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07
107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7화)
2. 다국적기업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줄여서 H.D.T(5)
황금색 갑옷, 백금색의 휘장과 백금색의 치마를 입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천일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공격은 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 같았다. 천일은 어금니를 깨물고는 검을 들어 그녀를 겨냥했다.
네가 잔 다르크냐? 그렇다면 이런 짓은 그만두게 해라.
라는 의미를 담았다.
절레절레.
그럴 수 없다는 모양이었다.
나이트 차지, 랜스 형태로.
천일이 땅을 박찼다. 굉음이 울리며 푸른 선이 여자를 향했다. 봉인 도구를 착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천일의 기술은 가벼이 볼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때문에 천일은 여자가 피할 거라 생각했다.
척.
여자는 레이피어를 한 번 찔렀을 뿐이다. 무언가가 날아가는 천일을 내리찍었다. 아니, 밑에서 잡아당겼다.
쾅.
천일의 검이 지면을 강타했다.
“……!”
천일은 깜짝 놀라서는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몸이 무척이나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물러나세요.”
목소리가 있었다. 그에 쏟아져 나왔던 무리들. 옐로우, 블루, 화이트, 블랙, 오렌지 나이츠 소속 여기사들이 로얄 가든 내로 걸음을 옮겼다.
여자의 말은 절대였다. 그녀가 바로 로얄 가든의 수장 잔 다르크였다.
“썩을.”
천일이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잔 다르크가 천일의 앞에 내리섰다. 그녀가 레이피어를 한 번 휘두르자 천일의 몸이 가벼워졌다.
“기술을 시험하겠습니다.”
잔 다르크가 말했다.
“기술?”
천일이 의문을 표하는 순간, 잔 다르크가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잔 다르크의 레이피어는 펜싱에 쓰이는 레이피어와 같은 것으로, 자유자재로 휘어지고 빠른 찌르기가 가능한 무기였다. 반면 천일의 검은 일반적인 롱 소드 같은 것으로 휘어짐이 없었다.
챙챙챙챙.
몇 번 검을 주고받은 천일은 잔 다르크가 원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기술. 그러니까 검을 다루는 기술. 소드 실드나 나이트 차지 같은 것 말고. 순수하게 검을 다루는 기술을 겨루자는 의미임을 말이다.
‘이게 뭐하는 짓이래.’
천일은 어이가 없었지만 잔 다르크가 원하니 맞춰 줄 수밖에 없다, 라고 생각했다.
한나절 정도.
천일과 잔 다르크의 검은 양쪽 모두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팽하게 대결하고 있었다. 잔 다르크의 검은 뱀과 같이 요동치고 흔들리며 사방으로 찔러오는 모양이었고, 천일의 검은 흔들림 없이 가야 할 곳을 가서 베야 할 곳을 벤다는 모양이었다.
천일은 잔 다르크의 검이 만들어 내는 허상에 속지 않았고.
잔 다르크는 무겁고 신속하게 베어 오는 천일의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 냈다.
그러다 귀찮아졌는지.
천일이 전법을 바꾸어 잔 다르크의 검을 공격했다. 레이피어는 얇고 롱 소드는 두껍다. 동일한 재질이라면 롱 소드 쪽이 위력적이었다. 레이피어를 잘라 버리는 일이 가능했다. 아니, 오히려 그게 정상이었다.
천일의 태도가 바뀌자 잔 다르크 역시 전법을 바꾸었다.
레이피어는 현란한 움직임과 빠르고 위력적인 찌르기가 장점이었다. 그것을 살려 천일의 롱 소드를 관통해 버리겠다는 식으로 검을 휘둘렀다.
즉.
서로가 서로의 무기를 부수겠다는 식이었다. 그래도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양쪽 다 검을 다루는 기술 자체는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삑.
천일의 반지에서 소리가 났다. 그에 잔 다르크가 빠르게 물러났고, 천일 역시 물러났다.
‘누구지?’
천일은 의문을 표하며 반지를 바라보았다.
“뭐하고 있나 봤더니. 노냐? 바쁘지 않지? 이쪽으로 잠깐 와야겠다.”
아세란이었다. 시작부터 삐딱한 태도인 것을 보니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바쁘지 않기는. 무슨 일인데?”
