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21st century, the Sword Master, the Demon Lord, and the Aliens RAW novel - Chapter 13
13
지금은 21세기, 소드 마스터와 마왕과 외계인 1권(13화)
5. 외계인은 외계인(2)
검도부 도장.
검도부 부원들은 반 아이들과는 달랐다. 천일의 합격 소식에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가 났다. 천일이 그들과 어울린 것은 한 달 정도에 불과하지만 함께 검을 휘두르고 함께 고민하던 사이였다.
동료.
천일은 잊고 있던 그리운 감각을 느끼고 말았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이런 기분 처음이었다.
천일은 이전의 삶에서도 지구에서도 쭉 외로웠다. 이전의 삶에서는 절대 강자였기 때문이었고 지구에서는 전생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 비겁한 자식 왔냐?”
재운이 불쑥 찾아왔다.
“죽을래? 오늘은 얌전히 굴지. 송별 파티 해 주는데 소란 피우고 싶지는 않아.”
천일이 귀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별 파티? 누군 좋겠다. 한 것도 없이 송별 파티도 받고. 세상 참 더럽다. 더러워.”
재운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하지.”
천일도 지지는 않았다.
“그러지 말고 재운이도 참석하려무나. 같이 합격했지?”
툭 하고 검도부를 지도하는 체육교사 박완수가 끼어들었다. 재운이 천일을 찾아와 날마다 시비를 걸고 그런 탓에 앞마당 정리한다고 매일 고생하였어도 그에게는 재운도 학생이었다. 재운은 천일과 달리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아니었다면 단순한 불량 학생 나부랭이로 살아갔을 터였다. 그 점이 완수에게는 기쁨이었다. 체육시간에 한정되어 있다고는 해도 완수에게 있어 재운은 제자였던 것이다.
“저, 정말입니까? 가, 가, 감사합니다.”
재운은 뭐가 좋은지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좋아했다.
“좋단다. 바보.”
보고 있던 천일이 오만 가지 감정을 담아 빈정댔을 정도였다.
시끌벅적 송별 파티.
눈치 없는 재운이 계울시에서 있었던 싸움에 대해 말을 꺼낸 탓에 천일은 무용담을 늘어놓아야 했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천일은 집에서의 송별 파티를 끝으로 아틀란티스 대륙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이제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연락을 넣는 일만 남았다.
현재 아틀란티스 대륙은 지구상에 있지만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의해 완전 고립되어 있었다. 만일의 경우 대륙 자체를 없애 버릴 준비도 해두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10년이라는 제한 시간을 두고 있었다.
정식 시작은 앞으로 수개월 후의 일이었지만 한꺼번에 응시자 모두를 옮기는 것은 그들로서도 부담이었기에 준비가 되었다면 바로 아틀란티스 대륙으로 이동시켰다. 지구가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가입할 수 있는 최저 조건은 100만 갤런 이상의 전투 능력자 1만 명 이상을 배출하거나 1천만 갤런 이상의 전투 능력을 소유한 자가 한 명이라도 출현하는 것이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 서포트 시스템입니다. 간이 시험에 관한 설명은 1번. 자격 취득자의 자격 취소 요청은 2번. 자격 취득자의 준비 완료는 3번. 기타 문의 사항은 언론과 각 국가 정부의 안내를 따라주십시오.―
익숙한 전자음성이 천일의 귀를 때렸다.
3번.
천일이 버튼을 눌렀다.
―본인 확인을 위해 1분만 끊지 말고 기다려 주십시오.―
보통의 ARS였다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거나 하겠지만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는 그런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확인이 끝났습니다. 전송 중입니다.―
우웅.
천일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사라졌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자랑하는 최첨단 기술 중 하나인 텔레포테이션이었다.
“……!”
천일은 갑작스럽게 바뀐 풍경에 잠깐 놀랐다.
좁은 공간.
아래로는 지구가 보이고 위로는 별들이 가득했다. 전방에는 제단 같은 것이 있고 그 안쪽으로 외계인이 앉아 있었다.
두 개의 눈과 이마의 눈을 합해 3개의 눈을 가진 소녀였다.
‘모르멘탈인이었지?’
천일은 슬쩍 책자의 내용을 떠올렸다.
“안녕하세요. 행성 지구, 국가 한국에 속해 있는 이천일군.”
소녀가 말을 걸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모르멘탈 행성의 종족 샤온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럼 지금부터 아틀란티스 대륙에서 벌어지는 시험에 관해 잠시 설명을 하겠습니다. 책자를 읽으셨다면 설명은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들어두는 편이 미래를 위해 좋을 거예요. 들으실 거죠?”
