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05
105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5화)
2. 다국적기업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줄여서 H.D.T(3)
“단지 그것뿐이에요? 나에게 맡기고 싶다는 일이?”
도로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지 그것뿐이라니. 룰을 어기는 자를 처벌하거나 우주 괴물들과 싸우는 일도 해야지. 실질적인 처벌은 이쪽에 있는 마왕이 담당하겠지만, 누구를 무슨 죄목으로 처벌할 건지 결정하는 일은 사람들이 하게 될 거야. 그것이 기관이고. 아틀란티스 월드에서만이 아니라 허튼수작 부리는 국가, 단체들에 관한 일도 처리해야 할 테니. 쉽게 생각하지 마.”
천일의 엄포.
약방에 감초처럼 빠지면 섭하다는 식으로 곁에 있는 빈센이 툭 끼어들었다.
“그런 일이라면 나도 하겠다.”
라고.
“넌 빠져. 영웅 등급도 아니잖아. 다른 일 시켜 줄게.”
천일이 화제를 바꾸었다.
“……!”
빈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짐짝 취급하는 것이 불쾌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은 아직 대마녀 도로시와 동급으로 놓일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최종적으로 그 회사에 일원이 된다는 뜻이군요. 그 회사의 직원은 우주로 나아갈 수 있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각 나라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 잘 이해했어요. 그 회사라는 것을 일반 사회에 정착시키는 것이 문제로군요.”
도로시는 한눈에 핵심을 잡아냈다.
“미끼만 그럴듯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천일이 슬쩍 그런 소리를 했다.
“미끼라면, 힘? 아니면 기술?”
“둘 다.”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는 도태되겠네요.”
“그건 뭐…… 될 대로 되겠지. 거기까지 내가 어떻게 해 줄 수는 없어. 게다가 분쟁에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야. 관여한다고 해도 방어적인 측면에서만이야.”
“그 방어적인 측면에 지구의 영웅인 당신이 나서겠다. 그런 뜻인가요?”
“꼭 나일 필요는 없지. 친구를 수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잖아. 안 그래?”
“그것도 그렀네요.”
“나는 지구상의 분쟁에는 나설 생각이 없어. 이리저리 바쁠 테고. 게다가…… 지구에는 숨어 있는 외계인들도 많이 있어. 그들의 눈도 생각해야지.”
“지구에 숨어 있는 외계인이 많다?”
“응. 몰라? 신수라고 불리는 존재들 본래 외계인이라던데.”
“아.”
“그러니 어떻게든 되겠지.”
“이해했어요. 좋아요, 지구의 영웅인 당신의 수하가 되어 드리죠.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도로시가 화제를 바꾸었다.
“무슨?”
천일이 물었다.
“홍길동과 재주를 겨루었나요? 그자의 협조를 얻는 것은 어려웠을 거예요.”
말을 흐리는 도로시.
재주를 겨루었다, 결투를 했다면 그 결과를 알고 싶은 모양이었다. 천일은 잠시 생각을 하다 쓴웃음을 지으며.
“졌어.”
솔직하게 답했다.
“호호. 역시 그런가요.”
“응.”
“그런데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네요.”
“응, 있어.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이야.”
천일은 슬쩍 말을 돌렸다. 자신과 마왕의 어비스가 만들어 내는 진실한 힘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승천한 존재는 그녀겠죠? 빛의 수호자.”
도로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화제를 바꾸었다.
“빛의 수호자?”
“가이르디슈라고 하던데요. 우리는 그녀를 그렇게 불렀어요. 빛의 진영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였으니. 빛의 수호자라고.”
“아, 그렇군. 맞아, 승천했어.”
“놀랍네요. 설마 했지만 정말 그녀가 승천을 선택할 줄은. 그녀라면 언제든지 승천할 수 있었지만 미련이 많아서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엇이 그녀를 승천할 수 있게 만든 걸까요? 조금 궁금하네요.”
도로시의 의문.
