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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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299화>299 헹가래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 눈과 귀가 집중됐다.
이 정도 집중력이라면 TV도 깨부술 것 같다. 양순이를 제외한 사무실 직원 모두가 마찬가지로 초집중 상태가 됐다.
“상무님, 방금 들으셨습니까? 한 달 뒤 역사적인 날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거요.”
내 귀가 잘못됐나 싶어서 최윤근 상무에게 잘 들은 것이 맞는지 물었다. 한 달 뒤 역사적인 날이라면 한국전쟁 휴전일 뿐이다. 종전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뜻일 테다.
“네, 저도 들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라도 밝힌 모양입니다. 다음 달에 다시 만나는 이유가 종전협정 말고 또 있겠습니까?”
“생각 이상으로 술술 풀려서 진짜인가 싶네요.”
내가 주워듣기로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건 체제보장이었다. 공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종전협정 체결과 수교를 줄기차게 요구했었다. 반면 미국은 핵을 포기하기 전엔 국물도 없다는 자세였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대립이 이렇게 쉽게 풀려 버리는 것일까? 반신반의하면서도 두 정상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7월 27일 휴전협정일에 악수 한번 진하게 한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경제 제재를 푼다. 그럼 우리나라는? 남북협력기금 쓸 준비를 한다. 아따, 좋은 그림이네.
개성공단을 시작으로 송ㆍ배전망을 구축하는 사업이 가장 먼저 시작될 것이다. SOC 사업 중에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사업은 그것뿐이니까.
당연히 대한전력이 주관사업자가 될 것이고, 자재 구매 공고를 쏟아 내겠지. 후훗.
당장 전력용 변압기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 345kV 변압기 시제품이 나올 때가 됐다. 이것까지 개발이 끝나면 대북특수에서 한몫 제대로 챙길 수 있다.
“공장장님!”
“어, 그래. 아까 뉴스 보니까 세상이 바뀌긴 바뀔 모양인가 봐. 우리한테 좋은 소식인 것 맞지?”
“좋은 소식이어야죠. 그렇게 될 겁니다. 그러려면 시제품부터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장장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의 완성 단계인 시제품을 보니 공장장의 한숨이 이해가 됐다. 저게 변압기인지 변신 전 로보트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그럼, 그럼. 이제 거의 다 만들어 가. 확실히 345는 더 까다롭네. 154랑은 차원이 다르구만. 345도 이렇게 힘든데, 765 만들라고 했으면 못한다고 때려치웠을 것 같어. 하하.”
“하하. 공장장님 아흔 살까지 일하셔야 하는데, 그러면 안 되죠. 그럴 것 같아서 765는 나중에 하기로 했습니다.”
“아휴, 살려 줘서 고마워. 허허. 이게 말이야. 만들어 보니까 시간 잡아먹는 귀신이야. 배전용이야 쭉쭉 뽑아냈잖아? 이건 때려 죽여도 그렇게 안 되겠더라고. 손해 안 볼라나 몰라.”
“배전용만큼은 아니어도 짭짤하게 남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문자님과 휴먼들의 역량 차이가 엄청나다.
배전용 변압기는 문자님께서 주신 비기와 그걸 응용한 설비들로 밥 먹는 것보다 쉽게 변압기를 만들어 냈다.
전력용 변압기는 된밥을 먹는 것처럼 목이 멘다. 문자님의 비기가 가미되긴 했어도, 수없이 붙이고 달고 조여야 하는 것이라, 현장에서는 ‘애미야 물 좀 다오’ 소리가 절로 났다.
공장장의 걱정은 이렇게 해서도 돈이 남겠냐는 것이었다.
배전용 변압기의 미친 듯한 수익성을 생각하면 아쉽지만, 소고기 넉넉하게 사 먹을 정도는 되니 뭐. 휴먼들의 힘만으로 얻은 결과이니 아주 만족한다.
문자님! 저도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답니다. 그래도 가끔씩 안부는 전해 주세요.
이틀 뒤, 또 다른 괴물이 완성됐다. 기존 제품보다 7퍼센트가량 손실이 개선된 우리의 두 번째 작품!
“하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결과치도 아주 맘에 듭니다. 설계도 좋고, 조립도 잘했고!”
“몇 번 안 되지만, 그래도 연습 삼아 이것저것 만들어 본 것이 도움이 되긴 했어. 지금 기분으로는 765도 바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참아야겠지? 허허. 그러다 가랑이 찢어질라.”
격려 한마디에 공장장이 자문자답하며 신이 났음을 만방에 과시했다.
공장 다니는 맛이 이런 것이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몸은 힘들고 더러워지지만, 고생한 결과가 눈에 떡 보이니 그 맛에 힘듦을 이겨 내는 것이리라.
“자, 자체 시험까지 다 끝났으니, 바로 전기연구원 보냅시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빨리 성적서 받아야죠!”
