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06
106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6화)
2. 다국적기업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줄여서 H.D.T(4)
즉.
엔더스는 억지로, 마지못해, 베베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러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베베의 위엄(?)을 목격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이해할 수가 없구나. 겨우 이런 전력으로 본녀가 있는 이 저택을 공격하다니.”
베베의 의문.
그녀는 화염이 되어 주변을 한 번 도는 것만으로 적을 전멸시켰다. 전멸이라고 해도 죽인 것은 아니다. 무력화시켰을 뿐이다.
지금의 베베는 천일의 오른팔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부탁이 있다. 힘을 빌려 다오. 정보를 주겠다.”
엔더스가 소리쳤다.
“정보? 무슨 정보를 말하는 것이더냐. 본녀도 정보망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야. 소소한 일로 빚을 질 수는 없는 법. 필요 없느니라.”
베베는 오만했다.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엔더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품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
“그것이 무엇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베베가 물었다.
“보면 안다.”
엔더스가 답했다.
“자신 있는 모양이구나. 가지고 올라오너라. 일단 보자꾸나.”
베베는 그렇게 말하고는 창가에서 물러났다. 기대는 없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다른 이유도 있었고.
달칵.
엔더스의 USB가 베베의 노트북에 꽂혔다.
“우리는 사람들의 평화와 안녕을 원할 뿐이다. 다른 것은 없다.”
엔더스가 말했다.
“금전적인 지원은 필요 없는 것이더냐? 실은 우리도.”
거기까지 말하던 베베의 안색이 굳어졌다. USB를 꽂자 자동으로 프로그램이 실행되어 화면에 세계지도가 떴기 때문이었다.
1분 정도 베베는 말없이 화면을 주시했다.
“이것이 정말이더냐?”
베베의 질문.
엔더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베베의 안색이 굳어졌다. 사태가 매우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벨제브브나 아스타로트, 그런 놈들만 부활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잊혀진 죄악들을 전부 부활시켜서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구나.”
베베는 한숨을 쉬었다.
세계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점은 전부 해서 666*666개였다. 443,556개의 점. 44만 3천 556개의 제단.
제단 하나는 악마 하나의 부활을 뜻하며, 악마란 승천한 악인을 말했다. 그들을 부활시키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한 일.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이에 관여하고 있는 인간의 수는 1,000만에 육박할 터였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
아틀란티스 월드에 쳐 박혀 있던 베베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점은 혼자서 이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도움이 필요하구나. 도와주겠느냐? 도와준다면 보상이 있을 것이야.”
그래서 베베는 엔더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돕지. 그러기 위해 왔다.”
엔더스가 준비되어 있던 답을 내놓았다.
“흡혈귀와 손을 잡을 수 있겠냐고 묻는 것이니라. 본녀는 이 일을 처리함에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니라. 물론 살인은 가급적 자제하겠지만 현장의 일을 일일이 알 수야 없는 일. 더구나 이런 규모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 무슨 방해가 있을지 모르느니라.”
베베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쪽이야말로. 인간인 우리들의 피를 빨지 마라.”
“죽지는 않을 것이야. 알지 않느냐. 본녀는 옛날부터 공생을 원했느니라. 원한다면 피를 빠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수도 있느니라.”
“……!”
“조금 빨린다고 죽지는 않느니라. 이쪽이 피를 주입하여 흡혈귀로 만들지 않고 과도하게 피를 빨지만 않으면, 공생하는 것도 가능한 일. 본녀는 그러한 일을 흔쾌히 허락한 인간을 알고 있느니라. 너와 네 부하들에게 그런 각오가 있는지 모르겠구나.”
“믿지.”
엔더스가 답했다.
“믿는다 했느냐? 옛날에는 믿을 수 없다고 팔팔 뛰었지 않느냐.”
베베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큭큭.”
“어째서 웃는 것이지?”
“우리는 언제나 목숨을 걸고 있다. 흡혈귀가 되는 것은 치욕스럽긴 하다만 그런 것. 이번 일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 이것이 헌터의 각오다. 흡혈귀.”
