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10
110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10화)
3. 마왕,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사다(1)
대마녀 도로시, 마왕, 빈센.
멀리서 그녀들을 보면 그림이 되었다. 대마녀 도로시는 1,000년 이상을 살았지만 외모는 20대 초반 정도였다.
머리에는 써클릿. 요즘 마녀들은 줘도 가지지 않는 구형 빗자루. 고깔 마녀 모자는 쓰지 않고 뒷목 근처를 배회했다.
왼쪽에는 마왕. 오른쪽에는 빈센.
은색 머리칼에 푸른 눈동자, 금색 머리카락에 금색 눈동자.
마왕은 갑옷을 입어 위풍당당했고, 빈센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빈센은 갑옷을 입고 싶었지만 갑옷을 입을 수 있는 몸이 되기 위해서는 고치에 들어가서 다시 태어나야만 했다. 그래서 성별을 바꿀 수만 있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미지수인 이야기다. 바보 가이르디슈가 그녀에게 자신의 DNA를 심어 둔 탓이다.
그녀들은 지금 엔토니아 시티에 와 있었다. 예전, 어둠의 진영에 몸담고 있었던 괴이도시 중추 세력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녀들의 임무는 잊혀진 죄악들의 부활을 막는 것이다. 도로시에 의하면 녀석들의 부활을 위해 세워진 제단은 아틀란티스 월드 전체에 약 3,500여 개. 그것들 중 100여 개가 엔토니아 시티에 있었다.
엔토니아 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바론 빌딩.
100층이나 되는 건축물로, 꼭대기에 서면 엔토니아 시티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아무나 올라갈 수 없는 곳이지만 마왕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역시 빠르네. 응응. 말이 통하니 좋아.”
대마녀 도로시가 중얼거렸다.
지금 그녀들의 앞에는 천여 명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엔토니아 시티 시장과 치안대가 경비를 서고 있었다.
“제단은 전부 파괴되었다.”
빈센이 말했다.
척.
마왕이 검을 치켜들었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굉음이 울렸다. 하늘에 커다란 문 같은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라! 잊혀진 죄악을 이 땅에 불러내려고 하는 자들이어. 너희들에게 죄를 묻겠다!”
마왕의 외침이 울리자 천여 명의 사람들이 붉은 빛이 되었다. 그들은 전부 잊혀진 죄악을 불러내려고 하는 자들이었다.
솨솨솨.
“장관이네.”
대마녀 도로시가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일 본래, 용서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빈센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옥에서 반성하라!”
마왕의 외침.
그르릉.
열린 하늘 문이 닫히며 사라졌다.
그렇게 엔토니아 시티에서의 일을 끝냈다. 지금까지 마왕이 지옥으로 보낸 자들의 수는 약 1만. 지금까지 파괴한 제단의 수는 850여 개 정도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시장이 와서 말을 건넸다.
“수고했다.”
마왕이 답했다. 듣기에 따라서 그녀의 태도는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시장은 신경 쓰지 않았다.
“천일 님은 안녕하시죠?”
슬쩍, 시장이 화제를 돌렸다.
끄덕.
마왕이 답했다. 하지만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천일이 강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가 하려는 일은 그만큼 강하거나 혹은 더 강한 자들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프뤼비 시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응 결계진 설치가 끝나는 대로 연락을 주기로 했으니, 귀빈실로 가시죠.”
시장이 말했다.
프뤼비 시티, 엔토니아 시티와 마찬가지로 100여 개의 제단이 설치되어 있는 인간들의 도시였다.
마왕들이 움직임을 개시하고 며칠 후.
인간들 중 몇몇이 마왕들을 찾아와 이유를 물었다. 겉으로 보기엔 마왕이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에 도로시가 정체를 밝히고 사정을 말했다.
그러자 인간들은 마왕들을 돕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잊혀진 죄악의 부활이라는 것은 인간들에게도 껄끄러운 사안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구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지만.
좋은 것이 좋은 거라고, 마왕들은 인간들의 전면적인 협력 아래 일을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귀빈실.
맛있는 과일과 음료 등이 놓여 있는 탁자를 두고 마왕, 도로시, 빈센이 앉았다. 누구도 음식과 음료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마왕은 그저 먹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지만 도로시와 빈센은 달랐다.
“인간들은 믿을 수 없다.”
빈센이 불쑥 그런 말을 했다.
번뜩.
마왕이 눈을 치켜떴다.
“그렇긴 하네.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이 수상한 느낌이지.”
도로시가 말을 받았다.
“무슨 뜻이지?”
마왕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어떤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가 없지.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에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빈센이 말했다.
“증거는 있나?”
마왕이 물었다.
“…….”
빈센도, 도로시도 침묵으로 답했다. 증거가 있으면 단지 의문을 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반나절 후.
빈센과 도로시의 우려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귀빈실 문이 열리며 괴한들이 들어왔다. 자동화기를 앞세운 그들은 마왕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문이 열리자마자 발생한 일이지만 마왕도, 빈센도, 도로시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그녀들은 ‘총’ 정도로 우리를 어떻게 해 보겠다고 생각하다니, 하고 도리어 비웃었다.
척.
도로시가 빗자루를 한 번 휘둘렀다. 화염이 괴한들을 훑고 지나갔다. 그에 괴한들은 바비큐가 되어 버렸다.
여기는 죽음이 없는 세계, 아틀란티스 월드.
하지만 괴한들은 죽어 있었다. 그에 빈센이 서포트 시스템의 작동을 확인해 보았다. 결론은 ‘서포트 시스템이 무력화된 모양이다.’였다.
“헤에. 마음 독하게 먹었구나. 인간들이 하는 짓이 그렇지, 뭐.”
도로시가 답했다.