천일이 물었다.
“프로페스에 관한 거야. 비밀 이야기도 있다. 복잡하니까 올라와. 자세한 이야기는 그다음에.”
“뭐?”
“그럼 기다리고 있으마. 이상.”
뚝.
아세란이 통신을 끊었다.
‘프로페스? 불길한데.’
천일은 그런 생각을 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잔 다르크가 보고 있었다.
척.
“무슨 일이지?”
잔 다르크가 레이피어를 치켜들며 물었다.
“몰라. 하지만 가 봐야 할 것 같다.”
천일이 답했다.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온 것이 아니었나? 아니면 저쪽이 더 중요한 용건인가?”
잔 다르크가 물었다.
“지구의 안전이 가장 중요해.”
천일이 답했다.
“그렇군. 알았다. 기다리고 있지.”
잔 다르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휙 발을 돌렸다. 용건은 다음에 듣겠다는 의미다. 천일은 황당해서 잔 다르크의 뒤를 쫓으며 ‘야! 잠깐. 잠깐 기다려.’라고 외쳤다.
척.
잔 다르크가 몸을 돌리며 천일의 목에 레이피어를 들이밀었다.
“저쪽이 더 급한 것 아니었나?”
라고 물으면서.
“부하가 되어 줘.”
천일이 말했다. 앞뒤에 붙여야 할 내용은 뺐다.
“이유는?”
잔 다르크가 물었다.
“지구를 위해서.”
천일은 진심이었다.
“지구를 위해서? 네가? 내가? 그래야 하는 이유를 말하라.”
잔 다르크는 천일이 지구를 위해 움직이는 이유와 자신이 지구를 위해 움직여야 할 이유, 두 가지 전부를 동시에 물었다.
“지구인이라서?”
천일이 의문을 섞어 말했다.
“대답이 되지 않는다. 지구인이기에 지구를 위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것. 굳이 나여야만 하는 것도, 너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
잔 다르크는 지구 따위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투였다.
“……!”
천일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더하고 싶은 말은 없는 건가? 그게 전부라면 로얄 가든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잔 다르크가 최후통첩인 것처럼 말했다.
“지구가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뜻?”
천일이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잔 다르크 역시 물러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로얄 가든에 속한 그 모든 자에게 페널티를 부여할 거야. 어떤 페널티를 부여할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각오는 해 둬.”
천일의 엄포.
“진심인가? 그렇다면 너를 여기서 죽이겠다.”
잔 다르크가 선언했다.
“나를 죽여? 그게 가능할까?”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나는 오래전 국가와 사람들을 위해 무기를 들었다. 그 결과,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했지. 자기 뱃속만 생각하는 더럽고 추잡한 놈들에 의해. 그런 놈들은 지금도 많다. 네가 구하고자 하는 지구는 그런 놈들이 배 두들기며 잘 먹고 잘사는 지구인가? 그렇다면 도와줄 수 없다. 너는 어떤 형식으로든 지구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내가 너를 도울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
잔 다르크는 씁쓸한 얼굴로 그런 말을 했다.
“지구를 바꿔라?”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그렇다.”
“그걸 원했으면 네가 지구의 영웅이 되지 그랬어. 나는 힘으로 지구를 변화시킬 생각은 없어. 지구에 변화가 온다면 그건 사람들의 의지겠지. 자연적인 흐름이야. 나는 우주로 나아가겠다는 지구인들을 시험하여 그들에게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뿐이야. 그것을 위해 부수적으로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칼을 겨누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것은 아니지.”
“……!”
굳어지는 잔 다르크의 얼굴.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나에게 전가하지 마.”
천일이 쏘아붙이듯 말했다.
“진정 지구가 위험한 건가? 지구는 강하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라는 자들이 말하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구는 인류가 역사를 시작한 이래로 안전하게 존재해 왔다.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언제나 지구 위를 걷는 자들이었다.”
잔 다르크는 지구를 위협하는 요소가 정말로 지구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지구의 영웅을 하지 않았다?”
천일이 툭 질문을 던졌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그렇다.”
“다른 이유?”
“나는 남자를 용서하지 못한다.”
“…….”
“그럼에도 남자는 필요하다. 더구나 내가 하려고 했다면 다른 자들의 견제도 있었을 것이다.”
