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13
113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13화)
3. 마왕,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사다(4)
즉.
마왕이 진심으로 화가 난 것이다. 때문에 빈센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밀론에게 ‘근처에 평야나 공터 같은 것이 있나?’라고 물었다.
“있긴 하겠죠. 원래 필드였으니까요.”
성의 없는 밀론의 대답.
마왕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럼 하루 뒤 그곳을 지날 거라는 정보를 흘려 둬라. 이유는 적당히 붙이고.’라고 말했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네.”
도로시의 중얼거림.
“무슨 짓을 할 셈이냐, 마왕.”
빈센이 추궁을 해 왔다.
“모여든 모든 이를 지옥에 처넣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영원히는 아니다. 정리가 끝나면 풀어 줄 것이다.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지구의 영웅을 적으로 삼아선 안 됨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하는 절대의 규칙이다.”
마왕은 약간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들만 풀어 줄 수 있는 거냐?”
빈센이 의문을 표했다.
“지금부터 나는 지옥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 것이다. 내일 모인 자들이 머물 곳이며, 때가 되면 그곳에 있는 자들만 해방시킬 것이다. 그러면 놈들도 알게 될 것이다. 지옥이 어떤 곳인지.”
마왕은 진심이었다.
프뤼비 시티 남쪽, 우르노크 황무지 필드.
사람들이 개발하지 않은 지역으로, 아틀란티스 월드 특유의 괴물들이 날뛰는 곳이었다. 평균 전투 능력은 1만 5천 갤런에서 2만 갤런. 아틀란티스 월드 전체를 놓고 보면 약간 낮은 편에 속했다.
어쨌든.
지금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여기저기에 숨어서는 마왕, 도로시, 빈센이라는 자가 등장하길 원했다.
사람들이 빈센이 빈센이라고 확신만 했어도 이야기는 조금 달랐을 텐데.
빛의 진영을 이끌던 더 홀리 나이트 빈센 경은 남자였고, 마왕과 함께 있는 빈센은 여자였으니, 중간의 사정을 모르고는 둘을 동일 인물이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동일 인물임을 아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씨도 먹히지 않았다.
마왕, 도로시, 빈센은 이쪽저쪽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기척을 알았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놈들의 장단에 맞춰 주자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참이다. 은신이 같잖다고 같잖음을 지적해서 일을 그르쳐서야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걷는다, 또 걷는다, 그저 걷는다.
“사람이네. 이쪽으로 오고 있어. 할 말이 있어 보여.”
도로시가 말했다.
우뚝.
마왕과 빈센이 걸음을 멈췄다. 그녀들도 눈이 있기에 도로시가 말하지 않아도 서너 명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오랜만. 기억해? 혜미야. 이쪽은 명진 아저씨.”
선두에 서 있는 여자가 말했다. 아틀란티스 월드에 들어오기 전만 해도 10대 후반의 소녀였는데, 이제는 30대가 되어 있었다.
끄덕.
옆에 서 있던 명진이 인사를 했다. 그는 오히려 젊어진 것처럼 보였다. 잘해야 20대 중반 정도.
“기억한다. 용건이 뭐지?”
마왕이 물었다.
“그렇게 나오는구나. 좋아, 본론으로 들어갈게. 마왕, 넌 누구 편이야?”
혜미는 옆에 있는 명진의 능력을 믿고 있었다. 마왕이 거짓말을 한다면 알 수 있을 거라고, 그것만 알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터였다.
“나의 주인은 천일이다. 그의 의지가 곧 나의 의지. 그에 반하는 자는 누구라도, 얼마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마왕이 답했다.
끄덕.
명진이 긍정을 표했다.
“천일이 지구를 팔아먹으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어떻게 생각해?”
혜미의 질문.
“……!”
마왕의 눈이 커졌다. 어금니를 깨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분노를 느꼈다.
“그것이 여기 모인 놈들의 생각이냐?”
때문에 뒤에 있는 빈센이 질문을 던졌다. 기가 막힌 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여서 말투에 가시가 박혀 있었다.
“아마도 그럴걸.”
혜미는 슬쩍 얼버무리는 반응을 보였다.
“용서할 수 없다. 네놈들이 감히 그런 발칙한 생각을!”
마왕은 더 이상 대화를 속행한다거나 사람들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사라졌다.
척.
검을 뽑아 하늘을 향했다. 동시에 명진이 혜미의 옷깃을 잡았다.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그에 혜미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일행 중 하나가 손을 치켜들었다.
슥.
혜미들이 사라졌다.
쿠쿵.
하늘에서 문 같은 것이 등장했다. 태양이 없어도 적정 수준의 광도를 유지하는 아틀란티스 월드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천둥과 벼락이 천지를 흔들었다. 그에 사람들은 본능에 몸을 맡겼다. 어떤 이들은 도주를, 어떤 이들은 공격을.
“와아아아.”
“공격!”
함성이 필드를 가득 메웠다.
“마왕이 명령한다. 지옥의 문이여, 나를 적대하는 모든 이들을 삼켜 심연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곳으로 인도하라!”
마왕이 소리쳤다.
달려들던 사람들이 붉은 빛이 되어 하늘에 나타난 지옥문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들어가면 스스로의 의지로는 나올 수 없는 이계(異界). 수백, 수천을 순식간에 삼켜버리고 얼마 가지 않아 만을 넘었다.
