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0
10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1권(10화)
4. 마왕! 마왕? 마왕이란다(2)
“…….”
천일은 말문이 막혔다. 적인 것 같은데 차림새가 나들이라도 온 것처럼 보였다.
“소속은 없어 보이는구나. 어둠으로 오거라. 돈이든 여자든 명예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느니라. 인간의 남자는 그런 걸 좋아하지 않더냐. 자신을 속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욕망을 뽐낼 수 있느니라.”
소녀가 말했다.
“하아.”
천일이 한숨을 쉬었다.
“……?”
소녀가 고개를 기울여 의문을 표했다.
“소개부터 해라, 좀. 다짜고짜 어둠으로 들어오라? 뭐냐, 그게.”
천일이 불만을 토했다.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
“그래서?”
“그래서? 오호호. 유쾌한 인간이구나.”
“…….”
“먼저 그 불손한 말투부터 고쳐야겠구나. 본녀의 손이 맵다 원망하지 말거라. 인간은 주제를 알아야 하느니라.”
소녀는 그런 말을 하고 사라졌다. 천일은 급히 청살검을 뽑아 소드 쉴드를 사용했지만 의미는 없었다.
퍽.
“커헉.”
소녀의 작은 발이 천일의 옆구리를 후려치고 있었다. 보기에는 맞아봐야 얼마나 아플까 싶을 정도로 연약해 보이는 발이었다.
‘뭐, 뭐냐, 이 어마어마한 힘은.’
하지만 천일은 달랐다. 정말로 크게 놀라 버린 것이다.
“인간. 주제를 알아라!”
소녀가 소리쳤다.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
이제까지 천일이 상대해 왔던 조무래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자였다. 소녀의 발차기에 저만치 날아가 뒹굴고 있던 천일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갈비뼈가 2개 정도 나간 것 같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척.
천일이 검을 세웠다. 보기완 달리 적은 매우 강함을 깨달은 것이다. 이길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패배를 선언할 수는 없었다.
“호오. 실력 차를 깨달았을 텐데, 본녀와 싸움을 계속할 생각인 것이더냐? 하지만 귀찮구나. 너 정도라면 내가 직접 상대할 필요도 없겠지. 오라. 나의 하수인들이어. 어둠의 권능 앞에 무릎을 꿇고 경배하라!”
소녀가 소리쳤다. 그러자 천일이 김밥을 사먹은 편의점과 근처에 있던 상점들 안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하나같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에게 정신을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천일은 그 사실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은 눈치 챘다.
‘설마 저들과 싸우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천일은 일단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크하하하. 찾았다! 이천일.”
이번에는 재운이었다. 긴장하던 천일은 익숙한 바보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소녀가 서 있는 쪽에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잘도 나의 xx를 걷어찼겠다! 이 비열한 자식아! 넌 오늘 죽었다!”
재운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재운을 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 무작정 천일을 향해 달려드는 재운의 품을 파고들이 팔꿈치를 움직였다.
퍽.
“크헉!”
재운이 신음을 흘리며 허공을 날았다. 천일도 피하지 못한 공격이다. 방심한 재운이 피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뭐 하러 온 건지.”
천일이 중얼거렸다. 그러는 사이 천일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대수롭지는 않았다. 여유 있게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전을 짰다. 소녀의 신체능력이 자신보다 높다는 것은 알지만 천일 역시 최선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
소드 임팩트!
정오햇살!
나이트 차지!
천일은 먼저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을 날려 버렸다. 그러고는 어둠을 물리치는데 효과가 좋은 정오햇살을 사용 후, 소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소녀는 긴장감이라고는 하나 없는 얼굴로 천일의 나이트 차지를 막아 냈다. 단, 손가락 두 개로 정오햇살로 빛나고 있는 천일의 검을 잡고 있었다.
치이익.
“호오. 네 검은 나 정도 되는 어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나 보구나. 멍청이들이 소란 피울 만도 하구나. 좋다. 그럼 죽여 주도록 하지.”
소녀가 말했다.
소드 임팩트!
천일이 기술을 사용했다. 소녀를 날려 버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소녀의 옷자락만 펄럭일 뿐이었다. 대신 소녀의 얼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정오햇살에 소드 임팩트가 더해진 탓이었다.
“큭.”
소녀는 웃었다.
턱.
놀고 있던 소녀의 왼손이 천일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어 그녀의 무릎이 천일의 얼굴을 무서운 기세로 날려 버렸다.