샤온이라고 하는 모르멘탈 행성의 종족, 즉 외계 소녀가 상냥하게 질문을 했다.
“네. 듣겠습니다.”
천일은 순순히 긍정을 표했다.
그리고 샤온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주관하는 시험의 배경인 아틀란티스 대륙은 대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세계였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시공간을 비틀어 대륙의 안과 밖은 시간의 흐름이 달랐고 지역도 훨씬 넓었다.
아틀란티스 월드.
모든 사람은 중앙 대륙이라는 곳에서 시작했다. 중앙 대륙을 중심으로 4방향으로 4개 대륙이 있으며 각 대륙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4대 행성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에 비유하자면 중앙 대륙은 초보 구역이고, 다른 4개 대륙이 본격적인 플레이를 위해 준비된 지역이라는 의미였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이 시험을 통해 인간이 가진 한계와 가능성,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자격에 관해 알아본다고 한다. 지구가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구축한 수많은 기술을 지구에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지구를 일개 기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 있는 동반자로 취급한다는 소리다.
주의할 점은 시험에 응시하는 자는 지구의 인간들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속해 있지만 정식으로 채용되지 못한 수련생들도 참가한다고 한다. 그들과 친구가 될지, 적이 될지는 지구인의 몫이었다.
기타 등등.
설명의 끝에 샤온이 질문 있냐고 천일에게 물었다.
“책자에서 본 건데, 1천만 갤런 이상의 전투 능력 소유자를 영웅이라 말하고 해당 행성의 대표자로 우대한다고 적혀 있었잖아. 그거 정확하게 어떤 의미야?”
천일은 그 점이 궁금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우주에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무수히 많이 있어요. 지구가 속해 있는 은하계에만도 수만 개는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대부분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 가입하지 못해요. 자격이 없다는 소리죠. 하지만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1천만 갤런의 전투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져요. 지구인 방식으로 말하자면 결혼을 통한 DNA의 전달이죠. 한 명이라도 1천만 갤런에 도달했다면 그 후손들 가운데서도 누군가는 1천만 갤런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어요? 따라서 그는 자신의 출신 행성을 소유할 자격을 가질 수 있어요. 대표할 수도 있구요. 마음먹기에 따라서 출신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없앤다고 해도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그를 지지합니다. 그런 뜻이죠.”
“1천만 갤런 전투 능력이면 어느 정도야?”
“손가락 하나로 항성계 하나를 날려 버릴 수 있어요.”
“…….”
“그런 이유로 대개의 영웅들은 갖가지 봉인 장치를 몸에 달고 다니죠. 전력을 다하게 되면 항성계 몇 개는 소멸하거든요.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그만한 권위를 부여합니다. 대신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적들과 싸워야 해요. 최전선에 서는 거죠. 우주는 넓고 적은 많아요. 지구도 먼 옛날에는 우리들에 의해 보호되었답니다. 프로페스가 이쪽 항로를 포기하기 전까지는 그랬어요. 그리고 이제 다시 이 항로를 개척하려고 하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오게 되었답니다.”
“이건 그냥 의문인데.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국가 간 전쟁이나 빛과 어둠의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건 지구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랍니다.”
“…….”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가입 행성이 아닌 행성에 대해 어떤 판단 기준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빛이든 어둠이든 미국이든 한국이든. 어떤 세력이 지구를 대표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저희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아틀란티스 대륙에서 빛과 어둠에 속한 지구인들이 서로 싸우든 뭘 하든 상관하지 않겠네.”
“한국 속담에 그런 말이 있다죠?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
“…….”
“천일 씨의 육체와 정신을 저희 노바 스페이스 연맹에서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지구인의 패턴과는 다른 강함을 가지고 계시다는 게 밝혀졌어요. 거기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우리들은 관심이 없어요. 단순히 그렇다는 정보로만 취급할 뿐입니다. 우리 노바 스페이스 연맹의 관심이나 개입을 원하신다면 영웅이 되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항성 규모의 생물체와는 싸울 수 없습니다.”
샤온의 말투는 상냥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삭막하고 위험했다. 천일은 쓴웃음을 지으며 외계인은 역시 외계인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 더 의문은 없는 거죠?”
샤온이 물었다.
“응.”
천일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 위치를 선정해 주세요. 룰을 지키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어느 정도라면 상관없지만 지나치면 우리들이 직접 제제를 가합니다. 아틀란티스 대륙에서 쫓겨난다, 라는 이야기가 아니니 조심해 주세요.”
