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24
124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24화)
4. 막을 내리는 아틀란티스 월드(12)
집으로 돌아온 천일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이르디슈의 강요. 3일 후면 죽어야만 했다.
우주를 위해.
지구를 위해.
우습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천일에게 있어 지구는 반드시 지켜야 할 무언가가 아니었다. 마왕이 있고, 베베가 있고, 연아가 있고, 즐길 거리가 있고, 사람들이 있고. 그냥 그런 수준의 이야기.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 오는 일도, 신념 같은 것이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와 우주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직.
어쩐지 시야가 흔들렸다. 눈을 감으니 세계가 은은한 파란색 기류가 가득한 풍경으로 바뀌었다.
승천의 징조.
예전에도 한 번 경험한 적 있지만, 그때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었다.
한걸음 나아가면 가이르디슈와 같은 세계의 주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가이르디슈가 존재하는 차원으로 올라선다면 그녀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터이지만, 그것은 단순히 도망치는 일밖에는 되지 않았다.
TV를 틀었다.
“아틀란티스 월드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플랑드 말론 방면 수비 함대는 지구에서 철수했다고 하는데요. 한국인 이천일 씨가 영웅으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점에 대해 긍정의 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가 주축이 되어 세워졌다고 하는 H.D.T 회사 상임 이사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 씨에 의하면…….”
아틀란티스 월드 관련 소식이 속보로 방송되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100만 년 후에 우주가 멸망한다라. 완전 미래 예지 능력 보유자를 동족으로 만든 프로페스가 우주를 정복한다는 뜻이려나. 이상하네. 지금 현재 상태로 연합과 연맹이 힘을 합쳐 공격해도 이길 수 없다는데, 그들이 우주를 정복하는 데 100만 년이나 걸린다니 말이야.’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는 천일.
똑똑.
“있느냐?”
베베의 목소리.
“응. 잠시만.”
천일은 TV를 껐다. 동시에 베베가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는 새침한 눈길로 천일을 바라보더니.
“안색이 좋지 않구나. 스톤헨지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구나.”
베베가 걱정스레 말했다.
“후우.”
한숨을 쉬는 천일.
“무슨 일인지 말해 보거라. 본녀가 도움이 될지 혹시 아느냐?”
베베는 알고 싶었다.
“내가 죽지 않으면 100만 년 후에 우주가 멸망한다는군.”
천일이 말했다.
“웃기는 일이로구나.”
베베는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이게 무슨 질 나쁜 농담인지.”
천일은 일단 베베에게 동의를 표했다.
“누가 그런 소릴 하더냐?”
베베가 화제를 돌렸다.
“가이르디슈, 그리고 승천한 사람들…… 이겠지. 분명.”
천일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믿을 수 있는 일이더냐?”
베베가 의문을 표했다.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것 자체는 말이지. 100만 년 후의 이야기는 글쎄.”
천일은 그냥 웃고 말았다.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결정을 내린 것이더냐?”
“글쎄.”
“내린 것처럼 보이는구나.”
“죽지 않으면 100만 년 후에 우주가 멸망한다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어. 그들은 이미 결정을 내려놓고 날 부른 거야. 피할 수 있는 선택지 같은 것은 없었던 거지.”
“100만 년이면 충분하겠구나.”
“뭐가?”
“승천한 자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다만, 모든 것이 그들의 예측대로만 굴러가지는 않을 것이야. 우주와 운명은 본디 그런 것이라 생각되는구나.”
베베는 천일이 생각을 바꾸었으면 했다.
“내가 죽어서 전생에 살던 세계에 태어나. 그 행성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해도?”
천일이 말했고.
“……!”
베베는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사실 아무래도 좋은 부분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지구는 더 나은 상황이 된다고 해. 난 지구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어. 그 부분은 잘 모르겠고.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아서 멸망 같은 것이 예정되어 버린다면,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아.”
천일은 있는 그대로의 심정을 베베에게 쏟아 내었다.
“마왕과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이더냐?”
베베의 의문.
“어차피 다 잊지 않을까? 나는 과거로 돌아가는 거야. 거기에서 시작된 변경된 과거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지. 우주적인 관점이지만 지구와 연맹에 영향을 미칠 거야. 많은 것이 바뀌겠지. 나는 없는 세계가 되는 거야. 그러니 문제는 없지 않을까?”
천일이 말했다.
“지금 과거로 돌아간다고 했느냐?”
베베가 물었다.
“응.”
천일이 긍정했다.
“승천했다고 하는 자들이 너를 죽여서 과거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한 것이 틀림없겠지?”
베베는 의심스럽다는 얼굴이었다.
“왜? 이상해?”
천일이 베베가 왜 그러는지 알고 싶었다.
“얼마나 오래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더냐?”
베베는 물어야 했다.
“잘은 몰라. 그게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하지만 지구에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일 거야.”
천일이 답했다.
“그렇다면 그 세계에서 일을 마치고 죽은 뒤, 지구로 돌아온다는 선택지도 가능하다 생각되는구나.”
베베는 어떻게 해서든 천일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구나. 그런 수가 있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지금과는 다르지 않을까?”
천일이 물었다.
“상관없느니라. 네가 이 세계에 태어나기만 한다면 우리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야. 어떤 형식으로든지. 분명 그렇게 될 것이야.”
베베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천일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본녀는 슬프구나. 너와 마왕의 결실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
“마왕은 불러오겠느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해도, 그녀에게는 말을 해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되는구나.”
“잠깐.”
“왜 그러느냐? 그녀에게는 알리지 않을 생각이더냐?”
“그러고 싶어.”
“어째서더냐?”
베베는 조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는 말을 해 놓고는 마왕에게는 말하지 않겠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키지 않아.”
천일이 답했다.
