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23
123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23화)
4. 막을 내리는 아틀란티스 월드(11)
보름달이 뜨는 밤.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스톤헨지 중심에는 어떤 기류가 생성된다. 특정 파동과 연동하여 몇 개의 문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데, 그중 하나만이 올바른 문이었다.
천일은 그 올바른 문이 어느 것인지 알고 있었다. 아서가 건네준 편지에 모든 것이 적혀 있었다.
스윽.
천일의 모습이 사라졌다.
숲이 있었다. 여기저기 오두막 같은 것이 있었다. 천일은 오솔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모닥불과 노인들이 보였다.
노인들의 수는 일곱 정도.
그들은 천일을 확인하고는 자리를 내어 주었다. 천일은 일단 앉아서는 ‘불러서 왔어. 뭐야?’라고 물었다.
“잠시 기다리게.”
노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노인들 중 하나가 일어나 사라졌다.
노인들 중 하나가 술과 육포 같은 것을 건네주었다.
천일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들이 주는 술을 마시고, 육포 같은 것을 뜯었다. 술은 과일향이 났고, 육포는 약간 짭조름했다.
“나를 기억하나?”
툭 하고 튀어나온 목소리.
“……?”
천일이 시선을 돌렸다. 어디서 본 것 같았지만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만난 적이 있다는 것만 확실했다.
“완전히 기억나지는 않는 모양이구먼. 쯧쯧. 젊은 놈이 기억력하고는.”
노인의 핀잔.
“어디서 만났지?”
천일이 물었다.
“서울에서 네놈을 구해 주었지 않았나.”
노인이 신경질을 섞어서 말했다.
“아.”
그제야 천일은 노인을 기억해 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소리만 잔뜩 늘어놓던 그 노인네 말이다.
마왕과 데이트 하다 발생한 그 사건에 관한 이야기.
“이제 기억이 나는 모양이로구먼. 낄낄.”
노인이 퉁명스레 말하고는 웃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천일은 상관없다는 얼굴로 용무를 물었다.
“용무가 있는 것은 내가 아닐세. 원래는 소리 없이 사라지려고 했네. 지구 스스로 걸을 때가 왔다는 의미일세.”
노인은 서운하다는 듯 말했다.
“지구 스스로 걸을 때가 왔다?”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네놈이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 같은 것 말일세. 우리들이 손을 쓴 거네. 우리들에게는 한 가지 규칙이 있어서 말일세. 으스대며 사람들 앞에 나설 수가 없네. 그래서 말이 필요했지. 그 말로 선택된 것이 바로 네놈이고. 네놈은 우리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었어. 그 점을 높이 사고 있네.”
노인은 감탄했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천일은 노인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조금 듣기 싫어졌다. 그래서 삐딱한 태도로 대응했다.
“왔구먼.”
노인이 상관없다는 듯이 먼 곳에 시선을 두었다.
“오랜만이네요, 천일.”
어디선가 들어 본 목소리가 천일의 귀를 때렸다.
“……!”
천일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옅은 밤갈색 머리에 푸른 눈, 갸름한 턱선. 빼어난 피부를 가진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알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천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이르디슈입니다. 이곳은 물질계와 현상계의 중간 지점 정도 되죠.”
자신을 가이르디슈라 말한 낯선 여인의 목소리는 틀림없이 가이르디슈의 것이었다.
“끌끌. 신경 쓰지 말게. 지금의 그녀는 가이르디슈가 맞아. 육체는 스톤헨지 근처를 배회하는 관광객의 것이네만.”
노인이 살짝 설명을 첨가했다.
흠칫.
천일은 놀랐다.
“이렇게 당신을 부른 이유는 몇 가지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지구의 안전과는 상관이 없어요.”
가이르디슈의 말.
“뭔데?”
천일은 너저분한 서론이 듣기 싫었다.
“원한다면 지구로 오고 있는 프로페스 2개 함대를 우리들의 손으로 없애 주겠어요. 원하나요?”
가이르디슈가 물었다.
“……!”
천일의 안색이 굳어졌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가이르디슈인지 아닌지도 확신할 수 없는 판에 지구를 위협하는 프로페스 2개 함대를 없애 주겠단다. 순간적으로 ‘대가는?’이라는 문장을 떠올린 천일은 곧.
