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22
122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22화)
4. 막을 내리는 아틀란티스 월드(10)
이에 청년이 천일에게 나아왔다. 아틀란티스 월드에서 생활한 지 10년 되었다는 그이기에 아는 얼굴들도 많았다. 그래서 천일을 씹어 먹었으면 좋겠다는 얼굴로.
“저들을 풀어 주는 겁니까?”
라고 물었다.
“역시, 자의적인 판단으로 누군가를 지옥에 두는 것은 좋지 않아. 나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
천일은 청년의 논리를 이용해서 청년을 압박했다.
“……!”
청년은 말문이 막혔다.
“불만이면 네가 증거를 모아 와. 과거의 것은 필요 없어. 이제부터 벌어지는 저들의 이야기. 저들이 지옥에서 썩지 않으면 안 된다는 증거 같은 것들. 무슨 말인지 알지? 알 거야. 알아야만 해. 아무튼 나중에 찾아와. 회사에 자리 하나 만들어 줄 테니 말이야.”
천일은 그것으로 이야기를 정리했다.
“그런! 말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청년이 화를 냈다.
“그럼 어서 가 봐. 난 이미 너에게 말했고, 그 말을 저들은 귀담아 듣고 있지. 자꾸 얼쩡거리면 너만 손해다. 네가 싫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 자리에 앉아서 그 일을 할 거야. 너는 그걸 따라야만 하고. 그게 싫으면 네가 직접 하는 수밖에.”
천일이 말했다.
빠득.
청년은 어금니를 깨물고는 발을 돌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마왕이 천일에게 ‘이래도 되는 겁니까? 경솔해 보입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못하면 짜르면 돼. 어차피 만들어야 할 조직이야.”
천일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그때.
로얄블러드 가문의 가주 그란체가 천일과 마왕의 앞에 등장했다. 그는 분노와 증오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천일과 마왕을 노려본 후.
“후회할 날이 올 게야.”
라고 말하고는 발을 돌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많은 이들이 사라졌다.
팀 영웅과 마왕 그리고 지구인 저택.
오랜만에 돌아온 천일과 마왕은 뜰에 서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하는 생각을 했다.
“천일, 그럼 저는 짐을 챙기겠습니다.”
마왕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아틀란티스 월드를 떠나야 할 때가 되었으니, 떠날 준비를 하려는 것이다.
“응.”
천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챙겨야 할 물건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없겠지. 그런 건.’
결론을 낸 천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저택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모든 일들이 너무 술술 잘 풀렸다. 전생을 기억한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이야기.
모든 것은 우연일까? 필연이었다, 생각되는 것은 착각일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야! 이 썩을 자식아!”
누군가의 외침.
천일은 아차 하는 생각을 하며 발을 돌렸다. 얼굴을 홍당무처럼 달아오른 빈센이 있었다. 그녀는 성난 황소처럼 콧김을 내뿜으며 천일의 앞에 서서는.
휙.
따귀를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천일이 맞는 일은 없었다.
“놔! 이 손 놔! 이 개 같은 자식!”
빈센이 화를 냈다.
“미안.”
천일이 사과를 했다.
“뭐가 미안하지? 이 빌어먹을 자식아! 나는 있으나마나 하니까, 상관없다 이건데. 이 망할 자식.”
빈센이 고함을 쳤다.
“여러 가지로 복잡해서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따귀라니. 남자가 이런 일로 그러는 거 아니다.”
천일의 반응.
“남자? 이 망할 놈아. 남자든 여자든 그런 상황에서 잊혀지면 기분 참 좋겠다! 그냥 뒈져 다오. 제발 부탁한다.”
빈센은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하하.”
웃어넘기는 천일.
“그래서 나는 뭐냐?”
뜬금없는 빈센의 물음.
“뭐가?”
천일은 이해할 수 없었다.
“부관 말이다. 잊었다고 말할 셈인가?”
빈센은 신경질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일단은 참았다. 천일이 자신을 부관으로 삼아 주느냐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아세란이 너 부관으로 삼고 싶어 하더라.”
천일이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뭐?”
