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01
101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1화)
1. 홍길동을 만나다―하(1)
지구가 있는 은하는 2개의 나선팔을 가진 은하다.
나선팔과 나선팔 사이 공간의 안쪽.
스페이스 캄 벨트(Space Calm Belt) 혹은 암흑 나선팔이라 불리는 그곳.
쾅.
콰콰콰콰.
오색으로 이루어진 기둥이 우주의 어둠을 가르며 사방을 휘저었다. 홍길동은 나타났다, 사라졌다, 혹은 수십, 수백 명으로 분열했다, 하나가 되었다 하며 오색 기둥을 피해 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주관으로 마련된 홍길동과 천일의 결투 장소.
영웅 등급 전투 능력 보유자가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곳으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가깝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일 뿐이다. 광속으로 날아서 간다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일.
‘촐랑촐랑. 촐랑촐랑. 도망 다니는 데 도가 텄군. 텄어.’
천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연신 오색무상 빛살검을 휘둘렀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말하길, 지금의 천일이라면 오색무상 빛살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지구를 두 동강 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한 번이면 행성 하나가 뚝딱.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지만 홍길동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분신술을 사용하며, 공간을 넘어 이쪽에서 저쪽으로 마음대로 이동하며 천일의 공격을 전부 피해 내고 있었다.
후후.
홍길동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색무상 빛살검의 강함은 홍길동이라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명중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어찌하면 좋을꼬.
홍길동은 난처했다. 이기려고 한다면 이길 수 있을 것이나, 이기는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져 줄 수도 없는 노릇.
선재로다, 선재야.
홍길동은 천일에게 결투를 신청했던 자신의 행동을 살짝 후회해 보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콰콰콰.
오색무상 빛살검은 계속해서 우주 공간을 가르고 있었다. 여기가 스페이스 캄 벨트가 아니었다면 공간이 쪼개져 폭발한다거나 했을 터였다.
척.
천일이 손을 멈췄다.
“지쳤나? 유감이로군.”
홍길동 역시 발을 멈추고 질문을 했다. 둘은 백여 km를 떨어져 있지만 홍길동의 목소리는 천일의 귀에 똑똑히 전해졌다.
대기라는 매질이 있는 행성 위도 아니고, 우주 공간에서 100km를 이동하여 똑똑히 전달되는 목소리라니.
“남자답게 한 방 대결로 승부를 보자.”
천일이 말했다.
천일의 목소리는 홍길동의 것과는 달리 100km 밖까지 이동할 수 없지만, 홍길동은 천일의 말을 들었다.
“무식하게 힘으로 승부를 보자는 것이렸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네. 자네의 그 무식하게 강하기만 한 검을 정면으로 받으면 천하의 나라도 버틸 재간이 없지.”
홍길동은 순순히 천일의 강함을 인정했다.
“그래서 계속 피하겠다 이거냐?”
천일의 질문.
“지쳤다면 패배를 시인해도 좋네.”
홍길동의 대답.
“패배? 내가?”
천일은 기가 막혔다.
“아니면 방법을 바꾸어 보는 것이 어떠한가. 이런 식으로는 죽을 때까지 공격한다고 해도 나를 잡을 수는 없을 거야. 너무 얕보지 말게나.”
홍길동은 그런 말을 하며 검지를 좌우로 움직였다.
“……!”
천일은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홍길동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지구 시간을 기준으로 결투가 시작되고 약 30시간. 그동안 천일은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사용하였지만 홍길동의 옷자락도 잡을 수 없었다.
거리와 공격 속도는 반비례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홍길동은 100km라는 거리를 지키고 있었고, 천일은 다가가며 공세를 펼쳤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와주겠습니다, 천일.―
천일의 어비스, 스타 소드를 통해 마왕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천일이 허락만 하면 이쪽으로 와서 어비스를 사용할 모양이었다.
그들의 어비스는 두 개가 모여야만 진실 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으려나. 진실 된 힘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고 싶긴 하지만. 음.’
천일은 갈등했다.