“아니, 우리가 알아서 처리한다.”
라는 답을 내놓았다.
“원한다면 당신을 과거의 삶으로 보내 줄 수 있어요. 어떤가요?”
가이르디슈의 물음.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와서 나를 전생으로 돌려보낸다고? 왜 그런 짓을 하지? 그런 짓이 가능하기는 한 건가?”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가능해요. 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동의가 필요하지요. 여러분, 일단 그의 기억에 걸린 봉인을 해제해 주시겠어요?”
가이르디슈가 노인들에게 청했다. 그에 노인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하더니 천일에게 모닥불 위에 서라는 말을 했다.
‘뭐? 저 활활 타는 불 속에 서 있으라고? 상관없긴 하지만. 왜지?’
천일은 의아했지만 노인들의 말이 따랐다. 기억에 봉인 같은 것이 걸려 있다면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팟.
노인들이 손을 들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천일을 둘러싼 불길이 크게 치솟더니 천일의 정신과 육체를 훑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음? 뭐지?’
천일은 당황스러웠다.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떠올려 보도록 하세요. 자신의 기억이 어디부터 잘못되어 있는지.”
가이르디슈의 말.
끄덕.
천일은 지시에 따랐다. 10분 정도가 지난 후, 천일은 노인을 노려보았다. 인상을 구기며 ‘이 자식! 네가 날 죽인 그놈이구나!’라고 소리쳤다.
천일은 드래곤 일족의 족장,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강함을 영웅 등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천일은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느닷없이 등장한 노인과 일전을 치른 것이다. 그 결과 패배, 그리고 죽음. 그 외에도 많은 기억들이 머릿속에 있었다.
“껄껄. 그래서 어쩔 텐가? 결투를 신청한다면 받아 줄 수 있네만.”
노인이 답했다.
“아니, 됐어. 어차피 질 텐데, 뭘.”
천일이 투덜거렸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에요, 천일. 그는 어떤 의미에서 ‘신’입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기준의 전투 능력 판단 기준 ‘갤런’으로 환산할 경우 100억 이상의 전투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요. 그를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은 이 우주에는 없습니다.”
가이르디슈가 확인 사살을 했다.
“끌끌.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구먼. 어흠. 아무튼 이야기를 하지.”
노인은 손사래를 친 후, 천일이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천일이 전생이라고 생각한 삶은 사실.
전생의 전생의 전생의 전생의 전생의 전생.
아주 먼 옛날 이야기였다. 노인들은 의도적으로 천일의 기억을 봉인해 버렸다.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천일을 이용하여 지구의 파멸이라는 미래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는 천일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노인이 천일을 죽인 뒤, 그 영혼을 지구로 옮겨 왔기 때문에 발생한.
행성 클라우베시아의 파멸이라는 결과물 말이다. 이는 우주 전체 질서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고, 연맹의 내부에 자라고 있는 독버섯을 성장시키는 일이었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다.
지구의 위기는 이제 끝났으니, 너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서 네 세계를 지켜라.
“싫다면?”
천일이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들의 이야기는 천일을 가지고 놀았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상관없네. 자네가 살던 행성과 거기에서 맺은 자네의 업은 자네의 일이지 우리 일이 아니야.”
노인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대가 돌아가면 많은 행성들이 문명을 꽃피우고, 연맹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가이르디슈가 말했다.
“잠깐. 그렇게 되면 우주의 역사 자체가 바뀌는 거 아냐? 지구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서 내 영혼을 이리로 가져왔다며?”
천일이 의문을 토했다.
“이제는 괜찮아요. 그대가 한 번 와서 본래의 역사를 바꾼 후에 다시 되돌아간다고 해도, 본래의 역사대로 이야기가 흐르지는 않아요. 당신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것은 바뀌지 않아요. 우주의 법칙이죠.”
“법칙.”
“네, 그래요. 하지만 그대가 이대로 지구의 영웅으로서 활약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어요. 이 역사가 지속될 뿐이죠. 없어진 것들이 없어졌을 뿐.”
가이르디슈 역시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그럼, 나 혼자 가는 거냐?”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네, 당신 혼자 가게 됩니다. 육체조차 가지고 갈 수 없어요. 영혼만이 옮겨져 태어나게 됩니다.”
