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21
121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21화)
4. 막을 내리는 아틀란티스 월드(9)
헬버드의 등장.
콰콰콰.
무형의 강기가 헬버드에서 뿜어져 천일의 만든 검강―빛살검강을 파쇄했다.
다시 처음부터 반복.
얼마나 그랬을까, 둘 사이에 불청객이 등장했다. 승포를 입고 금색 가사를 걸친 중이었다. 그는 인자해 보이는 얼굴로 천일과 잔 다르크에게 손을 뻗었다.
콰콰콰쾅.
폭음의 축제.
‘강하다? 누구지?’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승려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손을 뻗었지만, 그 속에는 심오한 이치가 맞물려 있었다.
자유 진영 일곱 신비 중 하나인 무림을 이끄는 자.
무림에 몸을 담은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를 물으면 전설이라며 손사래를 치겠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달마대사는 죽지 않았음을.
“아미타불. 시주들 이제 손을 거두시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줄 아오.”
온화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걸 누가 몰라서 이래?”
천일이 신경질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철컥.
잔 다르크는 가타부타 말없이 무기를 회수했다. 천일은 이에 말문이 막혔다.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회수하는 잔 다르크의 태도 때문이었다.
‘어쭈. 저자의 말에 순순히 검을 거둔다 이거지?’
천일의 의문.
“흥. 엉덩이 한번 무겁군.”
잔 다르크가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응? 뭐지?’
깊어지는 천일의 의문.
자유 진영 일곱 신비 수장들은 지구에 중대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마다 암암리에 회의를 열었는데, 달마는 참석하지 않기로는 그들 중 최고였다. 그런 자가 불쑥하고 등장했으니 잔 다르크가 경계하는 것도 당연했다.
“판을 깨는구먼. 언제까지 같은 짓을 반복할지 끝을 보려던 참이었건만.”
난데없이 또 한 명의 등장.
조잡해 보이는 철제 갑옷을 대충 걸친 사내. 등에 멘 커다란 검이 인상적이었다. 자유 진영 일곱 신비 중 하나인 아발론의 주인, 아서.
스륵.
잔잔한 돌풍과 함께 홍길동이 천일의 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죽립을 매만지며 ‘오딘과 태상노군은? 아서는 왜 혼자야?’라고 의문을 표했다.
“검은색은 태상노군이었다.”
아서의 발언.
“나무아미타불.”
달마대사의 반응.
“역시?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럴 거라고 말하지 않았나. 쯧쯧.”
홍길동의 투덜거림.
“무슨 소리야? 검은색이 태상노군이라니?”
천일의 의문.
“자세한 것은 도로시에게 듣게.”
홍길동은 그렇게 말하고는 잔 다르크 옆으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그럼 가세나. 검은색이 드러난 이상 그냥 있을 수만은 없지. 지구의 영웅 이천일, 함선 좋은 걸로 부탁하네. 이 목석같은 아녀자의 것도 말일세. 그럼 일이 있어서 가겠네.’라고 말했다.
홍길동과 잔 다르크의 퇴장.
“소승도 저들을 쫓으리다. 소승의 함선은 필요하지 않으니 준비하지 말게나.”
달마대사 역시 퇴장.
“여! 이렇게 만난 것은 처음이지? 나는 아서라고 한다.”
아서가 손을 들어 천일에게 인사했다.
끄덕.
“이천일이다.”
천일 역시 인사했다.
휙.
아서는 무언가를 던졌다.
“……!”
천일은 조금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서가 던진 것을 받았다. 그것은 편지였다. 아서는 씨익 웃고는.
“나도 좋은 놈으로 하나 부탁해 두지. 그럼 이만.”
아서 역시 사라졌다.
천일은 약간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편지는 또 뭘까? 생각을 해 봐도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도로시라면 뭔가 알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마왕! 어디야? 근처에 있지?’라고 소리쳐 보았다.
서포트 시스템을 이용하면 간단히 찾을 수 있을 텐데.
“이쪽입니다.”
마왕의 목소리가 울렸다.
“갈게.”
천일은 한걸음이 뛰어올라 마왕이 있는 객실 창가에 올라섰다.
“오랜만이에요. 나의 영웅 이천일.”
도로시가 인사를 건넸다.
“응.”
살짝 고개를 끄덕임으로 인사를 받은 천일.
“땀 냄새가 진동을 하네요. 샤워라도 하고 왔으면 하는데, 어때요?”
도로시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투정을 부렸다. 마왕은 이에 눈살을 찌푸리며 도로시를 노려보았지만, 천일은 별말 없이 욕실을 찾았다.
10분 정도.