샤온이 말했다.
“응.”
천일은 몇 개의 선택지 중에서 바이벨로나 시티를 골랐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바이벨로나 시티죠? 알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스슥.
천일이 사라졌다.
바이벨로나 시티.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고 사방에는 삐죽삐죽 솟구친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었다. 천일이 나타난 그 근처는 세이프 존이라고 해서 노바 스페이스에 소속된 정식 전투 요원들이 경비를 맡고 있는 지역이었다.
상점도 있고 식당도 있고 여관도 있고 대충 그랬다.
일정 거리를 이탈하면 노말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그곳은 세이프 존과는 달리 괴물들이 출몰했다.
‘일단 소드 마스터부터 되도록 할까.’
천일은 상관없다는 얼굴을 했다.
게임이라면 밖으로 나가 약한 몬스터를 사냥하여 레벨업을 하겠지만 아쉽게도 게임이 아니다. 현실이었다. 천일의 경우 마나 써클을 단련하는 일이 가장 급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괴물과 싸워 점점 강해지는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돈이었다. 사람이 먹고 자고 살아가는 데는 돈이 필요했다. 돈은 괴물을 퇴치하여 공적을 쌓는 것으로 얻을 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아틀란티스 월드에서 돈은 동전이나 지폐 같은 것이 아니었다. 괴물을 퇴치하면 강함에 비례하여 포인트가 지급되었고 그 포인트를 사용하면 노바 스페이스 연맹이 제공하는 장비나 아이템 등을 구매할 수 있었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도 나름대로 신경을 써주고 있는 것이리라.
“방 있냐고? 있기야 있지. 그런데 소년.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괴물하고 먼저 싸워보는 것이 좋지 않아? 4,500갤런이면 할 만해. 이 근처 괴물들의 전투 능력은 2,000갤런 수준이고 가끔 나타나는 네임드만 조심하면, 아니지. 네임드를 찾아 싸우는 편이 좋으려나. 전투 능력은 2만 갤런 정도로 4,500갤런으로는 발악을 해도 이길 수 없겠지만 그래야 성장하지.”
여관의 주인은 노바 스페이스 연맹 전투 요원이었다. 지구인들이 난동을 부릴 수도 있으니 난동을 제압할 만한 전투 요원을 배치해 두었다.
“내 포인트로 얼마나 머무를 수 있어? 명상이 빨라.”
“명상으로 수련을?”
“응.”
“포제닉인 같은 소리를 하는 지구인이네. 그렇다면 좋아. 방 하나 내줄 테니 좋을 대로 써.”
여관의 주인은 호탕했다. 어차피 지금은 손님도 없어서 한가해서 대수로울 것도 없었다.
“정말? 고마워.”
천일은 호의를 받아들였다.
“자, 여기 열쇠. 그리고 친구 등록 기능이라고 알아? 그 뭐냐. 원래 살던 곳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원거리에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어. 물론 응시생들끼리 이야기야. 그들이 여기에 왔을 경우 반지를 사용하면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지구인들이 쓰는 핸드폰마냥.”
여관 주인이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응. 참고할게.”
천일은 순간적으로 마왕과 재운을 떠올렸지만 일단 흘려 버렸다.
그리고.
열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재운이 와서 천일의 옆방을 잡았고 다시 열흘이 흐르자 마왕이 왔다.
마왕은 별말 없이 천일의 방 맞은편을 잡았다.
한 달이 지나고 또 한 달이 지나고.
아틀란티스 대륙 밖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날 동안 아틀란티스 대륙에서는 30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노바 스페이스 연맹은 정식으로 시험이 시작되었음을 선포하였다. 10년 후의 그날 시험이 종료함을 말했다.
쾅.
천일이 머물고 있던 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간 재운은 바이벨로나 시티의 네임드 괴물, 보스 괴물들을 간단히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였고 마왕은 그저 천일만을 지켜보았다.
천일이 어느 진영도 선택하지 않는 한, 마왕은 천일의 주위를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천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천일이 바빠 보여 차마 말을 걸 수 없었다.
“호오. 전투 능력 12만 8천 갤런. 계속 상승 중.”
여관 주인이 중얼거렸다.
천일은 푸른 기운에 휩싸여 그 육체가 새롭게 거듭나고 있었다. 프리 익스퍼트를 거쳐 소드 마스터에 도달했다는 증거였다.
“15만. 16만. 17만. 계속 상승.”
여관 주인은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천일의 전투 능력을 정확히 잡아내고 있었다.
“20만 돌파!”
여관 주인이 말했다.