엔더스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답했다.
“호오. 그거 좋구나. 마음에 든다. 예전부터 네 배짱 하나는 마음에 들었느니라. 흡혈귀와 헌터의 공동작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다만 이것도 좋겠지.”
베베는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자리를 하나 마련했다. 예비용 노트북을 하나 가져와 엔더스에게 주었다.
그렇게 유럽 헌터들과 베아트리체 흡혈귀 일족이 일시적이나마 손을 잡게 되었다.
로얄 가든 입구.
이곳은 힘없고 버림받은 소녀들의 안식처. 남자들의 출입을 금한다.
푯말이 있었다.
푯말 너머로는 굳게 닫혀 있는 철문이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담장은 10m 정도 되어 보였다.
천일에게는 당혹스러운 이야기였다. 안에 들어가 로얄 가든 수장 잔 다르크를 만나야 하는데, 들어가기도 전에 강적을 만나 버렸다.
‘모른 척할까.’
천일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좋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왔는데 경고를 무시하여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경고를 존중하여 물러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럴 줄 알았으면 마왕이든 빈센이든 데려올 걸이라고 생각하다 문득 청애의 존재를 떠올렸다.
호흡을 가다듬어 잡념을 지우고 정신을 집중.
―청애야, 이 목소리가 들리면 이쪽으로 와 줘.―
그리고 30초 정도가 지나고.
스슥.
“주인, 불렀어?”
청애가 나타났다.
“어, 그래.”
천일이 답했다.
“무슨 일이야? 나 빨리 가 봐야 해.”
청애가 말했다.
“빨리 돌아가야 해? 왜?”
천일은 질문을 하며 자신이 청애에게 맡겼던 임무를 떠올렸다. 황금의 아드베리안 크로벤의 감시를 부탁했었다는 것을 말이다.
“우웅. 하여간 주인, 빨리빨리. 무슨 일이야?”
청애는 우물쭈물 답변을 피하려고 했다.
“대답은?”
천일은 청애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
“렙업 해야 해. 렙업!”
청애가 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렙업? 설마, 레벨 업?”
천일이 혹시나 하는 얼굴로 물었다.
“응응! 바보 크로벤 따라잡아야 해.”
“……!”
“아는 여자애하고 놀려면 렙업 해야 한다고. 이 악물고 렙업하고 있어. 아이템 짱짱하게 맞춰 가지고. 나는 그런 거 없어서 그냥 애들하고 파티 사냥하는데. 힝.”
청애가 우는소리를 했다.
“그, 그래? 하하.”
천일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사냥에 열 올리는 크로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근데 근데. 주인, 인간 여자들은 원래 그래?”
돌연 청애가 화제를 바꾸었다.
“뭐가?”
천일이 질문을 받았다.
“크로벤이 아이템 좋은 거 막막 사 줘도 꿈쩍도 안 하더라.”
“…….”
“그런데 계속 사 달래.”
“으.”
“왜 그래? 얼굴색이 나빠 보여 주인.”
“될 대로 되겠지. 이야기는 됐으니까, 들어가서 아무나 좀 불러와. 잔 다르크와 만나 봐야 해.”
천일이 화제를 바꾸었다. 청애의 말은 어떻게도 대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일단 상황 자체를 알 수 없었다.
감은 잡혔지만 자신의 추측이 맞으리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응응! 그것만 하면 돼?”
청애가 확인차 물었다.
“응.”
천일의 대답.
“알았어, 주인.”
청애는 슝 하고 날아가서는 ‘잔 다르크 나와! 우리 주인이 보고 싶대!’라고 소리쳤다. 그에 천일은 ‘저 바보. 맡긴 것이 잘못이지.’라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럼 갈게, 주인. 주인도 나오면 같이하자.”
청애는 그 말을 남겨 두고는 사라졌다.
“…….”