“글쎄.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라서.”
천일이 말했다.
“그럼 마지막 용건을 꺼내도록 할게요. 잘 들어 주세요. 지구에게 내려지는 최후의 시련일 수 있어요.”
도로시는 그런 말로 천일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최후의 시련?”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네. 그들이 부활하려고 해요. 잊혀진 ‘죄악들’이라 불리죠.”
도로시의 입에서 잊혀진 죄악들이라는 문구가 나오는 순간, 빈센과 마왕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잊혀진 죄악들? 그게 뭐야.”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이에 마왕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천일도 알고는 있을 겁니다. 7대 죄악. 오만의 루시퍼, 음욕의 아스모데우스, 질투의 레비아탄, 격노의 사탄 같은 것들. 그것들은 사람들과 역사가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그들은 전부 원형이 되는 존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아주 오래전 그러한 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승천하여 개념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그들만의 법칙을 통해 비존재로 올라선 것입니다. 그 법은 한동안 사람들 사이에 숭배되었고, 그 때문에 그들의 법을 따라 많은 자들이 승천하였습니다. 그 모두를 통틀어 우리는 잊혀진 죄악들이라고 부릅니다.”
끄덕.
곁에 있는 빈센이 긍정을 표했다.
“그들이 부활한다고? 이제 와서?”
천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의문에는 마왕도, 빈센도 답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도로시가 나섰다.
“균형이 깨어진 탓이에요. 그들을 부활시킬 수 있는 집단들은 오래전부터 상당수 존재했었어요. 하지만 하지 않았죠. 그런 일을 하지 않더라도 적당한 대립과 의견 조율 거쳐 만족할 만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막강한 외계인 무리가 등장한 거예요.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그들이 인정한 지구의 영웅, 당신이죠. 그래서 그들은 최후의 카드를 뽑았어요.”
“어이가 없군.”
천일의 반응.
“하지만 의미는 없을 겁니다.”
마왕이 말했다.
“동감이다. 낡아 빠진 악마들 따위. 지금이라면 나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빈센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건 어려울 거예요.”
도로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려워?”
천일의 의문.
“최근 들어 보이는 카드 배열을 보면, 그것들 자신의 원형이 등장한다고 되어 있어요. 맨 처음 승천한 존재들이 강림한다는 거죠. 물리적으로 보면 그들은 약해요. 거기 있는 마왕과 한때 빛의 진영 톱이었던 더 홀리 나이트라도 그들을 처리할 수 있어요. 문제는 그들의 진정한 힘은 물리적인 힘에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그들이 가진 영향력. 강인한 방어력을 가진 인간의 정신에 침투하여 영향을 주어요. 비틀어 왜곡시키죠. 그들은 아예 부활을 하지 말아야 해요.”
대마녀 도로시가 말했다.
“누가, 어디서 그런 짓을 하지?”
천일의 질문.
“그건 몰라요. 분명한 것은 아틀란티스 월드 안쪽과 바깥에서 그런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거예요. 동시 다발적이죠.”
대마녀 도로시가 말했다.
“아틀란티스 월드 안쪽에서도? 그건 어디에서 어떻게 벌어지는지 알아?”
천일이 물었다.
“대충은요. 하지만 현명한 생각이 아닐 수 있어요. 그것들이 아틀란티스 월드 내에서 부활한다면 영향력은 아틀란티스 월드로 한정될 테고. 죽지 않는 세계인 만큼 상대하기도 수월할 거예요. 문제는 밖이죠. 더구나 천일, 당신에게는 할 일이 있어요.”
도로시가 갑작스레 화제를 바꾸었다.
“나에게 할 일? 무슨?”
“당신은 조금이라도 빨리 자유 진영 일곱 신비 수장들의 협조를 얻어야 해요. 그것이 가장 급해요.”
“어째서?”
천일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그게 전부예요. 그 말을 따르는 것도, 따르지 않는 것도 당신의 몫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태도 당신의 책임이에요.”
