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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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19화)
4. 막을 내리는 아틀란티스 월드(7)
마왕은 거침이 없었다. 방해자는 가차 없이 지옥으로 보냈다. 사람들의 생각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이에 어떤 사람들은 걱정이 되어 마왕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당하게 서서 저들이 잘못한 것은 알지만 너무하지 않느냐고 항의를 했다.
“지옥에서 반성하라!”
마왕은 같잖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이 천일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나쁜 이야기를 할 때, 나쁜 계획을 꾸밀 때, 보고만 있었던 자들.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용서할 수 없을 뿐이었다.
도로시는 곁에서 싱긋 웃었고.
빈센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이치만 놓고 보면 마왕은 틀리지 않았지만, 인간은 이성 말고도 감정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감정의 영향을 받아 탄생하는 이성적인 판단은 신념이란 기치를 부추겨 어떤 무모한 짓도 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무력 앞에서는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들이 정의라는 가치를 높이 세우면 세울수록, 그것이 승리하지 않고 결국 패배한다면 절대적인 무력이 가진 위상을 높여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더 이상 마왕의 앞을 가로막지 않게 되었다.
대신 마왕이 원하는 것.
아틀란티스 월드 내에서 잊혀진 죄악을 부활시키려는 자들을 잡아다 바쳤다. 무서워 죽겠으니, 그 정도 선에서 그만두라는 의미로. 마왕은 그들의 속뜻이 불쾌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임무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기분은 상관없다는 태도.
도로시는 기뻐했고.
빈센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직 지옥에 떨어지지 않은 작전 리스타트 관계자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이제 몇 남지 않은 그들은 최후의 몇 명으로 줄어들고 나서야 프뤼비 시티를 찾았다. 자신만은 무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과정, 이야기는 전부 아틀란티스 관리 함선 모니터 관제실에 기록되어 있었다. 작전 리스타트에 속한 이들이 꾸민 작전에 대한 것들까지 전부.
천일은 모니터 관제실로 가는 도중 시체를 십여 구나 보았다. 보면서 ‘아세란, 이거. 손을 쓸 때는 화끈한데.’라는 생각을 했다. 안타까움이나 안쓰러움 따위 느끼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죽을 만하니까 죽었다, 라고 생각했다. 천일은 지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불쑥.
지면에서 도깨비 얼굴이 등장했다. 몸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얼굴만이다. 천일은 살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슥.
도깨비가 사라졌다.
아세란의 부관 밤딸기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이 아세란의 칼이 되어 지구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제거하고 있었다.
어쨌든.
모니터 관제실 외계인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분위기였다. 영웅 아세란의 판단으로 인해 벌어지는 살육 때문이리라.
“안녕하십니까, 천일 님. 오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내가 천일에게 말을 걸었다.
인간처럼 생겼는데 악마 꼬리가 있고, 늑대 귀 같은 것을 달고 있었다. 매우 침착해 보이는 인상.
“누구야?”
천일이 물었다.
“새롭게 모니터 관제실을 맡게 된 알 바하―드 라피트라고 합니다. 알드라고 불러 주시면 영광입니다. 영웅 이천일 님.”
자신을 알드라고 밝힌 사내는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
“알드? 알았어.”
천일이 긍정을 표했다.
“네, 이쪽으로 오시죠. 자료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알드는 모니터 관제실을 맡게 된 그날부터 마왕에 관한 자료는 따로 수집해 두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끄덕.
천일이 알드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마왕과 작전 리스타트에 관해 있었던 일들을 알게 되었다.
울화가 치밀었다. 감히 핵을 반입하다니. 천일은 알드에게 핵이 들어올 수 있게 도와준 자들에 관해 물었다.
“너무 심려 마시길. 관련자들은 전부 제거될 것입니다. 이전 모니터 관제실 실장도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알드가 말했다. 그제야 천일은 아틀란티스 관리 함선에서 벌어지는 살육이 무엇 때문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을 놈이니까 죽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확실하게 이유를 알게 되니 죽어야 할 놈들이었다는 결론을 냈다. 덤으로 아세란이 얼마나 빈틈 많은 녀석인지도 깨달았다.
틈을 보여서 부하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는 식으로.
“영웅 이천일 님.”
알드가 정색을 하며 천일을 불렀다.
“응?”
천일이 반응을 보였다.
“아세란 호는 지구 소속이 되었습니다. 원하신다면 관련된 지구인들을 처리해 드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알드의 제안.
“시험하지 마. 지구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 신경 쓸 일은 없을 거야.”
천일은 알드의 속셈을 알고 있다는 태도였다.
“과연.”
알드는 살짝 눈을 감으며 안심했다는 얼굴을 했다. 천일이 지적한 대로 알드는 살짝 천일을 떠본 것이었다.
“참, 여기서 아틀란티스 월드 전역으로 방송하는 것 가능하지?”
천일이 화제를 돌렸다.