상황을 보기 위해 후방에 있었던 어떤 자들은 마왕의 위엄에 ‘싸워도 이득은 없다. 실패했다.’고 판단. 그대로 도주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마왕이 지옥문을 소환하는 사이, 도로시가 필드 전체를 감싸는 특수 결계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이상을 감지하고 도망을 선택한 혜미들과 눈치 빠르게 움직인 몇몇 사람들만이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으아아악!”
“피해!”
“도망 가!”
“제길, 막혔어!”
“모두 검을 들어라!”
“공격!”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우왕좌왕하며 서로가 서로를 밟고 있었다. 도로시는 그 모습이 즐거운지 미소를 지었다.
도로시는 자유 진영에 속해 있지만 ‘선’이 아닌 ‘악’에 가까웠다. 사람들에 대해 악감정도 많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비명과 절규가 음악 같았다.
“끝나고부터가 문제다.”
빈센이 중얼거렸다. 마왕의 심정과 판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뼈가 시릴 정도로 잘 이해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해야 할 일. 아틀란티스 월드 내에서 잊혀진 죄악들의 부활을 저지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편이 빨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가 믿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래서야 신뢰가 쌓일 리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빈센은 방법을 강구하며 슬쩍 도로시를 바라보았다. 입가에 걸린 은은한 미소가 불길했다.
‘저것도 수상하다. 잊혀진 죄악들의 부활을 막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진심이라면 마녀들과 마남들을 투입하는 것이 원칙일 터. 그랬다면 일의 흐름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꿍꿍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슬슬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빈센은 진심이었다.
4. 막을 내리는 아틀란티스 월드(1)
천일은 지구의 복잡한 정치 사정이나 그 이면의 이야기, 경제 원리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그리 밝지 않았다. 하지만 귀족들의 땅따먹기나 세력 다툼, 사교계의 더러운 술수에는 빠삭했다.
천 년 가까이 소드 마스터,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는 안전한 관람석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관람한 덕이었다. 천일에게는 딱 부러진 정의감이나 목표 의식 같은 것이 없었다. 그랬기에 언제나 유리하다 싶은 쪽을 거들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된 이후에는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좌우간.
천일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과 지구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절대 왕정과 봉건 제도에서 얻은 경험을 활용하여 민주주의가 만연한 21세기 지구와 그 이상일 것이 분명한 노바 스페이스 연맹을 판단하다니. 건방지다 할 수 있겠지만 권력이라고 하는 것은 거기나 여기나 마찬가지였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강하면 대개의 것이 용서된다는 진실. 그게 아니라면 아틀란티스 월드라는 요상한 시험을 준비하여 지구의 영웅을 가려내는 일 따위 하지 않았을 터였다.
천일은 주작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해 두고 아틀란티스 관리 함선으로 이동했다. 아세란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그 생각, 진심일까나?”
밤딸기가 천일에게 질문을 건넸다.
“진심이야.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해야 한다면 해야지.”
천일이 답했다.
“실패하면?”
밤딸기가 질문을 했다.
“실패하면 실패하는 거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과 사이좋게 사라지는 거지.”
천일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배짱 좋구나. 이 할미는 깜짝 놀랐어요. 정말로―”
밤딸기가 놀리듯 천일에게 말을 건넸다.
“반대하고 싶은 거냐?”
천일의 의문.
“별로.”
새침하게 시선을 피하는 밤딸기.
“그럼 닥치고 찌그러져 있어. 시시한 신경전 따위 벌이고 싶지 않다.”
천일은 아세란과 나누지 않으면 안 될 이야기들을 생각하느라 뇌 용량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었다.
“날카롭네. 그게 진짜 네 모습?”
밤딸기가 의문을 표했다.
“진짜라니? 나는 언제나 진짜야. 가짜 모습 같은 것은 없어.”
천일은 살짝 기분이 상했다.
“헤. 정말? 하지만 이 할미는 믿을 수가 없는걸. 네 안에 있는 시커먼 욕망. 무슨 색인지 알 수가 없으니. 그게 뭘까. 이 할미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해.”
밤딸기는 묘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천일의 의문.
“잠시만.”
밤딸기는 걸음을 멈춰 서는 등을 휘었다. 그러자 소녀의 모습이었던 그녀가 아리따운 처녀의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키는 168정도고 가슴도 한…… D컵? 자세한 사항은 그녀가 벗어야 확실해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요염해졌다는 점이다. 이에 천일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뭐하는 개수작이지?’라고 적의를 드러냈다.
“고자?”
밤딸기가 시선을 삐딱하게 기울이며 의문을 건넸다.
“아냐.”
천일은 단칼에 부정했다.
“그런데 아무 느낌이 없다? 음. 혹시 어린 소녀를 좋아해?”
밤딸기는 무슨 생각인지 그런 질문을 던지며 천일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에 맞추어 연령대를 바꿀 기세였다.
“무슨 수작이냐고 물었다.”
천일은 적의를 드러내다 못해 살기를 띠었다. 여차하면 손을 쓸 기세였다.
밤딸기는 사뿐하게 반보 나아가서는 이쪽으로, 또 저쪽으로, 이동하며.
“식욕, 색욕, 수면욕은 인간의 3대 본능.
사랑, 성공, 명예는 남자가 이루어야 할 3가지 목표.
권력도 별로. 힘도 별로. 보석도 별로. 여자도 별로.
모든 것이 별로라는 그대는 지구의 영웅.
무엇을 위해 백 년을 살고. 무엇을 위해 천 년을 살고. 무엇을 위해 만 년을 살고.
도깨비는 알고 싶을 뿐이네. 알고 싶을 뿐이야. 여자를 원한다면 미인을 100만 명, 맛난 음식을 원한다면 매일매일 다른 음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