“노파심에서 말해 주겠네. 아직 나에게는 밑천이 많이 남아 있네. 지금까지 보여 준 것이 전부라면 실망할 거야. 겨우 그 정도로 지구의 영웅이라니 말일세.”
홍길동은 같잖다는 태도를 보였다.
“아, 그래. 그것참, 대단하네. 잘났다. 잘났어.”
천일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지. 지금까지 보여 준 것이 전부인가?”
홍길동의 의문.
“아니.”
천일은 즉답했다.
“그렇다면 얼른 밑천을 보이게. 내 생각에는 어떤 밑천을 보여도 나를 어찌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닐 수도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도록 하겠네.”
홍길동은 여유가 넘쳤다.
“지금 날 도발하는 거야?”
천일이 물었다.
“도발? 하수에게 그런 짓을 해서 무슨 이득이 있을까. 나는 단지 사실을 말한 것뿐이네. 자네의 밑천이 거기까지라면 나는 실망할 거야. 단숨에 승부를 내주지.”
“단숨에? 거리를 벌리고 싸우고 있던 네가?”
“아무래도 조금 보여 주어야겠군. 비겁해도 용서해 주게.”
홍길동은 그런 말을 하고는 분열하기 시작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촤촤촤촤.
천일의 주변에 있는 모든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운 홍길동의 분신들. 천일은 깜짝 놀라 검을 휘둘렀다. 그에 수십만의 홍길동이 사라졌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홍길동들이 손을 휘둘렀다.
그저, 그것뿐.
하지만 무형의 기운이 파도를 이루어 천일을 향했다. 하나하나를 보면 소드 마스터가 사용하는 검강 정도로 지금의 천일에게는 별것 아니었지만 숫자가 억 단위가 되니,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놀란 천일.
진(眞) 달무리 지옥빛살 전력 전개.
오색무상 빛살검이 없어지고 세상이 어둠에 잠겼다. 원래부터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 여겨질 정도의 어둠이 내려앉았다.
붕.
달이 뜨고 귀신들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무수히 많은 홍길동이 내쏜 무형의 기운들이 어둠과 귀신의 울음소리에 잡아먹히기 시작했다. 공간 그 자체가 천일의 편에 섰다. 하지만 홍길동은 상관없이 계속해서 무형의 기운을 쏘았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보겠다.
홍길동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10분 정도. 진(眞) 달무리 지옥빛살이 가장자리부터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귀신들의 울음소리가 흩어지고 달이 흔들렸다.
‘이게 전투 능력 5천만 갤런의 힘이라 이거지?’
천일은 이대로 가면 자신의 패배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돕겠습니다, 천일. 소환을.―
마왕의 의지가 천일의 귀에 흘러 들어왔다.
“도망칠 길은 없네. 어서 밑천을 드러내지 않으면 죽을 거야.”
홍길동의 목소리.
천일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천일은 쓴웃음을 짓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와라! 나의 방패여. 블루 아이즈!”
그리고.
콰아아아.
천일의 앞에 마왕이 등장했고, 그녀는 블루 아이즈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천일이 그 옆에 서서 스타 소드를 치켜들었다.
“……!”
홍길동의 안색이 굳어졌다.
“모든 별들의 의지여, 나에게 힘을!”
천일이 소리치고.
“해방! 진실 된 이름을 걸고 우리들의 적에게 철퇴를!”
마왕이 외쳤다.
고오오.
스타 소드가 푸른빛을 토하기 시작했고, 블루 아이즈의 눈이 황금색 서기에 감싸여 타오르기 시작했다.
“호오. 흥미롭구나. 음과 양이 맞물려 돌고 돌아 만물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로군. 네가 그렇게 나오겠다면 나도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오라, 삼태극(三太極) 오행천(五行天) 십이지신(十二支神)!”
홍길동이 외쳤다.
슈슈숙.
홍길동을 중심으로 천, 지, 인을 대표하는 세 명의 누군가가 등장하고, 그 바깥에는 화, 수, 목, 금, 토로 말해지는 다섯 명의 누군가가 등장하고, 그 밖으로는 열두 띠에 해당하는 누군가들이 등장했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하나의 세계.