빡.
‘벼, 별이 보여.’
천일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인간 주제에! 감히!”
소녀가 화를 냈다. 정오햇살에 소드 임팩트가 더해져 그녀의 얼굴 피부를 쭈글쭈글하게 만들어 버린 탓이었다. 얼굴만이 아니다. 천일의 검을 잡고 있던 손은 피부가 홀라당 타버려서 검붉게 변해 있었다.
쿵!
소녀가 분한 듯 땅을 걷어찼다. 콘크리트가 균열을 일으키며 파편을 만들어냈다.
“하아. 하아.”
천일이 거친 숨을 토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소녀의 무릎차기는 아직도 천일의 뇌를 흔들고 있었다.
“곰 멱살 찌르기!”
이번에는 재운이 소녀를 향해 덤볐다.
“어리석구나.”
소녀가 중얼거리며 재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재운의 곰 멱살 찌르기는 천일의 소드 임팩트와 마찬가지로 소녀의 옷자락만 흔들리게 했을 뿐이었다.
빡.
소녀의 주먹이 재운의 얼굴에 명중했다.
“……!”
재운은 신음도 흘리지 못하고 그대로 허공을 날아 건물 벽에 부딪혔다. 재운의 몸이 일반인의 그것이었다면 피떡이 되었을 터였다.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
노바 스페이스 연맹 기준 전투 능력 15만 갤런.
소녀는 외계인들이 작성한 지구인 서열 100위 안에 드는 강자였다. 그래 봐야 말석이지만 익스퍼트 상급인 천일과 그보다 못한 재운이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아니었다.
“거기까지다! 베아트리체 백작!”
홀연히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검은색의 갑옷을 입고 있는 여인이었다. 키는 170이 넘었다. 소녀는 그를…… 아니, 그녀를 보자 똥 씹은 얼굴을 했다.
“물러가라. 나와 싸우고 싶은 것이냐! 그러겠다면 왕의 이름으로 작위를 박탈하고 그 심장에 검을 꽂겠다.”
“인간 주제에.”
“나는 왕이다. 너희들의 왕. 그런 나를 능멸하려 하느냐?”
“능멸? 오호호. 알겠느니라. 지금은 왕의 체면이라는 것을 봐주도록 하지. 하지만 이 말은 해두어야겠구나. 백작이라는 칭호가 없어도 본녀는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니라. 왕 따위는 언제든 갈아버릴 수 있지. 그럼 이만 실례했느니라.”
파드득.
소녀는 많은 수의 박쥐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을 왕이라고 일컬은 여인은 천일에게 가서 입을 열었다.
“설 수 있나? 늦어서 미안하다. 이것은 전부 마왕인 나의 허물. 신하가 폐를 끼쳤다. 용서를 빌지.”
라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천일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도리어 정신을 잃고 말았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마왕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마(魔)의 왕. 인간의 적이며 인간을 토벌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나 만화만 봐도 알지 않는가. 입가에 피를 뚝뚝 흘리며 사람을 으적으적 뜯어 먹는 풍경 같은 거.
천일이 생각하는 마왕은 그런 것이었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신하를 제압한다거나 그 자신이 인간이라거나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칭 마왕…… 아니, 천일을 내려다보고 있는 은발의 푸른 눈동자의 여인은 자신을 인간이며 마왕이라고 했다.
“미안하다. 나는…… 아니, 짐이 부덕한 탓에 무관계한 사람이 공격을 받고 말았구나. 어둠은 빛을 선택한 자만을 공격해야 하는 법. 어둠도 빛도 선택하지 않은 자가 가진 그 힘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공격받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폐를 끼쳤다. 그 대신이라면 대신이겠지만 다른 사람보다 빨리 간이 시험을 치르게 손을 써주겠다.”
마왕이 말했다.
천일은 속으로 ‘이게 뭐야!!!’라며 경악했다.
마왕이 인간이고 여자라니.
아니, 확실히 TV에 등장했던 자칭 마왕은 여자였다.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여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천일의 상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왕은 마왕다워야 했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왕이 물었다.
천일은 병원 침실에 누워 있었다. 옆에는 재운이 있었다. 재운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천일은 이 상황 자체가 이해되지 않고 있었다.
“여자이고 인간인 내가 마왕이라는 것이 이상해서 그런가?”
마왕이 물었다.
끄덕.