빈센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영웅 아세란이 누군지 몰라서가 아니다. 그녀가 왜 자신을 부관으로 삼고 싶어 하는지, 천일의 부관이 되는 사안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 녀석, 믿을 사람이 없어서 고생하는 것 같더라. 이번에도 보니, 도깨비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고, 성질만 있지 성격이 치밀하지 못해. 인정도 많고. 너 같은 사람이 옆에서 보좌해 주면 딱일 것 같은데. 어때?”
천일의 물음.
“나더러 외계인을 위해 일하라는 건가?”
빈센의 반문.
“응? 아아. 그러고 보니 메시지에 넣어야 할 내용이었는데, 깜빡했네. 영웅 아세란과 아세란 함선은 당분간 지구에 속해서 활동하게 될 거야. 거래를 좀 했다.”
“무슨 거래?”
“화성과 후손을 대가로 지구 소속이 되어 활동해 달라는 것. 프로페스 2개 함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잖아. 전력은 많은 것이 좋아. 기브 앤 테이크, 라는 거지.”
“……!”
빈센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화성과 후손을 대가로 주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위기만 넘기면, 화성을 개발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의 행성으로 만들 거야. 그렇게 되면 영웅 아세란은 그 행성을 모행성으로 삼을 테고. 지구와 가까이 있으니, 지구인이 가서 살 수도 있겠지. 그 점에 대해서는 차후에 협정을 맺어야겠지만. 일단은 그래.”
천일의 설명.
“후손은?”
빈센은 그 점도 궁금했다.
“그게 말이지. 끙.”
천일은 신음 소리를 냈다. 설명을 하긴 해야 하는데, 했다가는 무슨 시선을 받을지 두려운 것이다.
“말해라. 곤혹스러워하는 얼굴을 보니 꼭 들어야겠다.”
무슨 심보인지, 빈센도 천일이 곤란해하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꼭이냐?”
천일의 의문.
“꼭이다.”
빈센의 대답.
“알았어. 대수로운 건 아니고. 대수롭다고 해야 하나. 말하기 어려운데. 말했다가 베베한테 혼났어. 정말 후우.”
천일은 얼버무리고 싶었기에 이상한 이야기를 쏟아 냈다.
“본론이나 꺼내라.”
빈센은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아세란하고 밤을 지내면 후손을 만들 수 있다더라. 97퍼센트 확률이래.”
천일의 대답.
“그래서 네가 그렇게 해 주기로 했다. 그 대가로 영웅 아세란과 아세란 함선이 지구 소속이 되었다는 뜻인가?”
빈센은 베베와는 달리 실망 같은 것 하지 않았다. 대신 사실 관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 의문을 건넸다.
“응, 그런 거야. 후손이 있어야 모행성이 의미가 있는 거니. 그래야 앞뒤가 맞아.”
천일이 답했다.
“누구의 눈치를 보는 거지?”
빈센이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
“누구의 눈치? 눈치라니. 아, 그러고 보니. 후우. 음. 어차피 알게 될 거니 말해 줄게. 작전 리스타트는 연맹 내 어떤 자들과도 연결이 되어 있어. 그들이 존재하는 한 지구는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어. 나는 물러나지 않을 거야. 지구를 위해서도 그렇고, 나를 위해서도 그렇고.”
천일의 이야기에는 많은 것이 빠져 있었지만, 빈센은 그 빠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 대강의 내용을 눈치챌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너는 나에게 아세란의 보좌를 맡으라는 것인가? 그게 아니면 감시?”
빈센은 조심스러웠다.
“둘 다. 사실 밤딸기가 붙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만,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통 알 수가 없어.”
천일은 곤란한 척했다. 밤딸기나 아세란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다만.
빈센을 눈앞에서 치워 버리고 싶었다.
“그런가. 알았다. 아세란의 부관이 되도록 하지. 나중에 후회하지 마라.”
빈센은 그런 말을 하고는 저택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역시, 그녀라고 해야겠지만, 아틀란티스 월드를 벗어날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걸로 또 한 건 낙찰. 그러고 보니 아서에게 편지를 받았지.’
천일은 빈센 덕분에 편지를 생각해 냈다.
부스럭.