잔 다르크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까지 말한 것도 많이 말했다는 뜻이었다.
1분 정도 시간을 두고 ‘남자라는 것이 죄인이냐.’라며 천일이 투덜거렸다.
“나 역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를 심판한 것도 남자고, 나의 아이들도 대부분 남자들과 남자들이 이끄는 사회에 상처받아 들어오게 되었다. 나는 그녀들 모두의 의지를 대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잔 다르크의 대답.
“…….”
천일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삑.
갑자기 울리는 효과음.
“빨리 안 오냐.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을 텐데.”
아세란이었다.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듯이 관자놀이에 위치한 힘줄이 힘껏 튀어나와 있었다.
“곧 갈게. 간다고.”
천일이 답했다. 그러고는 아세란에게서 들어온 통신을 끊고 잔 다르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야기를 더 들어 주고 싶긴 한데. 아쉽게도 여기까지다. 가 봐야겠어. 늦게 가면 왕창 깨질 거야.”
라고 말했다.
“…….”
침묵으로 답하는 잔 다르크.
“내가 직접 나서서 법률 같은 걸 만들 생각은 없어. 남녀 갈등에 관한 것만이 아냐. 종교 갈등, 인종 갈등, 국가 갈등 쪽에도 그래. 하지만 이건 약속할 수 있어. 우주로 나가는 자격을 획득하는 것에는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상관없다는 것을. 이제부터 권력은 우주로 나가는 자들에게 있게 되지 않을까? 잘 생각해 봐.”
천일은 그 말을 하고는 한걸음 물러났다. 아세란에게 볶이기 전에 그녀에게 갈 생각이었다.
아세란은 이대로 가면 지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반나절 전.
연맹 내에서 지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무리들. 지구를 그냥 두면 노바 스페이스 연맹을 주름잡는 다섯 번째 문명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껄끄럽게 여기는 자들. 대표적으로 모르멘탈 행성의 왕족 로도니엘이 있고, 그들 외에도 지구가 연맹의 일원이 되면 쇠퇴하게 되는 존재들인 하프 아드베리아인 등이 손을 잡고 뒷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아세란은 그 사실을 알고 밤딸기를 스파이로 파견해 두고 있었다.
밤딸기는 지구인들이 신수라 부르는 라스펠로스 행성인 만큼이나 뛰어난 은신 능력과 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이르디슈가 철저하게 지구인에 관한 정보를 숨겨 준 덕에 연맹에 속한 자들 중 밤딸기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세란 혼자였다.
좌우간.
밤딸기는 아세란이 경악하기에 충분한 정보 2가지를 가지고 왔다. 하나는 그들이 은하 연합에 속한 ‘악’의 존재들과 손잡고 몇몇 지구인들을 충동질하여 어떤 존재들을 지구에서 부활시키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페스 2개 함대에게 지구의 좌표와 상황을 건네주어 이쪽으로 오게 하였다는 점이다.
이래서야 천일이 자유 진영 일곱 신비의 수장들을 회유하여 힘을 합친다 해도 지구를 구할 수는 없을 터였다.
더구나 밤딸기가 물어온 이야기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과거 있었던 몇 개 행성들의 파멸에도 그들이 관여하였다는 증거도 녹음하여 가져왔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모르멘탈 행성은 지위를 박탈당할 터였다. 하지만 일에 관여된 것은 모르멘탈 행성인 중에서도 일부인 로도니엘 중 몇 명뿐이었고, 거기에 동조한 자들 그러니까 PDC 자격을 가지고 있는 몇몇 존재들과 그 외 2등급, 3등급 외계인들 역시 모행성 출신 전부를 대표한다고는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연맹 최고 의회에서 페널티를 내린다 해도 솜방망이 수준일 터였다. 뒷수작에 참여한 자들의 위치를 생각하면 페널티가 내려질 가능성도 낮았다.
젠장 할, 빌어먹을.
아세란은 모행성을 떠올렸다. 지표면의 태반이 황무지였지만 아세란과 그 일족에게는 소중한 고향이었다.
밤딸기가 가져온 정보에는 아세란의 모행성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들이 지구를 두고 벌이는 일을 보니 의심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