도로시는 새침했다. 마치 천일을 시험한다는 느낌이었다.
“……!”
천일은 놀랐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그럼 그렇지. 어째 술술 넘어간다 했다.’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생각은 길지 않았다.
“마왕, 빈센, 도로시를 도와 아틀란티스 월드 내에서 놈들의 부활을 획책하는 것들을 처리해 줘. 그런 녀석들은 지옥에 가도 싸.”
천일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끄덕.
마왕이 답했고, 빈센이 긍정을 표했다.
“나는 로얄 가든으로 가지.”
천일은 아직 만나 보지 못한 다섯 명의 수장들 중 하나인 로얄 가든의 주인 잔 다르크를 만나 보겠다고 선언했다.
씨익.
“좋아요. 모든 것은 당신의 뜻대로. 지구의 그리고 나의 영웅, 천일.”
도로시는 그런 말을 하며 과장스레 허리를 숙였다.
엔더스는 베베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베베는 엔더스를 꼬맹이 취급할지 몰라도.
50년 전만 해도 엔더스는 유럽에서 알아주는 헌터였다. 악마와 귀신을 비롯하여 인간이 아닌 것들, 주로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상대해 왔다. 검술과 사격술은 물론이고 엑소시즘에도 조예가 있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기준. 전투 능력 ‘갤런’을 들이대면 5천도 넘지 못할 테지만 그는 많은 적들을 물리쳤다.
그는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 내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활동했기에 빛이나 어둠에 속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베베와도 몇 번 싸운 적이 있었다. 베베의 입장에서는 그저 귀찮을 뿐이었지만, 엔더스에게 베베는 반드시 물리쳐야 할 적이었다. 그래서 한 번 정도 베베는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
시간은 흘러.
나이를 먹은 엔더스는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야만 했고, 대신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다. 그런 덕에 지금은 헌터 조직을 이끄는 우두머리가 되어 있었다.
스스로 겪은 것, 사방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모아 알게 된 것. 경험과 지식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사실 여기에 오게 된 이유. 그러니까 예지 능력자 글리엠에게 경고를 받고 베베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만 해도, 어째서 흡혈귀 따위와 손을 잡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베베는 한때 그에게 있어 물리쳐야 할 적이었고, 한 번 정도 죽음 직전까지 몰아세운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베베가 강해졌다고 해도 엔더스가 알고 있는 불편한 미래를 막아 낼 정도는 아닐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베베를 만나 보겠다고 판단한 것에는 글리엠과 여타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사실.
엔더스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을 외계인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빌어먹을 것이 많으니까, 빌어먹을 것들의 속임수일 수도 있었다. 때문에 상황을 두고 보자는 입장에서 조직원들을 단속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은 엔더스가 이끄는 조직만이 아니었다. 여러 조직들이 비슷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약 한달 전.
아틀란티스 월드가 등장한 이후, 바깥 사회는 초자연현상 혹은 인간이 아닌 것들에 의한 피해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서서히 세계는 평화로워졌다. 그러다 한 달 전부터 사건의 숫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먼저.
폴터 가이스트 현상을 동반한 빙의 현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소규모 자연 재해와 기후 변화도 증가했다. 그에 맞춰 안티 외계인 과격 단체들이 마구 생겨나며 성명을 발표하고 활동을 개시했다.
주술과 마술 등을 이용한 테러가 사방에서 발생하고.
초능력, 마술, 마법 등을 ‘악’이라 규명하고 정의를 외치는 인간들이 등장하고.
엔더스는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결과, 믿을 수 없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그것을 친애하는 예지자 글리엠이 인정했다.
글리엠은 초월적 존재와 교통하여 미래를 보는 능력자였다. 완전 미래 예지 능력이나 선택적 미래 예지 능력과는 전혀 것으로.
노바 스페이스 연맹식으로 말하자면 은하 연합에 속한 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자라는 소리다.
대충 그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