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04
104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4화)
2. 다국적기업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줄여서 H.D.T(2)
천일은 생각한다. 마왕과 자신에 관한 것. 홍길동이 슬쩍 던진 화두. 국수를 먹여 달라. 다시 말해 결혼.
결혼.
힐끔 곁눈질을 했다. 마왕의 얼굴에는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표정이 없었다. 더 이상 갑옷은 입고 있지 않지만 그녀의 행동거지에는 위세와 기품이 있었다.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천일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틀란티스 월드의 눅눅한 회색 천공이 눈에 들어왔다. 빛이 있으면 낮이고, 없으면 밤인 세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천일.”
마왕이 물었다.
“으, 응? 아니, 아니야.”
서둘러 부정한 천일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시선을 피했다. 문득 웨딩드레스를 입은 마왕을 떠올려 버린 것이다.
누군가의 남편이 되고,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는 일.
이전의 삶에서는 생각해 본 적 없고, 지구에 태어나서는 통속적인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해서 도달하는 결혼은 생각해 본 적 없으니까.
그저.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
공부를 열심히 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을 잡으면 얻을 수 있다고 말해지는 것들.
의심한 적은 없었다.
“홍길동의 말 때문입니까? 그거라면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당산의 검입니다. 소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여자를 얻는다고 해도 저는 당신의 검입니다. 그러므로 괜찮습니다. 그저 옆에 있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마왕은 담담해 보였다.
“아냐.”
힘없는 천일의 중얼거림.
“무엇이 말입니까.”
마왕이 물었다.
“아아. 그저, 나는 결혼을 아마,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천일이 답했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왕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에게 결혼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새콤달콤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제물로 진왕을 선택하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때문에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등장하고 나서는 더욱 그러했다.
“…….”
잠시간의 침묵.
둘은 지금 율도국을 나서서 걷고 있었다. 서포트 시스템을 사용하면 그들의 보금자리로 이동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천일, 나는 인간이 아닙니다.”
마왕이 툭 말을 던졌다.
“넌 인간이야.”
천일이 답했다.
“반은 그렇습니다. 나머지 반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사실. 부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마왕은 강하게 천일의 답을 잘라 버렸다.
“…….”
천일의 침묵.
“그래서 인간들이 말하는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저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아가씨는, 제가 그녀를 아가씨라 불러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천일의 여동생 연아가 들려준 이야기는 조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상대의 시선을 나에게만 묶어 둔다라거나, 밀고 당기기라거나. 인간들은 그러한 부분들을 연애의 기술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마왕은 거기에서 말을 잠깐 멈추었다. 천일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하하.”
천일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통속적인 연애나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천일과 제가 걸어야 할 길도 분명 그렇겠지요. 그러니 괜찮습니다. 저는 당신의 검입니다. 그 사실은 제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마왕의 결론.
“거참.”
천일은 그렇게밖에는 반응할 수 없었다. 마왕이 싫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아직은 잘 이해할 수 없을 뿐이었다.
전생을 기억하지 못했다면 이렇지는 않았겠지만.
불행히도 천일은 전생을 기억하고 있었고, 거기에서 형성된 가치관이 뇌리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었다.
“천일은 어떤 여자가 좋습니까? 스타일 같은 것 말입니다.”
마왕이 툭 화제를 바꾸었다.
“몰라.”
즉답.
천일의 입은 5초도 걸리지 않아 답을 내놓았다.
“모릅니까?”
마왕의 의문.
“몰라. 그런 것…… 생각해 본 적 없어.”
천일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마왕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천일은 이전의 삶과 이번의 삶을 합해 천여 년에 해당하는 세월을 살았다.
이상형이 없다고 한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동시에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의 편지를 떠올렸다.
너무나 원초적이어서 미성년자는 몰라야 하는 이야기들.
“우리, 결혼할래?”
천일이 질문을 던졌다.
“……!”
마왕은 깜짝 놀랐다.
“아. 음. 너무 갑작스러우려나.”
천일의 얼버무림.
“진심입니까?”
마왕이 물었다.
“응. 괜찮다고 생각해.”
천일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마왕은 조금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조금은 설레었다.
싱숭생숭한 이야기.