“아틀란티스 월드에 존재하는 모든 서포트 시스템 단말기에 영상과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알드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너, 제법 유능하구나. 아세란에게 부관시켜 달라지 그러냐.”
이번에는 은근슬쩍 천일이 떠봤다.
“저의 전투 능력은 43만 갤런밖에 되지 않습니다. 모니터 관제실을 맡는 것도 과분하지요. 부관이 되었다가는 얼마 못 가 죽을 겁니다.”
“그래?”
“부관은 영웅과 함께 전투에 나설 수 있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것이 아세란 님의 곁에 섰다가는 힘의 크기를 버티지도 못하고 눌려서 죽을 겁니다. 다른 영웅과 다툼이 일어나게 되면 상대편 부관에게 죽임을 당하겠지요. 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놈의 싸움의 문제군. 뭐, 죽어라 노력해 봐. 부관이 되기에 합당한 전투 능력을 가지게 될 수도 있으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이천일 님.”
알드는 그렇게 슬쩍 천일의 말을 한쪽 귀로 흘리고는 천일에게 ‘그럼 전송하실 내용과 메시지를 알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작전 리스타트에 관련된 영상과 상세 내용. 엔토니아 시티에서 있었던 전투 영상. 자료는 그거면 돼. 메시지는 내가 작성하지. 음성 녹음도 되지?”
“네, 됩니다.”
“좋아.”
천일은 전생의 기억들에 녹아 있는 지혜를 꺼냈다. 미사여구로 치장된 훌륭한 협박문과 설명문이 완성되고, 천일은 그것에 음성을 담았다.
아틀란티스 월드 내 모든 서포트 시스템 단말기로 전송.
1초 만에 작업 끝.
천일은 일어나 모니터 관제실을 나섰다. 알드에게는 ‘수고했어. 인상 깊었다.’라는 말을 남겨 주었다.
마왕들은 레드 라이즈(Red Raise) 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호텔 마이엘에 머무르고 있었다. 원해서는 아니다.
레드 라이즈 시티는 로얄 가든 일곱 장미 중 하나인 레드 로즈가 다스리고 있었다.
레드 로즈는 재운도 알고, 천일도 알고, 마왕도 알았다. 마왕에게 협조하는 인간들은 협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우러나와 마왕에게 협조하기로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공포. 그렇기에 레드 로즈에게 중간 다리 역할을 요구했다.
인간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요정의 피를 이은 자들과 마녀들이 합세하고, 얼마 가지 않아 로얄 가든과 율도국에서도 움직임을 보였다. 작전 리스타트를 비롯한 불순한 무리들의 음모들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여.
호텔 마이엘은 로얄 스위트 객실 전부를 내놓아야 했고, 마왕과 빈센이 객실 하나를, 도로시, 홍길동, 잔 다르크가 각기 하나씩을 사용했다.
잔 다르크는 도로시를 좋아하지 않았고, 홍길동은 잔 다르크를 좋아하지 않았고, 도로시는 홍길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고 물리는 관계로써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불쑥.
그들 모두의 서포트 시스템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마왕은 슬쩍 내용을 확인한 후, 천일이 작성한 부분만을 확인하였다.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빈센은 마왕과는 다르게 생각하며 내용을 파악했다.
쾅.
갑작스럽게 울린 굉음. 잔 다르크가 머무르는 객실 쪽이었다. 번개처럼 튀어 나가는 황금의 선과 그것을 막아서는 푸른 막.
잔 다르크와 홍길동이었다.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말다툼을 벌인 후, 전투를 시작했다. 제한된 전투 능력만을 사용해야 하기에 결착이 나지는 않을 터였다. 그에 빈센이 우려를 보일 쯤 도로시가 방문했다.
“흥미로운 내용이네. 역시 일처리 하나는 끝내줘. 그래야 나의 영웅이지.”
도로시는 그런 말을 하며 마왕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
마왕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저거 말리지 않아도 되는 건가?”
빈센이 끼어들었다.
“응? 말려야 해? 어차피 승부는 나지 않아. 저 둘이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옛날부터 그랬다구. 신경 쓰면 손해야.”
도로시의 응대.
“저 둘이 사이가 좋지 않다?”
빈센이 의문을 표했다.
“동족 혐오지. 내 눈에는 그렇게 보여. 하지만 그 이야기를 저 둘에게 했다가는 응응,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을 거야. 코피 철철, 엉금엉금이라는 느낌으로.”
도로시가 장난기 어린 반응을 보였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군.”
마왕이 도로시에게 말을 던졌다.
“응, 좋아.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지.”
도로시는 그런 말을 하며 눈빛을 번뜩였다.
“무엇을 꾸미고 있지?”
빈센이 날카로운 어조로 도로시에게 툭 쏘아붙였다.
“무엇을 꾸미냐고? 내가? 너희들을 상대로? 호호. 착각은 자유라지만. 응응. 그래, 괜찮겠지. 이제 다 끝났고.”
도로시는 멋대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을 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