천일이 없는 가운데 마왕이 도로시에게 ‘그것 하나 참지 못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내가 왜 그런 걸 참아야 해?”
도로시의 의문.
“……!”
마왕은 말문이 막혔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야. 확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도 있어. 가슴에 안고 있는 마음, 토해내지 않으면 응어리가 질 거야.”
도로시가 마왕에게 충고를 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
마왕은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로시는 마왕에게 충고를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무슨 반응을 원하는 거지?”
마왕은 한층 더 싸늘해졌다.
“자꾸 그렇게 삐딱하게 굴면 내가 꼬셔 버릴 수도 있어. 조심해. 응응. 조심하는 것이 좋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도로시는 자신 있어 보였다.
경직.
마왕은 말없이 도로시를 노려보았다. 기분이 심히 상했다.
그러던 중 천일이 나왔다. 주저 없이 의자를 가져다 마왕의 옆에 놓고는 앉았다. 이어 도로시를 바라보며 ‘검은색이 태상노군이었다, 라는 이야기가 나왔던데. 무슨 뜻이야?’라고 물었다.
“검은색은 배신자를 말해요. 우리들은 지구인이잖아요. 각자의 사정과 소망은 있지만, 공통적으로 지구의 안녕과 평화를 원해요.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죠. 우리들의 인식과 정보망 밖에서 항상 지구의 위기가 등장하였었거든요. 우리들로서는 의문이었죠. 우리들 중 하나라도 세계에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빛과 어둠이 힘을 합쳐서 대응해야 할 정도예요. 그런 집단이 일곱 개나 있어서 지구를 감시하고. 감시라고 표현해도 될까요? 거기에 가이르디슈라는 존재도 있고. 그러니 절대 안전해야 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최근 백 년, 인간은 역사 이래로 많은 발전을 했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하얀색’이라고 판명된 다섯 명이 은밀히 손을 잡고 검은색을 경계하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정확하게 누가 검은색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손을 잡은 상태였어도 어느 정도는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죠. 검은색은 일곱 중에 단 하나. 그리고 그것이 밝혀졌다. 이런 뜻이죠.”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는 도로시의 설명. 하지만 천일에게는 충분했다.
“태상노군이 배신자라면, 그가 지구를 위기에 빠뜨리려고 했다. 이런 이야기야?”
“네.”
“그걸 수백 년 동안 몰랐고?”
“네.”
“어째서?”
“믿을 수 없는 존재들이 많았어요. 가이르디슈 같은.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숨기고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나 우리들도 바보는 아니에요. 그들이 정확하게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는 몰라도, 지구상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어요.”
“그렇구나. 알았어. 납득했다.”
천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슬슬 일어나야겠어요. 그들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으니까요. 천일 님, 뒷일을 부탁드려요. 나중에 봐요. 찾아갈게요.”
도로시가 일어났다.
“응? 어, 수고해.”
천일은 그러고 말았다.
슥.
도로시가 사라졌다.
“천일, 무사한 것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마왕이 말을 건넸다.
“응.”
천일은 대답을 하고 마왕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얼굴을 보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멍하니 1분 정도.
침묵의 끝에 마왕이 입을 열어 ‘메시지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람들을 멋대로 지옥에. 그것은 사람들의 판단에 따르기로 하였건만, 감정을 이기지 못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응? 아아, 그거. 괜찮아, 문제없어.”
천일은 마왕을 탓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부분에서는 마왕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제가 독단적으로 지옥에 보낸 자들을 풀어 줄 수도 있습니다.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마왕의 질문.
“그래? 그럼 그 부분부터 처리할까. 일단 사람들을 풀어놔도 될 정도로 넓은 곳으로 가자. 거기서 그들을 풀어 주고 그리고. 어떻게든 되겠지.”
천일은 그렇게 말하고는 관리 함선에 연락을 넣었다. 사정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자 ‘오르탈렌 황무지’라는 답이 나왔다.
즉시 이동.
그저 펼쳐져 있는 황색 토지. 괴물들이 돌아다녀야 할 필드이지만 관리 함선에서 통제를 시작한 덕에 괴물들은 한 마리도 없었다.
“마왕.”
천일이 말했다.
“네.”
마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치켜들었다. 상공에 지옥의 문이 등장하고, 붉은 빛이 쏟아져 내렸다.
막막하게 펼쳐진 황무지에 사람들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 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정신이 들었는지 하늘과 땅을 바라보았다. 숨을 들이마셨다.
땅에 털썩 주저앉고는 이제 살았다는 얼굴들을 했다.