가이르디슈의 설명.
“장난하냐!”
천일이 버럭 소리쳤다. 일단 죽은 뒤, 저쪽에서 다시 태어나라고? 농담에도 정도가 있었다.
“기억은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해 주지.”
노인이 끼어들어서 제안을 했다.
“뭐? 또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살라고?”
천일이 화를 냈다.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되네요.”
가이르디슈가 긍정했다.
“이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라고. 그런 개 같은 이야기를 내가 왜 받아들여야 하지?”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나도 거기서 태어나겠어요. 기억을 가지고. 당신을 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섬기도록 하죠. 당신 역시 기억을 가지고 태어날 테니, 저를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가이르디슈가 말했다.
“……!”
천일은 놀랐다.
“부족한가요?”
가이르디슈가 슬쩍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천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승천한 후의 세계는 따분하답니다. 저와는 맞지 않아요.”
가이르디슈의 대답.
“웃기지 마. 진짜 이유가 뭐야?”
천일은 가이르디슈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돌아가지 않으면 100만 년 정도 후에 이 우주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가이르디슈의 대답.
“……!”
천일은 굳어 버렸다.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 때문이에요. 그녀가 프로페스에 오염되어 그들 중 하나가 되었어요. 그 미래는 뒤집어야만 해요.”
“그게 무슨.”
“생각해 봐요. 완전 미래 예지 능력을 보유한 프로페스를. 그런 존재를 이기는 것은 가능하지 않아요. 연맹과 연합이 지금 당장 힘을 합쳐 그들을 공격한다고 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요.”
가이르디슈는 진심이었다.
“그러니까 나만 돌아가면 된다, 이거지?”
천일이 물었다.
“네.”
“거부권 있어? 솔직하게 답해.”
“없습니다.”
“빌어먹을!”
“걱정 마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이르디슈가 쓴웃음을 지었다.
“한 가지만 묻자. 내가 있었던 행성이 멸망하는 이유가 뭐냐?”
“칼베인이 사라지고 500년 후, 레플리카의 습격을 받습니다. 1, 2차 공습은 그들의 힘으로 어떻게든 이길 수 있었지만, 3차 공습은 견딜 수 없었습니다. 행성은 황폐화되고, 이를 발견한 영웅 아세란이 행성을 공격하여 없애 버립니다.”
“……!”
천일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대 혼자라면 500년이란 시간으로 그들을 막아 내기에 부족하겠지만, 내가 그대를 돕는다면 어렵지는 않을 테죠.”
가이르디슈는 확신했다.
“마무리할 시간은 주는 거지?”
천일의 의문.
“드릴 수 있는 시간은 3일 정도입니다.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작별 인사 할 정도는 되겠지요. 당신이 이 세계를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면, 지구의 역사는 전면적으로 새로 쓰여 지게 됩니다. 시간의 흐름 밖에 있는 존재들만이 당신이 있었던 시간을 알고 있을 테죠.”
“3일이라. 3일 후에 내가 이곳으로 와야 하는 거지?”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나도 발 정도는 있으니까요. 마음의 준비만 끝내세요.”
“알았어. 더럽지만 할 수 없지.”
“그럼, 집 앞까지 보내 드리죠.”
휙.
가이르디슈가 손을 휘젓자, 천일이 사라졌다. 이에 천일을 죽였다는 노인이 ‘일 한번 번거롭구먼그래.’라고 중얼거렸다.
“덕분에 지구와 우주의 미래가 바뀌었어요. 그걸로 된 겁니다.”
가이르디슈의 반응.
“끌끌. 그렇기는 하다만 그래서야 네가.”
노인은 거기까지만 말하고는 말을 끊었다. 가이르디슈가 희생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저는 승천을 해야만 영원을 걷는 생명체입니다. 하지만 그를 따라 간다면 영원을 걸을 자격을 얻게 되겠죠. 여러분들이 그를 무한의 종족의 일원으로 탈바꿈시킨 것처럼 저 역시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그러니 희생이 아닙니다.”
가이르디슈는 노렸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노인들 중 누구도 그 말을 곧이 믿지 않았다. 가이르디슈는 승천한 순간부터 영원불멸하는 존재가 된 것이니까 말이다. 가이르디슈도, 노인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마음이 납덩이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