편지는 아서가 쓴 것이 아니라, 멀린이 쓴 것이었다.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서와 아서를 도운 궁정 마법사의 이야기는 바깥세상에서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다.
좌우간.
편지에는 영국 스톤헨지 근처 어딘가에 숨겨진 어떤 장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쪽에서 천일을 만나고 싶어 하니, 한번 찾아가 보는 것이 좋을 거란다.
‘왜지? 그래도 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멀린의 조언이니 가 보는 것이 좋겠지.’
천일은 아서를 떠올리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다닥.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재운이 등장했다. 천일에게 와서는 ‘야! 아틀란티스 월드 떠난다며? 진짜냐?’라고 질문을 했다.
‘이 바보, 지금까지 뭐하고 이런 소리를.’
천일은 어이가 없었다.
“아이 참, 그러니까 메시지 보라고 했잖아!”
재운의 어깨에서 작은 요정 같은 것, 펠이 나타나 조잘 댔다.
“진짜냐? 아틀란티스 월드 끝난 거냐?”
재운은 펠의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 천일에게 질문을 했다.
“끝났다기보다는. 조금 달라. 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여도 뭐. 그렇다.”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천일의 반응.
“나 아직 여자 친구 못 만들었단 말이다!”
재운의 외침.
꼬집.
펠이 재운의 뺨을 힘껏 비틀었다. 하지만 재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천일은 펠을 불쌍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네 옆에 있는 그건?”
재운에게 물었다.
“얘? 에이, 데이트 못하잖아.”
“데이트.”
“뽀뽀도 못하고.”
“…….”
“그것도 못하고!”
“아, 그래. 하고 싶은 말은 다했냐?”
천일은 정말로 맥이 풀려서 어이없다는 얼굴로 재운에게 질문을 건넸다.
“나 부관 시켜 주냐?”
재운이 화제를 돌렸다.
“할래?”
천일의 반응.
“아니, 더 수련해서 내가 영웅이 되겠다!”
재운은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탕탕 쳤다.
“응, 그래. 현명한 선택이다.”
천일은 건성으로 반응했지만 속으로는 만세를 불렀다.
“야, 그런데.”
“응?”
“금괴나 보석 같은 거 가지고 나가도 되냐?”
“어느 정도까지는 될걸. 그런데 너 그런 것도 가지고 있냐?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으, 응? 하하하. 그럼 간다.”
재운은 숨기는 것이 있다는 얼굴로 슬금슬금 멀어지더니 저택을 향해 돌진했다. 그에 천일은 대단이 수상한 느낌이 들어서 재운의 뒤를 밟았다. 재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면서.
그리고 보았다.
저택의 장식물에서 금이나 은 혹은 보석 같은 것을 떼어 내는 재운의 모습을. 천일은 저것들 도금일 텐데, 라는 생각을 하다 베베의 거처에 생각이 미쳤다.
베베의 거처에는 확실하게 금이나 보석 같은 것이 많이 있었다.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재운 혼자 득 보는 꼴은 못 보겠다. 그러니 나도 동참한다는 느낌으로.
이 모양새에 어물거리다 마왕이 참여하고, 빈센은 일행들 하는 꼴을 보다 머리를 흔들었다. 금이나 은 따위 연맹 사람들에게 말하면 만들어 줄 텐데, 라고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재운의 행동을 보다 못한 펠이 나서서 저택을 황금으로 변화시켰다. 이게 뭐야! 라고 소리쳐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 약간 시간을 두고 등장한 천일의 부관 로셀라는 기겁을 했다.
이게 무슨 난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작은 해프닝을 끝으로 천일들은 아틀란티스 월드에 작별을 고했다.
스톤헨지는 영국 남부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고대의 거석 기념물이다. 현대에 만들어졌다면 별 대수로울 것도 없이 괴짜의 장난 정도로 치부되었을 테지만, 스톤헨지는 무려 기원전 1500년경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단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3회에 걸쳐 긴 시간이 소모되었다고 한다.
한때는 세계 불가사의들 중 하나였기도 했지만.
아무튼.
스톤헨지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많은 건축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드루이드라고 불리는 자들이 소중히 하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