천일이 고개를 끄덕였고 마왕은 쓴웃음을 지었다.
“왕이란 다스리는 자를 뜻한다. 빛과 어둠은 아직 승부를 내지 못했다. 승부가 나지 않았는데 보상에 손을 댈 수는 없는 법. 어둠이 승리를 거머쥐는 그날. 너는 나의 것이 되든지, 죽든지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마왕은 그 말을 시작으로 태고부터 진행된 빛의 진영과 어둠의 진영의 전쟁과 그 이유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긴 이야기를 잘도 나불거렸다.
끝자락에 ‘어둠에게 지배받는 것이 싫다면 빛의 진영에 가담하면 된다. 그리하면 우리는 너의 적이 된다. 그때가 되면 나는 주저 없이 너를 베어 넘길 것이다.’라고 말을 붙였다.
“하아.”
천일이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한숨이지? 문제라도 있나?”
마왕이 물었다.
“바보 취급당하는 기분이 들어. 불쾌해.”
천일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후후.”
마왕은 짧게 웃고 말았다.
“그런데 그 녀석은 뭐야? 베아트리체라고 했잖아.”
천일이 화제를 바꾸었다.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 낮에도 걸어 다닐 수 있는 흡혈귀다. 보통의 인간이 날고 긴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지.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선정한 상위 지구인 전투 랭킹 100위 안에 순수 인간은 한 명도 없다. 단 한 명도.”
마왕이 답했다.
“……!”
천일의 안색이 변했다.
“물론 인간들은 그들을 쓰러뜨릴 수가 있다. 1:1은 무리지만 힘을 모으면 가능하지.”
마왕이 설명을 보탰다.
“…….”
천일은 말문이 막혔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다는 편이 옳았다.
“일행이나 깨워라. 간이 시험장까지 호위해 주지. 내가 없으면 그녀는 너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마왕이 화제를 바꾸었다.
“응.”
천일은 두말없이 일어나 옆의 침대에 갔다. 거칠게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재운의 뺨을 몇 대 갈겼다.
“야. 일어나. 바보.”
“으음.”
재운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즉각 펀치를 날렸다. 천일의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튀어나갔다.
퍽.
위력은 일반인의 주먹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싸우자는 거냐? 다친 주제에.”
천일이 불쾌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응? 아, 미안. 밉살맞은 얼굴을 보니 그만. 정정당당함을 삶의 지표로 삼는 내가 너같이 치졸한 짓을 하다니…… 손이 미쳤다.”
재운은 혀에 기름칠을 한 것 같았다.
“이, 이 자식이 진짜.”
덕분에 천일이 주먹을 쥐었다. 한 대 후려치고 싶은 기분이 든 것이다.
“그만해라. 동료끼리 싸우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마왕이 참견을 해왔다.
“동료?”
“누가?”
천일과 재운이 서로를 바라보며 같은 의미의 단어를 토했다.
“너희 둘 말이다.”
마왕이 보기에 천일과 재운은 동료인 모양이었다.
“이 바보랑 내가? 농담이 아냐. 취소해!”
천일이 소리쳤다.
“바보? 바보라고 했겠다. 이 비열하고 비겁한 놈이 뭐가 어째? 나야말로 거절이다. 너 같은 비겁한 놈을 동료로 삼을 바에는 돼지와 키스를 하겠다.”
재운도 욱했는지 맞대응을 했다.
“됐으니, 일어나기나 해라. 해가 떠 있을 때 간이 시험장에 데려다 주마.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간이 시험에 붙으면 녀석들도 더는 너희들을 건드리지 않겠지. 적어도 이곳에서는.”
마왕은 천일과 재운의 다툼 따위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정말로 아무래도 좋았다. 마왕이 온 이유는 어둠에 속한 자들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를 죽이려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빛의 진영과 더움의 진영의 싸움은 그들만의 문제였다. 어떤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은 자를 표적으로 삼아 말살한다는 것은 룰에 어긋났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룰은 적어도 그랬다.
“그리고 이건 의무사항이니 일단 묻겠다. 너희 둘 어느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았다면 어둠의 진영에 가담하지 않겠는가? 가담하겠다면 나의 직속 부하로 삼아주지.”
마왕이 생각났다는 듯 질문을 건넸다.
“아직은 생각 없어.”
천일이 대답했다.
“나도 뭐. 그런데 어둠의 진영? 주희던가 하는 애도 그런 비슷한 소리를 하던데. 무슨 소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