“죽이면 죽는다는 뜻인가?”
마왕의 중얼거림.
그녀들은 자신들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 일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 건물, 날려 버릴까?”
도로시가 물었다.
“안 된다. 이곳은 시청. 틀림없이 무관계한 인간들이 있을 것이다. 귀찮지만 하나하나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인간들의 잔꾀에 말려들지 마라.”
빈센이 대꾸했다.
“내가 처리하지.”
마왕이 그렇게 말하고는 앞장을 섰다.
귀빈실 앞 복도.
양쪽에는 괴한들이 무기를 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왕의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들고 있던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탕.
굉음이 울리며 화약 연기가 매캐하게 퍼졌다. 그게 마왕은 검을 한 번 좌로, 우로 휘둘렀다. 그러자 괴한들 모두가 붉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지옥으로 보내 버린 것이다.
“간단하네.”
도로시의 감상.
“일이 끝나면 끌어내어 심문을 해야 한다.”
빈센의 감상.
“어느 쪽으로 가면 되지?”
마왕이 물었다.
“저쪽.”
도로시가 방향을 제시했다.
끄덕.
마왕이 걸음을 옮겼다. 10m 정도 이동하자 괴한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총뿐 아니라 수류탄이나 유탄 발사기 등을 사용했다.
슥.
마왕의 검이 한 번 움직였다. 날아오던 총탄과 유탄, 대전차 미사일 등의 궤도가 비틀렸다. 동시에 괴한들이 붉은 빛으로 변했다.
그렇게 적들을 처리하고 층을 하나 내려갔다.
마왕들은 1차적 목적지를 시장실로 정했다. 시장이 무사한지, 무사하다면 이 사태에 관한 설명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그녀들의 앞을 가로막는 적은 허수아비나 같았다.
시장실.
마왕들은 문을 열자마자 걸음을 멈추었다. 시장실 내부가 피와 내장 조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는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안녕들 하신가.”
남자가 건들거리는 음성으로 질문을 건넸다.
“조심해라. 저건 인간이 아니다.”
빈센이 말했다.
“조무래기네. 잊혀진 죄악들의 말석쯤 될까.”
도로시는 남자를 알아보았다.
번뜩.
남자의 눈이 붉은색으로 빛났다. 그러자 도로시의 몸이 뒤틀리며 주르륵 밀려나 복도 벽에 부딪혔다.
“……!”
마왕과 빈센의 눈이 커졌다.
“섭섭하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놓고 할 필요는 없잖아.”
남자는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너는 부활한 건가?”
마왕이 물었다.
“부활? 큭큭. 돌아온 거다.”
남자가 말했다.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마왕이 선언했다.
“죽어? 내가? 크하하하. 농담이 지나친걸. 그럼 일단, 버릇부터 고쳐 줄까.”
번뜩.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이 붉게 빛났고, 마왕은 검을 세웠다. 그러자 무언가가 파각 하며 부서져 나갔다.
“호오. 그걸 막다니.”
남자는 꽤 의외였는지 놀라고 있었다.
“이런 걸로 나를 어떻게 하려고 생각했다면 무리다.”
마왕은 단정적으로 말하고는 지면을 박찼다. 쏘아지듯 나아가 남자의 몸통을 대각선으로 베었다.
서걱.
반으로 쪼개진 남자의 몸. 하지만 1초도 지나지 않아 스르륵 하고 도로 붙어 버렸다.
“아픈데? 좋아, 좋은 느낌이야. 크하하하.”
남자는 어째서인지 기뻐했다.
우웅.
남자의 발밑에 하얀 마법진 같은 것이 그려졌다. 빈센의 작품이었다. 마왕이 남자를 향해 달려간 순간 영창을 시작했다.
“그리운 느낌인데. 좋아 좋아.”
남자는 어디 한번 해 보라는 태도였다.
촤촤촤.
지면에서 솟구친 빛의 기둥이 남자의 몸을 관통했다. 하지만 남자가 손을 한 번 털자 빛의 기둥들이 사라지며 구멍이 뻥뻥 뚫린 상체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정도는.”
재미있다는 남자의 발언. 그리고 그의 상체에 생긴 구멍들이 메워졌다. 놀라운 이야기. 하지만 빈센은 ‘역시 그렇군.’이라는 태도로 얼굴을 찌푸릴 뿐이었다.
“역시 대단하네. 비존재였다가 존재로 내려왔기 때문이려나? 아무래도 좋지만. 너무 자만했어. 아직은 내가 이들 중 가장 강해.”
도로시가 등장했다.
번뜩.
도로시의 눈에서 검은 섬광이 터졌다.
“크아아악.”
남자가 괴성을 토했다. 그와 동시에 마왕이 검을 치켜들었다. 도로시는 그 모습에 서둘러 ‘그러지 마. 하면 안 돼.’라고 말했다.
멈칫.
마왕은 도로시의 말과는 상관없이 검을 휘두를 생각이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사이 남자는 종이가 구겨지듯 오그라들어 작은 구체가 되었다. 그리고 도로시가 그 앞으로 다가와 손을 뻗었다.
“죽어.”
딱 한마디.
팟.
아무런 소음도 없이 구체가 사라졌다. 어떻게 한 것일까? 마왕과 빈센은 의구심을 담아 도로시를 바라보았다.
“이제 됐어. 가자. 오랜만에 힘을 썼더니 피곤하네.”
도로시는 그렇게 말하고는 휙 발을 돌렸다. 동시에 마왕의 검이 남자가 있던 곳을 베었다. 가구와 바닥의 일부가 파괴되었지만 마왕은 신경 쓰지 않고.
자세를 고치고는 도로시의 뒤를 따랐다. 빈센은 마왕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사람들만이 아니라 도로시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