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20
120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20화)
4. 막을 내리는 아틀란티스 월드(8)
티 세트의 등장.
도로시는 앉은 그 자리에서 손수 달콤한 향기가 피어오르는 밀크 티를 만들었다. 한 모금 마시고는 마왕에게 ‘마실래? 제법 귀한 거야. 아무에게나 주지 않아. 어때?’라고 물었다.
“좋다. 받아들이지.”
마왕의 답.
“대답이나 해라. 마녀 도로시.”
빈센이 인상을 찌푸리며 마녀를 바라보았다.
“말소리가 거슬리네. 그런 태도 좋지 않아.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응?”
도로시는 나긋나긋하게 말을 늘어놓았지만, 빈센은 벽 끝까지 밀려가서는 검은 기류 같은 것에 사지를 결박당했다.
“너는 적인가?”
마왕의 의문.
“적이 될 생각은 없어. 될까 생각하긴 했지만. 응응. 이 정도로 강단이 있다면 우리들이 영웅으로 섬기기에 충분해.”
도로시는 만족한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 그랬군.”
마왕이 알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슨…… 뜻이지?”
빈센이 의문을 표했다.
“자격을 테스트한 것일 테지. 맞나?”
마왕이 답했고.
“정답! 마왕은 머리가 좋구나. 응응. 역시 똑똑해.”
도로시가 긍정을 표했다.
“자격을 시험? 그게 무슨. 지구의 운명이 걸려 있는 사안을 가지고 자격을 시험했다고!”
빈센은 경악을 했다.
“진정해. 진정하는 것이 좋아.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어. 우리들, 그러니까 자유 진영 일곱 신비 수장 다섯이 합의하에 벌인 일이야. 하지만 착각하지 마. 우리가 이 사건을 일으킨 것은 아니야. 그저 사건은 일어났고, 어떻게 대처할까를 놓고 회의를 하던 끝에 지구의 영웅 이천일이 도마에 올랐지. 그 결과라는 소리. 응응. 마음 같아서는 자세히 알려 주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의 프라이버시에 관계된 이야기도 있으니 생략.”
도로시가 대략적인 설명을 했다.
“그것뿐인가?”
마왕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던졌다.
“당연히 아니지. 이천일이라는 자에게 지구를 대표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는 별도로 마왕, 너 역시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시점에서 이천일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 중 네가 가장 무거웠으니까. 결과는 보류. 탈락도 아니지만 합격점을 줄 수도 없어.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 내면에 계속 차곡차곡 쌓아 두고 쌓아 두었다가 어느 순간 쾅! 거기에 후회는 없고, 주저도 없고. 위험해, 너무 위험해.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너를 긍정해. 더구나 영웅은 여러 명의 부관을 가진다지? 너 혼자 그를 보좌하는 것이 아니니, 괜찮아. 문제없을 거야. 있다고 하면 내가 없는 걸로 만들어 줄게.”
도로시는 어째서인지 마왕을 좋아하는 듯했다.
“…….”
마왕은 안색을 굳히고 침묵했다.
“그래도 너에게는 많이 실망했어. 아, 실망은 옛날부터 하고 있었지. 빛의 진영을 다스릴 때부터 ‘어둠’을 없애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 결과적으로는 그래서 어둠의 편에 서는 사람들이 생겨났지만. 그렇게 되는 이유를 너는 몰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 그러니 너는 실격. 안 돼.”
도로시는 빈센에게 판결을 내렸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나는 언제나 빛과 사람들, 평화와 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어둠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야말로 앞뒤 가리지 않고 분노를 앞세우는 마왕과는 달리 그의 곁에 있을 자격이 있다.”
빈센의 주장.
“그럼 질문. 어째서 사람들은 영웅 이천일을 의심하고 마왕에게 무기를 겨누었을까나. 단지, 누군가가 충동질해서? 전혀 그럴 생각 없었는데?”
도로시의 질문.
“사람들이 어리석기 때문이다. 자신이 범하는 잘못이 무엇인지 몰랐을 뿐이다.”
빈센의 말은 빈센이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그래서 네게는 자격이 없다는 거야. 천일도 그렇게 생각할걸. 그렇지 않았다면 네게도 부관 자리가 맡겨졌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 그렇지?”
“……!”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욕망부터 이해하지 않으면 안 돼. 요정의 피를 이어받아서 모르겠지만,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인간이 하루에 세 끼를 먹고 안전한 잠자리를 가지는 것에 만족하였다면 현대 문명은 탄생할 수 없었지. 인간이 윤회라는 것을 할 이유도 없고.”
