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25
125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5권(25화)
에필로그―우주 대항해 시대를 위해, 건배
올해 고1이 되는 천일은 겉보기에는 눈에 띄는 것이 별로 없는 소년이다. 취미랄 것도 없고, 특기를 것도 없다.
이야기를 하고 지내는 친구들은 몇 명 정도 있지만 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입학식.
천일이 태어나기 전만 해도 한국의 중고등학교는 대학 입시를 위해 전력으로 질주하는 존재였다. 좋은 대학 아니면 너희들의 존재 가치는 없다! 라는 느낌으로. 그러던 것이 천일이 태어나는 그날을 기점으로 해서 크게 바뀌었다.
난데없이 등장한 거대 전함들.
자신을 아세란이라고 밝힌 함대의 대장은 이제부터 화성은 우리의 것이니 지구인들은 그렇게 알라는 말을 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각국 정부들은 무력을 동원하거나 항의를 하거나 별짓을 다했지만, 의미는 없었다.
2―3일이면 이쪽 항성계에서 저쪽 항성계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의 위대함을 깨달았을 뿐이다.
일방적으로 지구 연합군(?)이 공격을 가했고.
외계 함선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구 연합군이 수백 발의 핵을 쏘았을 때는 그것들을 아주 먼 곳으로 텔레포트시켰지만, 그것은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인들을 위해서였다.
그런 뒤.
무수히 많은 회의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지구는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라는 집단의 일원이 되었다.
부수적으로 지구에 숨어 있던 능력자들.
마법이니, 마술이니, 검기니 하는 것들을 다룰 수 있는 자들이 사회 전면에 등장했고, 그도 모자라 흡혈귀니 요괴니 하는 것들도 등장했다.
그것들 중 가장 웃기지도 않는 사건은 마왕의 등장이었다. 그녀는 단신으로 외계 함선에 돌진하는 위용을 보여 주었다.
지구에 돌아와서는 외계 함선의 대장 아세란과 회담을 했다고 한다.
지구에는 영웅이 태어날 것이고, 그 때문에 우리가 왔다는 내용.
지구인들은 그게 무슨 헛소리야!!! 라는 식으로 반응했지만, 외계인도, 마왕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은근슬쩍 H.D.T라는 회사가 설립되었다.
총수 대리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는 ‘총수는 지구의 영웅이 맡을 것이니라, 잡것들은 꺼지거라.’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건 또 뭐야!!! 라고.
천일의 탄생 이후 그런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해서.
한국의 교육도 많이 변화하였다. 이상적인 직장은 H.D.T 회사나 노바 스페이스 연맹 전투 요원, 혹은 마왕 휘하에 들어가 그녀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일이었다.
천일로서는 그것들 모든 것이.
‘당황스럽다. 정말.’
일 뿐이었다.
상관없이.
매일 아침이 되면 천일의 방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녀가 있었다. 나이는 같았고, 많은 일을 함께했다고 생각되는 누군가였다.
“일어난 거 다 알거든. 빨리 일어나지 않으면 간지럼 10분에 처한다!”
발랄한 목소리.
벌떡.
천일은 반사적으로 상반신을 일으켰다.
“일어났구나. 흐응. 그대로 누워 있어도 되는데.”
아쉽다는 소녀의 반응.
“난 남자다. 제발 참아 줘!”
천일이 외쳤다.
“참지 않아도 돼. 그냥 있잖아. 여기에 쿵 하고 도장을 찍고, 하는 김에 서류에도 도장을 찍으면 만사 오케이. 가슴 크지, 피부 좋지, 공부 잘하지. 응. 그래. 만능 미소녀 아내를 영영토록 독점할 수 있는 기회야.”
새침한 목소리였지만 내용은 전혀 새침하지 않은 소녀의 말.
누구냐고?
몇 번이나 생애를 함께했던 가이르디슈의 현생체.
이가야, 라는 소녀였다.
키는 이제 고1 주제에 167이나 되었고, 가슴은…… 상당하고, 피부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특수 능력도 가진.
지역을 대표할 만한 아이돌이었다.
“하아. 질리지도 않냐. 레파토리 좀 바꿔.”
천일의 냉정한 대응.
정말로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흐릿했고, 그중 또렷한 것들 중 하나가 그녀에 관한 것이었다.
많은 삶을 그녀와 함께했고.
그녀는 대개의 삶에서 천일의 파트너였다. 그것이 당연했다. 언제가 그랬기에 이런 수작에도 당연히 말려들어 주었지만, 지구에 태어난 뒤로는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 내야 할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흐응. 역시 그런 반응이구나. 세 번째까지는 참아 줄 수 있지만, 네 번째는 안 돼. 알았지?”
언제나처럼 이어지는 가야의 말.
세 번째까지는 참아 줄 수 있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전의 삶에서는 없었던 일이었다.
아무래도 좋은 일.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깊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녀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아, 그래. 알았어.”
천일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꺄악. 천일 변태!”
갑작스러운 가야의 이상한 반응.
하지만 천일은 귀찮다는 얼굴로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아, 이번 육체의 몸은 조금 크던가.’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지껄였다.
발끈.
가야의 안색이 바뀌었다.
이제 나는 질렸다 이거지? 라는 이야기. 하지만 그들 사이에 그런 개념은 존재하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밥 먹자.”
천일의 외침.
“응!”
가야는 여러 가지로 하고 싶은 말들을 꾹 참아 누르고는 대답을 했다. 아직까지는, 그래 아직까지는 아침을 함께하는 것은 그녀 혼자만의 권리였다.
식사 시작.
천일은 외동이었으므로 식사는 손수 챙겨 먹었다. 가야는 챙겨 주는 일 없었다. 오히려 빌붙는다고 해야 할까.
대략 그런 느낌이었다.