또 한 대의 거대한 변압기가 창원으로 향했다. 일정상 여름이 가기 전엔 성적서가 나올 것이다. 물론, 당연히 합격해야 한다는 전제로. 창립 4주년에 걸맞은 선물이 되길.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은 대박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는 와중에도, 이 한반도의 정세는 빠르게 바뀌어 갔다. 북한은 핵실험장을 시원스럽게 폭파시켜 버렸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단은 북한 땅을 밟았다.
그렇게 역사적인 7월 27일이 다가왔다.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을 두고 깜짝쇼로 남북미정상회담으로 바뀔 수도 있는 추측이 난무했다. 그만큼 기대감이 엄청났다는 뜻일 테다.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몇 달 사이에 잭이 심은 콩나무처럼 엄청 커 버린 양순이를 껴안은 채로 TV만 쳐다봤다. 스탠다드 푸들의 성장 속도가 우리 회사만큼이나 엄청나다.
양순이의 복실복실한 털을 만지고 있으니 조금 안정이 됐지만, 일 못하겠는 건 여전하다.
회담 결과에 따라 우리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이 달려 있으니, 아무렇지 않다면 말도 안 되지. 우리 회사가 변압기 바닥에서 빅4로 성장하고, 그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변압기가 북한 땅을 밟아야 한다.
“회장님. 떨리시죠?”
“하하. 뭐. 잔뜩 기대했는데 회담 결과가 안 좋으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기대한 만큼 결과가 좋으면 표정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되고 그렇죠.”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대한전력도 최상의 시나리오로 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합니다.”
회담 결과만 기다리며 멍 때리고 있으니, 최윤근 상무가 다가왔다. 자, 귀 활짝 열려 있으니 시원하게 풀어 보시게.
“얘기 들어 보니까, 대북사업 진행을 다르게 할 계획인가 봅니다.”
“다른 방식이라니요?”
“이게 상징성도 있고, 무엇보다도 사업 규모가 엄청나지 않습니까? 그래서 괜한 시비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공사나 자재 구입에 유자격업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조합입찰처럼 하겠다는 말이죠.”
“그럼 전력용 변압기 같은 건 우리까지 5개 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겠네요?”
“그렇죠. 입찰해서 싸움 붙이는 것보다 그게 나을 수도 있죠. 적정 단가를 보장 받으니까요. 업체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돌아올 몫도 커지는 것이 되겠죠.”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우리 같은 신생에게는 좋은 기회다. 말이 5조짜리 프로젝트지, 우리 회사가 그중에서 얼마나 먹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안 그래도 계속되는 전력용 변압기 교체사업 입찰에서 우리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기존 대기업들의 견제가 세지고 있는 상황이니 더 그렇다. 95퍼센트에 달했던 낙찰률이 최근에는 80퍼센트 후반까지 떨어졌다. 경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
“배전용이야 이미 조합이 있으니까 조합끼리 의견만 일치되면 될 것이고, 전력용은 업체들끼리 협의가 돼야겠군요?”
“맞습니다. 뭐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어서 그렇지만, 대북사업이 결정되면 대한전력에서 업체들에게 제안할 겁니다. 그럼 모여서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면 되겠지요.”
“알겠습니다. 마음의 준비 할 것이 또 생겼군요. 하하.”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놓고 얘기하는 사이에, 미래를 결정할 움직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와! 세 명이 만났네요!”
북미정상회담 오후 일정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궁금증이 폭발할 지경이다. 아따 마, 떨리네.
땅거미가 내려앉아 어둠이 찾아왔을 때, 하루 종일 기대하게 만들었던 그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만세!”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북미가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기로 합의했고, 후속 조치로 핵 포기와 경제제재 해제를 맞바꿨다. 남쪽에서는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5조짜리 대북전력지원사업이 확정된 순간이다.
다 좋다, 아주 좋다. 모든 게 순조롭게 술술 풀려 나간다. 세상에 이런 일이다. 단 하나만 빼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지금까지의 여름 더위가 ‘너무 덥네’였다면, 올해의 더위는 ‘아우, 씨발!’ 수준이었다.
기상 관측 사상 최고였던 1993년 무더위에 육박하는 폭염이라며 매일 난리가 났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때보다 지금이 더 더운 것 같다. 신도 양심이 있다면 이렇게 덥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야. 아, 너무 더워.
“회장님, 가시죠.”
최 상무가 무더위를 이기러 가자고 재촉했다. 그래, 폭염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돈을 시원하게 버는 것이 최고지.
9월로 예정된 대한전력의 대북전력지원 사업 발표를 앞두고, 전력용 변압기를 생산하는 5개 업체가 모이기로 했다. 대한전력이 주선한 모임이라 나주 본사로 가면 된다. 출발부터 좋구만.