그들이 머물었던 지옥은 용암의 내부 같은 곳이었다. 열기에 의해 피부가 일그러지고, 금세 뼈가 드러났다. 죽겠다 싶으면 다시 멀쩡해지고, 다시 뜨거움을 느꼈다. 10초가 하루 같았고, 1분이 1년 같았다.
삑. 띠리링.
그들의 서포트 시스템에 밀려 있던 메시지가 도착하며 효과음이 울렸다. 천일은 그들에게 일단 메시지를 확인하도록 권고했다.
경악, 분노, 좌절.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제각각이었다. 그들 가운데는 작전 리스타트 관련자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거망동하는 자는 없었다. 마왕이 있고, 천일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억만금을 주어도 다시 지옥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천일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천일은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았다.
그저.
“메시지를 확인했으면 알 거다. 내가 누구이고, 지금 지구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좋을 대로 해라. 나도 좋을 대로 할 것이다. 강요는 없다. 다만 이것 하나는 명심해라. 나는 지구의 영웅이다. 너희들을 향해 검을 뽑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뽑게 만든다면 그 결과는 지옥행이다. 해산!”
라고 말했다.
이에 사람들은 별말 없이 서포트 시스템을 사용하여 자리를 떴다. 하지만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천여 명 정도가 남았다. 그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는 듯하더니, 우두머리를 뽑았다.
저벅저벅.
우두머리가 무리를 대표해서 천일의 앞에 나아왔다. 그는 당당하고 매서운 눈으로 마왕을 노려보더니 곧 천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이 진정 지구의 영웅으로 인정을 받은 겁니까?”
무리의 대표자가 된 청년이 물었다.
“받았다.”
천일의 긍정.
“지구에서 가장 강한 자라는 뜻입니까?”
“그건 아니다. 나보다 강한 자도 있다.”
“그런데 당신이 영웅이 되었습니까? 지구에서 가장 강한 자가 영웅이 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문제없다.”
“그래서 당신이 정의입니까?”
“그건 아니겠지.”
“그런데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낸다, 이겁니까?”
“불만이냐?”
“당신이 정의가 아니라면, 당신의 판단으로 누군가를 지옥에 보내는 일은 ‘정의’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잘못된 일입니다.”
“지옥에 다시 한 번 갈래?”
히죽, 천일이 웃으며 물었다.
흠칫.
청년이 동요를 보였다. 하지만 물러나지 않고 천일에게 ‘맘대로 하십시오.’라고 소리쳤다.
“하하.”
천일이 웃었다.
“왜 웃는 겁니까? 나는 진심입니다.”
청년의 항의.
“알아. 그래서 말인데. 너, 감투 하나 쓸래?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필요했어.”
씨익, 천일이 웃었다.
“……!”
청년은 깜짝 놀랐다.
“네 말대로. 내 자의적인 판단으로 누군가를 지옥으로 보내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지. 그렇다면 나 혼자가 아니라, 사람들이라고 하면 어떨까? 사법기관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래, 좋다. 경찰. 너하고 저기 남아 있는 사람들하고 해라. 직함은 그래, 일단 생각해 보자. 골치 아픈 부분이었는데 잘됐다.”
천일은 대수롭지 않게 쓱싹하고 결정해 버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걸 왜 저희들이 합니까?”
청년이 화를 냈다.
“그럼, 이번 같은 사건이 터지면 우린 그냥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손놓고. 지구 따위 어떻게 되도 좋아, 라는 식으로?”
“그건 억지입니다.”
“메시지 확인했지?”
“했습니다.”
“그런데 억지라고?”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어떻게 압니까?”
“너, 아틀란티스 월드에 들어온 지 몇 년 됐냐?”
“10년 정도 됐습니다.”
“그래? 그럼, 저쪽에 가서 잠깐 기다려.”
천일은 그렇게 말하며 청년을 쫓아냈다. 그러고는 마왕을 불러서 풀리지 않은 자들을 풀어 줄 것을 지시했다.
“그들을 말입니까? 진심입니까? 그들은 틀림없이 또 천일에게 반기를 들 것입니다.”
마왕이 우려를 표했다.
“괜찮아.”
천일은 문제없다는 식이었다.
“알겠습니다. 천일이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천일을 믿습니다.”
마왕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란체 등을 풀어 주는 것은 껄끄러웠다. 하지만 천일을 믿는다고 했기에 지시를 따랐다.
파파팟.
어둠을 이끌었던 자들. 로얄블러드 가문의 그란체, 괴왕 넨센 등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별로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등장해서는 천일과 마왕을 노려보았다. 어떤 이들은 경외를, 어떤 이들은 공포를, 어떤 이들은 증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