“…….”
마왕은 답을 낼 수 없었다. 그저 생각들이 마음을 헤집고 있을 뿐이었다. 천일은 마왕의 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입을 꾹 다물고 기다리고 있었다.
삑.
분위기 깨는 소음이 있었다. 천일에게 통신이 들어온 것이었다. 발신인은 빈센. 그는, 아니 그녀는.
“율도국에서 일 끝났나? 그렇다면 빨리 와라. 손님이 와 있다.”
라는 말을 했다.
“손님? 누구?”
천일이 질문을 던졌다.
“위치 힐의 수장, 도로시. 대마녀 도로시다. 그녀를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마라.”
빈센은 그렇게 메시지만 전하고는 통신을 끊었다.
‘대답 아직 듣지 못했는데.’
천일은 마왕을 힐끔 쳐다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빠른 대답을 요구할 만한 사안이 아님을 깨달았다.
“…….”
마왕은 뭔가를 생각 중인 듯 말이 없었다.
“일단 팀 저택으로 돌아갈까? 대답은 기다릴게.”
천일이 그런 말을 하고 순간이동을 준비했다.
“……!”
마왕은 놀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저쪽이 우선임을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마녀는 집시에서 시작했다.
돌려 말해 마녀로서 혹은 그와 유사한 재능을 가진 자들이 고향을 등지고 방랑길에 올랐고, 그들이 모여 집단을 이룬 것이 집시다. 그들 가운데서 탄생한 것이 마녀라는 소리다.
대마녀 도로시는 선택적 미래 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완전 미래 예지 능력에 비해 적중률은 떨어지지만 훨씬 많은 일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말은 해도 따지고 보면 점이다.
타로 카드.
집시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점술 도구이지만 마녀들의 것은 집시들의 것보다 조금 더 특별했고 뛰어났다. 도로시의 경우 수경(水鏡)이나 수정구도 사용했지만 어쨌든. 대충 그런 이유로 도로시는 타이밍을 쟀다가 천일을 찾아올 수 있었다.
용건은 세 가지.
하나는 자신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위치 힐에 대한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지구의 운명에 관한 것이었다.
자유 진영 일곱 신비라 불리는 집단들 중 하나인 위치 힐.
마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일반 사회와 섞이기를 갈망했다. 시작부터 일이 꼬여 위치 힐이라는 이상향을 만들어야 했지만, 그들의 소망은 지금도 동일했다. 바깥세상에 나가고 싶다. 사람들의 도움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 인정받고 싶었다. 자신들은 ‘악’이 아니라고. 사람들에게 분명 도움이 된다고 하는 점을 말이다.
위치 힐에 속한 자들 중에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자들도 있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았고, 지금에 와서는 그들 스스로가 위치 힐을 떠나 소속을 바꾸어 버렸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니까 뭐야. 마녀가 일반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이거야?”
천일이 물었다.
대마녀 도로시는 자신이 천일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 대해 어떤 거부감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조건이 있을 뿐이다.
마녀, 마남, 그리고 위치 힐에 속해 있는 일반인들.
위치 힐에 속해 있다는 것은 지금 당장 마녀, 마남이 아니라도 어느 날 그렇게 될 수 있으며, 혹은 마남, 마녀인 후손을 가질 수 있다는 뜻.
도로시는 천일이 그들의 사회적 신분 등을 보장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천일의 수하가 되겠다고 자청하고 있었다.
“지금 시대, 외계인들에게 지구의 영웅이라 인정받은 당신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도로시가 말했다.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게. 음.”
말을 하려던 천일은 잠시 말을 끊고 생각에 잠겼다. 도로시의 제안은 매력적이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사회적 신분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위치 힐에는 40만 정도의 마남, 마녀들과 80만 정도의 일반인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물론 일반인이라고 해도 진짜 일반인은 아니에요. 어느 날 갑자기 마남, 마녀가 될 수도 있고, 죽을 때까지 각성하지 못하는 대신 그들의 아들―딸 혹은 손주가 마남, 마녀일 수 있어요. 내가 바라는 것은 우리들의 힘이 악마의 것이라 단정 받아 공격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거예요.”
