“으, 으아아아아!!”
탁탁!
재빠르게 탭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루나의 신경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이 변태가 또 무슨 짓을 했나요?”
“…….”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
“쿡쿡.”
로델린의 입에서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람이 얻어터지는 걸 보고 웃다니.
뭐지. 싸팬가?
* * *
“에구구…….”
주먹으로 허리를 두들겼다.
코브라 꺾기. 무시무시한 기술이다.
또 당했다가는 남자의 생명을 잃을지도 모른다.
“루나 양,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란 말입니다. 다음부터는 무는 걸로 대신해 주십시오.”
“응? 남자는 허리가 왜 생명인데?”
루나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진심으로 그 의미를 모르겠다는 눈치다.
반대편에 있던 로델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이거 이거, 아무래도 우리 루나를 위해 설명을 해 줘야겠구먼.
절대 로델린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루나의 지식을 채워 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 때문이지.
“크흠! 보아하니 성공적으로 화해한 모양이군.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어.”
이런, 로델린이 선수를 쳤다.
아쉽지만 루나의 지식을 채워 주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했다.
“흥! 제가 용서해 줬어요. 저 없이는 못 살겠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지 뭐예요.”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눈물은 고사하고 콧물까지 흘리던 건 루나 양…… 악!”
루나가 내 팔뚝을 꼬집었다.
억울하다. 틀린 사실을 정정해 주는 것뿐인데.
“쿡쿡, 그렇군. 앞으로도 제로 군을 잘 챙겨 주게나.”
“네, 걱정 마세요. 이제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니까.”
로델린이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방금 루나가 한 스토커 선언은 내 귀에만 들린 모양이다.
“후후, 그런데 바쁘신 거 아니셨습니까?”
“아아, 그렇지. 자네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물어보고 싶은 거요?”
로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르앵 선생님에게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나?”
“르앵 선생님이요?”
“그래,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다네.”
로델린의 눈이 빛났다. 그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르앵을 처단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걸.
루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 잘 모르겠네요. 그나마 이상한 거라면, 최근에 짜증이 늘었다는 것 정도?”
“그 르앵 선생이 짜증을 낸다라…… 흔치 않은 일이군.”
로델린이 수첩을 꺼내 글자를 끄적였다.
나도 그다지 뱉어 낼 정보가 없다. 반대로, 얻어야 할 정보는 존재했지만.
‘날짜를 알아내야 해.’
로델린을 비롯한 1파티 멤버가 르앵을 공략하는 날과 시간.
그걸 알아내야 한다. 나도 히든 보스를 공략해야 하니까 말이다.
“후후,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음, 무슨 일이 있긴 하지만 공유하긴 좀 그렇군. 아직 확실한 게 아니라서 말이야.”
곤란하다는 듯 볼펜을 끄적이는 로델린.
하지만 곤란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때는 역시.
“혹시, 악마의 흔적을 발견하신 겁니까?”
직접적인 공격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