천일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게임에 아주 푹 빠졌군. 빠졌어. 당분간 놔두는 것이 좋겠는데.’라고 투덜거렸다.
1분 정도, 시간이 흐르고.
로얄 가든의 닫혀 있던 대문이 열리며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여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들은 천일의 앞에서 열을 갖추었다.
쐐기 모양으로 공격할 생각이 가득해 보였다.
“뭐하는 거야?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야. 잔 다르크와 잠깐 대화 좀.”
천일이 소리쳤다.
“닥쳐라! 여기는 힘없고 버림받은 여성들의 낙원. 남자는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그녀들의 대표로 보이는 여기사.
어깨의 휘장과 치마가 노란색이었다. 그녀는 살기를 흩뿌리며 천일을 노려보고 있었다. 물러가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 뜻이었다.
“저기, 나 누군지 몰라?”
“누구라도 상관없다. 여성들의 적.”
“이봐.”
천일은 기가 막혀서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옐로우 나이츠(Knight’s)는 검을 치켜들어라. 우리들은 침입자를 박멸하기 위한 것. 힘없고 상처 입은 여성에게는 따뜻한 손길을, 여자를 상처 입히고 버린 남성에게는 응징을. 숭고한 신념하에 우리의 검은 하나!”
천일이 뭐라고 말해도 상관없다는 뜻이 노란색 여기사. 옐로우 로즈라고 불리는 여기사가 소리쳤다.
그러자 그녀의 뒤에 무리 지어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기사들이 그녀의 말을 복창했다.
척.
“공격 준비!”
“준비!”
“막아 보아라. 뭇 여성들의 적!”
“우리들의 칼끝에 서린 긍지는 약자의 표상!”
“로얄 가든에 영광 있으라!”
“로얄 가든에 영광 있으라!”
자기들끼리 외침을 주고받는 모습은 꽤나 장관이었다. 천일은 박수라도 쳐서 위엄을 기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그녀들 전체의 화만 돋울 것 같았기에 얌전히 검을 뽑았다.
소드 실드.
검을 중심으로 역삼각형 모양으로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그러고 30초 정도 기다리자 질문이 하나 날아왔다.
“침입자는 들으라. 물러가면 아픈 꼴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잔 다르크를 만나러 왔다고. 그냥 물러갈 수 있을까.”
천일이 답했다.
“돌격!”
와아아아아.
함성이 울리고 옐로우 나이츠(Knight’s)가 천일을 향해 돌진했다. 모습도, 기세도 굉장해서 그랜드 소드 마스터 급이라 해도 물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쾅.
하지만 천일에게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옐로우 나이츠 전체의 돌격은 천일의 소드 실드를 뚫지 못하고 두어 걸음 튕겨졌다. 하지만 상관없이 옐로우 나이츠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저기, 몇 번을 부딪쳐도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만두지?”
천일은 되도록 말로 해결하고 싶었다.
차차착.
질풍처럼 물러난 옐로우 나이츠 일동. 그들의 대장 옐로우 로즈는 천일을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검을 하늘로 치켜들고는.
“블루 나이츠! 블랙 나이츠! 옐로우 나이츠가 도움을 구한다!”
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우르르.
어깨의 휘장과 치마가 파란색인 여기사들과 검은색인 여기사들이 나타났다. 그녀들은 옐로우 나이츠의 양옆에 같은 모양으로 도열해서는 자기들끼리 외침을 주고받았다.
재격돌.
이번에는 천일이 약간 밀려났다. 옐로우 나이츠만 덤빌 때에 비해 위력이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아직까지는 견딜 만한데. 또 증원군을 불러서 이러면. 방어만으로는 힘들겠어.’
천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난색을 표했다.
“화이트 나이츠! 오렌지 나이츠! 옐로우 나이츠가 도움을 구한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사로 구성된 무리가 두 개 더 추가되었다.
‘돌겠네. 할 수 없지. 조금 매운 맛을 보여 주…….’
천일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슥.
시선을 느꼈다. 로얄 가든으로 들어가는 정문 꼭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