하지만 곧 사라지며 홍길동의 손에 태양이라도 일격에 부술 수 있는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그와 동시에 천일의 검이 홍길동을 향했다.
번뜩.
소리도 없이 허공을 가르며 홍길동을 향하는 한 줄기의 빛.
홍길동은 그것이야말로 절대 멸망을 가져오는 파멸의 빛임을 알았다. 음양이 상생하여 만들어 내는 창조가 아닌, 음양이 상극하여 만들어 내는 파멸. 그것은 원리 그 자체이자 법칙이며 또한 에너지였다.
쾅.
굉음이 한 번. 그리고 천일은 검을 치켜들어 에너지를 모았다. 그에 홍길동은 급히 양손을 내저었다.
“졌다. 졌어. 그만두어라. 음양 상극 파멸의 힘을 남발해서 어쩌자는 것이냐. 내, 패배를 인정할 것이니 그쯤해라.”
홍길동의 외침.
척.
천일이 검을 거두었다. 동시에 마왕은 블루 아이즈를 귀환시켰다. 지구의 인간은 우주 공간에 그냥 존재할 수 없으나 마왕의 반쪽은 인간이 아니었다.
“음양 상극 파멸의 힘?”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마왕과 힘을 합쳐 두 어비스의 진실한 힘을 끌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홍길동의 수행 과정이나 이론을 알지 못했기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것이냐?”
홍길동은 똥이라도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몰라.”
천일의 대답.
“허허. 선재로다, 선재. 신선조차 멸할 수 있는 힘을 휘두르는 자가 그 이치를 모른다라.”
홍길동은 적지 않게 당황한 듯했다.
“신선조차 멸할 수 있는 힘? 그게 뭐야? 알아듣게 말해.”
천일의 항의.
“너희들이 말하는 연합의 그러한 존재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존재들은 특별한 방법이 아니면 죽지 않지. 죽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약점을 알아내거나 아니면 멸망의 힘을 사용해야 하는 법. 창조 상생의 이치를 거스르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지금 너희들이 사용한 것처럼 말이다.”
홍길동이 답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배울 수 있을까?”
천일의 부탁.
“허. 가르침을 구하는 태도치고는 뻣뻣하구나. 그것도 좋겠지. 일단 돌아가자꾸나.”
홍길동이 그렇게 말하고는 사라졌다. 천일은 그 즉시 근처에 대기 중인 연맹 함선에 연락하여 아틀란티스 월드로 귀환했다.
율도국 길동전(吉同殿).
홍길동은 천일의 의문을 풀어 주기 위해 한바탕 강연을 시작했다. 태초에는 하나가 있었고, 그것이 음양으로 나뉘어 어쩌고저쩌고.
이야기는 도가에서 출발하였지만, 서양의 고대 4원소설을 통과하여, 끈우주론과 평행우주론에 도달.
그런 후 슬쩍 U턴하여 진화론과 창조론을 들먹인 후.
남녀의 애정사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홍길동은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걸까? 참다못한 천일은 벌떡 일어나.
“그만.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 빛과 어둠이 화합하지 못하고 서로 반발하여 모든 질서와 이치를 뭉개 버린다는 거지?”
라고 물었다.
“허허.”
한바탕 웃은 홍길동은 ‘그냥 좀 듣게. 들어서 남 주나? 나 정도 되는 고수의 조언은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네.’라고 천일의 항의를 일축했다.
“……!”
천일은 발끈했지만 홍길동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어비스의 특수함을 접어 두면 천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홍길동을 이기지 못할 터였다.
때문에.
듣고 또 듣고, 들어야 했다. 마왕은 언제 왔는지 천일의 옆에서 홍길동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고, 어째서인지 가이르디슈도 있었다.
홍길동은 가이르디슈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늘어놓았다. 천일은 가이르디슈가 기분 상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가이르디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홍길동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