도로시는 사람들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위치 힐에 속한 자들이 100만이 넘고, 삼분의 일은 마녀, 마남으로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바깥세상 사람들 전부를 이길 수는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원하지도 않고.
그런 일을 하는 자가 있다면 손수 처벌을 내릴 생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천일에게 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오랜 시간을 거쳐 그러한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는 중세 유럽 마녀사냥이 있었다.
“악마의 힘이라. 하지만 이제는 괜찮지 않아? 외계인도 등장했고, 능력자들도 슬슬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던데.”
천일이 슬쩍 의문을 표했다.
“확실히 인정받는 분위기이기는 해요. 하지만 아니에요. 그들은, 사람들은, 그 너머에 있는 자들은 만 가지 일을 잘해도 한 가지 꼬투리가 있다면 그것을 잡아 우리들을 ‘악’으로 지명할 것이 분명해요. 지구 독립 위원회 같은 자들도 있고요.”
도로시는 아틀란티스 월드 내에 있지만 아틀란티스 밖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대강은 알고 있었다.
“……!”
천일의 안색이 굳어졌다.
“옛날에도, 그 옛날에도 권력을 가진 자들은 새로운 바람이 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당신이 외계인에게 영웅으로 인정받았다 해도 지구인들 모두에게 영웅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에요. 돈이 많은 자들, 권력을 손에 쥔 자들,그들이 조용한 이유는 외계인들이 보여 준 막강한 힘과 아틀란티스 월드라는 특수한 세계 때문이죠. 당신은 인정해야만 해요. 몇몇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 지구를 말아먹을 수 있다는 점을.”
대마녀 도로시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나는 지구인들에게 영웅으로 인정받을 생각 없어.”
천일이 말했다.
“인정받을 생각이 없다?”
도로시는 살짝 말꼬리를 올려 의문을 표했다.
“회사를 만들고, 기관을 하나 만들 뿐이야. 모든 지구인이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갈 필요는 없어.”
천일이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도로시가 물었다.
“지구인이 우주로 나가기 위해서는 나의 허락이 필요해. 자격 같은 거지. 그게 없으면 우주로 나간다 해도 의미가 없어. 무허가 우주인으로 분류되어, 연맹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더군. 죽거나 노예가 되어도 불평할 수 없다던가.”
천일이 설명했다.
“……!”
도로시의 안색이 굳어졌다.
“내 허락이라고 해도, 비자 같은 것이라더군. 그걸 가진 자만이 연맹에서 ‘지구’ 행성 출신으로 인정한다는 거야. 내 허락을 받고 우주로 나간 자가 말썽을 피워 문제를 만들면 나에게 책임이 돌아오지. 난 그걸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야. 내가 지구의 영웅이랍시고 각 나라들을 압박하는 것보다 낫다고 봐.”
천일이 설명을 보탰다.
“그런 시스템이라면 더욱 나의 힘이 필요하겠네요. 지구의 영웅씨.”
도로시의 입가에 고양이 같은 미소가 새겨졌다.
“도와줄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무엇보다 문제는 지구 출신이라는 점을 걸고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을 뽑는 일이지. 그것 때문에 홍길동과도 만났어. 협조는 구해 두었지만, 가능하다면 자유 진영 일곱 신비 주인들 모두의 도움이 필요해.”
천일이 말했다.
“그래서요?”
도로시가 슬쩍 좀 더 말해 보라고 쿡 찔렀다.
“내가 만들 회사. 베베가 열심히 만들고 있겠지만, 그 회사는 기본적으로 다국적이고 중립이야. 국가, 종교 등의 분쟁에 절대 관여하지 않아. 본사는 달에 세울 생각이고, 아틀란티스 월드는 교육 기관이자 시험장으로 활용할 거야. 말하자면 이런 거지. 지구인 가운데 입사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우리 회사의 사무실을 찾아오고, 그들은 아틀란티스 월드로 이동하여 일정 기간 체류하게 돼. 그것을 토대로 우리는 그 사람이 우주로 나아갈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거야. 뽑힌 자는 달에 있는 본사로 이동. 연수를 받은 후 우주선을 지급받는다. 대충 이런 시스템이야.”
홍길동에게도 말한 천일의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