“내키지 않는다 말했느냐? 단순히 그게 전부인 것이더냐?”
베베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응. 단순히 그래. 나는…… 그녀를. 잘 모르겠어. 그녀는 나를 신뢰하고 좋아해 주고 있어. 그것을 알아. 알고는 있지만. 나는 모르겠어.”
말하는 천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동요를 보일 이유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천일은 좋아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좋아한다는 것은 뭘까? 사랑은 또 뭘까?
마왕이라면 천일이 불쑥 찾아가서 벗으라 하면 벗을 것이고, 누우라고 하면 누울 것이다. 분명 그렇겠지.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천일은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분명한 것은 슬퍼하는 마왕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진심.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이다만, 인간 남자들의 심리란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구나. 좋아함과 사랑함을 대체 무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더냐. 좋다면 가서 안거라. 온몸을 불살라 사랑해 주거라. 그러면 되는 것이거늘. 옳고 그름 같은 것을 따져서 무엇하겠다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구나.”
베베가 퉁명스레 말을 쏟아 냈다.
“베베라면 괜찮아.”
불쑥 천일이 말했다.
“무엇이 말이더냐.”
“홀딱 벗기고 열정적인 밤을 보내는 일 같은 것 말이다.”
“나를 좋아하느냐?”
“아니, 그렇게 않아. 그래서 할 수 있어.”
“미친 게로구나. 잘못되어 있는 것이니라.”
“그렇겠지?”
“몰랐다는 반응하지 말거라. 너는 지구의 영웅이니라. 시간이 흐르면 부관들 전부와 그렇게 그런 사이가 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처음은 마왕을 사랑해 주거라. 마왕은 바보가 아니니라. 그녀는 그러한 것들을 이미 각오하고 있느니라. 각오하도록 교육받았다고 해야 옳겠지.”
베베는 화를 내고 있었다.
“너, 꽤 귀엽구나.”
천일이 웃으며 베베에게 손을 뻗었다.
흠칫.
베베가 슬쩍 물러났다.
“하하.”
천일은 웃었다.
“웃지 말거라. 재수 없느니라. 본녀는 꿩 대신 닭 같은 것이 아니니라. 얕보지 말거라.”
노기를 드러내는 베베.
“상관없잖아. 뭐, 어때. 닳는 것도 아니고.”
“닥치거라!”
“하하.”
“닥치라 했느니라!”
“……!”
천일은 합죽이가 되었다.
“울화가 치미는구나. 그래, 기어코 우리들을 떠날 생각이더냐?”
베베가 화제를 돌렸다.
“그들 중에 말이야. 전생의 나를 죽인 사람도 있었어. 가이르디슈가 말하길, 전투 능력 100억 갤런이래. 그는 이미 마음을 굳힌 모양이야. 대신이라면 그렇지만, 가이르디슈도 같이 태어나서 도와준대.”
천일이 말했다.
“전생의 너를 죽인 사람이라 했느냐?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더냐.”
베베의 당연한 의문.
“하하. 그게 말이지.”
천일이 설명을 했고.
“……!”
베베는 낙담한 듯 고개를 떨궜다.
“있잖아. 만일 말이야. 내가 돌아가서 역사가 바뀌면, 마왕도 행복해질까?”
천일이 의문을 표했다.
“모르느니라. 역사가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알겠느냐. 섣불리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니라.”
베베는 냉정했다.
“역시 그렀겠지. 하아.”
긴 한숨.
“그런데 너는 진심인 것이더냐? 본녀를, 성숙하지 않은 본녀의 육체를 사랑해 주겠다는 것 말이다.”
베베가 화제를 바꿨다.
“뭐? 하하. 진심으로 들은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마왕도 안아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너하고.”
천일이 웃으면서 말했다.
“시험한 것이더냐?”
베베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건 아냐. 단지 마음이 바뀐 것뿐이야. 하지만 그래, 키스 정도라면.”
천일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와락.
베베가 달려들어서 천일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입술을 밀고 들어오는 작고 가늘고 뜨거운, 말랑말랑해서 닿는 것만으로도 녹아 버릴 것 같은 감각.
천일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하면서.
츱.
베베가 떨어졌다.
“역사가 바뀐다면 본녀는 틀림없이 소녀 얼굴에 귀엽고 깜찍한 글래머가 되어 있을 것이야. 본녀는 비존재와 존재 그 사이에 있는 몸. 너와 비슷하지만 출발점이 달라 너와는 다른 존재. 그렇기에 이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니라. 네가 지구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분명. 본녀의 품에서 흐늘흐늘하게 만들어 주겠느니라. 다시는 떠날 생각하지 못하도록. 미적미적 대는 마왕과 본녀는 다르니라.”
베베의 폭탄선언.
“하하. 그래? 그렇게 되면 기대할게.”
천일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 언제 갈 생각이더냐?”
베베는 바로 새침해졌다.
“지금이라도 상관없어. 마왕은…… 그래, 말하지 않을래. 그게 좋을 것 같아.”
천일은 쓴웃음을 지은 뒤 눈을 감았다.
마음을 열고 세계를 향해 가이르디슈를 불렀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짓이었지만, 이러면 가이르디슈가 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팟.
가이르디슈 등장.
“하루도 지나지 않았어요. 3일 다 채우는 것이 어떤가요?”
“됐어. 길게 있으면 분명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거야.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가지 않으려 할걸.”
천일이 말했다.
“그런가요? 알겠어요. 그럼 지금부터 당신을 죽이겠어요.”
가이르디슈의 선언.
그렇게 온갖 기연을 얻어 지구의 영웅이 된 천일은 이승을 떠나게 되었다. 지구는 머리를 잃었지만, 역사의 수정으로 인해 그 사실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아니,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몇 명 정도는 기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