하꼬방 중소기업이라 기죽지 않으려고 최 상무와 임필성 변호사까지 대동했다. 정무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밀릴 수 없지.
“지 사장! 아니 무슨 회사가 콩나물도 아니고 그렇게 쑥쑥 클 수 있어? 하아, 참 대단하네.”
대한전력 본사에서 만난 임 변호사가 진한 덕담을 날렸다.
“뭐 사장 능력이 출중하니까 그렇죠. 자, 더운데 들어가시죠.”
“하하. 그게 정답이지. 근데 이거 너무 더운 거 아니야?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네.”
“형님, 제가 자문료 시원하게 드리고 있으니까 아끼지 말고 에어컨 펑펑 트세요. 전기를 많이 써야 제가 돈을 법니다. 하하.”
캐리어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신문 기사에서 보던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뭐 평범하네.
공식 기구로 출범한 대한전력 대북전력지원사업단의 단장 인사말로 5개 사 상생협력회의가 시작됐다. 수차례 사전협의를 거친 만큼 서로 웃으며 손 맞을 일만 남았다. 저 상무 놈의 지랄만 잠재우면 말이다.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5개 사가 똑같이 20프로씩 가져가는 건 불합리하지 않습니까? 뭐 성능이야 그렇다 쳐도, 사업체 규모도 고려를 해야지요.”
1위 현성중공업보다 떨어지지만, 우리나라 최초 제작사라는 업력을 가진 효진중공업 상무가 계속 태클이다. 다 된 밥에 재 한번 시원하게 뿌리네 거참.
“상무님. 그러면 협력하지 말고 원래대로 경쟁입찰로 할까요? 우리 회사 이길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길 자신 있으면 그렇게 하시죠.”
“아니, 그렇게 하자는 얘기는 아니구요. 다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그걸 깨겠다는 것이 아니라, 비율 좀 조정해 보자는 거죠.”
“그게 그거 아닙니까? 저는 제가 크게 양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무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가 봅니다?”
태클엔 옐로카드뿐이다. 성능, 단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거기에 중소기업 가산점까지 받는다. 내가 큰 양보하는 것도 모르고, 어디서 아쉬운 소리야!
“허허. 상무님, 지 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렇게 좋은 일에 서로 싸우면서 출혈해 봐야 좋을 것이 있습니까?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대승적으로 결정하시죠.”
현성중공업 전력사업본부장이 쐐기를 박았다. 이 바닥 제일 큰 형님 회사가 막내 회사 무섭다고 사이좋게 지내자는 데 힘을 실었다. 이게 막내의 위력이다.
의례적인 인사말 몇 마디 하고 합의서에 사인할 줄 알았던 회의가 좀 길어졌다. 걸려 있는 돈이 많으니 이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하하. 고생들 하셨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에 이렇게 통 큰 결정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머지는 우리 사업단에서 잘 정리하겠습니다. 다 같이 사진 찍으시죠!”
단장이 회의의 시작과 끝을 맡았다. 합의서에 사인하면서 한 장, 서로 악수하면서 한 장, 플래카드 아래 서서 한 장. 사진 세 번 찍는 것으로 역사적인 대북전력지원사업의 전력용 변압기 공급 합의가 마무리됐다.
날은 미친 듯이 더웠지만 속은 후련한 것이 너무 시원했다. 이후 진행 과정도 시원할 정도로 빨랐다.
창립 4주년이 되는 날, 대한전력 대북전력지원사업단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나온 첫 대규모 남북협력사업이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남과 북, 두 정상께서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남북미정상회담의 평화선언의 후속 조치로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 확정됐습니다. 내년부터 총 20년간 진행되는 이 사업은 남북한 전력 계통을 일원화하여…….”
대한전력 사장의 발표가 아름다운 아리아로 귀에 박혔다.
“1단계 사업으로 개성과 평양 간 전력설비를 구축하며…… 이를 위해 남북협력기금을 비롯해 총 12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됩니다.”
발표가 끝나자 우리 회사뿐 아니라 혁신산단 전체에서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변압기와 관련 자재만 7조 원 어치가 들어가는 엄청난 사업이니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축하해! 우리 이제 20년간 거뜬하겠어! 하하.”
“오늘 거하게 한잔해야지?”
“직원인 게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말로만 이러지 말고 회장님 헹가래 한번 하자고!”
4년 전 고깃집에서 도원결의를 했던 우리 4인방을 시작으로 기쁨과 축하의 소리가 돌림노래처럼 퍼져 갔다. 헹가래 세 번 만에 바닥으로 고꾸라진 건 좀 아프네.
창업 4년 만에 20년 이상 갈 회사를 만들었다. 더러워서 내가 하나 차리고 말겠다는 오기가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이 놀라운 업적에 대해 내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지정수! 너 인마!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