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02
102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2화)
1. 홍길동을 만나다―하(2)
홍길동의 강연은 3일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끝났다.
“여기까지다. 듣느라 수고가 많았다.”
홍길동의 맺음말.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간단한 이야기를 빙빙 돌려서 늘어놓기는, 거참.”
천일의 반응.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야말로 지름길인 경우가 많지. 그걸 모르기 때문에 자네가 아직 그 모양임을 자네는 모르고 있어.”
홍길동의 반론.
“뭐?”
천일이 인상을 찌푸렸다.
“거기까지입니다, 천일.”
가이르디슈가 끼어들었다.
“응? 아, 너도 있었지. 그래, 무슨 일이야?”
천일이 시선을 돌려 가이르디슈를 바라보았다.
“말하기 어려운 부탁을 하려고 왔어요.”
가이르디슈는 그런 말로 슬쩍 천일의 주의를 끌었다.
“말하기 어려운 부탁?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천일이 반감을 드러냈다. 가이르디슈가 저런 소리를 할 때는 뭔가 더 있을 터이기 때문이었다.
“어비스를 반납해 주길 바라요. 천일 당신의 어비스만이 아닙니다. 마왕의 것도 함께 부탁해요.”
가이르디슈가 말했다.
“왜?”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율도국 수장 홍길동이 말한 것처럼, 이천일 당신과 마왕의 어비스가 가진 진실한 능력은 은하 연합 구성원들 죽일 수 있는 무기입니다. 우리들과 그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조약을 맺고 있어요. 그 안에는 서로를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무기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 빛과 어둠이 서로를 제압하고 공격하여 만들어지는 현상을 통해 모든 파멸로 이끄는 그 힘은 우리들에게도, 그들에게도 위협적인 힘입니다. 여기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어요. 그 힘이 당신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고유 능력이라면 또 모릅니다. 하지만 어비스를 통해서 발현되는 것이라면 안 돼요. 알겠지만 존재하는 모든 어비스의 정보는 연맹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됩니다. 당신과 마왕은 특별한 존재이고 특별한 관계이니만큼, 다른 누군가가 정보를 알아낸다 해도 진화시킬 수 없겠지만, 존재 그 자체가 그들에게는 부담이에요. 항의가 들어왔어요. 그에 연맹 최고 의회는 당신들의 어비스를 파기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일단 반납해 주세요.”
가이르디슈가 말했다.
“우리들의 힘이 그렇게나 위협적이야?”
천일의 의문.
“네. 블랙홀도 지워 버릴 수 있습니다.”
가이르디슈의 예시.
“블랙홀을 지워 버릴 수 있다? 그거 좋은 거 아냐?”
천일은 순수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닙니다. 블랙홀은 존재하여야 합니다.”
“왜?”
“블랙홀은…… 우주와 우주를 잇는 통로의 문 같은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우주들은 적정량의 엔트로피를 유지합니다. 인위적으로 없애면 안 되는 것입니다.”
“다른 우주면, 평행 우주?”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게 뭐야?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니.”
“지구인들의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생성은.”
그렇게 시작한 가이르디슈의 강연.
이번에는 5일이라는 시간을 잡아먹었다. 홍길동은 옆에서 흥미롭게 듣고 있었고, 천일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성질 같아서는 일어나고 싶었다.
그럼에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깨달음 같은 것이 잡힐 듯 말 듯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에 와서도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런 것이 있다면 반드시 얻어야 하는 것이었다.
“질문!”
천일이 소리쳤다.
“질문인가요? 말해 보세요.”
가이르디슈가 받았다. 곁에 있던 홍길동도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뭐지?”
툭 하고 던진 천일의 의문.
“…….”
“…….”
가이르디슈도, 홍길동도 천일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우리가 뭐냐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주의 생성 이론이나 그런 것은 어쨌든. 우리들은 생각이라는 것을 하잖아. 우리의 몸은 유기물질로 만들어져 있다. 물질이라는 소린데. 우리들은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있어. 의지와 생각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야. 현상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천일의 의문.
“하! 하! 하!”
홍길동이 웃었다.
“그건 알아서 넘어야 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말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가이르디슈의 대답.
“논란이 많은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섣불리 단정 지을 수도 없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홍길동의 반응.
그리고 가이르디슈와 홍길동이 선문답 같은 것을 나누었다.
“에라이.”
천일이 신경질을 부렸다.
그 이야기의 끝에.
파앗.
가이르디슈의 몸이 황금빛으로 변화하였다.
“선을 넘으려는 모양이로군.”
홍길동의 중얼거림.
―선 자체는 오래전에 넘어 있었어요. 망설임이 있었을 뿐이죠.―
울리는 가이르디슈의 목소리.
“뭐야?”
천일의 의문.
“우화등선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그저, 고집이 있었을 뿐이지.”
홍길동이 설명했다.