도로시는 살짝 엉뚱한 이야기를 가져다 붙였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고 빈센은 ‘그럼 타인의 것을 빼앗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속이고,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기 위해 죄를 저지르는 것이 옳다는 것이냐!’라고 외쳤다.
“타인의 것을 빼앗는 것,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속이는 것,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 그런 것들이 나쁜 짓이라고 누가 정했지?”
“……!”
빈센은 말문이 막혔는지, 놀란 얼굴로 굳어 버렸다.
“인간 스스로가 정한 일이야. 죄를 범하는 것도 인간. 죄를 범하는 인간을 처벌하는 것도 인간.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 욕망을 억누르는 것도 인간. 전부, 인간의 사상이고 방법이지. 지금까지 인간은 그렇게 걸어왔어. 요정의 피가 섞인 너희들은 너희들이 살아갈 터전만 있으면 매일 똑같은 하루를 수백 년 동안 반복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해. 그런 너희들이기에 인간들이 말하는 범죄는 일어나지 않아. 절대로 그렇지. 내 말 틀렸을까?”
도로시의 이야기.
“……!”
빈센은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사지를 부들부들 떨다가 축 늘어졌다.
“응응. 똑똑해. 이해한 모양이네. 그럼 놓아줄게.”
딱.
도로시가 손가락을 튕기자, 빈센을 속박하고 있던 것들이 사라졌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마왕이 도로시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고?”
도로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천일이 보낸 메시지 말이다. 그는 홍길동과 네게 지구에 속한 영웅으로서 전함을 이끌고 전투에 참여해 주길 원하고 있다. 할 것인가?”
마왕이 물었다.
“힘 필요해? 가지고 싶지 않아?”
도로시가 뚱딴지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그만 있으면 된다. 힘은 이 정도가 좋다.”
마왕의 답.
“응응. 역시 그런 거구나.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어. 원한다면 영웅 등급 전투 능력을 소유할 수 있음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웅 등급이 되고 천일의 부관으로는 있을 수 없게 되니까, 거부. 내 말 맞아?”
도로시는 확인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렇다.”
마왕은 정직했다.
“응응. 착한 아이구나. 좋아. 비밀 지켜 줄게.”
도로시가 그런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쯤.
휘릭.
돌풍과 함께 홍길동이 등장했다. 이에 도로시는 힐끔 밖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는 아직 싸움이 한창이었다.
황금빛 서기와 오색의 향연.
잔 다르크와 홍길동의 싸움이 잔 다르크와 천일로 바뀌었다는 증거였다. 이에 마왕이 일어났다.
“성질도 급하지. 무엇이 그리 조급할까. 나라면 앉아서 기다릴 것이야.”
홍길동의 말.
멈칫.
마왕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사제라고 편드는 거야?”
도로시가 말했다.
“사제?”
마왕의 의문.
“빛살검리는 나에게 재주를 전수해 준 선사께서 인간이었던 시절에 만든 서적일세. 그 진전을 이어받은 것이 그이니, 나에게 있어서는 사제라고 할 수 있지. 상관없는 일이다. 선사께서 말하길, 그 책은 인간이길 원하는 자의 것이라 했네. 절대로 그것으로는 높은 도를 이룰 수 없다 하셨지. 그 책이 대단해서 그가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대단하여 빛살검리를 더 높은 곳까지 끌어 올렸다는 이야기일세. 신경 쓸 필요도 없지.”
홍길동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결투를 청한 거야? 응응. 확인하고 싶은 기분은 이해해. 하지만 도를 넘었어. 회의를 다시 열어서 지루한 논쟁을 또 할 뻔했다구.”
도로시의 푸념.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하지만 후후. 솔직하게 도와 달라고 머리를 조아렸으면 재주를 겨루는 하찮은 일 따위는 발생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나는 만족했다네. 혼자가 아니어도 길이 있음을 깨달았으니. 그보다 더 값진 깨달음을 어디서 얻을 수 있겠나. 허허허.”
홍길동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말이나 못하면. 쯧쯧. 헛소리는 이쯤 해 두고. 쟤네들은 왜 싸우는 거야?”
도로시가 화제를 바꾸었다.
“전에 재주를 겨루다 일이 생겨서 중단했었다더군. 그때는 검의 기교만을 겨루는 자리였는데, 지금은 아닐세.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린 건지는 나도 모르니 묻지 말게. 괴롭네.”
홍길동이 답했다.
“그런데 쟤는 왜 저래? 원래 저렇게 날뛰는 성격 아니지 않아?”
잔 다르크를 쟤로 표현하는 도로시의 의문.