“오늘은 좀 그렀네. 어젯밤에 뭐했어?”
가야가 천일에게 물었다.
“이봐, 헛소리는 그만하고. 원래 이런 것 소꿉친구가 해야 할 일 아냐? 옛날에는 잘도 해 주더니만.”
천일이 불평을 했다. 전생까지만 해도 이런 자질구레한 일은 가야가 알아서 해 주었다. 그것도 이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될 정도로 가야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우와. 이거 맛있네. 음. 진짜, 너 요리 잘한다.”
가야가 화제를 바꿨다.
“맘대로 해라. 가끔은 이것도 괜찮겠지.”
천일의 투덜거림.
그리고 등교.
오늘은 입학식이 있기에 다소 늦어도 상관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XX고등학교는 남자 고등학교였지만, 올해부터 공학이 되었다.
왜? 그런 걸 물어도 천일은 모르는 일이었다.
등굣길.
천일과 가야는 천일의 집을 떠나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옆집을 지나치던 그 시점, 불쑥하고 낯익은, 낯익다기보다는 모르면 간첩인 누군가가 등장했다.
“오랜만입니다, 천일.”
싸늘한 말투.
그러나 천일은 싫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이라는 표현이 거슬렸다. 마왕을 어딘가에서 만난 적이 있던가? 라는 생각을 하며.
“네? 처음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라는 말을 했다.
발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왕은 관자놀이에 위치한 핏줄을 부풀이며.
“네, 잠깐 착각했습니다. 첫 만남이군요. 잘 부탁합니다, 천일.”
이라고 말했다.
덤으로 덥석 팔짱을 꼈다.
“……!”
덕분에 가야의 안색이 굳어졌다.
“독점은 여기까지입니다, 가이르디슈. 생각하니 화가 나는군요.”
마왕이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고는 가야를 노려보았다.
파팟.
마왕과 가야의 눈빛이 얽히며 스파크를 냈다. 스파크를 만들었다는 느낌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이건 또 뭐야.’
얼빠진 얼굴의 천일.
“그쯤 해 두거라. 보아하니 사정을 모르는 듯하구나. 무조건 지르고 보는 것은 역효과를 낼 것이야. 너희들은 그래도 상관없다만 옛정을 생각해서 말해 주는 것이니라.”
불쑥, 익숙하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의 출현.
H.D.T라는 회사의 총수.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의 등장이었다.
천일은 이건 또 뭐야! 라고 생각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출현으로 우주인이 되는 것이 지구인들의 목표가 된 지금.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는 지구인이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커트라인 같은 것이었다.
그녀가 준비한 기준을 넘지 않으면 우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세란이라는 외계인의 우두머리는 H.D.T와의 조약을 바탕으로 지구인에게 무상으로 우주선을 제공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건 모른다.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와 아세란 사이에 뭔가 있었을 거라는 의혹만 존재할 뿐이다.
그게 뭘까? 아는 사람은 그녀들뿐이었다.
“그나저나 각오는 되었더냐? 이천일, 네 낯짝을 보니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욱 형편없구나. 그래도 상관없느니라. 너의 판단은 우주의 많은 것을 바꾸었느니라. 연맹의 기준까지도 말이다. 그러니 걱정 말거라. 본녀는 너를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야.”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는 그런 말을 하며 천일을 지나쳤다.
상당한 볼륨의 가슴을 자랑하면서. 앳돼 보이는 얼굴과는 반대인데 말이다.
‘이야, 굉장한 여자네. 그런데 나, 저 여자하고 아는 사이?’
천일로서는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괜찮아요. 당신들이라면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겠죠.”
가야의 정체불명의 말.
“마왕의 파트너는 옛날부터 영웅이라고 정해져 있다. 네가 주제를 안다면 조금은 나누어 주겠다.”
불쑥.
마왕이 말했다.
“하지만 1순위는 본녀이니라. 노력을 해도 소용없다 생각하느니라. 본녀는 그때와는 다르니라.”
멀어지기만 하는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
천일은 놀랐다. 뭔지는 모르지만 그녀들 사이에 뭔가 있어 보였다.
‘뭐지? 가야에게 물어볼까?’
천일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우웅.
하늘에 순양함 한 대가 등장했다. 순양함은 항성계 내를 주행하도록 만들어진 함선 같은 것으로, 항성계와 항성계 사이를 다니는 것은 무리지만 항성계 내라면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 자식! 드디어 나타났구나! 감히! 네놈이!”
영웅 아세란의 등장.
흠칫.
천일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아세란은 아는 얼굴이었다. 전생들 중 몇 번 정도 등장하여 천일을 도왔고, 그 대가로 약속을 이행하라는 말을 했다.
약속? 무슨 약속?
천일에게는 의문이었지만 가야는 언제나 알아서 하라는 태도였고, 아세란은 수치를 모르고 덤벼들었다.
수치를 모르고 덤비는 게 무슨 말이냐고?
미성년자는 알면 안 되는 이야기다. 그래 그거.
“또냐! 너 포기한 거 아니었냐?”
천일이 외쳤다.
“말을 꺼낸 것은 내가 아니라 너다. 약속 지켜야지!”
아세란의 대응.
“너는 세 번째!”
“그렇다. 우리들 다음이다!”
베리도넬 R 베아트리체가 몸을 돌려 소리쳤고.
마왕 역시 소리쳤다.
우리들 다음?
이게 뭐야!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지?
우와와와.
알 수 없다. 외계인에게 잘 보이면(?) 우주를 항해할 수 있는 우주선을 받을 수 있는 시대. 천일은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결론은 알 수 없지만 분명 지구는.
지구에 사는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은 평화적인 방법을 거쳐 우주로 나아갈 터였다.
천일이 중심에 있든, 없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