“우화등선. 은하 연합의 일원이 된다는, 그거?”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그동안 신세 많았어요. 나는 이제부터 진실한 의미의 여신 가이아가 되겠습니다. 홍길동, 그대에게 감사를 표하겠어요.―
팟.
가이르디슈의 몸에서 황금빛의 무언가가 솟구쳐 하늘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가이르디슈의 몸은 부서져 사라지기 시작했다.
“갔군.”
홍길동의 중얼거림.
“……!”
천일은 놀라서 뭐라 말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리 멍하게 있지 말게나. 그녀는 갔네. 완전히 사라졌지. 아무래도 좋은 일이야. 그럼, 이야기를 듣지. 나에게 정확히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 말해 주게나.”
홍길동이 화제를 돌렸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태도네. 쉽게 넘어가도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천일은 의문을 느꼈지만.
“응, 좋아. 내가 하려는 일은 말이야.”
어찌 되었든 화제를 돌려 홍길동에게 원하는 바를 설명했다.
“그런 것인가? 이해했네. 하지만 어려울 거야. 나는 네 녀석의 이상에 동의를 하고, 지구인과 우주인의 접촉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네. 이를테면 그래. 달마가 그렇고, 도로시가 그렇지. 오딘과 아더는 중립이고. 잔 다르크는 말만 잘해도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태상노군이지. 그는 우리들과는 시작점이 전혀 다르네. 완전히.”
홍길동은 자유 진영 일곱 신비의 다른 수장들에 관해 말했다.
“태상노군? 태상노군이면 그…… 신선 아냐? 신선. 들어 본 적은 있어. 엄청 유명하잖아.”
천일의 의문.
“우리들 일곱 중 여섯은 인간에서 시작하여 신선이 될 수 있지만 되지 않은 존재이네. 하지만 태상노군만은 달라. 그는 원래 신선이었다가 반선으로 내려와 존재하는 거라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지.”
홍길동이 말했다.
“어떤데? 자세하게 설명해 줘.”
천일의 의문.
“내가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기보다는 직접 만나 보는 것이 좋을 거야. 그전에 다른 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겠다만. 태상노군에 관한 이야기는 그다음에 하도록 하지.”
홍길동이 슬쩍 화제를 돌렸다.
“그럼, 그 사람 빼고 다른 존재들에 대해 설명해 줘. 간략한 것이라도 좋아.”
천일 역시 그런가 보다 하고 화제를 돌렸다.
“거절이네. 타인의 입을 통해 들은 정보를 가지고 얼마나 진실 되고 또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겠나. 직접 가서 만나 보게. 도로시나 잔 다르크는 자네에 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니. 만나려면 어렵지 않을 것이야. 나는 자네가 그들을 전부 만나 볼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네.”
홍길동이 말했다.
“…….”
천일은 어이가 없었다.
“이거 하나만 가르쳐 주도록 하겠네. 우리들은 모두 공통적인 상처를 가지고 있네. 그렇기에 자유라는 탈을 쓰고 계속 세계를 방관하고 있었지. 인간들의 울음을, 외침을 모른 척했네. 그렇지만 우리들이 인간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네. 미워했다면 진작 어둠의 진영으로 갔겠지. 우리들 중 하나라도 그런 선택을 하였다면 역사의 흐름은 크게 변화했을지도 모르네만. 이제 와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 할 수 있겠지. 너무 신경 쓰지 마시게. 나는…… 외계 존재들에게 지구의 영웅이라 인정받은 자네를 믿기로 했으니. 그들 가운데도 분명 있을 것이야.”
홍길동은 그렇게 말하고는 12재녀 중 일곱 번째 신기루, 주희를 불렀다. 이제 돌아가라는 뜻이었다.
“가도 되는 겁니까?”
마왕이 천일에게 물었다.
“응, 괜찮아.”
천일이 답했다.
그리고 천일과 마왕이 등을 돌린 순간.
“빠른 시간 내에 국수 좀 얻어먹었으면 좋겠네. 마음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신방을 차리게. 밤이 길면 꿈도 많은 법이니. 원한다면 주례 정도는 서 주겠네.”
뼈가 담긴 홍길동의 조언이 물러가는 천일과 마왕의 청각을 파고들었다.
화끈.
얼굴을 붉히는 마왕과.
후후.
쓴웃음을 짓는 천일.
홍길동은 그런 둘의 반응을 알기라도 하듯 한바탕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앞서 인도하던 주희는 놀란 얼굴로 걸음을 멈춰서는 천일과 마왕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설마, 아직이야?”
의미심장한 의문.
“시끄러.”
천일과.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
마왕의 반응.
“대단하다. 정말 징 하다. 너희 둘 알고 지낸 지 오래됐잖아. 진왕이니 뭐니 하더니. 신방 아직이라니. 말도 안 돼.”
주희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남녀 간의 문제는 누가 뭐라고 해서 될 일이 안 되고, 안 될 일이 되지도 않음을 알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