“언제나 그렇듯 기생충 같은 녀석들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이네. 민족과 국가를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더 노력해서 결과를 만들었지만, 그 결과 은신처에서 오들오들 떨던 놈들의 손에 떨어져 심판을 받지 않았나. 불에 화르륵 하고 말일세. 실제로 화형당한 것은 그녀가 아니었네만, 그런 자신의 과거와 그가 당한 일이 겹쳐 버린 것이겠지.”
홍길동의 친절한 설명.
“여전하구나. 그 성격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야. 덕분에 유럽에서 그런 짓거리 하는 놈들은 여지없이 목이 떨어졌고.”
도로시는 짧게 감상을 뱉은 후.
“너도 한 잔 줄까? 귀한 거야. 아끼는 재료로 만들었어.”
홍길동에게 밀크 티를 권했다.
“그만두게. 그런 니글니글한 것을 사내인 내가 어찌 먹겠나. 남자는 역시 술일세.”
홍길동은 그리 말하고는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술상이 등장했다. 술은 호로병에 담겨 있고, 안주는 잡채와 부침개였다.
꿀꺽꿀꺽.
호쾌하게 호로병의 내용물을 들이켜는 홍길동.
“역시 우아함이 부족해. 벌컥벌컥. 벌컥벌컥. 맛도 없고, 몸에 좋지도 않은 것을 위장에 잘도.”
도로시가 살짝 핀잔을 날렸다.
“하하. 아녀자는 모르는 사내들의 풍류라네.”
홍길동의 대응.
“우웩.”
토하는 시늉을 하는 도로시.
“하아.”
슬쩍 한숨을 쉬는 마왕.
오가는 홍길동과 도로시의 대화는 안중에도 없이 밖에서 벌어지는 싸움 구경에 정신이 없었다.
천일, 이기는 겁니다! 라고 기원하면서.
승패를 가릴 수 없는 싸움.
천일도 알고, 잔 다르크도 알았다. 수치화된 전투 능력을 따지면 잔 다르크 쪽이 천일의 2배 정도였지만, 어차피 전력을 다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럼으로 둘의 싸움은 박빙이었고, 어떤 기술도 상대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없었다. 더구나 천일과 잔 다르크의 검술은 힘이 더해지니 비슷한 모양이었다.
강격 일변도, 잔 다르크.
그녀는 레이피어를 애용하지만 본무기는 헬버드였다. 소녀의 몸으로 자신보다 커다란 헬버드를 휘두르며 전진하던 시절, 잔 다르크의 일격은 수십, 수백 명의 적들을 날려 버렸다. 그 위용은 적에게는 공포였고, 아군에게는 긍지였다. 때문에 후퇴는 없고 오로지 전진이었다. 파고 들어가 날려 버린다.
천일의 검은 빛살검리를 얻으면서 다소 변화하였지만 기본은 임기응변식 패도(覇道)였다.
전장에서 검을 든 자.
그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적을 죽이는 것. 일격으로 적의 무기와 방어구를 부수고 그 생명을 빼앗는다. 소드 마스터가 되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었어도 전장의 진리는 언제나 그랬다.
그러니까 모든 것을 파괴한다.
잔 다르크는 천일의 검이 흉악하다는 생각을 했다. 틈을 보이면 반드시 파고 들어와 모든 것을 부수려고 들었다.
굳이 말하자면 송곳이었다.
반면.
천일이 보기에 잔 다르크의 검은 묵직했고 쓸데없는 부분이 많았다. 말하자면 해머였다. 스쳐도 사망이라는 느낌.
쾅.
송곳과 해머가 부딪혀 굉음을 내었다. 일반적으로 해머와 송곳이 부딪히면 해머의 승리였지만, 송곳은 절대로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는 무언가로 만들어져 있었다. 해머 역시 그런 것이므로 팽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거,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 거야?’
라고 천일은 생각했다.
얼른 마왕을 만나고 싶은데, 잔 다르크는 손을 거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흥이 올라서 그런 걸까? 폭풍 같은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빛살검.
문틈햇살.
소드 임팩트.
천일 역시 기술을 난사하며 주의를 끌었다. 그러다 틈을 발견한 순간, 자세를 고쳤다. 나이트 차지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번뜩.
천일이 한 줄기 빛이 되었다.
스슥.
잔 다르크는 천일의 나이트 차지를 피한 뒤, 천일의 위치를 예측하여 그곳에다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천일을 중심으로 반경 3m 정도에 중력이 빠르게 증가했다. 천일은 검을 슬쩍 휘두른 뒤, 중력이 증가하면 그만큼 증가하는 마나의 흐름을 빨아들였다.
번쩍.
빛살검이 허공을 갈랐다. 빛살로 만들어진 검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잔 다르크가 레이피어를 회수한 뒤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